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5화-허깨비일리가 없어
작성일 : 19-09-22 13:32     조회 : 45     추천 : 0     분량 : 668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미리야, 어디 갔다가 이제와. 걱정했잖아.”

 

  처소로 들어가자 함께 방을 쓰는 궁녀 미화인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맞이했다.

 

  그나마 내가 낯선 곳에서 힘든 궁의 일을 하면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바로 미화인의 존재였다.

 

  그녀는 다른 궁녀들처럼 저들과 다른 외모의 내게 텃세를 부리지도, 무시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잘 부탁한다며 여름날의 햇살처럼 해사하게 웃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빨래 좀 하다 보니 늦어 버렸어.”

 

  “오늘 고생 많았구나? 저녁 식사 시간에 네가 안보여서 무슨 일 생겼나 했어. 배고프지? 분명 네가 저녁 안 먹었을 것 같아서….”

 

  화인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찾았다.

 

  그리고 곧 그녀는 자신이 찾는 것을 발견했는지 그것을 내게 내밀었다.

 

  “내가 몰래 저녁 당번 궁녀한테 부탁해서 네 몫을 챙겨놨어.”

 

  화인이 내게 내민 것은 나뭇잎에 싼 볼품없는 주먹밥이었다.

 

  내가 감동에 말을 잃고 그녀가 내민 주먹밥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였다.

 

  “흥. 제가 끼니를 놓친걸 뭐 하러 챙겨줘?”

 

  구석에서 차가운 음성이 한창 무르익은 감동의 물결을 가차 없이 파괴해버렸다.

 

  난 매서운 눈으로 감동 파괴의 주범을 노려봤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내가 틀린 말 했니? 네가 싼 똥은 네가 치우란 말이야. 여기까지 끌고 와서 괜히 피해주지 말고.”

 

  내게 차디 찬 말을 내뱉은 사람은 나와 함께 처소를 쓰는 또 다른 궁녀, 고리타였다.

 

  고리타는 처음부터 날 투명인간 취급했는데, 가끔 내가 저한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할 때면 이렇게 날선 말로 내 신경을 잔뜩 긁어놓기 일쑤였다.

 

  한마디로 싸가지는 쌈에 싸서 먹어버린 듯 무례하기 짝이 없는 여자였다.

 

  나와 고리타의 신경전에 화인이 애써 웃음으로 경직된 분위기를 무마하며 날 끌어당겼다.

 

  “미리야, 리타가 오늘 일이 많이 고되어서 그래. 자, 어서 여기 앉아서 이거 먹어.”

 

  중간에 낀 화인의 난처한 입장을 생각해서 난 더 이상 고리타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화인의 옆에 앉아 그녀가 건네준 주먹밥을 베어 물었다.

 

  말이 주먹밥이지 이곳의 밥은 쌀보다 잡곡이 배 이상 섞여 부드러운 쌀밥에 적응된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점심 이후로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난 화인이 건넨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오늘은 정말 이상한 하루였어.”

 

  숨도 안 쉬고 주먹밥을 반 이상 먹은 난 화인에게 오늘 벌어진 일들을 풀어놓았다.

 

  화인은 좋은 청자였다.

 

  이야기 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다채로운 표정과 감탄사는 화자로 하여금 더욱 많은 것들을 풀어놓게 만들었다.

 

  내가 궁녀 지련과 싸움을 벌인 대목에서는 제가 머리채를 잡힌 양 잔뜩 얼굴을 찌푸렸고 내가 제고마인에게 불려간 대목에서 그녀는 마치 자신이 고마인에게 불려간 듯 잔뜩 주눅 든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우연히 발견한 황홀한 풍경과 낯선 남자에 관한 것에 다다르자 그녀는 이제 팔베개를 하고 꿈을 꾸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짓고 느긋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분 얼굴은 제대로 봤어?”

 

  “아니, 너무 어두워서 얼굴은 못 봤어. 투박한 손을 가진 몸이 다부진 남자라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몰라.”

 

  난 반딧불이의 흐릿한 불빛에 어렴풋이 보였던 남자의 실루엣을 더듬더듬 머릿속에 떠올렸다.

 

  “분명 얼굴도 수려할 거야.”

 

  화인은 저 나름대로 그의 외모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폈다.

 

  하지만 내 정신은 온통 다른 것에 쏠려있었다.

 

  “그런데… 참 희한하지? 어떻게 내 빨래가 처소 마당으로 돌아왔을까?”

 

  “분명 그 분께서 미리 널 위해서 몰래 가져다 놓은 걸 거야. 그러니 그리 인사도 없이 급히 사라진 거 아니겠어?”

 

  화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제아무리 몸놀림이 날랜 자라 하더라도 그 들판까지 달려가서 내가 처소에 도착하기 전에 빨래 바구니를 가져다 놓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말 그런가? 꼭 귀신에 홀린 기분이야….”

 

  “흥. 분명 허깨비의 짓이겠지.”

 

  이불을 덮고 우리에게 등을 돌린 채 누워있던 리타의 차가운 목소리에 난 다시 그녀를 노려봤다.

 

  “너 자는 거 아니었어? 기분 나쁘니까 엿듣지 말아줄래?”

 

  “잠도 못 자게 지껄인 게 누군데? 웃기고 있어….”

 

  “조용히 말했거든? 그리고 허깨비의 짓이라고 어떻게 그리 확신하는데? 그 이유나 어디 들어보자.”

 

  내 말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리타가 일어나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첫째, 궁 안에는 네가 말한 들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그런 곳이 있다하더라도 그 정도 규모라면 진즉에 궁인들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다. 셋째, 해가 지면 백제궁 안의 모든 귀족은 퇴궐한다. 즉, 해가 진 뒤 궁에는 궁인들과 궁을 호위하는 무인과 왕족밖에 남지 않는다는 말이지. 네 말대로라면 그 남자는 무인일터. 허나 무인이 그 시간에 자신의 직무를 버리고 그곳에 있을 리 만무할 터. 이것을 종합하면 네가 본 것이 허깨비라는 것을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지.”

 

  논리 정연한 리타의 말에 난 제대로 된 반박조차 못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리타는 다시 자리에 누우며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홱 하고 덮었다.

 

  “이제 그만 떠들고 잠 좀 자자! 여기가 뭐 지 혼자 쓰는 방인 줄 알아?”

 

  “저게 진짜…!”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시비조로 내 모든 행동과 말에 토를 다는 리타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욱하는 날 말린 건 역시나 화인이었다.

 

  “너무 늦게 자면 내일이 더욱 고되니 리타는 우리 걱정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너무 괘념치 말아. 자, 이제 불 끌게.”

 

  화인이 후 하며 등불을 끄자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내가 이불을 덮고 눕자 내 옆으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인이 불을 끄고 옆에 눕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미리야. 난 네 말 믿어. 분명 네가 본 멋진 곳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리고 그 멋진 분도 말이야.”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화인의 목소리에 뚱한 내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난 화인 쪽으로 돌아누우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일 해가 지면 한 번 더 그곳을 찾아 볼 거야.”

 

  “정말? 그럼… 나도 데려가주면 안 될까? 나도 꼭 보고 싶어. 그 멋진 반딧불이 말이야.”

 

  “알았어. 너도 꼭 데려가 줄게.”

 

  우리가 속닥거리는 그 때 저 구석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만 속닥거리고 잠 좀 자자!”

 

  “리타 저 계집애가 우리 혀를 뽑아 버리기 전에 자야겠다.”

 

  내 말에 화인이 소리죽여 쿡쿡 웃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사위가 조용해졌다.

 

  모두들 고단했는지 조금 지나니 잠에 빠진 낮은 숨소리만이 적막한 방안을 메웠다.

 

  곧 골아떨어진 내 룸메이트들과 달리 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직 낯선 잠자리에 적응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아까의 일을 떠올리느라 그런 것도 있었다.

 

  마음 붙일 곳 없이 외로움에 지쳐가던 상처로 얼룩진 가슴을 어루만져주며 위로해준 백제의 유일한 곳.

 

  앞으로의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오직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곳.

 

  그곳이 내게 유일하게 허락된 자유의 공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그곳을 찾으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으음…. 지금 몇 시지…?”

 

  잠에서 깬 나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찾아 손을 더듬거리다 이곳이 백제궁의 궁녀들의 처소인 것을 기억해내고는 슬며시 눈을 떴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난 처소의 문에 비친 밝은 햇살을 보며 멍하니 누워있었다.

 

  오늘도 햇살이 참 좋구나….

 

  빨래 할 때 또 땀 엄청 흘리겠네….

 

  아침 햇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 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용수철이 튕기듯 일어났다.

 

  “잠깐, 아침 햇살이라고?! 큰일 났다!”

 

  이미 화인과 리타는 나간 듯 그녀들의 이불이 반듯하게 접힌 채 한 구석에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화인은 오늘 평소보다 일찍 나간다고 했고, 리타는… 분명 평소대로 나갔을 텐데? 근데 날 깨우지도 않고 나간거야?

 

  “리타 이놈의 계집애. 인정머리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나쁜 계집애….”

 

  리타를 향한 불평의 말을 중얼거리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걸었다.

 

  이곳 백제에선 깨워줄 알람도 없었기에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어려워하는 날 항상 화인이 깨워주곤 했다.

 

  그러니 으레 화인 대신 리타가 날 깨워주겠거니 했었다.

 

  물론 나 혼자만의 큰 착각이라는 것이 방금 증명됐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난 이제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내가 소속된 세답방의 다른 궁녀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저기. 미안…. 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내가 빨랫감을 줄에 너는 한 궁녀에게 다가가 말하자 그녀는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궁녀들의 반응은 그녀와 같았다.

 

  잔뜩 굳은 얼굴과 냉랭한 시선.

 

  내가 늦게 온 탓에 내 몫의 일까지 그녀들이 떠안았음을 알았기에 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얘! 너 계속 그렇게 서 있을 거니?”

 

  “아, 미안!”

 

  내게 말을 건 궁녀에게 가서 그녀의 일을 도와주려고 하자 그녀가 다시 차갑게 말했다.

 

  “우린 벌써 일감을 다 배당받았어. 지련에게 가봐.”

 

  “응. 미안해….”

 

  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나이 어린 궁녀들을 감독하는 지련이 보였다.

 

  코앞까지 다가갔지만 지련 역시 다른 궁녀들처럼 내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치 여기에 서 있는 내가 안 보인다는 듯이 행동했다.

 

  “저기….”

 

  내가 지련에게 말을 걸자 그녀가 그제야 날 발견했다는 듯 깜짝 놀란 척을 했다.

 

  “어머나,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니? 안 보이기에 난 또 간밤에 도망이라도 친 줄 알았지?”

 

  “어제 늦게까지 빨래하느라… 늦잠을 자서….”

 

  내 말에 지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기서 너만 힘든 줄 아니? 귀족의 추천을 받고 들어왔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인데, 착각하지 마. 누구는 늦잠 잘 줄 몰라서 꼭두새벽부터 나오는 줄 알아?”

 

  오늘따라 지련의 말이 더욱 매서웠다.

 

  떳떳하지 못한 나는 그녀의 말에 단 한 마디도 받아칠 수 없었다.

 

  “…”

 

  어제와 달리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잠자코 있자 지련은 잠시 날 노려보더니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넌 저기로 가서 일감을 받으면 돼.”

 

  “알았어.”

 

  난 고개를 끄덕이고 지련이 가리킨 곳으로 갔다.

 

  그곳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각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날 어떤 궁인이 불렀다.

 

  “거기 너, 세답방에서 온 아이냐?”

 

  “네. 여기 오면 일감이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그래, 일감이야 아주 차고 넘치지. 근데 너 혼자 맡기엔 좀 일이 많은데….”

 

  “괜찮습니다.”

 

  그 궁인은 날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그곳엔 빨랫감이 잔뜩 쌓여있었다.

 

  “이걸 전부 빨아가지고 오너라.”

 

  “…네.”

 

  빨랫감이 어찌나 많은지 시야를 가릴 만큼 들고 날라도 네 번이나 왔다 갔다 할 정도였다.

 

  모든 빨랫감을 빨래터에 내려놓고 난 치마를 걷어 올려 쭈그려 앉아 미친 듯이 빨래하기 시작했다.

 

  오늘 안에 하려면 끼니까지 걸러야 할 정도로 빠듯한 양이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에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고 방망이를 잡은 손의 살갗이 벗겨지며 피가 배어나왔다.

 

  나는 머리를 묶었던 끈을 풀어 피가 흐르는 손을 감쌌다.

 

  애써 공들인 빨랫감에 내 피를 묻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점심도 거르고 열중한 덕분에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전에 모든 빨래를 끝낸 난 빨랫감을 들고 빨래를 말리는 곳으로 가 빨랫감들을 줄에 널었다.

 

  햇빛이 좋으니 금방 마를 테지.

 

  몇 시간이고 쭈그려 앉아 빨래를 했던 터라 내가 찌뿌둥한 어깨를 주먹으로 톡톡 두드릴 때 뒤에서 지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거기서 농땡이 치지 말고 이거나 침방에 좀 가져다주고 와.”

 

  “나 이제 막 빨래 다 하고 온 건데….”

 

  “아침에 신나게 늦잠자고 온 주제에 무슨 그리 불평이 많아? 오전에 충분히 쉬었으니 쉬는 시간 없이 몸을 놀려야지, 안 그래?”

 

  그렇게 말하며 지련은 내 품에 차곡차곡 개어진 새하얀 천을 담은 바구니를 안겨주었다.

 

  난 지련이 안겨준 바구니를 들고 침방으로 향했다.

 

  내가 속한 세답방에서 빨래를 하고 말리면 바느질이 필요한 것들은 침방으로 넘겼다.

 

  뻐근한 다리를 이끌고 멍하게 터벅터벅 걷던 난 마주오던 사람과 어깨를 부딪쳤다.

 

  “안 돼! 내 빨래!”

 

  갑작스런 충격에 바구니를 잡은 손이 미끄러지자 난 몸을 날려 내 빨랫감을 사수했다.

 

  “아, 다행이다.”

 

  바구니가 땅에 떨어지기 전 아슬아슬하게 잡았다.

 

  하지만 난 곧 중심을 잃으며 땅에 엎어져 버렸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넘어지면서도 내가 바구니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까?”

 

  땅바닥에 엎어져 팔을 올린 채 바구니를 잡고 있던 내게 나와 부딪혔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바구니 좀 잠깐만 들어주실래요?”

 

  내 손에서 바구니가 떠나자 난 얼른 몸을 일으켜 옷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럼.”

 

  남자는 내게 바구니를 돌려주고 꾸벅 인사하더니 급히 자리를 떠났다.

 

  “아, 진짜 십년감수했네. 또 야밤에 빨래 할 순 없지.”

 

  난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구니 안의 천들이 더러워지지 않았는지 살폈다.

 

  부드러운 천들 사이에서 이질적인 감촉을 느낀 난 외진 곳으로 가 바구니를 자세히 살폈다.

 

  천들 사이에 교묘하게 껴 있는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주변을 살피고 얼른 종이를 빼냈다.

 

  누가 여기에 넣은 것일까?

 

  종이를 살짝 펼치자 정갈하게 쓴 글자들이 보였다.

 

  지련이 넣었을 리는 없고….

 

  그때 내 뇌리에 스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까 나와 부딪혔던 남자! 어쩐지 그와의 충돌이 부자연스러웠다했다.

 

  그렇다면 그 남자는 내게 누군가의 글을 전하려했다는 것인데….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사밀!

 

  내게 이런 것을 보낼 사람은 내두좌평 사밀 밖에 없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4 34화-나도 모르게 커지는 마음 2019 / 10 / 21 43 0 6280   
33 33화-서서히 밝혀지는 진실 2019 / 10 / 19 33 0 6159   
32 32화-재회 2019 / 10 / 19 29 0 6487   
31 31화-고리타 2019 / 10 / 19 26 0 6528   
30 30화-거짓말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2019 / 10 / 19 29 0 6284   
29 29화-이리 가까이 오라 2019 / 10 / 19 25 0 6245   
28 28화-그대는 좋은 사람이오 2019 / 10 / 14 25 0 6155   
27 27화-배신감 뒤에 또 배신감 2019 / 10 / 14 22 0 6107   
26 26화-다시 찾은 단서 2019 / 10 / 12 26 0 6380   
25 25화-곱구려 2019 / 10 / 12 17 0 6228   
24 24화-이목을 피할 땐 역시 이거지 2019 / 10 / 10 25 0 6650   
23 23화-사라진 그녀의 단서 2019 / 10 / 9 33 0 6290   
22 22화-그녀를 찾아라 2019 / 10 / 8 27 0 6398   
21 21화-갑자기 분위기 부정맥 2019 / 10 / 7 22 0 6395   
20 20화-난 원반을 줍는 개가 아니야 2019 / 10 / 6 36 0 6391   
19 19화-말할 수 없는 비밀 2019 / 10 / 5 34 0 6360   
18 18화-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2019 / 10 / 4 38 0 6124   
17 17화-또다시 외톨이 2019 / 10 / 3 32 0 6271   
16 16화-뜻밖의 만남 2019 / 10 / 2 28 0 6978   
15 15화-곰이 아니라 호랑이 2019 / 10 / 1 26 0 7049   
14 14화-사건의 실마리 2019 / 9 / 30 31 0 6713   
13 13화-실수라니까 2019 / 9 / 29 24 0 6144   
12 12화-달빛이 내려 앉는 곳, 은월지 2019 / 9 / 28 31 0 6353   
11 11화-이게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냐 2019 / 9 / 27 27 0 6288   
10 10화-왕이 사는 곳, 일월전 2019 / 9 / 27 26 0 6218   
9 9화-나대지마, 심장아 2019 / 9 / 27 31 0 6738   
8 8화-귀신의 집, 귀택전 2019 / 9 / 24 32 0 6402   
7 7화-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2019 / 9 / 23 29 0 6576   
6 6화-차우차우 2019 / 9 / 22 29 0 6447   
5 5화-허깨비일리가 없어 2019 / 9 / 22 46 0 6683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