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의 통화를 끝내고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생각이 많아지면 늘 집 앞 계단에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곤 했는데 슬비가 계단에 잠시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한숨을 길게 내쉰다.
한편 슬비가 자신의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 치훈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알린다.
다음날 아침.
잠을 많이 못 잔 듯 피곤해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당당하게 걸어간다.
카페 문에는 알바생을 구한다는 종이가 붙여있고 문을 열면 치훈이 먼저와 일을 하고 있었다.
"앞에 종이 잘 붙어있지"
"네"
"어제 연우한테 들었어 우리 회사에 들어오겠다고 했다며"
"네 얼떨결에..."
"그럼 다시 알바를 구해야 할 것 같아서 붙였어 너무 섭섭해 하지마"
"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저도 모르겠어요. 밤새 고민해봤지만 답은 없어요"
"그럼 회사 다니면서 그 답을 찾아봐"
슬비와 치훈은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면서 앞으로 다니게 될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듣는다.
오후가 되고 손님들이 빠져 나가고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데 연우가 들어와 잠시 앉아서 이야기 좀 하자며 손짓으로 치훈과 슬비를 불러 모은다.
"다들 앉았으니 앞으로 우리 회사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 의논해 보자"
"그냥 너와 난 하던 일 하고 슬비만 들어오는 것 뿐이야"
"슬비에게 어떤 일을 시킬지 생각해 놓은 것은 있어?"
"그럼..."
"뭔데?"
"비서"
"뭐라고 비서"
"겸 경리 겸겸겸..."
"한마디로 정리해라"
"슬비는 멀티가 가능해 아무거나 시켜도 다 잘하더라 내가 쭉 지켜보니"
"슬비야 이래도 우리 회사 들어 올래?"
"네 이미 말은 했으니까 지키고 싶어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회사니까 내 모든 것을 다 희생해서 최고의 회사로 만들어요"
"이래서 내가 슬비를 좋아한다니깐"
"딱 여기까지만 좋아해라 내 여자니깐"
그때 언제 들어왔는지 건우가 세 사람이 앉아있는 테이블 뒤에 서 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화가 난 얼굴을 하고 묻는다.
"이슬비 그게 무슨 소리야"
"건우야 네가 어떻게..."
"무슨 소리냐고 자세하게 말해봐 형의 회사에 들어가는 거야 결국..."
"그렇게 됐어."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어제 갑자기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거야"
"그래도 나한테 말했어야지"
"야 도건우 진정해"
"형이라면 진정하겠어? 지금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첫사랑이였던 남자가 일하는 회사에 들어간다는데"
"그건... 우리 둘 문제잖아"
"아니 슬비 너 똑바로 해 누구야 나야 형이야"
"............."
슬비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카페를 나와 버리고 그 뒤를 건우가 따라서 나간다. 연우가 붙잡으려고 했지만 손을 놓치고 말았다.
앞에 달려가고 있는 슬비보다 먼저 앞에 달려가 서서 붙잡는다. 눈엔 눈물 가득 고여 건우를 바라보고 있는 슬비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약해진다.
그렇게 말없이 슬비를 안으며 긴 한숨을 내쉰다.
"미안해 이렇게 하려고 널 사랑한게 아닌데"
"연우오빠도 너도 나에겐 다 아픈 존재야! 차라리 사라질 수 있다면 그냥 난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런 말 하지마 난 너 없으면 못 살아"
건우는 슬비를 더 꼭 끌어 안고 힘든지 눈을 감으며 서 있다.
한편 카페에 남은 두 사람은 서로 말없이 앉아있다가 치훈이 먼저 슬쩍 그 자리에서 피하려고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고 연우 혼자 앉아있다.
몇 분 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연우 그 뒤로 슬비가 들어온다. 두 손을 꼭 잡고 연우 앞에 서 있는 두 사람.
"형 우리 슬비 잘 부탁해"
"부탁이라니"
"우리 슬비 많이 부족한데 회사에 입사도 시켜주고 고마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지금 나 슬비 남자친구 아니 애인으로써 슬비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거야"
"그래 내가 관심있게 지켜 봐 줄게"
두 사람의 대화에서 뜨거운 질투심이 마구 느껴졌다. 자칫 누가 도발적인 발언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공기들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