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린의 차로 집까지 바래다 준 건우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고 타는데 어디로 가냐는 아저씨의 말에 머뭇거리다 택시가 움직인다.
택시가 도착한 곳은 슬비의 동네 입구 앞.
우연히라도 만나기를 바랬던 슬비가 아닌 연우의 차가 앞으로 지나가면서 건우를 보고 차를 세운다.
"그 여자랑 같이 있어야 할 건우를 여기서 만나다니"
"그냥 가던 길 가시죠"
"그래 여기서 아무리 기다려도 슬비는 나오지 않아"
"그냥 이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 용서가 될 것 같아서 그런 거니깐 제발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가라고..."
"넌 머리가 좋은데 결국 거기밖에 생각을 못해"
"뭐라고..."
"잘 생각해 봐"
뭔가 물음표를 하나 던져주고 가버리는 연우의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면서 건우는 생각이 깊어지고 힘겹게 걸음을 옮긴다. 집에 들어가자 아직 잠을 못 자고 소파에 앉아서 긴 한숨을 내쉬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다가간다.
"아직 안 주무시고 여기서 뭐하세요"
"아니다 아무것도..."
"회사에 무슨 일이 있어요?"
"이번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한 스티브 정이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와 계약을 했더구나"
"아니 스티브 정이면 아빠와도 몇 년을 함께 한 사람인데 갑자기 왜..."
"그래서 사람을 시켜 뒤를 캐보니 그 회사는 이름도 처음 듣는 회사였어"
"그 회사 이름이 뭐였는데요"
"오아시스 블루 컴퍼니"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오아시스 블루 왜 아는 회사니?"
"아니에요. 그만 들어가서 주무세요"
"그래"
어깨를 늘어뜨리고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웠지만 계속 머릿속에서 아까 들었던 회사 이름이 떠나지 않았다.
"오아시스 블루...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그 생각에 밤을 지새우고 이른 아침 슬비를 만나기 위해 집앞으로 달려간 건우는 등교를 하는 슬주를 만난다.
"형은 우리 집으로 등교하는 거에요?"
"슬비 아직 출근 안 했지"
"또 우리 누나 만나려고 왔어요?"
"응"
그러자 슬주는 주머니에서 한장의 명함을 꺼낸다. 그 명함을 주면서 뭔가 뿌뜻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우리 누나 명함 생겼어요. 앞으로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그래 고마워"
슬주는 학교를 가기 위해 걸어가고 명함을 받은 건우는 자신의 일처럼 또 기뻐하지만 명함에 적힌 글을 보고 순간 일시정지가 되었다.
{[오아시스 블루] 이슬비-연락처... 기타 등등}
명함을 보고 걸음이 빨라졌다. 그 걸음의 목적지는 오아시스 블루 사무실 앞에 서서 들고 있던 명함을 꾸겨버린다.
그때 출근을 하기 위해 사무실 복도를 걸어오던 연우를 보고 째려본다. 그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연우는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건우도 그 뒤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것을 본 연우가 무심하게 한마디 내뱉으며 의자에 앉는다.
"우리 사무실 외부인 출입금지인데 경비원이 없어서 아무나 들어오네"
"형의 회사가 오아시스 블루야?"
"그래 우리 회사명이 오아시스 블루인데 불만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우리 회사가 뭘 잘못했어?"
"아빠가 잠을 못 주무셔서 이유를 물으니 어떤 회사가 중요한 프로젝트를 같이 할 스티브 정과 이미 계약을 했다더라고"
"그래"
"그런데 그 회사 이름이 오아시스 블루야"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당장 계약 파기 해줘"
"그럼 우리 회사가 위험해지는데 누가 그런 짓을 하겠어 바보가 아닌 이상"
"왜 하필 스티브 정이야 아빠 회사와 몇 년을 함께 한 사람인데"
"그 전에 그 사람이 왜 우리회사와 계약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미리 연구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 작은 회사에서 어떻게 거물을 물었어?"
"우리 회사를 너무 쉽고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설마 유치하게 복수 따위를 하려고 우리 아빠 회사에 접근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거겠지"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건우가 뒤돌아서는데 슬비가 문앞에 서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슬비의 손을 잡고 끌고 가려하지만 거부하는 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