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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12화-달빛이 내려 앉는 곳, 은월지
작성일 : 19-09-28 14:21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6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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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날 밤 결국 목마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난 목마지가 어깨에 걸쳐준 겉옷을 잘 개어 집무실의 잔뜩 얼룩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느지막이 귀택전을 빠져나왔다.

 

  귀택전에서 나오고 나서도 밀서의 내용을 곱씹으며 사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날이 밝은 지금까지 그의 정체에 대한 별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미리 궁녀, 무슨 걱정 있습니까?”

 

  “예? 아… 아닙니다.”

 

  얼굴이 둥근 궁녀, 은임의 걱정스런 목소리에 내가 음식을 앞에 두고 멍하니 앉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주방에 오고 나서 한 번도 고기를 빼앗기지 않았던 미리 궁녀가 이리 넋 놓고 있으니 이상합니다.”

 

  “요 근래 매 끼니마다 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오늘은 별로 내키지 않아서요.”

 

  내가 대충 얼버무렸지만 은임은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숟가락으로 손에 들린 접시를 뒤적거리니 은임의 말대로 평소답지 않게 풀떼기들만 잔뜩 들어있었다.

 

  내가 봐도 나답지 않긴 했다.

 

  “그런데… 은임 궁녀.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무엇입니까?”

 

  오물오물 음식을 먹으면서 은임이 날 바라봤다.

 

  “왜, 왕… 아니 전하께선 매번 이렇게 좋은 음식들을 드시지 않고 물리시는 걸까요?”

 

  “저도 잘 모르는데, 항간에선 이런 말들을 합디다. 전하께서 매번 힘들게 상을 차리는 궁인들을 위해 일부로 깨끗하게, 딱 필요한 만큼만 드신다고요.”

 

  “으음…. 그렇습니까?”

 

  정말로 왕이 자신이 물린 음식들을 먹을 궁녀들을 위해 그렇게 한다고?

 

  사밀의 말에 의해 빚어진 내 머릿속의 이미지와 너무도 다른 행동이었다.

 

  대신들도 어쩌지 못하는 연산군 같은 폭군에 여자를 밝히는 그런 안하무인인줄 알았는데?

 

  “그런데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으시는 겝니까?”

 

  “아닙니다. 그냥, 처음 온 날부터 궁금했거든요.”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나물반찬을 듬뿍 떠 입속에 넣었다.

 

  사밀, 그는 분명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

 

  나물을 우걱우걱 씹으며 난 다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

 

 

 

  나의 고민은 처소로 돌아와 화인이 바느질하는 것을 보면서까지도 계속되었다.

 

  침침한 등불에 의지해 화인은 촘촘히 잘도 바느질을 했다.

 

  바느질하는 그녀의 표정은 편안하게 이완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느긋하게 했다.

 

  “화인아.”

 

  “응?”

 

  내 부름에 그녀의 얼굴 근육이 살짝 경직되며 씰룩거리는 것이 보였다.

 

  “있잖아. 좌평이란 관직이 높은 거야?”

 

  “음…. 아마 높을 걸? 사실 난 침방에만 계속 있어서 귀족나리들을 볼 일이 거의 없거든.”

 

  “좌평이면 웬만큼 높은 정도가 아니지.”

 

  구석에서 들리는 의외의 목소리에 나와 화인의 시선이 동시에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쏠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영원한 나의 앙숙 고리타였다.

 

  웬일인지 그녀는 평소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고 벽에 등을 기대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높기에…?”

 

  내 물음에 리타의 얼굴에는 날 깔보는 특유의 표정이 떠올랐다.

 

  “백제의 관직은 총 16개의 관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좌평은 그 중에서 으뜸이지.”

 

  “그렇다는 말은 최고관직이란 소리야?”

 

  리타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좌평에도 뭐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 내두좌평인가? 뭐 그런 것처럼?”

 

  “총 6명의 좌평이 있지. 내신좌평, 내두좌평, 내법좌평, 위사좌평, 조정좌평, 병관좌평.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를 일컬어 상좌평이라고 하지. 네가 말한 내두좌평은 나라의 재정을 관장하는 최고위직이야. 지금의 상좌평은 병관좌평을 겸임하고 있어.”

 

  “우와, 리타 대단하다. 어쩜 그렇게 관직에 대해서도 잘 알아? 꼭 귀족가문 아가씨 같아.”

 

  화인의 감탄에 민망했는지 리타는 괜히 시선을 회피하며 머리를 매만졌다.

 

  “귀족은 무슨…. 그냥 일월전에서 일하다보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뿐이야.”

 

  “역시 일월전 나인들은 똑똑하구나. 헤헤, 그럼 난 평생 거긴 못 가겠다.”

 

  다시 바느질을 하면서 화인이 순박하게 웃자 리타가 그녀의 말에 덧붙였다.

 

  “저런 얼빠진 애도 오는 데, 너라고 못 올 이유 있겠어?”

 

  “리타야, 그래도 얼빠진 애라니. 미리야, 리타가 나쁜 뜻으로 한 얘기 아니니까 화내지 마. 응?”

 

  화인이 내 눈치를 보며 날 툭 건드렸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내가 화들짝 놀라며 반문하자 화인은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오늘 너 좀 이상해,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너무 아무 일도 없어서 오히려 불안한 걸.”

 

  “흥, 드디어 넋이 빠진 게지. 화인, 너도 이제 바느질 그만하고 자. 어두운데서 바느질하면 눈 나빠진다.”

 

  “응, 알았어.”

 

  화인이 바느질감을 정리하고 불을 끄고 누울 때까지도 난 리타의 표현대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자리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나라의 재정을 관장하는 최고위직이라….

 

  그런데 왜 그런 엄청난 사람이 나를 백제궁으로 데리고 온 것일까?

 

  아무런 힘도 없는 조금 특이한 여자애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것 투성이었다.

 

  뭔가 엄청난 덫에 걸려버린 느낌이었다.

 

  ‘아, 머리 아파. 바람이나 좀 쐐야겠다.’

 

  모두가 잠들자 주섬주섬 손전등을 챙기고 방에서 나왔다.

 

  얼굴을 두드리는 바람이 머릿속에 달라붙은 온갖 잡생각을 조금 씻어주는 것 같았다.

 

  처소 앞마당에 앉아있던 난 손전등을 켜고 걸음을 옮겨 마당을 빠져나왔다.

 

  어차피 지금 같은 상태론 누워 있어봤자 뒤척거리다 잠을 설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몸을 움직이거나 정신을 다른 곳에 집중시킬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내 발걸음이 도달한 곳은 귀택전이었다.

 

  이상한 귀족이 있는 곳.

 

  목마지의 실없는 소리가 그리운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삐걱- 삐걱-’

 

  이제는 익숙해진 소리를 벗 삼아 집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내 바람과 달리 그곳은 썰렁했다.

 

  사람이 머문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전 내가 개어놓은 겉옷은 그대로 책상위에 놓인 채 뽀얀 먼지만이 그 위에 차곡차곡 내려앉았다.

 

  “역시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니까.”

 

  적막한 이곳에서 내 목소리는 필요이상으로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잠깐 동안 집무실 안을 훑어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누가 됐든 오늘은 위로받고 싶었다.

 

  그것이 형식적인 말이든, 농담이든, 실없는 소리든 상관없었다.

 

  곁에 누가 있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

 

  서서히 숨통을 죄여오는 불안감에 질식될 것만 같았다.

 

  “여기는….”

 

  내 발걸음이 멈춘 곳은 반딧불이 들판으로 가는 나무통로가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무성한 나뭇가지를 걷으니 그때처럼 작은 통로가 나타났다.

 

  ‘딸깍’

 

  스위치를 눌러 손전등을 끄고 난 그 앞에서 머뭇거렸다.

 

  ‘다신 이곳에 발을 들여선 안 될 것이오.’

 

  언젠가 경고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어차피 망한 인생, 들어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난 바닥에 바짝 엎드려 좁은 통로를 기어들어갔다.

 

  나뭇가지에 머리가 흐트러지고 손이 흙으로 엉망이 되고나서야 난 그 좁은 통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덕분에 잠시 동안이나마 하루 종일 날 괴롭혔던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아, 여긴 매번 올 때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것 같아.”

 

  오늘은 낮게 드리운 구름 뒤에 언뜻언뜻 보이는 달 때문인지 신비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자리에 서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이곳은 이상하게 백제의 다른 곳들과 공기조차 다른 것 같았다.

 

  “왕! 왕!”

 

  내가 연못을 향해 몇 걸음 떼었을 때 저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그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풍성한 갈색 꼬리와 짧지만 튼실한 다리, 그리고 특유의 보라색 혓바닥.

 

  “차우차우…?”

 

  언젠가 궁에서 봤던 차우차우가 내게 달려와 놀아달라는 뜻으로 뜀박질을 하며 혀를 날름 거렸다.

 

  “야, 간지러워…! 큭큭, 너 진짜 애교쟁이구나?”

 

  “왕!”

 

  내 손길에 차우차우는 기분이 좋은 듯 발라당 드러누워 몸을 이리저리 굴렸다.

 

  “우리 초코 보고 싶다. 걔도 너처럼 애교쟁이였거든…. 훌쩍.”

 

  차우차우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날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난 다급히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아…. 나 진짜 주책이다. 그치?”

 

  “왕! 왕!”

 

  차우차우가 벌떡 몸을 일으켜 내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오구오구. 누나 울지 말라고 위로해주는 거니? 기특해라. 얘기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고마워.”

 

  “왕!”

 

  마치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차우차우가 갑자기 나를 돌아보며 겅중겅중 뛰기 시작했다.

 

  “지금… 너 따라오라는 거야?”

 

  “왕! 왕!”

 

  난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나 차우차우를 뒤따라갔다.

 

  열심히 뒤를 쫓았지만 차우차우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졌다.

 

  “헉…. 헉…. 같이 가!”

 

  “…왕!”

 

  차우차우가 사라진 방향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난 조금 떨어진 곳에 누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누각에는 사람으로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왕! 왕!”

 

  이제는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멀어진 차우차우의 짖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리고 곧 누각의 그림자가 허리를 숙이더니 무언가를 쓰다듬는 것이 보였다.

 

  난 곧 그림자가 쓰다듬는 것이 차우차우란 것을 깨달았다.

 

  멍하니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날 발견했는지 그 그림자가 허리를 일으켜 나를 바라봤다.

 

  이내 그 그림자가 누각에서 벗어나 천천히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왕!”

 

  차우차우가 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쪼그려 앉아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때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있으시오!”

 

  내가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차우차우가 내게 달려들어 꼬리를 흔들며 날 핥기 시작했고 난 부드럽게 털을 쓸어내렸다.

 

  “…괜찮으시오? 아니, 어떻게…?”

 

  누각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사람은 며칠 전 연못에 빠질 뻔한 날 구해준 남자였다.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라고 내게 경고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조금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놀란 눈으로 나와 차우차우를 바라봤다.

 

  “어디 물리진 않았소?”

 

  “예. 보다시피 괜찮아요.”

 

  “이상하군. 낯선 자에겐 어김없이 이빨을 드러내며 공격적인데….”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차우차우 말씀이신가요? 이렇게 살가운 아이는 처음 봤어요.”

 

  “차우차우?”

 

  “제가 살던 곳에선 이런 형태의 개를 차우차우라고 부릅니다.”

 

  남자는 여전히 신기한 눈으로 나와 차우차우를 쳐다봤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개를 잘 다루시오?”

 

  “제가 살던 곳에 개통령이라 불리는 분이 있어요. 그분에게 배운 것이 참 많았죠. 그리고 저도 개를 키웠고요.”

 

  “개통령은 무슨 뜻이오? 관직 이름이오?”

 

  진지한 얼굴로 내게 다소 엉뚱하게 들릴 질문을 하는 그의 모습이 웃겨 나는 낮게 웃었다.

 

  내가 웃자 그의 양 눈썹이 사선을 그리며 서로 가까워졌다.

 

  “지금 날 놀리는 것이오? 평생 학문에 힘쓰며 견문을 넓혔지만 개통령이란 단어는 처음 들어보오.”

 

  “아, 나리를 놀리려는 것은 아니에요. 개통령이라는 것은 개의 행동, 표정을 보고 그 마음을 읽고 개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해주는 이른바 개를 자유자제로 다루는 자를 일컫는 뜻이에요.”

 

  내 설명에 그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찡그렸던 눈썹을 다시 곧게 폈다.

 

  “흠, 그런 대단한 능력을 가진 자가 있단 말이오? 그런 인재가 백제에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군.”

 

  그의 진지한 모습에 결국 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사밀의 밀서를 해독하고 나서 이렇게 소리 내어 웃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웃음과 함께 나를 옥죄던 불안감이 조금은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도대체 왜 웃는 것이오?”

 

  “하하하… 하하. 나쁜 뜻은 아니니 기분상해하지 마세요. 오늘 내내 울적했는데 나리 덕분에 이렇게 웃어도 보네요.”

 

  “조금 당황스럽지만 울적함을 떨쳐냈다니 다행이오.”

 

  웃음을 진정시키자 나는 불안한 눈으로 그를 흘끗 쳐다봤다.

 

  “그런데… 절 쫓아내러 오셨습니까?”

 

  남자는 저 멀리 달빛에 은은히 빛나는 연못을 말없이 바라봤다.

 

  연못을 바라보는 매끄러운 그의 옆얼굴은 반듯했다.

 

  “그만두기로 했소.”

 

  “…네?”

 

  “저번에 낭자가 한 말을 곱씹어 봤소. 틀린 말이 하나도 없더군. 해서 낭자가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포기했소.”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난 토끼눈을 하고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도 고개를 돌려 날 마주봤다.

 

  진한 눈썹과 날카로운 콧대, 그리고 육감적인 입술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그럼 이곳, 반딧불이 들판에 자유롭게 와도 된단 말이에요?”

 

  내 물음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달싹였다.

 

  “반딧불이 들판이 아니고… 은월지오.”

 

  “은월지….”

 

  은월지란 이름은 처음부터 이곳에 붙여진 것처럼 잘 어울렸다.

 

  신비스런 이곳의 느낌을 잘 표현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나리, 정말 감사합니다. 전 한미리라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꼭 내가 그대와 무슨 사이라도 될 것처럼 말하는구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지 않아요? 종종 은월지에서 얼굴을 볼 터인데 잘 부탁한다는 인사정도는 건네야지요.”

 

  내 말에 그는 침묵을 유지한 채 다시 고개를 돌려 연못을 바라봤다.

 

  하지만 곧 그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동이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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