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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29화-이리 가까이 오라
작성일 : 19-10-19 17:03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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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야. 또 찔렸네.”

 

  처소로 돌아온 난 그동안 손 놓고 있었던 수틀을 집어 들었다.

 

  다음에 해동을 만난다면 서툰 솜씨지만 꼭 내 정성이 담긴 손수건을 선물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되지도 않는 똥손으로 한참을 주물럭거리자 천 한 귀퉁이에 흐물흐물한 나팔꽃 비스무레한 것이 피어났다.

 

  네 귀퉁이 중 겨우 한 귀퉁이 완성했을 뿐인데 손가락에 구멍이 숭숭 났고, 손바닥은 저려왔다.

 

  꽃이 아니라 사오정 머리같이 생긴 나팔꽃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눈에 그 옆에 있던 모양이 완벽한 나팔꽃이 들어오자 조금 들떴던 마음이 다시 착 가라앉았다.

 

  그날 밤 이후로 나와 리타의 관계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아니, 어쩌면 처음보다도 못했다.

 

  일월전에서도 말을 붙이지 않았고 처소에 와서도 리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구석에 처박혀있었다.

 

  화인이 걱정되어 이불을 흔들며 말을 걸어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많이 늘었다. 조금 있으면 곧 완성하겠는데?”

 

  괜히 화인이 과장을 섞어 밝게 말했지만 내 기분은 여전히 바닥에 뒹굴었다.

 

  나는 침울한 표정으로 바늘과 수틀에 낀 천을 내려놓았다.

 

  “왜, 더 안 하게?”

 

  “응. 오늘은 피곤해서 이만해야겠어.”

 

  내가 바닥에 내려놓은 물건들을 갈무리하고 이불을 펴자 화인도 바느질거리를 정리했다.

 

  화인이 후- 하고 불을 끄자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았다.

 

  나는 팔을 이마 위에 올리고 천장을 바라봤다.

 

  “미리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작게 속삭이는 화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속상해 하지 마. 리타가 정말로 우릴 싫어해서 그러는 게 아닐 거야.”

 

  “….”

 

  내가 침묵하자 화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들어오기 전에 들었는데, 리타는 예전에 많이 힘든 일을 겪었었대. 그래서 그 일 때문에 가족이랑도 헤어지고 어찌어찌해서 궁궐에 들어오게 된 거래.”

 

  내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자 화인이 자세를 바꾸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약속한 날에 리타도 꼭 올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 우린 친구잖아.”

 

  그 말을 끝으로 화인 역시 입을 다물었다.

 

  정말로 그럴까?

 

  화인의 말대로 사라진 궁녀 라혜의 행방을 찾기 위해 외출하는 날 리타도 올까?

 

  한참 복잡한 생각 속을 헤매니 화인과 리타는 잠이 들었는지 주변은 오직 느른한 숨소리 뿐 사위가 고요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내고 처소를 빠져나왔다.

 

  손전등을 들고 걷는 내 얼굴은 사뭇 비장했다. 내 발걸음이 도착한 곳은 귀택전이었다.

 

  전각 안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난 손전등을 끄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느새 손에선 미끈한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그동안 제집 드나들 듯 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지옥문이라도 되는 양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안에서 마주할 차디찬 현실이 두려워서, 지금 겪었던 것보다 더한 배신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내 발은 한동안 귀택전 앞을 서성였다.

 

  한참을 서성인 나는 주먹을 꼭 쥐고 천천히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처럼 전각 안은 어둠에 쌓여있었다.

 

  하지만 이 안을 채운 공기는 그 전에 맡았던 것과 달랐다.

 

  삐걱. 삐이걱.

 

  발을 디딜 때마다 마루가 내뱉는 신음소리는 어느 때보다 더욱 음울하게 다가왔다.

 

  귀택전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집무실에 발을 들여놓았다.

 

  희미하게 약초냄새가 배어있었다.

 

  내가 고개를 돌려 안을 살펴보니 구석에 희미한 형체가 어른거렸다.

 

  눈이 어느 정도 어둠에 적응하자 난 그것이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입안엔 물기조차 없었지만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오랜만이오. 미리 궁녀.”

 

  내가 한 발 다가가자 의자에 앉은 사람의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목마지였다.

 

  “내 이름 부르지 마요.”

 

  어둠속에서 그가 비척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 누구보다 소리 없이, 날래게 움직이던 사람이 굼벵이처럼 느리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왼쪽 다리를 절뚝이며 다가왔다.

 

  “미리 궁녀….”

 

  “내 이름 부르지 말라니까!”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그의 걸음도 뚝하고 멈췄다.

 

  “왜 그랬어요? 왜, 왜 그랬냐고요. 내가 그렇게 우스웠어요? 아, 우스웠겠네. 멍청하게 저를 이용하는 사람인 줄도 모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으니까.”

 

  “…그런 것이 아니오.”

 

  목마지의 눈동자엔 복잡한 감정이 얽혀있었다.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창백한 달빛에 드러난 그의 눈빛은 자못 애절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생각보다 더욱 상해있었다.

 

  매끈했던 얼굴은 피죽도 못 얻어먹은 사람처럼 푸석했고 입술은 마르다 못해 여기저기 갈라져 터진 곳도 보였다.

 

  피해자는 나인데, 마치 내가 가해자가 된 기분을 들게 하는 저 사람이 죽일 듯이 미웠다.

 

  상처는 내가 받았는데 저가 상처받았다는 저 눈이 지독히도 싫었다.

 

  “그런 게 아니면 뭔데요. 뭐냐고요! 왜 내 앞에 나타났어요? 낯선 백제 땅에서 살아보겠다고 악을 쓰는 내가 그렇게 웃겼냐고요! 평소에는 그렇게 잘만 떠들더니 왜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요?”

 

  “…미안하오. 허나 내 절대 궁녀를 우습게 본 적은 없었소. 단 한 번도 그런 마음 품은 적 없었소.”

 

  평소와 다르게 웃음기를 지운 목마지가 말했다.

 

  “그럼 뭔데요. 당신이 사밀, 그 영감탱이랑 꾸미는 짓이 대체 뭔데요. 말해 봐요.”

 

  “그건 말할 수 없소….”

 

  “하! 그럼 그렇지! 됐어요. 다시는 당신 얼굴 보고 싶지도 않고 말도 섞고 싶지 않으니까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요. 그리고… 그 영감탱이랑 무슨 일을 꾸미고 있던 내가 샅샅이 밝혀서 절대 당신들 손안에 놀아나지 않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소리치는 와중에 눈물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가슴속에 있던 말을 모두 쏟아내고 귀택전을 나오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난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 때문에 눈물 흘리지 마. 한미리. 널 이용한 사람이야.

 

  나는 걸음을 떼며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지금보다 더 독해져야 한다.

 

  그래야 내가 오늘 느꼈던 이 감정을 그에게도 고스란히 되갚아줄 수 있을 테니까.

 

 

 

 ***

 

 

 

  시간은 흘러 어느새 함께 외출하기로 한 전날이 되었다.

 

  나는 오늘 야간당번이었기에 일월전으로 떠나기 전 화인과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나가서 어디부터 살펴볼지 미리 정해놓자.”

 

  “아무래도 성문 근처부터 수색해야 하지 않을까?”

 

  화인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동문부터 찾아보자. 어느 쪽으로 갔을지 모르니까 나는 왼쪽으로 너는 오른쪽으로 살펴보는 거야.”

 

  내 말에 화인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리타는….”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리타는 기어이 우리와 단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

 

  이부자리를 정리하더니 리타는 바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됐어. 걔는 빼. 우리 둘만 가자.”

 

  “알았어…. 그럼 너 당번 끝나고 바로 동문 앞에서 보자.”

 

  “응.”

 

  나와 화인은 침울한 표정으로 서로의 일터로 향했다.

 

  오늘은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내일 있을 일이 잘 풀릴지 걱정되기도 했고, 혹시나 내가 화인을 위험에 끌어들인 건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놓고 있었는지는 은임의 말로 인해 증명됐다.

 

  “미리야, 너 지금 숟가락 거꾸로 잡았어.”

 

  그녀의 말에 내가 숟가락의 움푹 파인 곳을 손으로 쥐고 얄상한 부분으로 밥을 떠 입에 넣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그러네.”

 

  내가 숟가락을 바로 잡자 걱정이 잔뜩 묻은 은임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요새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일은 무슨.”

 

  “넋 놓고 있는데 뭘. 오늘 당번이지? 내가 바꿔줄까?”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요새 잠도 잘 못 자는데 이 김에 밤이나 세는 게 낫지.”

 

  음식을 잔뜩 퍼 우걱우걱 씹는 내 얼굴을 은임이 집요하게 쳐다봤다.

 

  “얼굴 닳겠다. 나 진짜 괜찮다니까?”

 

  “걱정돼서 그래. 그렇게 넋 놓고 있다가 전하께서 야참 드시겠다고 했는데 네가 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 어린 진지한 말에 나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런 일 없어. 설마 내가 야참대신 쥐새끼라도 갖다 바치겠니?”

 

  농담에도 결국 은임은 걱정 어린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만약 전하께서 야참을 드시겠다고 하시면….”

 

  “알아, 알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처소로 가. 응?”

 

  “알았어. 하나만 더. 전하께 올릴 과실 차는….”

 

  “저기 항아리에 있잖아. 자, 됐지? 빨리 가. 가서 좀 쉬어.”

 

  내가 등을 떠밀자 은임은 그제야 마지못해 소주방을 떠났다.

 

  은임까지 떠나자 소주방엔 적막이 찾아왔다.

 

  조용한 곳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으려니 또다시 부정적인 생각이 물밀 듯 떠올라 나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빗자루를 들어 궁녀들이 깨끗이 쓸어놓은 소주방 바닥을 쓸었다.

 

  빗질이 끝나자 나는 이번엔 걸레로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잠식해오는 생각을 막을 수가 없었다.

 

  더 강력한 것이 필요했다.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흠, 흠. 계시오?”

 

  “예.”

 

  내가 대답하자 내관복을 입은 남자가 소주방에 들어왔다.

 

  “전하께서옵서 야참을 들라 하시네.”

 

  “알겠습니다. 곧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처음으로 백제의 왕에게 다과상을 올릴 기회가 생기자 괜히 입안이 바싹 말라왔다.

 

  은임이 알려준 대로 나는 작은 상위에 왕이 좋아한다는 간식거리를 예쁘게 담았다.

 

  그리고 빛깔이 고운 과실차도 그릇에 담아 올려놓았다.

 

  은임의 말대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나는 다과상을 다 차려놓은 후에도 빠진 것이 없나 계속해서 살폈다.

 

  “흠, 흠. 아직 멀었소?”

 

  재촉하는 말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과상을 들고 소주방을 나섰다.

 

  일월전으로 향하는 쪽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내관을 따라 다과상을 엎을세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내관이 궁인들이 드나드는 작은 문을 열자 나는 그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안으로 들지 않고 뭣 하시오?”

 

  “어… 제가 직접 갑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지금은 당번을 서는 궁인들 밖에 없소. 그러니 소주방 나인이 직접 들어가야 하지 않겠소?”

 

  이럴 수가.

 

  왜 은임은 직접 다과상을 들고 왕이 머무는 방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중요한 말은 안 해준 거야.

 

  내가 조심스럽게 일월전 안으로 발을 디디자 내관도 뒤따라 들어왔다.

 

  “발소리를 죽이고 따라오시오.”

 

  왕이 머무는 전각 안은 어둠속에서도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반질반질한 마룻바닥을 넘어질세라 조심스럽게 걸으려니 발바닥에서 땀이 차올랐다.

 

  요리조리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자 드디어 왕이 머무는 방 앞에 도달했다.

 

  나는 긴장감에 허리를 바짝 숙이고 내관 뒤에 서있었다.

 

  “전하, 야참들이겠습니다.”

 

  5초정도 쉬고 내관이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나는 본능적으로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깔았다.

 

  5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백제의 왕이 있었다.

 

  “드시게.”

 

  내관의 명령에 뻣뻣해진 다리가 움직였다.

 

  “물론 자네가 기미까지 보아야 하네. 잊지 마시게.”

 

  곁을 지날 때 내관이 작게 속삭이는 말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내가 방에 완전히 들어가자 문이 스르륵 닫혔다.

 

  백제의 왕과 한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니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놀라운 정신력을 발휘해 다행히 다과상을 엎지 않고 왕의 앞에 다소곳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과상을 내려놓고 내관이 당부한 대로 잊지 않고 과실 차와 그릇에 놓인 과자를 조금 입에 넣어 맛을 보았다.

 

  긴장한 탓에 무슨 맛인지도 몰랐다.

 

  그저 내가 멀쩡히 살아 있으니 독이 없나보다 할 뿐이었다.

 

  마지막 과자까지 기미를 마치고 내가 말했다.

 

  “드시옵소서.”

 

  그렇게 말하며 나는 살짝 옆으로 비껴 앉았다.

 

  왕이 야참을 먹는지 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방안은 조용했다.

 

  왕이 바로 옆에 앉아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나는 눈동자를 어디에 둬야할지 몰랐다.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는데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벽에는 내 몸집만큼 크고 굵은 활 두 대가 걸려 있었다.

 

  어찌나 큰지 엔간한 성인 남자도 시위를 한손으로 못 당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밑에는 지금이라도 복숭아 솜털을 말끔히 면도하고도 남을 만큼 날카롭게 벼린 칼 두 자루가 고급스러운 장식품처럼 진열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칼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 침을 꿀떡 삼켰다.

 

  왕이 무예에 조예가 깊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그때.

 

  꼬르륵.

 

  눈치 없는 내 위장이 가냘픈 소리를 냈다.

 

  나는 그야말로 식겁했다.

 

  잡생각을 떨치겠다고 무리하게 몸을 움직인 게 화근이었다.

 

  이놈의 위장아,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꼬르르륵.

 

  내게 항의라도 하는 듯 다시 한 번 위장이 요동쳤다.

 

  지금 밥 달라고 할 때가 아니라고!

 

  여차하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데! 왕이 심기가 뒤틀려 “누가 꼬르륵 소리를 내었는가?”라고 하면 나는 저 진열된 섬뜩한 칼날에 한줌 이슬이 되어 사라질 것이란 말이다!

 

  상상 속에서 이미 내 목과 몸이 분리되었을 쯤 우려하던 상황이 일어났다.

 

  “이리 가까이 오라.”

 

  백제의 왕, 그가 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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