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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49화
작성일 : 19-11-03 23:07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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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등 뒤의 남자가 쇳덩이로 봄이의 관자놀이를 툭툭 건드렸다. 봄이는 눈동자를 굴려 자신의 관자놀이로부터 이어진 그것을 옆눈질로 흘겨보았다. 남자는 손가락을 구부려 뭔가를 쥐고 있었다. 맙소사, 그것은 방아쇠였다. 남자는 권총을 봄이에게로 겨누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정신없던 봄이의 심장이 귀에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쿵쾅거렸다. 온 몸의 털이 쭈뼛거렸다. 봄이의 팔과 다리는 이미 죽은 곤충의 시체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감히 소매로 닦아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등 뒤에서 남자의 발소리가 울렸다. 어쩔 때는 왼쪽 귀에서 크게 들리다가, 잠시 후에는 오른쪽 귀에 가깝게 들렸다. 봄이의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살펴보는 모양이었다. 그는 그녀의 관자놀이에서 총구를 치우고 다른 손으로 그녀가 뒤집어쓰고 있던 망토를 거칠게 잡아당겨 벗겼다. 그 순간 봄이가 아무렇게나 치마폭에 찔러 넣은 권총의 은빛 개머리가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손 위로 올려. 그 가방도 벗어서 이리 내놔.”

 

  봄이는 순순히 따랐다. 조심스럽게 가방을 벗어 땅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최대한 태연하게 보이기 위해 두 팔을 낮게 들어올렸다. 그러자 남자는 총구를 봄이의 등에 갖다댄 채 다른 손으로 봄이의 허리춤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봄이의 재킷 주머니로도 들어갔고, 치마 주머니로도 들어갔다. 봄이는 재빨리 권총을 뽑아 반격할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아무리 빠르게 권총을 뽑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뒤돌아 조준하기도 전에 봄이의 가슴이 먼저 꿰뚫릴 것이 분명했다.

 

  봄이의 몸을 한참 뒤적이던 남자는 곧 그녀의 치마폭에 꽂힌 권총을 발견하고 잽싸게 빼앗아갔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 봄이는 거의 자포자기해 버렸다.

 

  어둠 속에서 남자의 눈동자가 빛났다. 봄이의 권총을 빼앗아 든 남자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지고, 아무래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거 참. 조금만 더 한눈 팔았으면 내가 먼저 당했겠는데.”

 

  남자는 그렇게 중얼대며 자신의 권총을 가방 속으로 집어넣고 봄이의 권총으로 다시 그녀를 겨누었다. 여기서 봄이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눈 앞에 있는 총구가 더 문제였다.

 

  조용히 시간만 흘러갔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벌써 졸도해버릴 정도의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봄이는 그 순간조차도 남자의 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봄이의 눈앞에는 그녀가 한순간도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던 권총이 있었다. 그녀는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만 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늘 그녀를 도와주기만 했던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악마와 계약하기라도 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봄이는 그저 마음 속으로 권총에 마지막 남은 탄환의 주인공이 자신이 되지 않기만을 간절하게 빌었다. 두 손바닥을 모아 빌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실천하지는 못했다. 봄이가 꼼짝도 하지 않자 눈 앞의 남자가 그녀에게로 한 걸음 다가오고 나서 말했다.

 

  “그래도 운이 좋군. 서로 총을 가진 우리가 먼저 누굴 쏘거나 하지 않고 좋게 끝났으니 말이야. 다만 이런 건 여자애가 다루기에는 조금 위험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남자는 봄이에게 겨눈 총구를 내리지 않았다. 봄이는 여전히 두 손을 내리지 못한 채 총구를 힐끗 쳐다보고 나서 말했다.

 

  “이제 날 어떡할 거죠?”

 

  봄이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이 입 밖으로 나온 것을 알자 깜짝 놀랐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가 싶더니 그녀에게 정면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드는군. 그렇지만 한 번 정도는 꿇어앉고 울면서 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와 어둠에 가려 얼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목숨 구걸할 생각 없으니까 마음대로 하시지.”

 

  많이 해본 적 있는 말이었지만, 봄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정말로 죽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봄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 마디를 내뱉는 그 순간 숨통을 죄어오는 불안감과 긴장감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지려 하지 않았다.

 

  “서두르지 마. 굳이 그렇게 나서서 죽는 걸 자초할 필요는 없잖아? 아니지, 아니야. 보아하니 넌 꽤나 쓸모가 있어 보이는군. 그러면 어떻게 할까.......”

 

  봄이는 어딘가 기쁜 듯이 혼자서 중얼거리는 남자의 목소리를 가만히 서서 듣고만 있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남자의 목소리는 그다지 굵지 않았다. 상훈의 목소리에 비하면 그다지 낮은 편도 아니었다. 키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봄이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다.

 

  그가 봄이를 뒤에서 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당장 그녀를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의 목소리에는 허세가 가득 넘쳤다. 그렇게 생각하자 봄이에게 차츰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빠져나갈 기회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봄이는 아무 말도 없이 차분히 고개만 돌려서 남자의 경계가 풀어지는 그 순간에 틈이 생기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그 후로도 계속 뭐라고 중얼거렸다.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나타난 그의 키와 체형은 영락없는 고등학생 정도였다. 아무리 봐도 성인 남성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봄이는 예전에 상훈이 학교 근처에서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이 떠오르려고 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던 그 때, 그들이 있던 철문 밖에서 계단 삐걱이는 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등 뒤의 남자는 봄이의 후드 목덜미를 거칠게 잡아당겨 끌어안은 다음 들고 있던 권총을 봄이의 관자놀이에 갖다댔다. 봄이는 순간 머리가 어질할 정도의 긴장감에 심장이 멎을 뻔했다.

 

  “네 친구인가? 마침 잘 됐군. 저 친구도 이리 데려와.”

 

  남자가 턱을 까딱거리며 총구로 봄이의 관자놀이를 더 세게 짓눌렀다. 더 이상 봄이에게는 선택권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진정되지 않는 호흡을 가다듬고 문 밖으로 소리쳤다.

 

  “아저씨, 여기 좀 봐요.”

 

  밀폐된 지하실 공기를 타고 봄이의 높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자 밖에 있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봄아, 거기 있니?”

 

  “네, 여기 있으니까 얼른 뛰어와서 제가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좀 보세요.”

 

  봄이가 그렇게 소리치자 등 뒤의 남자가 조용히 욕설을 내뱉으며 끌어안고 있던 봄이의 몸을 더 세게 졸랐다. 하지만 봄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목구멍으로 침만 삼켰다.

 

  이윽고 무거운 철제 문이 쇠 가르는 소리와 함께 봄이의 눈앞에서 열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문 밖에서 밝은 손전등 빛도 새어 들어왔다. 봄이의 등 뒤에 서 있던 남자는 문이 열리자 순간적으로 권총을 그녀의 머리에서 치우고 열리는 문을 향해 겨누었다.

 

  철문이 완전히 열렸다. 열린 철문 밖에서 상훈이 손전등으로 안에 있던 두 사람을 비췄다. 등 뒤의 남자는 눈 따가운 빛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상훈에게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그 순간 봄이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녀는 어느새 손전등을 집어넣은 후였다. 그녀의 두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봄이는 눈 깜짝할 새에 옆으로 몸을 돌려 남자의 권총을 든 손목을 잡고 온 힘을 다해 비틀었다. 남자는 그녀의 돌발행동을 예상하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봄이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잡았다. 하지만 봄이는 눈까지 질끈 감으며 절대로 팔에서 힘을 빼려고 하지 않았다. 고통을 참지 못한 남자가 봄이의 정강이를 걷어찼지만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주저앉지 않고 버티며 남아있는 모든 힘을 이마로 끌어모아 힘껏 남자의 코를 향해 때려박았다.

 

  봄이는 타격의 후폭풍으로 인해 잠깐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남자는 코를 움켜쥔 채 몇 걸음 물러나며 스프레이가 잔뜩 칠해져 있던 벽에 등을 부딪혔지만 봄이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끝까지 손에서 권총을 놓치지 않았다. 실패였다.

 

  “이 씨발년이.......”

 

  남자가 욕설을 퍼부으며 봄이에게로 권총을 겨누었다. 봄이가 체념하려는 그 순간 상훈이 남자의 팔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어느새 그의 다른 손에는 봄이가 건넨 작은 칼이 들려 있었다. 상훈이 엄청난 힘으로 남자의 멱살을 움켜잡고 스프레이 통들이 쌓인 구석으로 남자를 밀어붙였다. 쌓여 있던 빈 통들이 와르르 무너지며 남자의 등이 다시 한번 벽에 몰렸다. 그와 동시에 거센 충격으로 인해 남자의 모자가 벗겨져 땅으로 떨어졌다.

 

  상훈이 남자의 팔을 붙잡은 채로 칼을 치켜들자 남자가 소리 질렀다.

 

  “잠깐, 기다려. 말로 하자고, 응?”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잠깐 동안 짤그락거리는 유리 조각 밟히는 소리만 들렸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난 상훈의 눈동자가 커졌다. 멱살을 붙잡힌 남자의 눈동자도 커졌다. 잠시 후 상훈은 조용히 치켜든 칼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민이냐?”

 

  멱살을 붙잡힌 남자도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형? 형이 왜 여기 있어?”

 
작가의 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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