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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의 죄명은 휴재
작가 : 야쿠레투르
작품등록일 : 2018.12.12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자신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수명인 세계 - [포르테스]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목이 잘려도, 심장이 꿰뚫려도, 사지가 찢겨져도,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고통스러워 할 뿐.

그러나 '불사' 이되, '불멸'은 아니다.
이야기 속의 '나' 가 죽으면, 현실의 '나' 또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연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일정기간 이상의 휴재(休載)는 중죄(重罪)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그야...
[나의 죄명은 휴재]
니까.

 
나이라의 위용 (3)
작성일 : 19-01-03 06:01     조회 : 46     추천 : 1     분량 : 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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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바람을 흡수한 나이라의 몸이 빵빵하게 부풀어올랐다.

 마치 살찐 것마냥 불룩 튀어나온 배와 두툼하게 살이 올라온 팔과 다리.

 그중 가장 압권인 것은 그녀의 두 볼이었다.

 음식을 입안에 가득 욱여넣고 있는 것마냥 빵빵한 그녀의 두볼은, 현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아, 우습게 보였다.

 

 꿀꺽

 

 짐승의 겉모습을 하고 있는 나이라를 보며, 사내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어두운 계열의 주홍빛이 감도는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게, 탐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정도다.

 사내는 허벅지를 주먹으로 쳐, 잡생각을 떨쳐버리고는, 떨어질뻔 했던 긴장을 끌어올렸다.

 

 스윽-

 

 여러모로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 시간이었지만, 아직 결투를 포기한게 아니다.

 태세를 정비한 사내가 매서운 눈으로 나이라를 노려본다.

 

 '3년간의 연구... 그 보상을 받을 시간이다. 정신 차리자!'

 

 이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사내가 선공을 날리려 자세를 취하는 순간.

 

 "덤벼봐. 짜샤."

 

 절묘한 타이밍에 찌르고 들어온 나이라의 일격(?)에 그만, 사레가 들고 말았다.

 켁켁 거리다 기침으로 변한 사레는 이내, 기괴한(?) 웃음소리로 탈바꿈했다.

 

 "크큭! 크하하! 콜록! 푸하하하하!"

 "?"

 

 사내의 뜬금없는 폭소에, 나이라가 의문을 표한다.

 그 의문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인지, 사내가 대폭소의 이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그 모습은 뭐냐! 크하하하!"

 "아앙? 내 모습이 뭐 어쨌다고?"

 

 현재 나이라의 모습을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햄스터.

 그것도 먹을 것을 밝힐 것처럼 생긴 귀여운 햄스터의 모습이다.

 나이라와 붙는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사내는, 그런 나이라의 모습을 보고 순간 웃음이 터져나올뻔 했다.

 다행히 웃음보다, 황당함에 의한 침 삼키기가 먼저 튀어나왔고, 덕분에 목울대를 찌르고 있던 웃음을 간신히 억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결국엔 웃음보가 터져버린 사내.

 그런 그를 바라보는 나이라의 시선이 점점 험악해져갔다.

 

 "정말 쥐새끼가 따로 없구나! 크하하하!"

 "너....그렇게 계속 웃어라?"

 "푸하하하! 그런 몸으로 날 상대하겠다는 거냐! 크하하하!"

 "계속 웃고 있어라."

 "웃고 싶지 않아도, 계속 웃음만 나는구나! 푸하하하하!"

 

 사내의 한번 터진 웃음보는, 좀처럼 쉬이 진정되지 않았고, 삿대질을 하며 폭소를 터트리는 지경까지 오게되었다.

 그런 사내를 바라보며 얼굴을 굳힌 나이라.

 그 모습 마저도 귀엽기 그지 없었지만...

 순간, 나이라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진다.

 

 --!

 

 나이라가 나타난 곳은 사내의 머리 옆.

 바람처럼 나타난 그녀는 앙증맞게 부푼 다리를 가볍게 휘둘렀다.

 

 콰앙! 드드드드드-

 

 "커헉!"

 

 나이라의 일격에 바닥에 상처를 남기며 쭉- 밀려난 사내.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실력인 건지, 사내는 가드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터억-

 

 깊은 고랑을 만들어낸 발 한쪽을 꺼내, 대지 위에 올려놓은 사내가, 휘청이는 신체를 간신히 바로잡았다.

 욱신거리는 팔을 힐끗 쳐다본 사내가, 눈알을 굴려 방금 자신이 있던 곳을 바라본다.

 

 "계속 웃으라니까?"

 

 바람을 두른채, 허공에 떠 있는 나이라.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나이라의 시선이, 왠지 모르게 소름끼치게 느껴진다.

 몸을 한차례 떨어서, 그 소름을 떨쳐버리고 싶었지만, 사내에겐 그럴만한 심적 여유가 없었다.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

 

 아니, 그것은 식은땀이 아니다.

 묘하게 이질적인 이 느낌은, 지금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피라는 것을 알게끔 해줬다.

 피를 흘리고 있다 생각하니, 그제서야 관자놀이 부근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욱신거림과 함께 찾아온 뜨거움 때문인지,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차갑게 느껴진다.

 

 '막았는데 이정도면....'

 

 직격을 맞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목울대가 간지러워졌다.

 하지만 침을 함부로 삼킬 수 없었다.

 침을 삼키는 순간, 예의 그 일격이 또 날아올 것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야."

 

 하지만 나이라의 말에 반응한 순간, 사내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사내가 몸을 잔뜩 긴장시킨 순간!

 

 --!

 

 "웃으라니까?"

 

 콰앙!

 

 나이라의 주먹이 사내의 가슴에 꽂혔다.

 

 "크허어억!"

 

 미처 고랑에서 꺼내지 못했던 발이, 대지에 일(一)자 상처를 남기며 쭉 밀려난다.

 점점 대지에 깊게 파고들어가던 발은, 사내가 다른 발로 땅을 박차고 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쿠당탕탕!

 

 순간의 기지로 박혀가던 발을 빼내는덴 성공했으나, 균형을 잡지 못해 나가떨어진 사내.

 먼지가 가라앉고 드러난 사내의 상태는, 꽤나 심각해보였다.

 땅에 박혀 있던 발은 변색이 찾아왔을 정도로 부상을 당한 것 같았고, 나이라의 주먹을 받아낸 두 팔은 일부분이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거기에, 전의 발차기를 막았던 팔 한쪽은 피부 곳곳에 실금이 가 있었다.

 

 "크으..."

 

 두 팔로 막는다고 막았으나, 나이라의 주먹은 단단하게 굳힌 그의 가드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로 인해 생긴 상처가, 사내의 가슴에 도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쿨럭!"

 

 한 차례 피를 토한 사내가, 엎어져 있는 신체를 뒤집기 위해 발버둥 친다.

 신체를 뒤덮고 있던 파편 따위들을 치워내고, 간신히 몸을 뒤집는 것에 성공한 사내.

 핏줄이 터져버린 것인지, 세상이 붉게 보인다.

 

 "...."

 

 점점 죄명이 보이는게, 아무래도 집중력까지 흐트러진 모양이다.

 그에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돌연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렇게 웃지 말고, 소리내서 웃어야지."

 

 사내의 시선이, 내려다 보고 있는 나이라에게 향했고, 그의 시야 속 죄명은 점점 옅어져갔다.

 

 "아까처럼, 웃으라고."

 "...흐흐흐...."

 "더 크게 웃어!"

 "크흐흐흐... 쿨럭! 크하하하하!"

 

 이제는 묘한 광기마저 느껴지는 나이라의 시선을 정면에서 받으며, 사내는 웃었다.

 나이라의 말 때문에?

 아니다.

 사내의 웃음은 자괴감에 의한, 자기 자신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나이라에 대해 거의 다 알고 있었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부끄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너무나도 추하고, 부끄럽고, 또 안쓰러워서.

 사내는 웃었다.

 

 우웅-

 

 순간, 사내의 신체가 묘한 울림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환상이 풀리기라도 하는지, 그의 신체에 노이즈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스-

 

 거대한 신체가, 빛의 입자로 화해 서서히 사라져간다.

 그렇게 완전히 사라지고, 본래의 신체가 드러나려는 순간.

 

 츠파앗-

 

 그 현상이 반전되었다.

 빛의 입자는 다시 돌아와 그의 거대한 신체의 일부분이 되어갔다.

 그렇게 드러난 사내의 신체.

 상당히 망가져 있던 사내의 신체는, 언제 그랬냐는듯.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좋아, 좋아. 그렇게 나와야지."

 

 나이라는 이 현상을 알고 있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시선에 담은 채, 사내는 벌떡! 일어섰다.

 

 "그거, 앞으로 몇번 쓸 수 있냐?"

 "...."

 "지난번에... 한 대여섯번은 버틴 것 같으니.... 지금은 한 열번정도 되려나? 아니지, 그정돈 아직 무린가?"

 "아무리 회복을 한다고 해도-"

 "응?"

 "-널 이길 순 없겠지."

 "호오? 그 3년 동안 연구한 걸 사용해도?"

 "내가 3년간 연구한 것은, 무술이었다."

 

 납득했다는 듯, 나이라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래서? 항복이라도 하려고?"

 "항복? 웃기는 소리군."

 "흐음... 그러면... 결국 내 샌드백이 되겠다는 말이야?"

 "샌드백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라면-"

 

 사내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간다.

 

 "-맞다."

 "...네가 드디어 정신줄을 놨구나?"

 "하하하!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쯧쯧쯧."

 

 햄스터 모습을 한 나이라가 혀를 차니, 그 모습이 꽤나 볼만하다.

 

 "그냥 맞아주지는 않을 거다!"

 "...뭐래, 지금까지도 그냥 맞은 주제에."

 "...."

 "...뭐, 좋아. 나도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상황은 별로니까."

 

 수준을 맞춰주겠다는 말을 하며, 볼을 크게 부풀리는 나이라.

 이어서 기괴한 소리와 함께 나이라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휘오오오-

 

 벌어진 나이라의 입에서, 흙먼지가 쏟아져나온다.

 작은 소용돌이를 그리며 방출되는 먼지들.

 먼지 방출은, 한쪽에 쌓인 먼지가 작은 동산을 이룰때까지 이어졌다.

 

 "...."

 "자, 이제 시작해볼까?"

 

 먼지 동산을 속에서 끄집어냈음에도, 나이라의 외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괴리를 바라본 사내는, 자신의 결심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최선을 다해, 나이라의 한계를 보는 것.

 오늘을 승리를 향한 발판으로 삼자고, 굳게 결심한지가 언젠데, 벌써부터 마음이 흔들렸다.

 한계는 커녕 다운그레이드 한 채로 싸워준다는데, 언제 한계까지 몰아칠 것이며, 몰아친다고 해도 그때까지의 고통은 어떻게 감내한단 말인가.

 

 "선공은 양보- 아, 아니지. 너 그냥 맞아준다고 했지?"

 

 나이라의 말에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한 사내의 동공.

 그 압박감에 못이겨, 사내는 한말 내뱉고 말았다.

 

 "그,그냥 맞기만 한다는 건 아니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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