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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마지막 봄
작가 :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9.10.4

(정통소설/피폐)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져내린 이후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아있는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흩어졌고, 얼어붙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불씨는 꺼져버렸다.

이 버려진 도시에 홀로 남겨진 소녀는 이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46화
작성일 : 19-11-03 23:03     조회 : 11     추천 : 0     분량 : 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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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내부에 전등을 켜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의 빛이라고는 차량 계기판에 점멸하는 규칙적인 빛 뿐이었지만, 봄이는 상훈이 지금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확신할 수 있었다.

 

  상훈이 밟던 발판에서 발을 옮겼다. 차량의 타이어에서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봄이는 자신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상훈은 차량을 완전히 멈춰세우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세워 놓았다. 가만히 멈춰있는 엔진 소리만이 울렸다. 봄이는 자신이 내뱉었던 말도 잊어버리고 지금 상훈이 하고 있는 행동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럼 내려.”

 

  상훈이 그녀를 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것은 마치 명령이었다. 내부에서는 어둠에 가린 그의 얼굴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뿜어내는 왠지 모를 위압감에 눌린 봄이는 처음으로 자신이 그에게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봄이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챙겼다. 그녀는 분명 철저한 자의식으로 행동하고 있었지만, 무의식 속 한 구석에서는 지금 자신이 하려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누군가에게 강제로 조종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맴돌았다. 그다지 달가운 기분은 아니었다.

 

  봄이는 조용히 차문을 열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눈송이가 섞인 찬 공기가 차량 내부로 스며들어왔다. 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바람도 제법 셌다.

 

  봄이는 막상 바깥을 보고 있자니 선뜻 나서기가 두려워졌다. 한순간이었지만 그녀는 괜한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서지 않는다면 자신의 체면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봄이는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차 밖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한기가 발바닥에까지 전해졌다. 봄이는 가만히 서서 자신의 눈앞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봄이의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가 보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까맸다.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눈앞에 드리운 짙은 어둠의 촉감이 손 끝에 전해지는 것 같았다. 봄이는 그대로 대답하려다가 속으로 집어넣었다. 다시 그녀의 뒤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 봐.”

 

  봄이는 앞으로 손을 더듬어 보았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손만 뻗으면 만져질 것 같던 어둠은 그녀가 뻗은 손 끝에 닿자 마치 안개처럼 흩어져 버렸다. 그러자 봄이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더 내딛어 보았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시금 귓속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뭐가 보여?”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뭐가 보이겠어요?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봄이는 반사적으로 짜증을 내뱉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의 목소리가 그렇게 큰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길을 가려고 해?”

 

  봄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차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익숙한 목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였나?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목소리는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 귀에 속삭이는 소리 같기도 했고, 터널에서 들렸던 목소리 같기도 했다. 그리고 봄이는 그 의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처음이 아니었다. 그 사실이 딱히 괴롭지는 않았지만 그리 달갑지도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머릿속에 멋대로 들어와 장난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봄이가 등 뒤에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어둠이 감싸안은 새벽녘 하늘로부터 불어오는 삭막한 바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봄이는 자신이 타고 온 차량을 돌아보았다. 차량은 시동이 걸려 있었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멈춰 선 차량의 앞부분에 달린 눈부신 헤드라이트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밀어내고 전방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봄이는 살며시 뒤를 돌아 차량으로 향했다. 차량은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가만히 멈춰 있었다. 어둠을 향해 내딛을 때와는 다르게 한층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는 것 같았다. 괜한 생각을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봄이의 그 말이 단순한 반항심리에서 나온 것인지, 사춘기 소녀의 이해할 수 없는 변덕심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봄이는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뿐이었다.

 

  봄이는 차량으로 다가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차 문은 잠겨 있었다. 그러자 왠지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나서 조심스럽게 차 문을 두드렸다.

 

  “저기요, 아저씨. 죄송한데 놓고 간 게 있어서요.”

 

  봄이는 잠시 기다리다가 철컥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난 다음에야 문을 열고 차량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차 안에는 상훈이 운전대 위에 한쪽 팔을 걸친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여전히 전등은 없었지만 봄이는 이번에도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봄이는 그의 시선을 신경쓰지도 않고 그대로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상훈은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들어와 차 문을 당겨 닫아버리기 전까지는 잠자코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상훈은 황당하기도 하고, 이해도 안 간다는 듯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까 전까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튀고 있었다. 혹여나 상훈이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눈치를 살피던 봄이는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출발해요.”

 

  봄이는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자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뻔뻔했다. 하지만 여기서 상훈이 어떻게 대답하던지간에 봄이에게는 그의 대답에 반박할 결정권은 없었다. 봄이는 애써 상훈과 마주치는 시선을 피한 채로 그저 그가 자신을 내쫓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정말로 떠나버릴 것처럼 장황하게 떠들더니 왜 돌아왔어?”

 

  봄이는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배가 고파서요.”

 

  “완전히 제멋대로군.”

 

  상훈이 손바닥을 이마에 짚었다. 하지만 봄이는 그에게서 완전히 고개를 돌려버렸기 때문에 그 광경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봄이는 왠지 모를 머쓱함 때문에 상훈과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를 돌아보게 되었다.

 

  상훈이 자신의 가방에서 에너지 바 한 개를 꺼내 봄이에게 내밀었다.

 

  “먹을래?”

 

  아무 명분이라도 필요했던 봄이는 냉큼 그에게서 에너지 바를 빼앗았다. 하지만 섣불리 그에게 무슨 말을 하지는 못했다. 봄이는 곁눈질로 상훈의 눈치를 살피는 그 순간만큼은 내부 전등을 켜놓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상훈이 운전대를 고쳐 잡고 슬슬 움직일 준비를 했다. 봄이는 분명히 그가 자신이 둘러댄 변명을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한 거짓말을 전부 믿는 척 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그녀도 모두 꿰뚫고 있었다. 하지만 봄이는 그가 그 모든 사실을 전부 알고 있으면서도 왜 자신에게 반감을 표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지 궁금했다. 순수한 호의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의아하기만 했다. 봄이는 갑자기 그에게 직접 이유를 물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아저씨, 혹시 기분 나빴던 건.....아니죠?”

 

  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 후회했다.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성대를 거쳐 올라오면서 완전히 의미가 뒤바뀌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빴으면, 내가 다시 나가라면 나갈 거냐?”

 

  상훈은 그렇게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방을 옆 시트에 올려놓았다. 그 말을 듣자 봄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자신이 잘못 던진 질문을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었던 그가 어딘지 모르게 고마웠다. 봄이는 창피해서 곧 고개를 숙여버렸다.

 

  “미안해요.”

 

  봄이가 에너지 바를 입에 문 채로 말했다.

 

  “네가 왜 미안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어둠 속을 가르며 차량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기회 > 마침.

 

 
작가의 말
 

 감사합나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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