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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50화
작성일 : 19-11-03 23:10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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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남자가 흥분해서 소리치자 상훈은 꽉 움켜잡았던 남자의 멱살을 놔주었다. 그럼에도 남자는 아직 진정이 되지 않았는지 벽에 반쯤 기대 누운 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저씨, 뭐 해요? 얼른 붙잡아요!”

 

  부딪힌 충격이 꽤나 셌었는지 봄이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그런 봄이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두 남자는 그저 가만히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가쁜 숨을 내쉬며 소리쳤다.

 

  “내 말 안 들려요? 저 새끼가 내 총을 빼앗아 갔다구요!”

 

  반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던 남자가 상훈에게 물었다.

 

  “누구야, 저 애는?”

 

  “돌아다니다가 만난 녀석이야. 말하자면 길어.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그렇게 꼴사납게 나자빠져 있을 거야?”

 

  상훈이 그렇게 말하며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남자는 손을 내저으며 스스로 벽을 붙잡고 일어섰다. 남자가 말했다.

 

  “형은 날 죽이려고 했어.”

 

  “그 전에 네가 먼저 날 죽이려고 했지.”

 

  상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맞받아치자 남자는 몇 걸음 걸어나와서 재킷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탈탈 털어냈다. 남자는 찡그린 눈으로 봄이를 힐끗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상훈에게 물었다.

 

  “형, 내가 지금 이 상황이 정말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가만히 있지만 말고 무슨 얘기라도 해 봐. 사흘 안에 돌아오겠다고 해 놓고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도 얼굴은커녕 코빼기도 안 비췄잖아. 그리고 저 여자애는 또 누구야? 그리고 쟤는 도대체 뭐길래 진짜 총을 가지고 다니는 거야?”

 

  “내 총 내놔, 이 개새끼야!”

 

  “봄아, 괜찮으니까 그만 진정해.”

 

  대답할 틈도 없이 봄이가 남자에게 덤벼들려고 하자 상훈이 끼어들어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의 제지에 봄이가 잠깐이나마 성질을 누그러뜨리자 상훈은 낮게 한숨을 쉬며 남자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저 애 물건은 돌려줘.”

 

  상훈의 말을 들은 남자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불만을 토해냈다.

 

  “형, 저 녀석이랑 형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니야. 잘 생각해 봐. 이건 진짜 총이야. 처음 손댈 때부터 알았어. 형도 총이 어떤 건지 잘 알잖아. 이런 물건을 저 꼬맹이한테 다시 넘겨주자고? 고등학생도 안 돼 보이는 저 여자애한테?”

 

  남자의 말을 듣고 열받은 봄이가 다시 소리치려 하기도 전에 상훈이 대답했다.

 

  “그건 원래부터 저 녀석 거였어. 걱정 마. 그 위험성은 누구보다 잘 아는 녀석이니까. 무엇보다 지금 저 녀석한테 돌려주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 귀찮아질 거야.”

 

  남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다가 결국에는 권총을 땅에 내려놓고 봄이가 있는 쪽으로 굴렸다. 그녀의 가방 역시 봄이의 발밑으로 던져 내팽개쳤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말해 봐.”

 

  그는 상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대답을 재촉했다.

 

  “나가서 얘기하자. 우리한테 차가 있어. 이제 집으로 돌아갈 거야.”

 

  상훈이 닫히다 만 철제 문을 손바닥으로 밀어 열었다. 남자는 옷을 몇 번 더 털어내더니 엉망진창하게 널려 있는 빈 스프레이 통 더미로 돌아가서 벗겨진 모자를 집어들었다.

 

  “차라고? 맙소사, 어디에서 구한 거야?”

 

  상훈의 말뜻을 이해한 남자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일이 조금 있었는데, 그마저도 지금 남은 기름이 얼마 없어서 여기 잠깐 들렀어. 그런데 지금 네 꼴을 보니까 아무래도 글른 것 같군.”

 

  남자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지하실 계단을 올라가던 상훈을 따라가며 코웃음쳤다.

 

  “설마 이런 곳에 아직도 기름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보기보다 멍청하구나. 기름은 내가 오기 훨씬 전부터 이미 동나 있었어. 누가 가져갔는지는 몰라도 정말 잽싼 녀석들이야. 이런 아무도 없는 황무지와도 같은 동네에 누가 와서 기름을 훔쳐갈 생각을 하겠어? 난 기름은커녕 기름 냄새도 못 맡아 봤어.”

 

  바깥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밀어젖힌 상훈이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도대체 이 아무도 없는 도로 한가운데 지하실에서 무슨 사회 부적응자마냥 처박혀 있던 이유가 뭐야?”

 

  상훈의 말에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맞받아쳤다.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형을 찾으러 나온 거지. 형이 돌아온다고 한 날에서 벌써 사흘이 다 돼가고 있어.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도대체 그 동안 어디서 뭘 했던 거야?”

 

  상훈은 남자의 말에 목소리를 차분하게 내리깔았다.

 

  “집에는 별다른 소식 없지?”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어. 집에 남은 물자가 거의 다 떨어졌어. 지금 집에 남아있는 식량으로는 두 명이 버티기 힘들어. 사실 내가 집을 나온 건 형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자를 구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어. 형은 어때? 꽤 멀리까지 나갔던 것 같은데.”

 

  상훈은 조용히 시선을 떨어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까지 계속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기만 하던 봄이는 남자의 눈썹이 조금 올라가는 것을 보고 그가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봄이의 예상과는 달리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상훈을 이해해 주었다.

 

  “그래,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 집으로 돌아가자.”

 

  봄이는 그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 또 한편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된 알 수 없는 연결고리가 그녀의 존재를 세상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았다. 봄이는 그들에게서 묘한 소외감을 느꼈다.

 

  봄이는 발 밑에 떨어진 가방과 망토를 주워들고 조용히 그들을 뒤따랐다. 그들은 봄이가 타고 왔던 차량에 기대어 서서 뭐라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봄이는 그들만의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멀찍이 떨어져서 걸었다. 그들은 봄이의 존재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이야기 끝에 그들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상훈이 차량 운전석에 탔고, 다른 남자는 조수석에 탑승했다. 봄이는 멀찍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 또 괜한 심술이 올라오려고 했다. 봄이는 이대로 가만히 서서 상훈이 자신을 부를 때까지 영영 그들을 따라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봄이는 쓸쓸한 주유소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부여잡은 망토 끝자락이 또다시 바람에 펄럭였다. 봄이는 자신이 살았었던 세계의 과거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경적을 울리며 도로를 가득 채우는 차량들, 북적이는 인도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그렇게 이루어진 도시에 남아있던 한 줌의 생기조차도. 그 무엇도 지금 봄이의 눈동자에는 비치지 않았다.

 

  그 순간 봄이의 등 뒤에서 그녀가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봄아, 이제 출발할 거야.”

 

  그 소리를 들은 봄이는 차량으로 향하며 마지막으로 텅 빈 주유소를 돌아보았다. 불이 꺼진 주유소 간판이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봄이 역시 자신도 모르게 그것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과거에 남아버린 그 세계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 세계는 끝내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겠지.

 

  봄이는 더 이상 미련을 남기지 않고 몸을 돌려 차량으로 향했다.

 

 * * *

 

  조용하던 허공에 엔진 소리가 서서히 울려퍼졌다. 봄이는 차량 뒷자석의 문을 열고 들어가 좌석의 중앙에 다소곳이 앉았다. 뒷자석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운전석에 앉은 상훈은 정면의 계기판을 손보고 있었고, 조수석에 앉은 남자는 신기하다는 듯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벨트를 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봄이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물론 봄이 쪽이 조금 더 빨랐다.

 

  아까와는 다른 차가운 좌석의 냉기에 열을 빼앗긴 봄이의 몸이 움찔거렸다. 바깥뿐만 아니라 차량 내부에서도 입김이 멈출 줄을 몰랐다. 봄이의 이빨이 추위로 인해 경련하여 딱딱 부딪혔다. 가죽 망토를 굳게 부여잡고 몸을 와들와들 떠는 봄이를 상훈이 돌아보고 나서 중얼거렸다.

 

  “그래도 올 겨울은 저번보다는 많이 풀렸어.”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맞받아쳤다.

 

  “그건 아니지. 이번에 날씨가 풀렸다기보다는 저번 겨울이 유난히 심했었던 거야. 이 정도면 낮게 잡아도 평범한 수준이지. 그 사태가 조금만 더 일찍 터졌어도 아마 지금 남아있는 생존자들 중에서 반이나 더 얼어 죽었을 거야. 지금도 동사자랑 아사자가 발생한다는 소문이 간간히 떠돌고 있는 마당에......”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훈이 그의 말을 잘랐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앞이나 봐. 저거 보여?”

 

  상훈이 그렇게 말하며 손바닥을 들어 셔터가 완전히 내려온 3층 높이는 되어보이는 건물을 손바닥으로 가리켰다. 조수석에 앉은 남자는 목을 빼고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찡그렸다.

 

  “예전에는 저 건물을 돌아서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잡동사니들이 길을 완전히 막아버려서 저기로는 못 가. 좋은 방법 있어?”

 

  상훈이 묻자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일단 밟아. 자세한 길은 가면서 안내해 주지.”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봄이의 몸이 앞으로 붕 쏠렸다. 조수석의 남자는 가끔 상훈에게 뭐라고 속삭이며 손짓을 하는 것 외에는 조용히 앉아있기만 했다. 상훈은 남자의 말에 기계처럼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봄이가 앞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든 순간 이쪽을 쳐다보던 남자와 그녀의 눈이 다시 한 번 마주쳤다.

 

  봄이가 재빨리 그의 눈을 피하려 하는 순간 그녀에게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아까는 미안했어.”

 

  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말에 화들짝 놀란 봄이가 벙찐 눈으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코에 흉한 상처가 있다는 점만 빼면 그의 얼굴은 티끌 하나 없이 말끔해 보였다. 또 봄이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앳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세상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그의 검은 머리는 오랜 기간 손보지 못해 헝클어져 있었으며, 그의 어깨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송이가 여기저기 앉아 있었다.

 

  봄이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아서 한동안 차량 내부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 그녀는 대놓고 피하지는 않고 어딘가 뚱한 눈으로 그의 얼굴을 가만히 노려보고만 있었다. 남자는 그런 봄이의 시선이 불편했는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나서 부스럭거리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유상민이야. 이름이 뭐야?”

 

  상민의 물음에도 봄이는 조금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잡아줄 사람이 없는 그의 손바닥이 점점 아래로 떨어지다가 거두어졌다. 상민이 아까 전 들이쉬었던 공기를 한숨에 내뱉고 나서 앞으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봄이가 대답했다.

 

  “봄.”

 

 
작가의 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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