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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57화
작성일 : 19-11-03 23:29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7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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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중년 여성이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또다시 담배갑을 꺼냈다.

 

  “담배가 거의 다 떨어졌네. 하다못해 그 녀석에게 담배 한 개라도 두고 가라고 하는 건데.”

 

  “그 녀석한테서 뭘 느낀 거야? 그리고 녀석이 가져온 저건 도대체 뭐야?”

 

  상훈이 칼 꽂힌 식탁을 가리켰다. 주먹만한 무전기 한 개와 알 수 없는 장치가 놓여 있었다. 중년 여성이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그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보면 몰라? 저 녀석은 혼자가 아니야. 분명히 뒤에 숨겨진 거대한 집단이 존재하고 있을 거야. 놈이 품 속에 숨기고 있던 *워키토키(무전기)만 봐도 알 수 있어. 방금 그 녀석은 정찰병일 거야. 분명히 이 집에 몇 명이나 살고 있는지, 또 어떤 녀석들이 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보냈겠지. 이제 곧 놈의 보고를 받은 수십 명의 동료들이 우릴 집어삼키러 올 거야. 수적 우세를 앞세우고 떼거지로 몰려들어서 이 집을 불태우고 우릴 모조리 죽일 거야. 젠장, 놈이 숨긴 워키토키를 봤을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중년 여성의 표정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봄이는 식탁으로 다가가 바닥에 엎질러진 촛농과 부러진 양초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타다 만 양초의 심지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중년 여성의 말을 듣고 창가를 내다보던 상훈이 그들에게 돌아와서 말했다.

 

  “집으로부터 나갈 수 있는 모든 통로는 다 살펴봤는데,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는 보이지 않아. 지금이라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을 텐데..... 어쩌면 놈이 아직 이곳을 빠져나가지 않았을지도 몰라.”

 

  상훈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중년 여성이 그를 가로막았다.

 

  “아직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지금 나가서 어쩌려고?”

 

  “어쩌긴, 녀석을 붙잡아야지.”

 

  “만약 놈이 자기를 따라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봄이는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로 그 외눈박이 남자가 번뜩이는 칼을 든 채로 작은 집 현관문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지금 당장만큼은 자신도 따라 나서서 상훈을 뜯어말리고 싶었다.

 

  중년 여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훈을 지나쳐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상민이 말했다.

 

  “그게 정말이야? 녀석들이 이리로 들이닥친다고? 확실한 거야?”

 

  “확실하지는 않아. 아직까지는......”

 

  중년 여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식탁에 놓인 무전기에서 찢어지는 잡음이 울려퍼졌다. 알아들을 수 없는 잡음이 지지직거리는가 싶더니 곧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낯설긴 했지만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왜........없.............”

 

  계속해서 알아듣지 못할 잡음만을 토해내던 무전기가 이내 뚝 끊겨버렸다. 중년 여성은 이미 표정이 굳어 있었고, 상훈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 확실해졌군.”

 

  중년 여성이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렸다.

 

  봄이는 혼란스러웠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돌아서는 중년 여성이 사실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아까 전 봄이에게 보여주었던 온화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서리에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차가웠다.

 

  가만히 서서 중년 여성의 눈치를 살피던 상민이 말했다.

 

  “이제 정말로 슬슬 집을 옮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식탁으로 향하던 중년 여성이 멈칫했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집 안의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가긴 어딜 가. 난 여기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안 나갈 거야.”

 

  중년 여성이 그렇게 말하고는 의자를 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봄이가 그녀의 행동에 어리둥절하는 사이 상민이 그녀를 지나쳐 식탁으로 향했다.

 

  “어머니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이건 꽤나 심각한 문제야. 누군가가 좋아서 여기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 있는 게 정말 특별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야. 이미 이 집은 많은 생존자 무리들에게 알려졌어. 이 마을에 남은 거의 모든 생존자들이 이곳을 쳐다보면서 칼을 갈고 있을지도 몰라. 이제 더 이상 그런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어. 도대체 왜 우리 집만을 고집하는 거야? 이 집을 떠나서 다른 좋은 곳을 찾아보자. 분명히 물자가 많이 남아 있으면서도 몸을 숨기기도 좋은 장소가 있을 거야.”

 

  그 말을 듣자마자 중년 여성이 상민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봄이는 순간적으로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온 머리카락이 쭈뼛거렸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중년 여성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봄이는 숨을 죽이고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봄이의 예상과는 다르게 중년 여성은 난데없이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웃던 그녀는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고 말했다.

 

  “그러는 넌 왜 이 집을 떠나려고 하지? 무엇 때문에? 이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니면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것 같은 사냥꾼들과 맞닥뜨리는 게 두려워서?”

 

  상민이 얼버무릴 틈조차 주지 않고 중년 여성은 계속 이야기했다.

 

  “두렵니? 두려워? 뭐가 두렵지? 녀석이 자기 동료들한테 돌아가서 꼬마 둘, 어른 둘밖에 없는 이 집을 공격하자고 말할 게 두렵니? 아니면 녀석들이 잔뜩 들고 올 번뜩이는 칼날과 기다란 쇠 파이프와 마주하는 게 두려워?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워? 그런 되도않는 하찮은 두려움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그냥 지금 당장 혀를 깨물고 죽어버려. 이 변해버린 세상에서 고작 죽음 따위가 두렵다는 약해빠진 놈들은 살아 있을 가치도 없고, 어차피 오래 살아남지도 못해. 놈들이 곧 들이닥칠 테니 도망치자고? 어디로 도망치게? 도망칠 수는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죽을 곳은 여기야. 차가운 땅바닥도 아니고, 아무도 모르는 잊혀진 구덩이 속도 아니고, 꼴사납게 도망치다가 마주한 막다른 골목도 아니야. 바로 우리 집이지. 우리가 죽을 곳은 여기뿐이야.”

 

  그녀의 말에 상민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맞받아쳤다.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지 마. 죽긴 누가 죽는다는 거야? 그 일 때문에 여기 남아있고 싶어한다는 건 알겠지만, 이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문제잖아. 이미 우리에게는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어. 그 시간은 방금 전까지도,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이 자리에서 명예롭게 죽겠답시고 개죽음 당하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야. 그 전에 명예로운 죽음 따위가 있을 것 같아? 그냥 전부 개죽음일 뿐이야. 이곳에 남아 뻔히 알고 있던 공격을 받아 싸우다 죽든,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죽든 결국 개처럼 죽는 건 똑같아. 중요한 건 어떻게 죽느냐가 아니잖아? 우리는 죽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야. 살기 위해서 여기까지 버텨온 거잖아. 안 그래?”

 

  듣다 못한 상훈이 그들을 제지하려고 나섰다. 중요한 것은 상민이 말했던 대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중년 여성과 상민이 다투는 동안 시간은 또 그만큼 흘러갔다. 지금 봄이가 중년 여성이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명예로운 죽음 같은 건 없다고? 어떻게 죽든지간에 죽으면 다 개죽음이라고?”

 

  중년 여성이 한층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여기 남아서 죽어도 개죽음이고 도망치다 죽어도 개죽음이라면, 나는 여기 남겠어.”

 

  중년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식탁 깊숙이 꽂힌 칼을 거칠게 뽑아 다시 코트 속으로 집어넣었다.

 

  봄이는 중년 여성이 어째서 그렇게까지 이 집에 남기를 원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했던 말을 미루어보아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에는 다 까닭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까닭을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알아들었으면 어서 움직여.”

 

  중년 여성이 상훈에게서 엽총을 받아들었다. 이미 그녀의 눈동자는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린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을 거니까.”

  중년 여성이 상훈에게서 엽총을 받아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린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을 거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상민의 얼굴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구겨졌다. 그의 입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 듯 움직였다가 닫혔다. 당장 불만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인 가족 사이에서 언쟁을 벌여봤자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상민 역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어머니께 아무런 이견도 제기하지 않았다.

 

  중년 여성이 상훈에게 눈길을 보냈다.

 

  “2층으로 올라가서 공구 상자랑 남아 있는 탄약을 가져와. 그리고 너희 둘, 바깥에 나가서 쓰레기를 주워 담아.”

 

  그렇게 말하는 중년 여성의 말투는 무겁고 투박하기만 했다. 마치 거칠고 메마른 전쟁터 한가운데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 같았다.

 

  상훈이 가버리자 그녀의 기세에 눌린 상민도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렸다. 그가 현관 밖으로 나가려 하는 순간 중년 여성이 그를 멈춰세웠다.

 

  “잠깐 기다려.”

 

  상민이 돌아보자 중년 여성이 총을 든 채 그를 지나쳐 문밖으로 나갔다. 바깥으로 나간 중년 여성은 주위를 한 바퀴 빙 둘러보고는 상민에게 손짓했다.

 

  “이제 나와도 돼.”

 

  그러자 상민도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봄이도 얼떨결에 그를 따라나섰다. 현관 밖으로 나가자 어지럽게 굴러다니는 빈 깡통들과 반쯤 열린 철제 대문이 눈앞에 보였다. 작은 집에 들어오기 전 보았던 광경이었다. 봄이는 중년 여성이 말한 ‘쓰레기 주워담기’가 이 빈 깡통들을 치우라는 뜻인지 궁금해졌다.

 

  “쓰레기를 주워 담으란 게 무슨 뜻이죠?”

 

  봄이가 묻자 중년 여성이 대답했다.

 

  “상민이가 알려줄 거야.”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 마당에는 봄이와 상민 둘밖에 남지 않았다. 상민은 봄이를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깡통을 줍기 시작했다. 그러자 봄이가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왜 깡통들을 주워담고........”

 

  “왜긴 왜야.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여? 저길 봐.”

 

  상민이 투덜거리며 철제 대문을 가리켰다.

 

  “저게 보여? 대문 손잡이에 밧줄이 매어져 있지? 물론 지금은 풀려 있지만 이걸 전부 주워담고 나면 저 밧줄을 단단히 묶을 거야. 저 밧줄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봐봐. 대문을 포함한 반경 몇 미터로 이어져 있지.”

 

  상민의 손가락이 철제 대문에서부터 조금 위로 올라갔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봄이의 눈동자도 그의 손가락을 따라 올라갔다.

 

  “......이제 이 깡통들을 이 종이 상자에 전부 채워넣고 대문 위에 안 보이도록 매달아 둘 거야. 물론 대문 손잡이와 이어진 밧줄로 묶은 채로 말이야. 그러면 이 대문 손잡이가 누군가에 의해 당겨진다면 어떻게 될까?”

 

  “요란하게 쏟아지겠죠.”

 

  “맞아, 이를테면 구식 경보장치 같은 거야. 조금 원시적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효과가 있어. 가끔가다 밧줄을 단단히 묶어두지 않아서 멋대로 쏟아져서 경보를 울리기도 하지만 괜찮은 방법이야. 이렇게 하면 적어도 넓은 대문으로부터 몰래 침입당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어. 대문 바로 위에서 쏟아지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살상 효과도 있어. 한번은 그 살상력을 극대화하려고 빈 깡통 대신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나 망치나 못 같은 공구를 넣어 본 적도 있었어. 살상력은 뛰어났지만 유리 조각 같은 경우는 다시 회수하기가 어렵고, 망치나 톱 같은 공구들은 너무 무거워서 종이 상자가 금방 찢어져 버렸어. 그렇다고 튼튼한 철제 상자를 매달자니 밧줄이 견디지 못하고 풀리거나 끊어져 버렸어.”

 

  봄이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봄이가 홀로 지내던 시절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 놓았던 적이 있었다. 봄이는 공구를 다룰 줄 몰랐고, 대부분의 빈 집에는 외부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만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봄이는 늘 집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흔적을 지웠다. 빈 집은 넘쳐났고 문이 잠기지 않거나 파손되어 있는 집도 얼마든지 많았다. 문 손잡이가 파손되어 있는 집은 사실상 외부의 공격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에 봄이는 그런 집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다.

 

  봄이는 대부분의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부엌칼이나 날붙이 따위를 눈 속에 파묻어 두는 것으로 침입자들에 대처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봄이 자신도 칼을 어디에 묻어 놓았는지 알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조심해야만 했다. 봄이는 주로 늘 가지고 다니던 수첩에 함정의 위치를 적어놓고는 했지만 그 수첩은 예전에 벌어졌던 죽음의 추격전 끝에 잃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이제 더 이상 필요도 없게 되었지만.

 

  봄이는 쭈그려 앉아 묵묵히 깡통을 주워담는 상민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봄이에게 물었다.

 

  “알았으면 뭐 해? 도와주지 않고.”

 

  봄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반말해도 되죠?”

 

  “뭐라고?”

 

  상민은 손에 쥔 깡통도 떨어뜨리고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봄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봄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나이 차도 얼마 안 나는 것 같은데 편하게 말 까죠.”

 

  봄이의 말을 듣다 못한 상민이 벌떡 일어섰다.

 

  “너 말이야, 내가 좆만하냐? 형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길거리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을 년이 어디서 건방지게......”

 

  상민이 그렇게 말하며 봄이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봄이는 그보다 약간 작은 체구였음에도 전혀 눌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말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형은 널 좋게 봐줄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야. 적어도 위 아래는 가려야 할 것 아니야. 한 번만 더 그딴 건방진 소리 했다간.......”

 

  “왜요, 한 대 치게?”

 

  상민이 눈을 부라렸지만 봄이는 눈썹조차 까딱하지 않고 맞섰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봄이는 상민의 오른손 주먹이 꽉 쥐어진 채 떨리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뻔히 보이는 공격법이었다. 예전에 봄이가 동급생들과 다툼을 일으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래의 대부분은 곧 공격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들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봄이는 그가 오른손을 날리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하기 위해 왼팔과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봄이가 반격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그 순간, 봄이를 매섭게 노려보던 상민은 굳게 쥐고 있던 주먹에서 힘을 빼고 그녀에게서 돌아섰다.

 

  “됐어. 바보 같은 멍청한 꼬맹이랑 엮여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봄이는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봄이를 더러워서 피했든, 차마 때리지 못해서 피했든 봄이는 그에게서 한 가지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상민이 봄이를 위해 한 걸음 물러서 주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그를 지켜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봄이가 말했다.

 

  “도와줄게.”

 

  그러나 상민은 그런 봄이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너 정말로 가만 안 둘 거야.”

 

  한동안 그들은 함께 쭈그려 앉아 말없이 깡통을 종이 상자에 주워담기만 했다.

 “도와줄게.”

 

  그러나 상민은 그런 봄이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너 정말로 가만 안 둘 거야.”

 

  한동안 그들은 함께 쭈그려 앉아 말없이 깡통을 종이 상자에 주워담기만 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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