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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8.작은 집 전투
작성일 : 19-11-03 23:22     조회 : 11     추천 : 0     분량 : 7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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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작은 집 전투

 

 

  봄이가 뒷좌석에서 다시 창 밖을 내다봤을 때에는 눈부신 태양빛이 그녀의 눈을 직접적으로 비추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주택가 베란다 창살에 맺힌 고드름들도 제각기 햇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뒷좌석의 유리창은 앞좌석과는 다르게 곧바로 내리쬐는 자외선을 그다지 잘 막지 못했다. 봄이는 빙벽등반을 할 때에는 자외선을 차단할 고글이 필수적이라는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는 좀처럼 유리창 너머로 걸린 시선을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씩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리던 눈송이들이 봄이가 내다보던 유리창 표면에 달라붙어 녹아내렸다. 봄이가 밟고 있던 차량 밑바닥은 이미 그녀의 낡은 운동화에서 흘러나온 물기 때문에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들이 탄 차량은 좁은 주택가로 들어섰다. 아직까지는 해가 지평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좁고 낮은 주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거리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서인지 어둑어둑하고 음침해 보였다. 여전히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텅 빈 거리였다. 그렇지만 봄이는 그 광경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봄이는 차량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상훈이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이었다. 그는 차량을 완전히 세운 뒤에 앞좌석 등받이를 뒤로 확 젖히고 말했다.

 

  “상민아, 네가 슬슬 내려서 가야겠는데.”

 

  “그럴게.”

 

  상민이 그렇게 말하며 몸에 걸린 벨트를 풀고 나서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행동에 궁금증을 느낀 봄이가 의아해하며 상훈에게 물었다.

 

  “아저씨, 왜 갑자기 가다 말고 한 사람이 내려서 가야 하죠?”

 

  봄이의 질문에 상훈이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멀리서부터 우릴 감시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의 말에 봄이는 자신도 모르게 새카맣게 앉아 있던 까마귀들이 떠올랐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봄이가 다시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예요?”

 

  “글쎄 뭐랄까, 곧 알게 될 거야.”

 

  상훈이 대충 대답하고는 등을 돌리려는데 봄이가 그의 어깨를 붙잡아 세웠다.

 

  “계속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얼버무리려고만 하지 말고 알려 주세요. 다 알고 계시잖아요. 왜 자꾸 숨기려고만 해요? 아는 것 있으면 좀 털어놔 보라구요.”

 

  봄이가 재촉하자 상훈은 좌석 등받이 위에 팔꿈치를 걸쳐올렸다. 그는 왼손으로 턱을 한 번 쓰다듬고 나서 창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유리창을 손등으로 똑똑 두드리며 말했다.

 

  “바깥을 한 번 내다 봐.”

 

  봄이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순순히 따랐다. 차량 내부에 떠다니던 공기마저 얼어붙은 채 물방울이 맺혀 있는 차디찬 유리창에 손을 짚었다.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손바닥이 쓰라렸다. 별다른 점을 눈치채지 못한 봄이가 상훈에게로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아무 것도 없는데요.”

 

  뜻밖에도 상훈은 봄이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아무 것도 없어.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나 버리고 주인 없는 텅 빈 건물들만 수십 채 남아있을 뿐이야. 눈을 씻고 둘러봐도 도저히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 풍경이지. 그런데 봄아, 분명히 아무 것도 존재하지 말아야 할 이 주택가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네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해 봐. 기분이 어때?”

 

  그의 말의 의미를 조금도 알아듣지 못한 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그를 바라보자 상훈이 얼굴을 낮게 일그러뜨리고 몇 마디 덧붙였다.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돼. 너는 분명히 이 쥐새끼 한 마리 없는 주택가 한가운데서 무슨 일이 있겠느냐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하지만 그건 전부 사실이 아니야. 눈을 크게 뜨고 둘러봐.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걸까?”

 

  가만히 앉아서 듣고만 있던 봄이는 그의 난데없이 진지한 태도가 너무나도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상훈이 한 마디 더 덧붙이려 하는 순간 누군가가 차량 바깥에서 주먹으로 유리창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형, 뭐 하고 있어? 안 갈 거야?”

 

  유리창을 두들기는 소리에 깜짝 놀란 나머지 안 그래도 잔뜩 긴장하고 있던 봄이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그제서야 상훈은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또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의 목소리와 동시에 차량이 천천히 나아갔다. 결국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는 봄이의 얼굴이 실망스런 기색으로 가득 찼지만 더 이상 캐물으려고 들지는 않았다. 이 상황에서 더 집요하게 묻는다고 해도 이 남자는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또한 그가 말한 곧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서이기도 했다. 어차피 곧 알게 될 사실이라면 벌써부터 굳이 알려고 들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상훈은 그 이후로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더 이상 이야기에 흥미가 떨어진 봄이는 가만히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로 창 밖을 내다보고만 있었다. 차량의 속도는 아주 느렸는데 아마도 내려서 걷는 상민의 걸음걸이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봄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 도중 상훈이 차량을 완전히 멈춰세웠다.

 

  “인제 다 왔어. 여기서부터는 너도 내려서 상민이랑 같이 있어. 나는 이 덩치를 숨길 만한 장소를 좀 찾아봐야겠어.”

 

  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문 레버를 젖혀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콧등에 감도는 차갑고 삭막한 바깥 공기의 감촉이 느껴졌다. 바깥 땅에 발을 내려놓자마자 봄이는 푹 빠지는 길바닥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녀는 땅바닥을 내려다보기 전까지 푹푹 빠지는 발목이 수북이 쌓인 눈 때문이었는지, 지저분한 흙탕물과 섞여 흐르는 진흙 더미 때문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봄이가 오른손에 움켜쥐고 있던 망토 자락이 땅바닥에 질질 끌렸다. 그녀는 망토를 제대로 뒤집어쓸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주택가를 바라보았다.

 

  세상이 변해버렸을 때,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세상이 변해버리고 난 후의 도시 풍경에 대해 묻는다면 틀림없이 그들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시가지를 제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폭격기 편대가 쏟아붓고 지나간 폭탄에 허물어진 건물이라던지, 탄도 미사일에 의해 땅이 움푹 패인 채 완전히 무너져 내린 건물들처럼 지옥같은 광경을 떠올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봄이가 올려다보는 건물들은 하나같이 긁힌 자국조차 없이 멀쩡했다. 폭격을 당해 반쯤 허물어진 건물 같은 것도 없었다. 모든 건물들은 표면이 말끔했고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인간들이 창조해낸 그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그 색이 바래지도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들을 만들어낸 인간들은 그 위대한 창조물들만을 남긴 채로 단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자취를 감춰버렸다.

 

  수많은 주택들이 제각기 마주보고 있었고, 집집마다 있는 철제 대문들은 모두 굳게 잠겨 있었다. 대부분의 도로에는 눈이 거의 다 파헤쳐져 있었지만 어느 주택 근처에는 한 쪽 구석에만 눈더미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도로 바닥에는 빈 병들이나 신문지 조각들만 굴러다녔다.

 

  텅 비어버린 도심가 뒤편에는 아치형으로 지어진 건축물 주위에 우뚝 솟아오른 교회 첨탑이 보였다. 봄이는 그 첨탑을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제야의 종소리를 떠올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도심가 한복판에서 금방이라도 성스러운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퍼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기다려도 교회 종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다.

 

  “건물들 창문을 그렇게 오래 쳐다보지 않는 게 좋을걸.”

 

  갑작스런 남성의 목소리에 봄이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상민이 능청스런 얼굴로 서 있었다.

 

  봄이는 그와 눈을 꽤 오랫동안 마주치고 있었다. 상민은 여전히 달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더니 그녀에게서 등을 돌려 멀어져갔다. 그가 말했다.

 

  “따라와.”

 

 * * *

 

  하늘에는 언제 드리웠는지도 모를 자욱한 안개가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는 봄이의 앞길을 방해하고 있었다. 끈적거리는 습기 짙은 안개 너머로는 지평선 한가운데에 걸린 태양빛만 어렴풋이 보였다. 그 외에는 건물의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봄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건물 그림자만을 보고 길을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민은 뿌옇게 드리운 안개 속을 성큼성큼 잘 헤치고 나아갔다.

 

  봄이는 잠자코 상민의 뒤를 따랐다. 그는 주택가 뒤편의 허름한 뒷골목으로 봄이를 데리고 갔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안 그래도 낮은 건물들의 창문에 끼어 있던 서리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좁은 샛길이 나타났다. 봄이는 샛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자신이 밟고 선 땅바닥이 점점 질퍽해지는 것을 느꼈다. 땅바닥에 쌓였던 눈이 거의 다 녹아서 비탈길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봄이의 낡은 운동화는 이미 얼음물에 모두 젖어버렸다.

 

  운동화 안으로 스며든 얼음물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봄이의 발바닥을 베어내려 했다. 봄이는 다리를 움츠렸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고작 발바닥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정도로 주저앉을 정도였다면 그녀는 애초부터 이러한 여정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봄이는 이러한 것에 익숙해진 건지는 모르지만 얼마 전부터 발바닥이 타는 듯한 고통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도 이것이 좋은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민은 뒤따라오던 봄이를 경계함과 동시에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허리를 반쯤 굽힌 채로 조심스럽게 앞장서던 상민이 멈춰 서더니 다시 봄이를 홱 돌아보았다. 봄이는 그러는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등 뒤를 공격당해 쓰러질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몇 발자국 나아가지도 않고 규칙적으로 그가 자꾸만 봄이의 등 뒤를 봐주었으니까.

 

  잠시 후 샛길에서 빠져나오자 양 옆으로 넓게 펼쳐진 큰 도로변이 나타났다. 사실 그곳은 도심가 중심이라기 보다는 황무지에 더 가까웠다. 봄이는 이 좁아터지고 흙탕물이 고여있던 샛길 뒤편에 그렇게 거대한 황무지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눈에 전부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활짝 트인 대지의 중심부에는 얼어붙은 거대한 분수대가 햇빛에 반들거리고 있었다.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는 이미 쏟아붓는 함박눈에 전부 파묻혀져 있었다.

 

  자꾸만 바람에 벗겨지려 하는 가죽 망토를 굳게 부여잡은 봄이의 손등이 빨갛게 물들었다. 나무 한 그루도 없이 주택가에 둘러싸인 채 삭막한 기운을 풍기고 있던 그 얼어붙은 황무지의 풍경이 흡사 거대한 혁명 광장처럼 느껴졌다.

 

  봄이는 건조한 바깥 공기에 의해 물기가 거의 말라버린 눈동자를 손등으로 비볐다. 그러자 눈 앞이 잠깐 어질어질하다가 이내 다시 눈동자의 초점이 돌아왔다. 봄이가 다시 눈을 뜰 수 있게 되었을 때, 적막한 하늘에 내려앉은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작은 집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봄이는 그 작은 집을 모르고 있었지만, 상민의 발걸음은 분명히 그 작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틀림없었다.

 

  잠자코 앞장서 가던 상민이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언제 봐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거리라니까. 안 그래?”

 

  봄이는 상민의 그 말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사람은 없었다. 상훈은 아직 일을 끝마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곳에는 봄이와 상민 둘뿐이었다.

 

  상민이 깊은 숨을 내쉬자 입 밖으로 새어나온 입김이 그의 얼굴을 잔뜩 감쌌다. 상민이 다시 한 번 봄이를 힐끗 돌아보고 나서 말했다.

 

  “그렇지, 아직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지금 네가 밟고 서 있는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그의 말을 듣고 흠칫 놀란 봄이가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 어디에도 핏자국 같은 건 없었다.

 

  상민은 그런 봄이를 언짢은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작은 집으로 걸어갔다. 안개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던 작은 집이 눈 앞에서 점차 선명하게 비춰졌다.

 

  짙은 남색 지붕(그마저도 눈에 덮혀 희뿌옇게 변해 있었다-)을 가진 작은 집은 기껏해야 2층 높이밖에 안 돼 보였다. 건물 벽면으로 보이는 창문들은 약간의 틈만 남겨놓은 채 죄다 나무판자로 덧대어 막아놓아서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대문 앞에는 족히 2~3미터는 되어 보이는 담벼락이 집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담 너머로는 집의 모습이 완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눈 쌓인 담벼락 표면에는 붉은 색 락카 스프레이가 잔뜩 칠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봄이는 걸음을 멈춰섰지만 상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집 대문으로 향했다.

 

  의아하게도 작은 집 마당으로 들어가는 철제 대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봄이는 그것을 본 상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상민이 철제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작은 집 현관문이 드러났다.

 

  올라가는 계단으로 이어져 있는 작은 집 현관 주위에는 수많은 빈 깡통들이 종이상자와 함께 굴러다니고 있었다. 상민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정말 위급한 상황이 닥치기라도 한 사람처럼 재빨리 현관으로 뛰어들어갔다. 현관 너머 집 안에서는 소리치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듣자 더욱 급박해진 상민이 집 안에다 대고 크게 소리쳤다.

 

  “어머니, 안에 있어?”

 

  상민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은 집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며 두꺼운 재킷을 입은 한 남성이 안에서부터 떠밀려 나왔다. 그 남성은 현관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던 상민과 눈이 마주치자 그만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꼴사납게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현관에서 몇 미터씩이나 나가떨어진 채로 눈밭을 구르다가 이내 주춤거리며 일어섰다. 그 남성의 존재를 뒤늦게서야 인식한 상민이 그에게 누구냐고 소리쳤지만 남성은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작은 집 대문을 쏜살같이 도망쳐 나왔다. 그는 찡그린 얼굴로 이를 까드득 갈며 자꾸만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 망할 년, 두고 보자.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그런 말을 몇 번이고 소리치던 남성은 작은 집으로부터 도망쳐 나오기까지 족히 몇 번은 미끄러져 넘어졌다. 봄이는 권총을 뽑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그 광경을 멍하니 서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꽁무니가 빠지도록 도망치는 남성을 현관문 앞에서 지켜보던 중년 여성이 겨누고 있던 기다란 엽총을 허리춤으로 내리며 말했다.

 

  “두 번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쓰레기 자식아.”

 

  그 중년 여성을 쳐다보던 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봄이의 팔뚝의 두 배는 될 만한 크기의 엽총을 두툼한 어깨에 단단히 견착시키고 있었다. 그녀가 어깨에서 힘을 풀자 엽총의 총구도 덩달아 아래로 내려갔다. 남성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현관에 서 있던 중년 여성이 물고 있던 담배를 옆으로 내던지고는 상민을 보며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상민이 왔니? 네 형은 찾았어? 그런데......”

 

  그렇게 말하던 중년 여성의 시선이 봄이에게로 옮겨갔다. 그렇지만 그녀가 든 엽총의 총구까지 봄이에게로 향하지는 않았다.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은 봄이의 생각회로는 목적지를 잃고 맴돌았다. 잠시 동안 그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봄이는 가슴이 미치도록 날뛰기라도 하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도무지 마땅히 꺼낼 말이 생각나지 않은 봄이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봄이에게 조여오던 그 불안감은 곧 애꿎은 상훈에 대한 원망감으로 바뀌어갔다. 그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길래 이렇게 늦나? 젠장, 그가 빨리 여기로 와줬으면. 어서 돌아와서 이 지옥과도 같은 분위기를 어떻게라도 해 주었으면!

 

  땀을 뻘뻘 흘리는 봄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중년 여성이 입 속에 남아있던 담배 연기를 뱉어내며 말했다.

 

  “그런데 넌 누구니?”

 
작가의 말
 

 감사합ㅈ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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