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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32화-재회
작성일 : 19-10-19 19:52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6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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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한 그날, 우리 셋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과거사부터 시시껄렁한 이야기까지 처음 만난 사람처럼 모든 것을 공유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밤이 깊었을 때 리타가 자신이 말한 그 계획이란 것을 설명했다.

 

  이틀 뒤, 리타가 밤 당번을 서고 낮에 쉴 때 궁을 나와 그녀가 궁녀가 되기 전 떠돌다 알게 된 고구려 아저씨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도 리타처럼 복잡한 사정으로 고구려에서 백제로 망명해온 사람이었다.

 

  리타의 말에 의하면 그는 고구려에서 용병내지는 현대의 표현으론 흥신소 비슷한 일을 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즉, 사람 찾는 데에는 도가 텄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덤으로 무술도 기가 막힌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설명에 내가 그 고구려 아저씨에게 이런 위험한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냐고 반문했을 때 리타는 의가 상했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우리 고구려인들은 마음을 주고받은 사람들과의 신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저버리지 않아. 그러니 믿어도 좋아.”

 

  그 말에 나와 화인도 고구려 아저씨를 믿기로 했다.

 

  리타는 그 아저씨에게 라혜와 그녀를 데리고 도망친 귀족이 – 나와 리타는 그 귀족이 목마지일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왠지 우리는 그를 직접 않았다 - 사라진 곳의 수색을 대신해서 부탁할 참이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10년 동안 궁녀로서 일하며 모은 돈을 보상으로 걸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아저씨가 어느 정도 정보를 수집하면 우리 셋이 다시 한 번 시간을 맞춰 출궁을 해 그 흔적을 살펴본다는 것이 리타의 계획이었다.

 

  이보다 더 뾰족한 수를 떠올릴 수 없었기 때문에 나와 화인도 그 계획에 동의했다.

 

  대신 우리도 그동안 모은, 또는 앞으로 받을 돈을 보태기로 했다.

 

  그 이야기를 끝으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골아 떨어졌다.

 

 

 

 ***

 

 

 

  그 날 이후로도 나의 궁녀 생활은 변함없었다.

 

  여전히 힘든 일로 하루하루가 고단했고, 여전히 궁녀들은 날 투명인간 취급하여 외로웠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마음이 맞는 진정한 친구가 셋이나 생겨 진정으로 외롭다는 표현은 사실 정확하지 않았다.

 

  오늘은 나와 리타, 은임이 또다시 고된 노동을 하기 위해 담당 고마인의 뒤를 따라 만정각으로 향했다.

 

  그때처럼 왕이 귀족들과 정사를 논하는 자리가 있을 예정이었다.

 

  “하아, 진짜 가기 싫다.”

 

  “누가 내 다리라도 분질러 줬으면 좋겠어.”

 

  “진짜 다리가 작살나면 그 소리한 걸 후회할걸?”

 

  은임과 제법 친해진 리타가 은임의 투덜거리는 말을 매섭게 받아쳤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러는 리타 너는 이 일이 달갑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 그래도 이왕할 거 좋은 마음으로 하는 게 낫지 않겠어?”

 

  “그런 교과서 같은 말은 집어 치워. 이번엔 스케일이 다르다고. 스케일이. 아, 그러니까 스케일이란 규모라는 뜻이야.”

 

  선생님 같은 리타의 말에 내가 투덜거렸다.

 

  내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와 달리 이번엔 고위직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의 귀족들도 참석하기 때문이었다.

 

  즉, 엄청나게 고될 것이란 말이었다.

 

  “휴우….”

 

  그 말에 은임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어째 이런 일은 우리 셋만 가는 거 같냐.”

 

  리타의 말에 나와 은임이 사이좋게 다시 한숨을 쉬었다.

 

  누가 딱 꼬집어 말해주진 않았지만 우린 일월전 소주방의 공식 탱탱볼이었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서러운 탱탱볼들은 침울한 표정을 한 채 잰걸음을 놀려 만정각으로 향했다.

 

  “비키시오, 비켜요.”

 

  달그락, 달그락.

 

  “이 물건은 어디로 옮기면 될까요?”

 

  “아, 그것은 저리로 옮기시오.”

 

  “이리 와서 이것 좀 잡아주시오!”

 

  만정각은 그야말로 쑤셔놓은 벌집이었다.

 

  벌집 중에 그것도 말벌집이었다.

 

  사비성 저잣거리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만정각은 여러 궁인들이 뒤엉켜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이었다.

 

  누군가는 의자를 옮기고 누군가는 수레에 두루마리를 가득 담아 옮겼다.

 

  누군가는 귀하신 몸들이 먹을 간식을 만들 재료를 손질하느라 구슬땀을 흘렸고 누군가는 불을 땔 장작을 나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헉, 헉. 염병할 도토리 가루. 산에 다람쥐랑 청설모 만 마리를 싹 풀어놔서 도토리 씨를 싹 다 말라버려야지 원.”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도토리 가루를 풀은 물을 젓는 내 입에서 험악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쥐는 물론 다람쥐, 청설모, 날다람쥐, 하다못해 미어캣까지 도토리를 주식으로 할 법한 온갖 짐승이 입에서 넘다들었다.

 

  물론 미어캣이 도토리도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풉!”

 

  줄기차게 귀여운 새끼짐승들을 읊는 내 목소리에 은임이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내가 앞으로 10년 안에 도토리 죽, 도토리묵을 입에 대면 난 이제 설치류다.”

 

  “푸흐흐흐흡.”

 

  “어허, 귀하신 분들이 드실 음식을 준비하는데 감히 경박스럽게 웃는 아이가 누구냐.”

 

  고마인의 엄한 목소리에 은임이 눈을 부릅뜨고 입을 앙다물고 웃음을 삭였다.

 

  웃음을 참느라 은임의 손이 느려지자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방향으로 도토리가루를 젓던 우리의 주걱이 엉켰다.

 

  “야, 너 좀 제대로 해라. 이러다 음식 망치면 우린 죽는 거다.”

 

  “아, 미안. 미리가 너무 웃겨서 그만….”

 

  리타가 은임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그제야 은임은 웃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일정한 속도로 주걱을 젓기 시작했다.

 

  “전에도 느꼈지만 원래 이렇게 많은 인원을 모아서 정사를 논하나? 보통은 핵심귀족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논의하지 않아?”

 

  대형 솥 앞에서 땀을 쏟으며 주걱을 젓기 시작한지 1시간 가까이 되자 나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니, 사극 같은데 보면 이렇게 대인원이 모이는 경우는 별로 없던데.

 

  “보통은 그렇지. 원래는 귀족들끼리 대충 논의해서 중요한 안건만 추려 왕에게 보고를 해. 그러면 왕이 고위 귀족들과 논의해 결정하지.”

 

  “아니, 그런데 대체 백제는 왜 이러는 거야?”

 

  “소수와 논의한다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는 있지만 여러 의견을 반영할 수는 없지. 하지만 다수와 논의한다면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들 수는 있으나 자칫 묻힐 수 있는 제법 괜찮은 의견도 수렴할 수 있으니까.”

 

  리타의 설명에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니, 이런 성군이 있나. 힘들게 밥을 차린 궁녀들을 위해 음식을 내어주지, 배고픈 궁녀를 위해 자신의 간식을 내어주지, 말단 관리의 의견을 존중해 이런 자리까지 만들지….

 

  이제는 이런 완벽한 왕이 누구일지 궁금해서라도 백제의 왕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지경이었다.

 

  “쳇, 완벽하네. 완벽해.”

 

  “전하께서는 생각보다도 훨씬 멋진 분이구나. 그런 분이 드실 거라고 생각하니 더 잘해야겠다.”

 

  은임의 말에 나와 리타도 막바지 힘을 짜내어 열심히 도토리 가루를 저었다.

 

  “그만하면 되었다. 이제 틀에 부어 식혀라.”

 

  담당 고마인이 우리가 젓던 도토리 가루를 슥 하고 보더니 무심하게 말하고는 멀어졌다.

 

  우리는 뜨거운 도토리 쑨 물을 바가지로 퍼 나무틀 여러 개에 옮겨 담았다.

 

  이제는 땀범벅이 된 것으로 모자라 목욕을 한 것처럼 온몸이 땀으로 미끈거렸다.

 

  1초라도 더 빨리 끝내고 잠깐이라도 쉬기 위해 내가 미친 듯이 바가지로 도토리를 쑨 물을 퍼 담았다.

 

  이제 마지막 바가지 질을 할 때였다.

 

  “거기 너. 손이 제법 야무지구나. 이리로 오너라.”

 

  고마인이 나를 불렀다.

 

  “저기로 가서 만정각으로 올릴 물건들을 닦는 것을 도와라.”

 

  “네….”

 

  나는 너덜거리는 걸음으로 고마인이 말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만정각 뒤편 약간 외진 곳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을 걷던 나는 무언가에 걸음을 멈췄다.

 

  “저 사람은…?”

 

  멀지 않은 곳에 서로 대화를 하는 남자 둘이 보였다.

 

  곧 이야기가 끝났는지 남자 한 명이 자리를 떴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직 그곳에 남아있는 남자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르신. 저랑 얘기 좀 하시죠.”

 

  내가 남자의 등 뒤에서 어깨를 턱하고 잡자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뒤돌았다.

 

  “깜짝이야! 아, 자네였구먼.”

 

  그 남자는 바로 내두좌평 사밀이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사밀의 얼굴을 노려봤다.

 

  “흠, 궁 생활은 잘 하고 있는가? 아니, 그런데 어찌 날 보는 눈초리가 그리도 매서운가.”

 

  “몰라서 물어요?”

 

  “난 잘 모르겠군.”

 

  내가 사밀에게 한 반짝 다가가며 말했다.

 

  “저한테 뭐 숨기는 거 없어요?”

 

  “숨기다니? 내가 자네에게 숨길게 뭐가 있단 말인가?”

 

  “어르신께서 처음 절 궁에 들일 때 뭐라고 약조하셨죠?”

 

  “내 자네의 안위를 지켜주겠다고 하였네.”

 

  뻔뻔한 사밀의 말에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렇게 철판이 두꺼울 수가!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네요. 지금 그 약조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물음에 사밀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대답했다.

 

  “그렇고말고. 내 자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제게 부탁한 일이 끝나면 어떻게 하겠다는 약조한 것도 기억하시겠네요?”

 

  “허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자네 좀 이상하군. 마치 내가 자네와 한 약조를 지키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리는군.”

 

  “네. 제게는 지금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아서요. 어르신이 제게 시킨 일. 정말 안전한 일 맞아요?”

 

  “궁에서 벌어지는 일 중 위험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나.”

 

  뭐? 이런 망할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허나… 내게는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자네를 지켜줄 능력이 있네. 그러니 안위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아도 되네.”

 

  “만약 제가 어르신이 시킨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밀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여전히 입가엔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으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난 자네의 선택을 존중하네. 허나 이 일은 내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자네에게 물어야겠지. 어쩌면 그 책임의 대가가 자네의 목숨이 될 수도 있네.”

 

  꿀꺽. 과장해서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사밀의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았다.

 

  은근슬쩍 그를 떠보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둬야 할 것 같았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안전장치를 설치해야했다.

 

  “그럼 제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보상해주세요.”

 

  내 말에 사밀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확히 무슨 말인가?”

 

  나는 사밀 앞에 손을 척하고 내밀었다.

 

  “일이 끝나고 정산하기로 했던 걸 미리 당겨서 달라고요. 이미 위험을 무릅쓰고 밀서를 전달했잖아요? 그거에 대한 값을 주세요.”

 

  “음, 하지만 지금 내겐 딱히 줄만한 것이 없네만. 내가 다음에 입궁할 때 돈이 될 만한 것을 챙겨 주지.”

 

  사밀의 제안에도 나는 고개를 흔들며 손가락으로 그의 귀를 가리켰다.

 

  “저거 주세요.”

 

  사밀은 내가 가리킨 곳을 찾다 손으로 제 귀에 달린 묵직한 귀걸이를 더듬었다.

 

  “이, 이거 말인가? 귀걸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아니 되네! 이건 우리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귀중한 것이란 말일세.”

 

  오호라, 그렇게 귀한 물건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어떻게든 저 귀걸이를 손에 넣어야했다.

 

  만약 일이 잘못되었을 때 사밀이 나를 배신하는 상황을 대비하기에 아주 좋은 물건이었다.

 

  내가 저 귀걸이를 가지고 있는 한 사밀은 날 배신하지 못할 것이다.

 

  배신하는 순간 나는 이것을 증거로 그가 배후였음을 밝히면 되니까 말이다.

 

  “싫어요. 지금 받고 싶어요. 나중에 준다고 해놓고 입 싹 씻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러지 않겠다고 약조함세.”

 

  “됐고요. 빨리 귀걸이나 풀어서 주세요.”

 

  사밀은 양손으로 귀에 걸린 귀걸이를 잡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는 곧바로 일월전에 가서 전하께 고하겠어요. 당신의 충성스런 신하, 내두좌평 사밀이 몰래 궁녀를 시켜 당신의 행동거지를 염탐하게 했다고요.”

 

  “그건 아니 되네!”

 

  “그러니까 달라고요. 귀걸이.”

 

  “내가 내일 톡톡한 값을 치를 수 있는 패물을 잔뜩 들고 오겠네. 그러니 이 귀걸이만은 어떻게 안 되겠나?”

 

  나는 건들거리는 자세로 일부로 흥정하는 투로 말했다.

 

  “뭐 어르신이 안 주겠다면 어쩔 수 없는데요. 저는 비밀을 단속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새털같이 가벼운 제 입이 내일까지 기다리지 못할 수도 있단 말이에요. 자신 있으면 내일 패물을 잔뜩 챙겨서 오시던가요.”

 

  귀를 후비며 최대한 느른하게 말했지만 사실 나는 어느 때보다도 짜릿한 도박을 하고 있었다.

 

  사밀이 마음을 고쳐먹고 간밤에 자객을 보내 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난 내 촉을 믿기로 했다.

 

  사밀에겐 그 어떤 것보다 내게 시킨 일이 중요하다는 가정 하에 던진 노림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밀이 연고도 없는 여자에게 목숨까지 들먹이며 으름장을 놓을 리가 없었다.

 

  그에게 있어 이 일은 현재 무를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밀은 이런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날 처리하고 다른 여자를 물색했겠지.

 

  “…알았네.”

 

  결국 사밀이 꼬리를 내렸다.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자신의 귀에 걸린 귀걸이를 풀어 내 손에 턱하고 내려놓았다.

 

  진짜 금인지 귀걸이의 무게는 꽤 묵직했다.

 

  “대신 일이 잘 끝난다면 이 귀걸이는 다시 돌려줬으면 하네. 대신 이 귀걸이 값에 해당하는 패물을 주겠네.”

 

  “좋아요.”

 

  나는 뺏길세라 얼른 귀걸이를 품속에 우겨 넣었다. 내 손이 막 품속에서 나왔을 때였다.

 

  “사밀좌평. 예서 뭣 하는 것인가?”

 

  협상에 집중한 나머지 나와 사밀은 어느새 성큼 다가온 남자의 존재를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난 경악했다.

 

  그는 바로 상좌평 사택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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