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16화-뜻밖의 만남
작성일 : 19-10-02 20:03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697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이고. 삭신이야….”

 

  어두컴컴해져서야 나와 리타는 파김치가 되어 처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평소보다 늦었네?”

 

  늘 그랬듯이 침방나인이자 세상에서 가장 착한 우리의 룸메이트 화인이 바느질을 하며 우리를 반겼다.

 

  “워우. 말도 마. 오늘 자그마치 30인분 음식을 하느라 죽는 줄 알았어.”

 

  리타도 답지 않게 화인 옆에 풀썩 주저앉았다.

 

  “여간해서 힘든 내색 하지 않던 리타도 완전 지쳐버렸네? 일월전에서 잔치라도 있었어?”

 

  화인은 바늘을 바늘꽂이에 꽂고 바느질감을 뒤로 물렸다.

 

  “만정각에서 대신들과 함께 국정을 논하는 자리가 있었어.”

 

  “아…. 그게 오늘이었구나. 우리 침방도 그것 때문에 요새 꽤 바빴거든. 누각에 걸을 천을 바느질 하느라 눈 빠지는 줄 알았거든.”

 

  “아! 맞다. 뼈 빠지게 힘든 만큼 소득도 있었지롱.”

 

  내가 벌떡 일어나 들어올 때 문 옆에 놨던 대나무로 짠 작은 소쿠리를 가져왔다.

 

  “짜잔! 수고했다고 거기 일한 궁인들한테 조금씩 나눠주더라고.”

 

  “우와! 이게 다 뭐야?”

 

  대나무 소쿠리를 덮었던 천을 들추자 화인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소쿠리에는 만정각에서 남은 각양각색의 진귀한 음식들이 많지는 않지만 실속 있게 들어차있었다.

 

  “감탄하긴 아직 일러. 내가 어마어마한 걸 가져왔지.”

 

  고리타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며 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서… 설마… 그거 술이야?!”

 

  충격을 먹은 듯 화인이 손으로 쩍 벌어진 입을 가렸다.

 

  사실 오늘 만정각에서 왕과 대신들이 먹을 술을 준비했다.

 

  하지만 왕이 정사를 논하는 엄중한 자리에서 술로 정신을 흐릴 수 없다하여 만정각으로 가져온 술들은 사용되지 못했다.

 

  술병에 나눈 술을 다시 통에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궁인이 실수로 병을 깼고 그 뒷수습을 하던 리타가 깨지지 않은 병 밑에 고인 술을 몰래 작은 병에 따라가지고 온 것이었다.

 

  어차피 땅에 떨어져 못쓰게 된 것이니 사실 법에 저촉되는 것도 아니었다.

 

  “고리타 저것 완전 독종이라니까? 아유, 요 앙큼한 것. 참, 예쁜 짓만 골라서 해요.”

 

  “흥. 칭찬이야, 욕이야?”

 

  “완전 칭찬이지!”

 

  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리타의 볼을 잡아 흔들었다.

 

  “저기… 얘들아. 우리 이제 빨리 먹으면 안 될까? 나… 현기증 나려고 해.”

 

  리타의 손에 들린 술병을 바라보며 꼴깍 꼴깍 침을 삼키는 화인의 모습에 우리는 배를 잡고 까르르거리며 한바탕 웃었다.

 

  “캬아-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알코올의 맛인지!”

 

  “야, 좀 아껴 마셔.”

 

  “아, 감질나게 찔끔찔끔 마시면 맛없단 말이야! 술은 원래 원샷이거든?”

 

  나와 리타는 술병을 가지고 티격태격했다.

 

  “싸우지 말고 얼른 얘기 좀 더 해봐. 전하에 대해서 말이야.”

 

  볼이 분홍빛으로 물든 화인이 나와 리타를 재촉했다.

 

  나는 잠깐 동안 본 왕의 모습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묘사했다.

 

  “어쩜 그리도 멋지실까….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혼절했을 거야. 지금도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술 때문이지 무슨 그게 왕… 아니, 전하 때문이야? 그리고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원래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거든? 정작 중요한 얼굴은 못 봤단 말이야. 혹시나 알아? 썩은 살구처럼 생겼을지?”

 

  딴지에도 화인은 황홀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든 것 같았다.

 

  “넌 어쩜 애가 저급하게 얼굴만 그리 밝혀? 남자는 얼굴이 아니라 성품이다.”

 

  “어이구, 성인군자 납셨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내 마음가는대로 살아야지.”

 

  “넌 이미 그러고 있잖아. 근데도 이걸 어째? 네 인생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 걸?”

 

  “우씨! 그러는 네 인생은 얼마나 잘났냐!”

 

  나와 리타가 투닥거리는 사이에서 화인은 여전히 망상에 빠진 눈빛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우리가 조촐한 잔치를 벌이는 사이 밤은 깊어 갔다.

 

 

 

 ***

 

 

 

  “아… 목말라.”

 

  셋이 나눠 마시니 간에 기별도 안 갈 정도로 적은 양이었지만 그것도 술이라고 숙취의 단골 증상인 갈증을 느끼며 난 잠에서 깼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오늘따라 방도 더욱 후덥지근하고 몸도 후끈거렸다.

 

  갈증과 더위를 견디지 못한 난 밖으로 나왔다.

 

  내가 처음 백제에 왔을 때보다 서늘해진 바람이 답답함을 조금 해소시켜주었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시원한 물 마시고 싶다.”

 

  시원한 물을 찾아 난 걸음을 옮겼다.

 

  처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딱 좋은 장소가 있었다.

 

  잠결에 나오느라 손전등을 미처 챙기지 못한 난 어둠을 헤치고 목적지로 향했다.

 

  졸졸졸.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물이 흐르는 시원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찾은 곳은 세답방나인이던 시절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빨래터였다.

 

  말이 빨래터지 이곳은 식수로 써도 될 만큼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개울이었다.

 

  그리고 백제에 현대와 같은 세제나 비누가 있지도 않아 빨래하는 곳의 물은 오염되지 않고 깨끗함을 유지했다.

 

  사실 많은 궁녀들이 이곳의 물을 식수로 썼다.

 

  “아, 시원하다.”

 

  얼음장 같은 물을 손으로 떠 꿀꺽 꿀꺽 마시자 쩍쩍 마른 입안이 단번에 촉촉해졌다.

 

  몇 번이나 연거푸 물을 마시자 이제 이가 시릴 정도였고 갈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충분히 목을 축인 난 다시 처소로 걸음을 옮겼다.

 

  “어? 뭐지?”

 

  처소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귀택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평소와 달랐다.

 

  희미하지만 귀택전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귀택전의 관리자라고 주장하는 목마지는 내가 오기 전까지 절대로 불을 밝히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깜깜하게 해놓고 뭘 하는지 도통 모를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는 혼자 있을 때 절대로 불을 켜지 않는다.

 

  낡은 전각에서 새어나오는 은은한 불빛에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불빛은 수많은 책장이 놓인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어떤 사람이 책장에 기대어 희미한 등불에 의지해 책을 읽고 있는 것이 보였다.

 

  뒤에 놓인 등불의 빛 때문에 그 사람의 검은 윤곽만 보였다.

 

  “…변태 나리?”

 

  내 목소리에 그 사람은 책으로 쏠렸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책을 내려놓더니 뒤에 놓인 등불을 들고 다가왔다.

 

  희미한 빛 아래에 그 사람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동 나리?”

 

  은은한 주황색 등불에 드러난 얼굴은 은월지에서 만난 또 다른 의문의 귀족, 해동이었다.

 

  그는 이곳의 주인인 목마지와 전혀 다른 느낌의 사람이었지만 둘은 묘하게 고통점이 많았다.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라는 것이 첫 번째 공통점이었고, 아무리 좋게 봐도 백제를 위해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지만 둘 다 궁을 제집처럼 드나든다는 것이 두 번째 공통점이었고, 서로 다른 의미로 수상하다는 것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 공통점이었다.

 

  물론 목마지는 그 행실이 가벼우면서도 기척도 없이 동분서주 하여 매우매우 수상했지만 해동은 행동이 점잖고 신중하여 전형적인 귀족의 느낌이었지만 뭔가 꽁꽁 숨긴 듯 수상하다는 점이 달랐다.

 

  “그대는… 은월지에서 봤던 궁녀가 아니오?”

 

  해동 역시 날 알아봤는지 그의 어조에 조금 놀란 기색이 묻어났다.

 

  “궁녀가 아니고 미리예요. 귀족 나리.”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온 것이오? 이번에도 내 시간을 방해할 셈이오?”

 

  그의 말에 내 얼굴이 불쾌감으로 일그러졌지만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보였다.

 

  아니, 여기 귀족들은 하나 같이 다 이렇게 밉상인가?

 

  “이보세요. 뭔가 단단히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나리보다 이곳은 제가 먼저 드나들었답니다. 그리고 전 이곳 관리자에게도 출입허락을 맡았고요. 헌데 나리께선 그렇지도 않아 보이는 군요. 자, 문제를 하나 내죠. 그럼 여기서 불청객은 저일까요, 나리일까요?”

 

  억지웃음으로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문제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대답은 하지 않겠소. 마지고덕, 그 사람이 그대에게 이곳에 출입해도 된다는 허락을 내렸단 말이오?”

 

  당당하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난 어깨를 쫙 펴고 양손을 허리에 짚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고덕이라면… 아마도 변태 귀족, 목마지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백제에선 귀족들 이름을 특이하게 불렀다.

 

  사밀좌평, 모달달솔, 마지고덕… 무슨 동X신X도 아니고….

 

  그럼 저 사람은 해동통보인가?

 

  이러다 그룹하나 결성하겠네.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겠군.”

 

  해동은 앞에 서있는 날 무시한 채 생각에 빠진 얼굴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대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러 온 것이오?”

 

  “한자 공부요.”

 

  “그럼 그대는 그대의 공부를 하시오. 난 나의 일을 할 테니.”

 

  그 말을 끝으로 해동은 다시 시선을 책으로 돌렸다.

 

  하지만 난 그의 옆에 서서 버티고 있었다.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얼마 안 되어 책에서 눈을 떼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소?”

 

  “등불 좀 나눠서 쓰죠.”

 

  당당한 나의 요구에 그의 눈썹이 살짝 구부러졌다.

 

  “내가 왜 그래야 하오?”

 

  “그 등불은 나리 것이 아니라 이곳 귀택전의 것이니 나도 쓸 권리가 있지 않겠어요? 더군다나 목마지 나리에게 이곳의 물건은 마음껏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더욱 그렇지요.”

 

  물론 변태 귀족한테 그런 허락까지 받지는 않았다.

 

  올 때마다 이곳의 물건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나를 제지하지 않았으니 은연중에 그런 허락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허락이 그의 단독적인 소행이라면? 즉, 웃전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한 것이라면 어찌하겠소?”

 

  그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복잡한 건 모르겠고요. 변태… 아니, 목마지 나리를 이곳에 데리고 와서 확인하지 않는 한 나의 권리는 유효해요. 어쨌든 나와 한 약속이니까.”

 

  “…어쩔 수 없군.”

 

  “그럼 집무실로 가시죠. 전 그쪽에서 공부하니까.”

 

  나는 성큼성큼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고 해동도 순순히 내 뒤를 따랐다.

 

  낡은 책상에 나와 해동은 어색하게 마주보고 앉아 침묵 속에 각자의 할 일에 열중했다.

 

  그는 척 봐도 지루해 보이는 책을 흥미로운 눈으로 읽고 있었고 난 이제 700번 째 글자를 외우고 있었다.

 

  열심히 한자를 반복해서 쓰며 외우고 있는 날 흘끔흘끔 훔쳐보는 해동의 시선이 느껴졌다.

 

  “…지금 보면서 비웃었죠?”

 

  해동이 서책에 고정했던 눈동자를 살짝 올려 날 바라보다가 내 말에 얼른 눈동자를 책으로 돌렸다.

 

  “흠,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방금 보면서 비웃었잖아요.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비웃진 않았고… 그대의 글씨가 어릴 적 내 글씨를 보는 것 같아 조금… 웃었을 뿐이오.”

 

  “맞네. 비웃은 거네. 대체 몇 살 때 글씨랑 비슷하기에 웃어요?”

 

  “4살.”

 

  그렇게 말하며 그는 은근히 책을 들어 내 뜨거운 시선을 회피했다.

 

  이씨… 한자는 잘 못써도 내가 한글은 얼마나 잘 쓰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둥글둥글한 내 글씨체가 예쁘다고 친구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다.

 

  그런데 뭐? 4살?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에요? 4살이 어떻게 이정도로 잘 써요. 혹시 나리도 누구처럼 명필이라고 해놓고 엄청난 악필 아니에요?”

 

  내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들었는지 그가 책을 탁하고 덮고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운이 좋은 줄 아시오. 그대는 평생가도 못 볼 고귀한 서체를 보게 될 테니.”

 

  해동이 내 손에서 붓을 뺏어 먹을 적당히 묻힌 후 진지한 얼굴로 내가 쓴 글자 옆에 똑같은 글자를 썼다.

 

  그의 말대로 그의 서체는 기가 막혔다.

 

  그의 서체는 정갈했던 사밀의 그것보다 힘이 있었고 귀족 특유의 고고한 기개가 느껴졌다.

 

  글씨를 다 쓴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들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쳇, 자랑질하는 저 표정이 참… 잘생겼네.

 

  “잘 쓰긴 했네요. 이번엔 인정할게요.”

 

  나의 칭찬에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붓을 놓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책상에 올려놓았던 책을 들어 펼쳤다.

 

  다시 우리 둘 사이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하지만 곧 그 정적은 나로 인해서 깨졌다.

 

  ‘꼬르르륵….’

 

  다른 사람도 들을 정도로 꽤 큰 소리가 내 배에서 났다.

 

  난 애써 모른척했으나 그 뒤에 마치 시냇물 흘러가는 것 같은 쪼르륵하는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자 내 얼굴은 삽시간에 붉어졌다.

 

  ‘하필이면 이럴 때 난리야?’

 

  내가 주먹으로 배를 툭툭 치자 한 번 더 쪼르륵하는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해동은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웃지 마요!”

 

  내 절박한 외침에도 그의 손에 들린 서책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백제까지 와서 이게 무슨 망신이람?

 

  내가 민망함에 입모양으로 욕지거리를 하고 있을 때 그가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거라도 드시오.”

 

  그의 손에는 약과처럼 생긴 과자가 들려 있었다.

 

  난 마지못해 그것을 받았다.

 

  “다시 말하는데 배고파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 근데 이거 맛있네?”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자 달콤함이 입안 전체에 퍼졌다.

 

  꼭 맛은 한과와 약과의 중간정도 같았다.

 

  내가 게 눈 감추듯 과자를 해치우자 해동이 소매 안에서 과자 한 개를 더 꺼내 내밀었다.

 

  “백제 음식은 다 맛없는 줄 알았더니, 이건 맛있네.”

 

  내가 두 번째 과자를 반이나 먹었을 때였다.

 

  “그대는 이곳 사람이 아니오?”

 

  “네.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 한나라라면 이미 멸망한지 몇 백 년이 되었거늘. 한족의 후예란 말이오?”

 

  “중국의 한나라랑 다른 나라거든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요.”

 

  해동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책을 내려놓고 내 말에 집중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나라요.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어디에 있소?”

 

  그의 물음에 난 머뭇거리면서 남은 과자를 입에 쏙 넣고 우물거렸다.

 

  “가깝지만 아주 먼 곳에 있죠. 그리고 그곳은 이곳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문명이 발달했어요. 신분제가 없어 국민 모두가 평등한 곳이에요.”

 

  “신분제가 없다니? 그럼 왕도 없단 말이오?”

 

  그가 충격 먹은 듯 빠르게 물었다.

 

  “네. 왕도 없어요. 대신 5년 마다 대통령이라는 나라의 우두머리를 선출해요. 물론, 대통령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아요. 많은 표를 받은 자가 대통령이 되는 거죠.”

 

  “아직 나의 배움이 부족하군. 대한민국이란 그대의 나라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많으나 이만 가봐야겠소.”

 

  어느새 하늘 한 귀퉁이가 진한 쪽빛을 띠고 있었다.

 

  해동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읽었던 책을 들고 귀택전의 집무실을 나서기 위해 걸음을 떼었다.

 

  하지만 그가 곧 걸음을 멈추고 뒤 돌아 내게 말했다.

 

  “미리, 다음엔 은월지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겠소. 다음엔 대한민국이란 그대의 나라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시오.”

 

  “어…언제요?”

 

  “그대가 은월지에 오는 날이 바로 그날일거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4 34화-나도 모르게 커지는 마음 2019 / 10 / 21 43 0 6280   
33 33화-서서히 밝혀지는 진실 2019 / 10 / 19 33 0 6159   
32 32화-재회 2019 / 10 / 19 29 0 6487   
31 31화-고리타 2019 / 10 / 19 26 0 6528   
30 30화-거짓말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2019 / 10 / 19 29 0 6284   
29 29화-이리 가까이 오라 2019 / 10 / 19 25 0 6245   
28 28화-그대는 좋은 사람이오 2019 / 10 / 14 25 0 6155   
27 27화-배신감 뒤에 또 배신감 2019 / 10 / 14 22 0 6107   
26 26화-다시 찾은 단서 2019 / 10 / 12 27 0 6380   
25 25화-곱구려 2019 / 10 / 12 17 0 6228   
24 24화-이목을 피할 땐 역시 이거지 2019 / 10 / 10 25 0 6650   
23 23화-사라진 그녀의 단서 2019 / 10 / 9 33 0 6290   
22 22화-그녀를 찾아라 2019 / 10 / 8 28 0 6398   
21 21화-갑자기 분위기 부정맥 2019 / 10 / 7 22 0 6395   
20 20화-난 원반을 줍는 개가 아니야 2019 / 10 / 6 36 0 6391   
19 19화-말할 수 없는 비밀 2019 / 10 / 5 34 0 6360   
18 18화-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2019 / 10 / 4 38 0 6124   
17 17화-또다시 외톨이 2019 / 10 / 3 32 0 6271   
16 16화-뜻밖의 만남 2019 / 10 / 2 29 0 6978   
15 15화-곰이 아니라 호랑이 2019 / 10 / 1 26 0 7049   
14 14화-사건의 실마리 2019 / 9 / 30 31 0 6713   
13 13화-실수라니까 2019 / 9 / 29 24 0 6144   
12 12화-달빛이 내려 앉는 곳, 은월지 2019 / 9 / 28 31 0 6353   
11 11화-이게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냐 2019 / 9 / 27 27 0 6288   
10 10화-왕이 사는 곳, 일월전 2019 / 9 / 27 26 0 6218   
9 9화-나대지마, 심장아 2019 / 9 / 27 31 0 6738   
8 8화-귀신의 집, 귀택전 2019 / 9 / 24 32 0 6402   
7 7화-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2019 / 9 / 23 29 0 6576   
6 6화-차우차우 2019 / 9 / 22 29 0 6447   
5 5화-허깨비일리가 없어 2019 / 9 / 22 46 0 6683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