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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운명의 외로운 레이디
작가 : 네번째별
작품등록일 : 2018.11.1

17살의 소녀 아리아, 아리아는 제 부모도 모른 채 어느 저택에서 자라왔다. 그곳에 있는 시녀들조차 그녀를 반갑지 여기 않았고 누구도 믿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운명'이었지만 그 '운명'은 아리아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5화.
작성일 : 18-11-07 22:27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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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어.”

 

  아리아의 얼굴을 본 체노와 세라는 순간 놀라서 표정을 굳혔다. 그래도 좋았다고 하니 미세하게나마 웃음을 보여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내심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과 상반되게 그녀의 표정은 계속 무표정이었다.

 

  어쩜 저리도 웃지 않으실까. 신기했다.

 

  하지만 아리아에게 있어 이번은 처음 한 외출인 만큼 정말 새로웠다. 때문에 기대치보다도 훨씬 더 이상이었다.

 

  “음? 조금 소란스럽네요.”

 

  “그러게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 봐요.”

 

  “가보자.”

 

  “예? 하지만 위험하실 텐데.”

 

  체노는 말렸지만 이미 아리아가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못 말리는 제 주인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쉰 체노는 세라와 함께 얼른 아리아의 옆으로 다가갔다.

 

  “어머.”

 

  “이, 인질극인가 봐요! 저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사람들 한 가운데에는 어느 한 남자가 나름 부유해 보이는 남자의 목을 팔로 감고 단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나름의 위협이었다. 인질로 잡힌 남자애는 꽤나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아리아는 책으로만 보던 ‘인질극’을 실제로 보아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만큼 아찔해 보였다.

 

  ‘흐음.’

 

  아리아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체노는 무례를 알면서도 그녀의 팔을 탁 잡았다.

 

  “아, 안 됩니다. 제가 기사나 용병들을 불러오겠습니다.”

 

  “이거 놔.”

 

  “안 됩….”

 

  아리아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팔을 뿌리쳤고 많은 인파들을 뚫고 남자의 앞으로 향했다. 무슨 연약해 보이는 여자애가 남자의 앞에 다가가자 사람들은 더 수군거렸다. 하지만 소리를 치거나 신고하는 등, 도와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체노는 더 파고들 수가 없었다.

 

  “안녕.”

 

  “너, 넌, 누, 누누, 누구야! 저, 저저, 저, 저리 안 꺼져?!”

 

  남자의 눈은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다. 아리아는 그것만으로 남자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네, 네, 네 년이, 무, 무무, 무슨 상관이야! 저리, 꺼, 꺼져!! 그래, 네 년도 귀, 귀족이냐?! 옷차림을 보아하니 네 년도, 귀족, 이구나!!”

 

  귀족에게 무슨 악연이 있는 걸까. 그래서인지 인질도 꽤 부유해 보이는 사람을 골라잡은 것 같다. 아리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자신은 많이 이상했다. 아니면 이런 상황들을 겪어보지 못해서 몰랐던 것일까. 변덕 때문에 고양이도 줍고 지금도 이리 나서고 있지 않나.

 

  아리아는 치맛자락을 살짝 잡아 올리고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자, 잠깐만요, 아가씨!! 위험해요! 물러서요!”

 

  인질로 잡힌 남자애가 아리아를 향해 소리쳤지만 아리아는 그저 ‘시끄러워.’라고 말할 뿐, 멈추지는 않았다. 아리아가 더 다가오자 남자는 단검을 계속 휘둘렸다. 하지만.

 

  획! 깨지직! 캉!

 

  그녀의 날렵한 발차기에 검은 그녀의 발등에 맞았고 단검은 보기 좋게 부러지고 부러지다 못해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리아의 치맛자락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뽀얀 허벅지를 드러내다가 다시 내려갔다. 남자가 당황해 하는 사이 아리아는 인질로 잡혀 있는 남자애의 팔을 낚아채 강하게 끌어낸 후 남자애의 어깨를 잡고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날아 남자에게 발차기를 다시 날렸다.

 

  그녀의 발차기는 그의 관자돌이에 정통으로 꽂혔고 약간의 마력 또한 들어가 있었기에 머리가 흔들렸다.

 

  남자는 눈이 뒤집혀져 침을 흘리며 쓰러졌다. 인질 남자애의 어깨를 잡고 사뿐히 착지한 아리아는 치맛자락을 잘 정돈하고 머리칼도 잘 정돈했다. 그러자 주위에 구경꾼으로 있는 사람들이 모두 환호를 질렀다. 하지만 그 반응이 아리아를 더 짜증나게 만들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가 사건이 해결되니 속 시원하듯 환호나 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시끄러워. 그렇게 끼어들지 않고 방관하더니 이제는 좋아? 당신들이 구경꾼이야? 구경꾼이고, 구경할 거면 입에 음식이나 제대로 물고 구경해.”

 

  아리아의 말에 사람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자신들은 어른이다. 그런데, 어른조차 나서지 못한 일을 그저 연약하고 왜소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타나 모든 것을 해결했다. 자신들도 부끄러움을 안다. 그랬기에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아리아가 체노와 세라 쪽으로 다가가자 사람들은 마치 길을 만들어 주듯 양 옆으로 비켜주었다.

 

  “가자, 세라, 체노.”

 

  아리아가 그들과 함께 돌아가려고 하던 순간 인질로 잡혀 있었던 남자애가 아리아를 불렀다.

 

  “자, 잠깐만요!!”

 

  “무슨 일?”

 

  간단 용건만 말하고 가라는 간접적인 말이었다. 인질남도 충분히 알아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

 

  “가, 감사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아, 저는 밀로이, 밀로이 아클레아라고 해요. 약간 여성스러운 이름이지만 확실하게 남자랍니다!”

 

  “네, 그럼.”

 

  “저!! 저, 그 다음에 다시 만나면 차 한 잔이라도 하면 안 될까요?!”

 

  인질 남자애, 밀로이가 소리쳤지만 아리아는 잘 듣지 않았고 그냥 뒤로 돌아 걸어갔다. 밀로이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민폐라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 잡지는 않았다. 테이나르 저택이 보이자 드디어 안심이 된 세라가 아리아에게 소리쳤다.

 

  “아리아 님, 아무리 그래도! 마법사라고 하셔도 네?! 모, 몸이 그렇게 빠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했어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알았죠?!”

 

  “…생각해 볼게.”

 

  잔소리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리아는 기지개를 쭉 피며 저택의 입구를 지났다. 그리고 그녀는 씻고 밥을 먹고 난 후에 할 것들을 대충 생각했다. 그녀가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저택 안으로 들어왔고 현관에는 고양이를 잘 안고 있는 레오나르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아리아 님. 고양이는 잘 모셔 두었답니다. 올라가시는 길에 방에 잘 모시겠습니다.”

 

  “응, 알았어. 나는 씻을게, 하암.”

 

  즐거웠던 만큼 피곤함이 많이 싸인 아리아는 바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옷을 벗고 짧은 목욕이로 피로를 풀고 난 후 세라가 미리 준비해 둔 실내복으로 갈아입었다. 외출 전에 말한 대로 아리아는 상한 머리카락을 조금 쳤다. 바닥에 닿을까 말까 하던 머리카락에 이제 그녀의 허리 부근에서 살랑거렸다.

 

  머리를 움직이기 편하게 묶어 가지런하게 했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가니 이미지 깨지게 고양이와 놀고 있는 체노가 보였다. 건장한 체격에 나름 검까지 차고 가벼운 갑옷까지 입은 상태인데 자기 손바닥보다 작은 아기 고양이와 놀고 있는 모습이라니. 이미지가 잘 맞지 않았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자 체노가 아리아를 눈치 채고 벌떡! 일어났다.

 

  “크흠, 오, 오셨습니까, 아리아 님. 고, 고양이는 잠시 제가 맡고 있었습니다. 준비 중이시라고 해서. ……식당으로 가시죠.”

 

  자신도 나름 부끄러운 건지 헛기침을 하면서 아리아를 식당까지 모셨다. 그 와중에 고양이는 제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아리아 님, 앉으시죠.”

 

  레오나르의 말에 아리아는 의자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 이것저것 많이 먹다 들어와서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는데 마침 딱 간단한 스튜였다. 세라가 간단히 언질을 해 준 모양이다.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 이곳은 정말 많이 달랐다. 그곳에서는 이렇게 자신을 배려해준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자신을 배려해 주었다. 아리아는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아주 조금 했다.

 

  스튜를 떠서 한 입 먹고 맛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와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이런 음식도 먹어보고 처음 보는 디저트도 먹어보고, 많이 색달랐다.

 

  “내일부터는 하헤타 아카데미에 등교하시게 될 겁니다. 세라에게 들어보니 마법이나 몸을 쓰는 것에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법 과목이나 검술 쪽으로 넣기를 잘 한 것 같네요. 마음에 들지 않으시거든 언제든 제게 말씀하시고 마음에 드는 과목이 있다면 행정실에 서류를 넣으시면 됩니다. 역사나 수학 같은 기본적인 과목은 지정된 교실에서 수업을 하시게 될 겁니다. 아리아 님의 교실은 A반입니다. 그곳에 가면 교수가 설명을 해 줄 겁니다.”

 

  “…알았어.”

 

  레오나르의 설명이 길었기 때문에 음식을 다 먹은 아리아는 수저를 내려두고 일어났다. 시간도 벌써 9시가 되어갔다. 아리아는 잠을 조금 미루고 다른 것을 할 생각을 하며 제 방으로 들어가 서랍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가져온 책들 중에 마법 서적을 꺼냈다. 그리고 레오나르가 방에 데려다 놓은 것인지 고양이가 어느새 아리아의 발치에 다가와 그녀의 발에 제 얼굴을 비볐다.

 

  “아, 고양이로 해 봐야지.”

 

  꺼낸 책을 책상에 잘 펴두고 아리아는 고양이를 품에 잘 안았다. 마법 서적을 한 번 쭉 훑어본 아리아는 고양이의 발목에 묶여있는 붕대를 풀었다. 붕대를 풀자 붉게 보이는 고양이의 상처가 드러났다. 아리아는 상처 위에 손을 가볍게 얹고 입을 열었다.

 

  “[상처는 꽃잎, 시간은 나비, 춤을 추듯 나비가 꽃에 앉네.]”

 

  그녀가 새로운 주문을 외우자 흰색의 흐릿한 나비가 어느 순간 생기더니 고양이의 상처에 딱 앉았다. 그리고 나비가 정말로 꿀을 가져가듯 날개 짓을 하며 날아가자 상처가 사라졌다. 아리아의 치료 마법이 성공한 것이다. 고양이는 제 상처가 사라진 것이 신기한지 제 다리를 꼼지락 거렸다.

 

  “성공…아.”

 

  성공에 좋아할 때 그녀는 손등이 따가워지고 뜨거움을 느꼈다. 마치 제 손등이 타들어갈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제 손등을 꽉 움켜쥐었다. 고통이 같이 동반되고 그녀는 작게 신음을 질렀다.

 

  “으, 악….”

 

  하지만 그 고통도 아주 짧았다. 고통이 사라진 아리아는 서둘러 제 손등을 살폈다. 아리아의 손등에는 마치 꽃 같은 모양의 아름다운 붉은색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직감했다. 이것이 바로 상급의 증거인 ‘흔적’이라는 것을.

 

  그간 ‘흔적’이 생기지 않은 것은 치료계의 마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공격, 보조만 할 줄 알았지 마지막 계열인 치료계열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흔, 적이다.”

 

  아리아는 제 손등에 나타난 흔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고양이를 쳐다보았다. 아리아는 제 다리에 앉아 있는 아기 고양이를 번쩍 들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제 손등을 보았다. 흔적이 없어졌다가 다시금 생겨났다.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건가. 좋네.”

 

  방의 불을 끈 아리아는 침대에 풀썩 누웠다. 조금, 내일이 기대가 되었다. 아카데미라는 곳은 책으로만 보던 이상적인 곳일까 하고 말이다. 아리아는 눈꺼풀이 점점 내려가고 그녀의 숨이 고르게 쉬어졌다. 아기 고양이는 아래에서 돌다가 폴짝 뛰어 아리아의 침대로 올라갔다. 그리고 아리아의 머리맡에 자리를 잡고 둥글게 누워 제 배에 머리를 묻은 체 잠에 들었다.

 

 

 

  아리아는 세라의 깨움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세라는 빙그레 웃으며 아리아에게 말했다.

 

  “아리아 님, 아카데미에 갈 준비하셔야죠. 얼른 일어나세요.”

 

  “……알았어.”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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