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나온 건우와 연우는 말없이 거리를 걸었다. 근처에 있는 공원에 도착한다. 산책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하나의 의자가 놓여있다. 그곳에 먼저 앉아 머슥한 듯 서 있는 연우를 바라보는 건우.
"한국에는 언제 들어온 거야"
"며칠 안 됐어"
"그런데 왜 집으로 안 들어오고 어디서 지내는 거야"
"안 들킬 줄 알았는데 들켰네"
"왜 그러는 건데 이유가 듣고 싶어"
"이제 독립이라는 걸 하고 싶어서"
"그런데 왜 그걸 비밀스럽게 아무도 모르게 의논도 없이 하는 거야"
"말씀 드리면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슬비 말이 회사에 다닌다고 하던데..."
"그 카페에 있던 내 친구 치훈이랑 회사를 하나 만들었어"
"아버지는 형이 회사에 들어와서 도와주길 바라는 것 같던데"
"그래서 회사를 차린 거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오늘따라 형이 되게 낯설다. 내가 알던 형이 아닌 것 같아"
"그래..."
연우도 말없이 건우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뭔가 많은 의미를 담은 눈빛으로 건우를 바라보며 씩 웃어 보인다.
"오늘은 집에 와서 인사 좀 드려 다들 걱정하셔"
"들켰으니까 그렇게 해야겠다"
"안 들켰으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말투인데"
"그렇게 들렸어?"
둘은 다시 카페를 향해 걸어간다. 먼저 걸어가는 연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걷고 있는 건우는 뭔가 답이 없는 문제를 풀고 있는 기분이었다.
카페에 도착해 들어가자 슬비와 치훈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들어오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다. 두 사람 앞에 얼음이 가득 들어있는 차가운 물을 놓고는 다시 돌아가는 슬비
"이거 마시고 정신차리라고"
"우리 슬비 센스있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요"
"걱정하지마 슬비 너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니까"
"설마 너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아니거든 도건우"
"에이 그런 것 같은데"
"그만해라 손님들 있으니깐"
건우는 주변 손님들에게 죄송하다는 의미로 가벼운 손인사를 하면서 앉고 연우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슬비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연우의 눈길을 다 눈치 챈 건우가 연우를 보고 있다.
손님들이 없는 시간 테이블에 마주앉은 슬비와 연우 그리고 건우와 치훈이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치훈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슬비야 저번에 내가 했던 제안 생각해 봤어"
"생각은 해 봤는데 과연 제가 그래도 될까 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슬비 무슨 제안? 왜 나한테 말 안했어"
"내가 연우 너에게 한번 말한 것 같은데 슬비 우리 회사에 입사해서 일을 좀 해보는 건 어떨까"
"아! 그때 그 여자가 슬비였지... 나도 찬성 슬비 너만 괜찮으면..."
"난 반대. 슬비 나랑 같은 대학에 갈 거야"
"그래?"
"아니에요. 그냥 건우 혼자 생각이에요"
"야 이슬비 너 정말..."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그래 천천히 생각해 그리고 긍정적인 대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 형 회사에 취직해서 대신 슬비를 대학에 보내줘 그러면 졸업해서 다시 그 회사에 입사하면 되잖아"
"꼭 이럴 땐 머리가 잘 돌아가 우리 건우는..."
"슬비야 그렇게 하는 건 어때?"
"내가 뭐라고... 그러고 싶진 않아요. 대학은 내가 꼭 가고 싶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때 들어가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건우가 우리 슬비를 많이 사랑하는 구나"
"그래도 형 회사는 아니야 차라리 이 카페에서 계속 일을 해"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질투는 무슨... 여기서 일을 해야 내가 볼 수 있잖아"
"그럼 건우 너도 우리 회사에 들어와 단 대학은 졸업하고 당당히 면접봐서"
"뭐야 난 왜 그렇게 많은 조건이 붙는 거야"
"군대 갔다가 오면 군 가산점도 있어"
"뭐라고 나보고 지금 군대에 대학 졸업까지 최소한 6년은 넘게 걸리는데"
"그 정도면 우리 회사에 들어 올 자격이 될려나"
"직원 가족 우대 조건으로 들어가면 되잖아"
"우린 그런 것 없어"
건우를 놀리는 재미에 어색했던 분위기는 금새 웃음이 가득한 곳으로 변한 카페 안에서 네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