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는 고개를 저으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엄마의 신나는 요리는 끝나고 오랜만에 식탁을 가득 채운 요리들은 눈으로만 봐도 배부르지만 막상 또 젓가락은 가지 않고 그저 말없이 국과 밥에만 숟가락이 오가는 상황.
"연우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엔 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사고 휴유증이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 건가?"
"형 다 이겨냈어요. 이제 비오는 날 따윈 무서워하지 않아요"
"정말? 장하다 우리 연우..."
"그럼 뭐해 이렇게 반항하는데 사춘기가 지금 오는 건가?"
결국 건우는 밥을 먹다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와 거리를 걷는다. 그 거리의 끝에는 카페 앞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슬비 혼자서 그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묻는다.
"사장님은 언제와"
"오늘은 형이 아니라 사장님이야"
"응"
"저기 오고 있네"
건우는 카페 문 밖으로 치훈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나간다. 출근을 하는 치훈을 붙잡는 건우의 모습에 좀 놀란 듯 걸음을 멈추고 서 있다.
"형 회사가 어디에요"
"왜 생각있어?"
"형을 만나려면 회사로 찾아가야 할 것 같아서"
"너의 목적지 끝은 슬비가 아니었던가?"
"슬비보다 지금은 형이... 암튼 그래요"
건우의 그런 모습에 더이상 숨길 수가 없어진 치훈은 자신의 회사 주소를 가르쳐 주고 건우는 바로 그 회사를 향해 갔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 치훈이 슬비의 인사를 받으며 출근했다. 인사를 한 치훈은 지나가는 말을 던진다.
"오늘 건우는 슬비보다 연우인가 보다"
"건우 만났어요?"
"응 회사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말해줬더니 그냥 바로 가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건지"
"슬비가 좀 섭섭한가 봐"
"아니요. 그게 아니라 걱정이 되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오픈 준비를 서두르는 슬비와 치훈.
치훈이 알려 준 주소로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 큰 회사가 아니라 간판 하나없는 조그마한 사무실을 겨우 찾고 들어간다. 그곳에는 아직 사람들이 없었다.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는 건우.
몇 분 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뒤로 연우가 들어온다. 소파에 앉아있는 그 모습을 보고 치훈이라 생각한 연우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인사한다.
"카페로 출근 안하고 여기 먼저 온 거야"
하며 고개를 돌려보면 건우가 앉아있다.
"도건우 네가 어떻게 여길 알고 앉아있어 날 기다린 거야?"
"어제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뭘 묻고 싶은건데"
"엄마가 형 주려고 새벽부터 일어나 음식을 직접 준비했는데 방에 가보니 형이 없었어 말도 없이 어딜 간 거야 다들 얼마나 걱정했는데"
"집이 불편해서 그냥 오피스텔로 돌아왔어"
"그래도 메모 하나쯤 남기고 갔어야지 다들 또 무슨 사고가 난 줄 알고"
"이제 그런 걱정 그만하라고 전해줘"
"어떻게 그래 엄마 아빠의 아들인데 사소한 것 하나까지 걱정이야"
"도건우 너 너무 오버다 내가 네 형... 아니다"
"왜 말을 하다가 그만 둬 궁금해 미치게"
"그만하라고 그만 가봐 일해야 하니깐"
"일이 손에 잡혀 집안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고"
"결론은 나만 없어지면 되잖아"
"그런 공식은 또 어떻게 만들어 졌어? 왜 형만 없으면 되는 건데..."
"아니다 그만 나가줘"
결국 연우의 손에 의해 사무실을 끌려 나오게 된 건우는 차갑게 문을 닫고 들어가는 연우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무서워졌다.
카페 문을 닫고 집으로 걸어가는 슬비의 폰으로 전화가 왔다. 처음보는 폰 번호이기에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받는다.
"여보세요"
"나야 연우"
"오빠"
"지금 일 끝나고 걸어가는 거야"
"네. 오빠는요?"
"나도... "
"그런데 왜 전화 하셨어요?"
"그냥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나도 오빠 목소리 듣고 싶었는데 이제 이 번호로 전화하면 들을 수 있겠다"
"그렇게 좋아?"
"네. 앞으로 제가 오빠 곁에서 아픈 기억들 다 지워 드릴게요."
"그럴 필요없다니깐..."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그럼 우리 회사에 들어와 하루종일 내 곁에 있을 수 있게"
"알았어요. 오빠!"
"나 녹음했어. 우리 회사에 출근하는 거다"
"네"
그렇게 둘은 즐거운 대화를 하면서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