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건우가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고 슬비와 연우는 동시에 사무실 문쪽을 쳐다보며 앉아있다. 점점 걸어오는 연우의 눈빛에는 분노와 슬픔이 공존했고 더이상 말이 없다.
"그게 무슨 말이야 형?"
"네가 들은 그대로야"
"나한테 직접 말 못하고 형처럼 몰래 들으라고 사무실에 오라고 한 거야?"
"그래 너도 내 아픔을 느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렇다고 이건 아니잖아"
"너도 대충 눈치챘잖아! 그리고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 몰랐어?"
"형..."
이겨내지 못하는 아픔과 고통 속에 건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슬비는 그 가운데에서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냥 앉아있었다.
"이제 내가 왜 너를 괴롭혔는지 알겠어?"
"그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부모님들의 선택이었어"
"그래 하지만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 두 분의 아들이라 생각했어 영원히 행복할거라 생각했지"
"부모님들은 알고 있어? 형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계실거야"
"그래서 형이 바라는게 뭐야?"
"네가 사라지는 것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
"내가 갖고 있는 것을 갖고 싶은거지"
"그래 그런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다 필요없어. 슬비만 있으면"
"슬비... 내가 슬비를 포기하면 되는 거야?"
"그럴 수 있겠어?"
"형이니까 하지만 이젠 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포기 못해"
"그럼 이제부터 시작이야"
슬비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연우와 건우는 동시에 손을 잡는다. 어디로든 가지 못하고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동시에 손을 뿌리친다.
"혼자 있고 싶어요"
"슬비야"
"이슬비"
슬비는 혼자 사무실을 나와 거리를 걸었고 그 뒤로 건우가 따라 걷고 있다. 차를 타고 도로를 천천히 달리며 슬비를 따라가고 있는 연우의 모습이 그 옆으로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슬비는 앞만보고 걸어간다.
다음날 아침.
사무실 앞에는 건우가 서 있고 연우가 출근을 하면서 그 모습을 발견한다. 하지만 인사도 없이 지나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슬비는 아직 출근 전이라 책상에 앉아 계약으로 인해 바빠진 일을 처리하고 있다.
그때 문을 열고 치훈이 전화를 받으며 사무실을 들어오고 연우와 눈이 마주친다. 전화를 끊고 책상으로 걸어간다.
"슬비 오늘 회사에 못 나온다고 전화왔어 무슨 일 있었어 어제?"
"모든 사실을 다 이야기 했어"
"무슨 이야기?"
"내가 건우와 형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결국 터졌구나 그럼 회사에 안 나오고 싶긴하겠다. 건우도 기다리던데..."
"알아 그냥 기다리라고 해"
"너의 악마 본성이 이제 실체를 들어내는구나"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어 하지만 부모님과 건우가 눈치 못 챘을 뿐"
"알만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아빠 회사를 가져야겠어"
"그래서 그렇게 계약을 하려고 목숨 걸었구나"
"그랬는지도 모르지 그 계약부터 시작이야"
"무섭다. 도연우. 그래도 널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님들인데"
"넌 모를거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눈치를 보며 살았는지..."
"그래서 그 복수를 건우에게 한 거잖아 그러다가 슬비를 만났고... 그런데 슬비는 사고로 인해 사라진 널 찾으려 건우를 만나게 되었고 암튼 머리가 아프다 너희들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 건지"
퇴근시간이 되어도 건우는 그 자리에 서 있다.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혹시 길이 엇갈릴까 봐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퇴근하면서 건우 앞으로 다가가는 치훈이 말을 해준다.
"오늘 슬비 회사 안 나왔어요. 앞으로 안 나오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러지 말고 학교나 열심히 다니지 너도 싸움에 대비해야 할 것 아니야"
치훈이 지나가는 말로 하기엔 말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건우는 책상에 앉아 연우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얻기위해 머리를 굴려보지만 형은 항상 자신보다 앞서 있었다. 눈 앞에 일어나는 일들만 해결하기 바빴던 건우와 먼 미래까지 계획하며 치밀하게 준비를 했던 연우와는 첫 출발지점부터 차이가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