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가는 슬비, 천천히 대문을 닫으며 고개를 숙여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걷는 건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문을 닫고 들어간다.
한편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마주친 카페 앞에 서서 안을 바라본다. 물론 다 불이 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냥 슬비와 연우형이 같이 테이블에서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하며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머쓱한 듯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머리를 긁적이다가 다시 또 걷기 시작했다.
늦은 밤 집에 들어오는 건우를 거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는 건우엄마를 본 건우가 계단으로 걸어가려고 하다가 걸음을 멈추고 묻는다.
"엄마 혹시 형 한국에 온 것 알아?"
"뭐? 연우가 한국에?"
"엄마도 모르고 있는구나"
"그럼 정말 건우가 한국에 왔다는 거야?"
"그렇다고 하더라"
"누가?"
"연우형과 잘 아는 사람이..."
"그런데 왜 집에 안 들어오고 어디서 지내는 거야"
"나도 자세한 건 잘 몰라 그냥 형을 봤다고 하더라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누군데 내가 한번 만나봐야겠다"
"엄마도 아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 누구?"
"슬비... 이슬비"
"슬비가 어떻게 연우를 알아?"
"사연이 좀 길어 내가 형 한번 만나볼게"
"그래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 멀쩡한 집 놔두고 왜 다른 곳에서 지내"
"알았어 그만 들어가서 자"
건우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폰으로 연우형 번호를 누르고 통화를 하려고 준비하는데 귀에 들리는 소리는 없는 번호라는 음성메시지가 나온다.
폰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이드는 건우.
다음날 아침.
건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카페 문 앞에 서 있다. 멀리서 슬비가 걸어오는 그 모습을 보고 망설이다가 그냥 서 있는다. 슬비가 카페 앞에 도착하고는 건우를 보고 깜짝 놀란다.
"네가 여기 왜 서 있어?"
"언제 문 열어 빨리 좀 열어라"
"열어도 넌 못 들어와 카페 오픈 준비시간이라 손님 출입금지"
"난 손님 아니야"
"그럼 뭔데?"
"네 남자친구 그러니까 들어가도 되지"
"안돼"
하면서 건우를 밀어내고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먼저 들어가서 청소를 시작하고 재료들을 준비한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앉아있는 건우가 내심 신경이 쓰이는지 눈치를 보다가 앞에 서 있다.
"도대체 이유가 뭐야"
"뭐가"
"아침부터 출근도장 찍는 이유"
"너 때문이라니깐 왜 안 믿어"
"정말 나 때문이라면 불편해 나가줘"
"사실은... 형 때문에..."
"연우오빠가 왜?"
"한국에 왔으면서 왜 집에 안 들어오고 왜 부모님한테까지 비밀로 하는지 말야 난 그 이유가 알고 싶은데 형 번호 알아?"
"그대로겠지""
"아니야 해 봤는데 없는 번호래"
"그래?"
"번호는 모르는데 참 사장님은 아실거야 같이 일하시니깐"
"일이라니?"
"우리 사장님과 연우오빠 같이 회사 하나 만들었다던데..."
그때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치훈을 보고 벌떡 일어서는 건우가 다가가 인사를 꾸벅하고 묻는다.
"안녕하세요. 도연우형 동생 도건우입니다"
"안녕하세요. 슬비 남자친구이기도 하죠?"
"네... 저 형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연우가 가르쳐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던데"
"왜요? 혹시 그 이유를 아세요"
"모르겠어요. 오랜 친구이긴 하지만 워낙 속마음을 터놓는 성격이 아니라 저도 더이상 묻지 못 했어요"
건우는 뭔가 답답하기도 하고 불길한 예감이 스쳐지나간다. 다리에 힘이 좀 풀리는 듯 다시 의자에 앉는다.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된 슬비가 먼저 다가가 컵에 담긴 물을 건넨다.
"괜찮아? 좀 마셔 진정 좀 될 거야"
"고마워"
"연우오빠 왜 그럴까"
"그건 내가 묻고 싶다"
"형 만나려고 여기까지 아침부터 왔구나"
"응 그런 셈이지"
"의외다 보기와 다른데..."
위로하듯 건우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쓰담해주고 다시 들어가 치훈과 함께 준비를 하며 손님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