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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26화-다시 찾은 단서
작성일 : 19-10-12 20:51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6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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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와 리타와 화인은 각자가 준비한 물품을 챙겨 처소를 나왔다.

 

  무르익은 깊은 밤의 어둠은 곧장 우리를 집어삼켰다.

 

  들판을 스치는 밤안개처럼 우리는 발소리를 죽이고 바쁘게 움직였다.

 

  은밀한 계획을 돕듯이 오늘만큼은 하늘을 밝혀줄 달도 두꺼운 구름에 가려 한줄기의 빛이 새어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땅위의 만물이 잠든 듯 고요한 밤, 잠들지 못한 사람은 비단 우리 셋 뿐만이 아니었다.

 

  백제궁의 문지기는 입이 찢어지도록 느릿하게 하품을 했다.

 

  하품으로 노곤함을 달래기도 전에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창을 고쳐 잡으며 어둠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누구요?”

 

  어둠속을 꿰뚫는 그의 눈이 살쾡이의 그것처럼 매섭게 빛났다.

 

  어둠속에서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얼굴에 비즈니스 미소를 장착한 채 그에게 다가갔다.

 

  “아이고오- 선생님. 수고하십니다.”

 

  문지기는 위아래로 나를 훑어본 후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당신은 궁녀가 아니오? 이 늦은 시각에 어인 일이오?”

 

  “이야, 이 컴컴한 밤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성문을 지키시니 내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것 같소. 누군가가 그러더이다. 백제궁에서 가장 중한 곳이 이곳이라고요. 내 직접 눈으로 보니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알 법하오.”

 

  “누가 그런 정신 나간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백제궁에서 가장 중한 곳은 단연 일월전이 아니겠소?”

 

  문지기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것은 하나 밖에 알지 못하는 치들이나 하는 소리요.”

 

  “지금 감히 지존이신 전하를 욕보이는 것이오? 이 늦은 시각에 짐승마냥 살금살금 다니는 것이 영 수상해 보이는군.”

 

  그가 손에 꼬나 쥔 창을 내게 들이밀자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어허! 어찌 감히 전하를 모욕하는 것이겠소? 내 말은 이 성문이 백제궁의 최전방어선이니 그만큼 중하다는 뜻이었소. 이 성문이 뚫린다면 궁 안의 어떤 것이 중요하겠소? 모름지기 예부터 성문의 문지기로는 무예로 따지자면 저 촉나라의 장비에 버금가고 타인을 위해 제 한 몸 미련 없이 던질 줄 아는 훌륭한 성품을 지닌 자를 임명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과연 옛말이 한 톨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소.”

 

  내가 여전히 비즈니스 미소를 지은 채 혀에 기름칠을 한 듯 칭송의 말을 늘어놓자 그가 창을 곧게 세우고 어깨를 펼치며 가슴을 쭉 내밀었다.

 

  “흠, 흠. 그것이 바로 문지기의 숙명이올시다.”

 

  그가 내심 자랑스러워하며 쑥스럽게 덧붙이자 나는 회심의 미소를 씩 지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았나.

 

  문지기의 표정을 보아하니 조만간 입이 귀에 걸리게 생겼다.

 

  좋아. 입 벌려라, 칭찬 들어간다.

 

  “이 늠름한 자태! 어둠까지도 꿰뚫는 저 날카로운 눈빛!”

 

  내 말에 그는 자세를 더욱더 꼿꼿하게 했고 미간을 찌푸리며 강렬한 눈빛을 발사했다.

 

  “동쪽의 신라군도 벌벌 떨고 북쪽의 고구려군 마저 무릎을 꿇을 기상이로고! 내 그간 궁에서 마음 편히 다리를 쭉 뻗고 단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선생님 때문이란 것을 오늘에야 깨닫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오. 선생의 노고를 치하하는 마음으로 작은 정성을 준비했소이다.”

 

  문지기의 주변을 둥글게 걸으며 내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어둠속에서 화인과 리타가 나타났다.

 

  “고생이 많으시오. 시원하게 한 잔 쭉 들이키시오.”

 

  리타가 나무그릇에 내가 저잣거리에서 사온 술을 따라 문지기에게 내밀었다.

 

  술의 단내를 맡은 그의 코가 벌렁거렸다.

 

  하지만 이내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되었소. 근무 중에 술을 마시면 쓰겠소?”

 

  아무래도 그는 칭찬의 말에 과하게 몰입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선 술을 사양하는 그의 표정이 이렇게 비장할 리가 없었다.

 

  “술 한 잔은 약주라고도 하지 않소? 그리고 저 촉나라의 장수 관우도 전장에서 한 잔의 술로 몸을 먼저 덥히고 적장의 목을 베러가지 않았소? 그러니 이 정도의 술은 선생께 누가 되지 않는다 그 말이오.”

 

  청산유수처럼 쏟아지는 내 말에 마음이 동하는지 침을 삼키느라 문지기의 목젖이 꿀떡거렸다.

 

  “그럼, 내 궁녀들의 성의를 생각하여 딱 한 잔만 마시겠소.”

 

  크으. 그렇지!

 

  그래도 일개 문지기 치곤 잘 참았느니.

 

  그가 유혹에 항복하자 화인이 얼른 평평한 돌을 가져와 그 위에 리타가 일월전에서 가져온 음식을 담은 대나무 소쿠리를 올려놓았다.

 

  “잠시 무기를 내려놓고 편히 와서 음식과 함께 드셔요.”

 

  화인이 해사하게 웃으며 싹싹하게 말했다.

 

  그러자 문지기는 순식간에 차려진 술상 앞으로 다가와 털썩 앉았다.

 

  리타가 술을 담은 그릇을 건네자 그는 술을 맛깔나게 벌컥벌컥 마셨다.

 

  “크으. 어허, 좋다.”

 

  그가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입속에 넣을 때 내가 넌지시 운을 뗐다.

 

  “이런 야밤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돌아다니지 않겠소, 그렇지 않소?”

 

  “뭐, 보통은 그러하오. 허나 가끔은 야밤에도 성문을 드나드는 사람이 있다오.”

 

  “요새 궁녀들 사이에서 괴담이 돌고 있소. 사람으로 둔갑한 도깨비가 한밤중에 문지기를 속이고 들어와 궁 안을 활보하고 다닌다는 괴담 말이오. 이런 깜깜한 밤중에 대체 그 누가 감히 성문을 드나들겠소?”

 

  리타가 슬쩍 말을 흘리자 문지기를 대신하여 내가 발끈했다.

 

  “이렇게 서슬 시퍼렇게 선생께서 단단히 지키고 있거늘 그런 괴담이 가당키나 한 말이오? 선생께옵선 매의 눈으로 성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개미의 더듬이 숫자까지 파악하고 있을 것이란 말이오, 내 말이 틀렸소?”

 

  내가 문지기를 쳐다보며 말하자 그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렇고말고.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얼굴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개수까지 다 꿰뚫어보고 있소이다. 어디보자, 그래. 마지막으로 이틀 전에 한 젊은 남녀가 이 시각 즈음 이 성문을 통과했소.”

 

  문지기의 말에 우리 셋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어머, 젊은 남녀요? 그럼 설마 둘이 정분이 나 야반도주를 한 것이어요?”

 

  화인이 야살을 떨며 말했다.

 

  “정분이라니. 그 중 한 분은 귀하신 귀족 나으리셨소. 사정을 들어보니 역병이 든 궁녀를 데리고 출궁하신다고 하더군. 참말인지 그 궁녀는 연신 기침을 하더이다.”

 

  “어찌 역병처럼 중한 병이 든 자를 이렇게 야심한 시각에 빼돌리듯 데리고 나가겠소? 아무래도 그대는 실수를 한 모양이오. 이리 보나 모로 보나 수상한 사람들을 함부로 출궁시켰으니 말이오.”

 

  리타가 눈을 흘기며 특유의 까칠한 말투로 미끼를 던지자 문지기가 그 미끼를 덥석 물었다.

 

  아니, 아예 바늘까지 꿀꺽 삼켰다.

 

  “나으리가 그러시더이다. 그 궁녀가 증세를 보인 건 바로 그날 저녁이라고. 격리를 위해 약방 내실로 옮겼으나 점차 악화되어 역병이 궁에 퍼질까 염려되어 이동이 없는 밤중에 속히 출궁시키는 것이라고 말이오. 나도 처음엔 의심을 하여 그 앞을 가로막았소. 허나 그분께서 관직의 증표를 보이셨고, 그에 대한 서찰도 보여주셨소. 그리고 그 궁녀 역시 곧 쓰러질 것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눈알이 뒤집히는 것이 범상치 않아 보였소.”

 

  술 몇 잔과 음식 몇 점에 문지기는 그날의 일에 대해 술술 내뱉었다.

 

  흥, 분명 역병에 걸렸다던 궁녀는 내가 찾는 라혜일 것이고 그녀를 데리고 간 귀족은 내실 근처에서 발견된 발자국의 주인일 것이겠지.

 

  그가 보여준 서찰이란 것 또한 거짓일 테고 말이다.

 

  한낱 문지기가 글자를 알 리가 없지.

 

  서찰이라 함은 그 점을 이용한 속임수렷다.

 

  어떻게 그 말이 거짓임을 확신 하냐고?

 

  힌트는 리타의 말에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예부터 한 번 퍼졌다하면 엄청난 사상자를 냈던 전염병인 역병에 걸린 궁녀를 이렇게 조용히 빼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그리고 약방의 궁녀들은 라혜, 그녀가 그저 죽을병에 걸렸다고 했지 역병에 걸렸다고 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라혜가 역병이었다면 내가 궁에 들어오기도 전에 궁이 발칵 뒤집혔을 거라 그 말이었다.

 

 

 

 ***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그 애는 스스로 궁을 나간 게 아니야.”

 

  “그런데, 미리야. 넌 어떻게 네 친구가 동문으로 출궁했다는 걸 안 거야?”

 

  화인이 묻자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간단해. 넌 누군가를 데리고 은밀히 탈출해야한다면 어느 문을 사용할 거니?”

 

  내 물음에 화인이 눈동자를 치켜 올려 조금 생각하더니 답했다.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문을 이용하겠지.”

 

  “맞아. 약방 내실에서 가장 가까운 성문은 동문이야. 그러니 그들이 동문을 이용했다는 것을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지.”

 

  “와, 그렇구나.”

 

  내가 고안해낸 계획이란 것은 바로 그들이 이용했을 성문의 문지기를 적당히 구워삶아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물론 추측대로 그들이 꼭 동문을 사용하란 법은 없었지만 손 놓고 있다고 달라지는 것 또한 없었기 때문에 난 도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도박은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출궁을 하여 어디로 향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인, 너 이번 휴가가 나랑 같은 날이었지?”

 

  리타의 물음에 화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한미리. 너 야간 당번이 며칠 뒤라고 했지?”

 

  “사흘 뒤야. 그런데 그건 왜?”

 

  “분명 이런 야심한 시각에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달아났다면 그들을 쫓는 무리가 있었을 거야. 궁 안에서 그들을 습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 하지만 그들이 출궁한 뒤엔 얘기가 달라지지.”

 

  리타의 말에 내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다는 말은… 궁을 빠져나오고 적들로부터 습격을 당했을 거란 말이야?”

 

  동의의 뜻으로 리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해서 말이야. 5일 뒤 우리는 궁을 나와 그 흔적을 찾는다.”

 

  리타의 말에 내 눈이 반짝였다.

 

  요놈의 계집애,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단 말이지.

 

  “얘들아….”

 

  화인이 나와 리타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작게 말했다.

 

  그 때 저 멀리서 횃불을 들고 궁 안을 순찰하는 한 무리의 군졸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우리 셋은 빛이 닿지 않는 어둠속에 몸을 숨겼다.

 

  “셋이 몰려다니면 들킬 수 있어. 찢어져서 처소로 가자.”

 

  리타의 말에 나와 화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인이 먼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리타는 화인이 사라진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나는 속으로 열을 세고 그녀들과 다른 방향으로 갔다.

 

  손전등도 달빛도 없이 칠흑 같은 어둠속을 걷는 것은 온몸에 닭살이 돋을 만큼 무서웠지만 군졸들에게 들키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원래 처소로 가는 길보다도 배 이상을 돌아 나는 드디어 처소 근처에 다다랐다.

 

  빨래터로 이용하는 개울물이 힘차게 흘러내리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입이나 축이고 갈까?’

 

  긴장감으로 버썩 마른입을 축일 요양으로 차가운 개울물을 마시려고 할 때였다.

 

  부스럭.

 

  물가 언저리 풀숲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에 흔들린 나뭇잎 소리겠거니하던 차에 아까와는 다른 소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으으윽….”

 

  아주 희미하지만 사람이 내는 신음소리였다.

 

  첨벙첨벙.

 

  얕은 개울을 건너 소리가 들린 풀숲을 헤치자 어떤 사람이 나무와 잡초가 뒤엉킨 곳에 쓰러져 있었다.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강한 바람이 불어 구름을 찢어놓자 나타난 달빛에 그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변태나리!”

 

  그 사람은 항상 장난스런 웃음을 짓던 귀택전의 귀족 목마지였다.

 

  달빛아래에서 그의 모습이 아주 엉망이란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머리는 거의 산발이 되었고 옷도 여기저기 상했다.

 

  그리고 그의 옷 곳곳에서는 피로 보이는 거뭇거뭇한 얼룩이 잔뜩 묻어있었다.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봐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내가 그를 억지로 일으키자 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나왔다.

 

  “좀만 참아요. 여기서 귀택전은 가까우니.”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걸음 못가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기 일쑤여서 귀택전으로 가는 길은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다.

 

  귀택전에 다다랐을 땐 내 몸은 이미 땀범벅이 된 후였다.

 

  목마지를 집무실의 책상에 눕히고 나는 다급하게 등과 초에 불을 붙였다.

 

  불빛아래 드러나 그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처참했다.

 

  찢어진 소매 부분에선 시뻘건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고민할 틈도 없이 속치마를 벗어 쭉 찢어 출혈이 있는 팔 부분에 감았다.

 

  “으윽….”

 

  다친 곳에 압력이 가해지자 그가 신음을 내뱉었다.

 

  “물. 물이 필요해.”

 

  목마지의 몸은 열이 나는지 펄펄 끓었다.

 

  입술은 열기로 인해 말라 이미 여기저기 갈라졌고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내가 물을 떠올 마땅한 물건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그때 목마지가 내 소매를 잡아 당겼다.

 

  그 힘이 하도 약해 하마터면 알아채지 못할 뻔했다.

 

  내가 다가가자 그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초 …초.”

 

  그 목소리가 너무도 작아 집중하는 내 얼굴은 찌그러졌다.

 

  “뭐라고요? 초? 초라면 이미 불을 밝혔는데?”

 

  “…약 …초.”

 

  “약초를 찾으라고요?”

 

  그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집무실을 휘저으며 약초를 찾기 시작했다.

 

  난잡하게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는 곳에서 겨우 말린 약초 뭉치를 찾아냈다.

 

  내가 약초를 들고 다급하게 일어나 뒤돌았을 때였다.

 

  “너… 거기서 뭐해?”

 

  집무실 입구에 희미한 등불을 든 리타가 얼어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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