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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13. 평화로운 일상
작성일 : 19-10-17 22:43     조회 : 69     추천 : 0     분량 : 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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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하니아 남부지구 3번가, 모퉁이 집 -

 

 

 끼이이익. 찰랑거리는 푸른 머리를 작은 머리끈으로 묶으면서, 창문을 활짝 연다. 정원의 나무에 모여 있던 참새들이 그녀를 보고는 서로 떠들어대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그녀는 천천히 기지개를 펴며 뻐근한 몸을 풀었다.

 

 “후아아암.”

 

 이렇게 느긋하게 자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이렇게 화창한 햇살을 맞는 것 역시 오랜만이다. 그동안 노숙을 하거나, 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 마구간에서 잔다던가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 집에 온지도 2주가 넘게 흘렀다.

 

 ‘잘 잤어요? 밥은 식탁에 차려놨어요.’

 

 그녀의 책상에 수북인 쌓인 책들 옆에 작은 쪽지가 있었다. 역시 부지런한 남매는 아침 일찍 가게로 나간 듯싶었다. 늦게까지 책을 읽는 아멜의 기상 시각은 언제, 어떻게 자든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남매들과 달리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일하러 갔나보네.”

 

 한 번은 아침에 인사를 해보고 싶어서 일찍 일어나보려고도 노력은 했지만, 신기하게도 그녀가 나올 때쯤이면 그들은 가게로 나가 있을 때가 많았다. 뭐, 아직 2주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기회는 많지만 말이다.

 

 그럼 집에 남은 그녀는 무엇을 하는 가. 며칠 전까지는 그런 고민이 심했었다. 빨래를 하든, 청소를 하든 뭐라도 해보고 싶은 그녀였지만, 생각보다 넓은(?)집은 그녀를 잠시 망설이게 했었다. 사실 이 저택에 방이 많은 이유는 이 저택을 관리하기 위한 관리인들의 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을 들었었다. 100명이 넘게 이 저택을 유지, 보수하고 관리했었다는 얘기는, 반대로 얘기하면 100명이 관리했던 것을 지금껏 2명이서 관리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먼지 한 톨, 때 한 톨 없는 이 집을 보면 정말이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이... 이젠 셋이니까! 좀 더 편해질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도전을 해보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 그녀가 곧장 도구창고에서 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왔을 때는,

 

 슥... 슥... 슥.

 

 그저 그녀의 눈을 동그랗게 만드는 신비로운 광경이 앞에서 펼쳐졌었다. 너무 놀라서 그만 자빠져버렸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광경을 보면서,

 

 “아... 안녕? 빗자루씨.”

 

 슥... 슥.. 슥.

 

 빗자루들이 알아서 돌아다니며 먼지를 쓰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보며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였다. 이 집은 빨래도, 청소도 모두 자동화(?)가 되어있었다. 그녀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 털이는 깔끔하게 도자기들과 가구, 조각상들에 붙은 먼지들을 섬세하게 털어냈다. 빗자루가 쓰는 자리를 빠르게 대걸레들이 지나다니며 닦고, 먼지는 가볍게 부는 바람이 창밖으로 천천히 날려버렸다. 훌륭한 관리인도 못할 수준의 엄청난 청소실력들이었다.

 

 우우웅.

 

 빨래는 한쪽 세탁실에 설치된 기계가 알아서 해준다. 마력이 담긴 수정을 이용해, 빨래가 담긴 통을 빠르게 회전 시키면서 생기는 힘으로 빨래를 한다는 것. 이거는 마법사나 돈 많은 귀족이 아닌 이상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게 저 마력이 담긴 수정을 사려면 꽤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니까 말이다.

 

 ‘후..... 진짜..... 뭐라고 해야 하나.’

 

 꿈만 같은 생활이다. 아직도 자기가 꿈을 꾸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볼을 꼬집으면 너무나도 아파왔다. 그만큼 자신이, 정말로 여기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새길 수 있었다.

 

 결국 그녀가 할 일은 그녀의 시간을 보내면서, 저녁에 돌아오는 그들을 위해, 밥을 차려주는 것일 뿐이었다. 그래도 여러 일들을 겪어보았던 그녀는 에노 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요리 실력이 뛰어났었다. 거기다 여기에 없는 음식을 만들 수도 있으니, 가끔은 에노도 놀라서 배우려고 할 정도였다.

 

 ‘오늘은 버섯쇠고기 스튜에 마늘 시럽 빵이에요!’

 

 그가 차려주고 간 오늘의 아침은 달짝지근한 빵과 담백한 스튜. 따뜻한 식사를 먹으며 느긋한 아침을 보낸다. 아마, 오랫동안 요리를 한 솜씨다. 그가 마법사라기보다는 요리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다.

 

 “어쩌면 아저씨가 했던 얘기가 맞는 것 같네.......”

 

 「그 녀석 집에 가면, 요리 잘하는 애가 있을 거야! 걔가 마법은 잘 못해도 밥은 정말 잘해!」

 

 갑자기 떠오른 그의 모습에 그녀의 뺨에 작은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지금쯤 다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그들의 소식. 반대로 자신의 이야기 역시 그들에게 알릴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아파 왔........

 

 ‘울지 마요.’

 

 메모지에 적히는 작은 글씨. 아멜은 순간 빠르게 눈물을 훔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도통.... 범 잡을 수가 없다. 역시... 마법사의 집이라서 그런 건가? 그... 그런 거겠.......

 

 

 

 - 로하니아 남부지구 1번가, 리버튼 거리 -

 

 

 축제 때만큼은 아니지만, 북적거리는 상점거리. 조금씩 아무는 상처와 일상을 되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케일은 그저 바라만 보았다. 에노 역시 느긋하게 가게 선반의 먼지를 털며 입을 열었다.

 

 “흐음, 누나. 밥은 먹었어?”

 

 “잘 먹고 있어. 꽤나 신경 쓰이나 보네?”

 

 “그럼..... 자꾸 혼자만 두고 나오니까 그래.”

 

 모든 상황을 다 보고 있는 케일은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은 말하진 않았다. 그녀도 분명 부끄러워서 얼굴을 박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실제로도 그러고 있고.

 

 “그건 그렇고 오늘은 한가하네~.”

 

 “그러게....... 한가하네.”

 

 두 남매는 한산한 가게의 풍경을 보며 축 늘어졌다. 축제기간도 끝났고, 사람들은 지금 복구 작업에 한창이라 가게를 들릴 사람이라고는 단골이나 급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여어, 에노! 잘 지내고 있었어?”

 

 “아, 왔어요? 크리엔씨.”

 

 어김없이 찾아오는 크리엔. 그리고 그에게 항상 끌려 다니는 덴커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에노와 케일은 언제나 그렇듯 항상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참, 지금 제일 바쁠 치안대가 이렇게 한가하게 돌아다녀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뭐 지금은 그를 건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가장 치안대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 바로 크리엔이니까 말이다.

 

 “참, 크리엔씨, 상 받으신다면서요?”

 

 에노는 빗자루를 치우며 크리엔에게 말을 했다. 에노의 말에 그는 기분이 좋은 듯,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이야! 벌써 소문이 났어? 고럼고럼! 이번에 표창장이랑 감사패랑, 그리고 무엇보다 주머니 두둑하게 상여금까지 받는다고! 그러니까 오늘.......”

 

 “뭐, 농땡이나 피는 크리엔이 표창장을 받는다고? 이거 출세했구먼! 출세했어!”

 

 한쪽에서 큰 목소리로 걸어 나오는 근육질의 남자의 모습에 순간 크리엔이 뒷걸음질을 쳤다. 역시 크리엔을 전담 마크하는 남자, 람프는 어김없이 작업을 걸려는 크리엔을 물리쳐주었다.

 

 “젠장. 람프 아저씨는 장사 안하세요? 매번 가게에 찾아오고 말이죠.”

 

 “하하하, 점심시간 전까지는 할 일이 없어서 그래. 그리고 아내가 미용 화장수 하나 사달라고 해서 상담하고 있었다고.”

 

 언제나 가게를 열고 싶을 때 여는 그의 모습은 모두가 부러워한다. 사실 그는 제국에서 받는 연금만으로 살 수 있는 몸이었지만, 예전에 꿈꾸던 식당을 차리기로 마음먹어서 아내와 같이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다. 물론 그렇게까지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하.... 나도 언제 연금 받아먹고 사나.”

 

 “군에서 20년만 근무해봐라. 그럼 연금 주겠지 뭐. 아니면, 나처럼 전공을 세우거나 말이야.”

 

 람프는 다신의 발을 들이밀며 말을 했다. 모든 분쟁이든 투덜거림이든, 그의 발을 본다면 멈출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게 그의 왼쪽 발은 의족이니까 말이다. 큰 전공을 세운 대가로 적어도 3대가 먹고 놀 수 있을 정도의 큰 연금을 받는 그였지만, 발을 잃은 것은 너무나도 컸다.

 

 제국에서 ‘거인을 쓰러뜨린 주먹’이라고 하면 모두가 알정도로 대단했던 인물이었는데, 더 이상 군에 있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흐, 이 발만 안 다쳤어도 여기 영주 녀석보다 더 높게 올라갔을 텐데....... 그 이옌과도 한 번 붙어볼 수도 있고 말이야.”

 

 “이옌은 무슨! 헛소리 하지 마세요. 그녀를 완력으로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요.”

 

 “그건 두고 봐야 알지! 내가 말이야 소싯적에 거대한 통나무 10개는 거뜬히 들고 다녔었다고! 그리고........”

 

 람프가 옛 추억에 빠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케일은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애가 들으면 한번은 팔씨름 해보고 싶다고 하겠네.’

 

 “참, 그건 그렇고....... 케일씨는 어떻게 이옌씨를 만난 거예요?”

 

 한참 얘기를 듣고 있던(정확히는 한 귀로 흘리고 있던) 크리엔이, 그와 마찬가지로 람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케일에게 말을 걸었다. 순간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멈추고, 그와 케일을 쳐다보았다.

 

 “에노 말로는 케일씨가 이옌씨랑 만나서 붙은 적이 있다고 하셨다면서요? 그것도 무려 무승부까지 갔다고.........”

 

 “아... 네? 아하하하.......”

 

 케일은 즉시 에노를 살짝 노려보며 말끝을 흐렸다.

 

 ‘넌 이따가 보자.’

 

 ‘히... 히익!’

 

 에노는 케일의 시선에 고양이에 쫓긴 쥐 마냥 쪼그라들었다. 것보다 그의 폭탄 같은 말에 모두들, 마치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기자마냥 그녀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에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얘기로 퉁 치자. 케일은 그런 그들의 시선에,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그냥....... 예전에 협회일 관련해서, 실험 같은 것을 했었거든요. 제가 만든 약의 효능이 어느 정도까지 인지 말이죠. 무승부는 나긴 했지만, 솔직히 무승부는 아니었어요.”

 

 “오호! 하기야 케일의 약이 대단하긴 하지.”

 

 모두들 그 이야기를 믿는 편이었다. 뭐, 그도 그럴게 그녀가 만드는 약은 다른 곳의 약보다도 효능이 좋았다. 특히 기력 회복용 강장제나 군용으로까지 납부되는 완전 회복약등의 약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약들이니까 말이다.

 

 “그런 김에, 이 약 사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 새로 신작으로 나온 강장제인데, 뭉친 근육도 풀어주는 효과랑 근육 보강 효과도 있는 약이에요! 이쪽 약은 거친 피부를 좀 더 부드럽게 해주고, 갈라지는 피부에 보습효과가 있는 약이에요!”

 

 케일의 친절한 설명, 확실히 보증되는 약 성분. 그리고 동시에 모두를 홀리게 하는 그녀의 미소가 합쳐지면,

 

 “당연하지! 나 하나만 줘.”

 

 “저도! 저도 주세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물건을 사기 마련이었다. 덕분에 오늘 장사도 잘 되가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가 정신없이 계산대에 몰려서 계산을 하는 사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람프는 피식 웃으며, 화장수 하나를 골라들며 말했다.

 

 “역시 장사수완 하나는 뛰어나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네, 조심히 가세요.”

 

 람프는 항상 쓰고 다니는 빵모자를 푹 눌러쓰며 미소를 한번 지어준 뒤, 천천히 가게 밖으로 나갔다. 케일과 에노가 바빠질 것을 아니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었다. 거기다 좀 더 농땡이를 피우면, 그의 아내가 가게까지 찾아와 잔소리를 할 것이 뻔한 것도 있고.

 

 

 그렇게 평화로운 오전의 시간이 지나고, 점심을 간단히 먹은 두 남매는 오후 장사를 위해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많이 팔린 상품들을 다시 채워두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흘린 흙들을 쓸어내고, 화분의 꽃들이 생기 있도록 물을 뿌려주면........

 

 “에노! 혹시 2번 선반의 약 안 챙겨 왔니?”

 

 “응? 2번 선반의 약? 창고에 재고 남아있지 않아?”

 

 “재고가 없는..... 아, 젠장. 수량 파악 잘못 했었구나.”

 

 어제 정리를 할 때, 그만 1번 약과 2번 약의 수량을 반대로 적은 모양이었다. 집에 돌아가 짐들을 가지고 오려면 1시간 정도 걸리고, 에노는 조금 있다 배달을 보내야 하니 당장 집에 갈 사람이 없었다.

 

 “으, 안하던 실수를 하다니.......”

 

 재고 장부를 보던 케일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려다, 문뜩 집에 지금 사람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아! 그렇지!”

 

 케일은 작은 메모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무어라 속삭이더니, 입을 모아 메모지에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메모지 주변으로 작은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메모지를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 로하니아 남부지구 3번가, 모퉁이 집 -

 

 

 가볍게 설거지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아멜. 에노가 가진 서재는 예전에 다니던 도서관보다도 더 많은 책들이 꽂혀있었고, 종류도 양도 방대했다. 개인 서고라고는 말이 안 될 정도 컸다. 특히 약초에 관심이 많다고 했으니, 식물에 관련된 책들과 나라마다 쓰이는 쓰임새, 그리고 식용 가능한 생물에 관한 책들이 많이 있었다. 뭐, 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있기에 보지는 않지만 말이다.

 

 책장을 가볍게 넘긴다. 부드러운 종이 질감이 신기했다. 대부분 책들은 뻣뻣하거나 가죽으로 되어있는데, 이곳 책들은 꽤나 공을 들여 만든 공예품에 가까웠다.

 

 ‘뭐, 마탑에 가면 아예 직접 영상을 띄우는 석판이 있기도 한 걸요? 그건 더 보기 편해요.’

 

 영상을 띄어주는 석판이라..... 나중에 볼 수 있다면 좋긴 하겠지만, 지금은 그냥 이 많은 책들로 만족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무엇보다 행복한 시간이니까 말이다.

 

 “그럼 일단 여기는 로하니아고.......”

 

 지금 그녀가 읽고 있는 책은 지리와 역사에 관련된 책. 책 제목은 ‘쉽게 배우는 대륙의 역사!’라고 적혀는 있지만, 그림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책이었다. 뭐, 그래도 이정도는 감지덕지다. 그도 그럴게,

 

 ‘아저씨는 순 옛날 책들만 가지고 있었구나.’

 

 이곳으로 오기 전, 읽었던 책들은 사실 너무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줬던 책에서는 거대한 제국과 왕국 하나가 국경을 맞대고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나라로 분열되어 있는 형국이었다. 거기다 옛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도시들이 세워진 덕분에,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제국 내에서 방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거대한 대륙과 그 대륙에서 각각 서쪽과 남쪽에 떨어져있는 군도로 이루어져있었다. 물론 이 대륙 북부는 아직도 지도에 기록되어있지 않는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동쪽 역시 거대한 사막과 폭풍 지대에 막혀 있어서, 아직도 활발한 탐사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도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어지간한 열정이 아니면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로 일일이 돌아다니며, 많은 것들을 보고 기록해야 한다. 그 오차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수고와 돈,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로하니아, 메자크 제국의 남서부에 위치한 평원지대에 세워진 도시.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에 동쪽과 남쪽을 관통하는 강이 있고, 서쪽에 높은 언덕에 푸른 숲이 있었다고 한다. 정착을 위한 많은 목재가 필요하다보니, 서쪽 언덕의 나무를 베고 정착촌을 세워서 지금은 가파르기로 악명 높은 서쪽 거주지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 관문을 넘어서자 펼쳐지는 그 풍경에 압도당할 뻔했지. 높은 언덕위에 빽빽이 들어선 건물들,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지는 광활한 평야와 그 위에 세워진 도시의 풍경에 말이다.

 

 그 외의 설명에는 도시는 꽤 최근에 발달했고,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4개의 거주구와 3개의 상업지구, 그리고 공장까지 있는 제국 내의 도시들 중 하나라고 적혀있었다. 이정도가 그냥 도시라면, 제도는 얼마나 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콕콕.

 

 “앗 따가!”

 

 갑자기 그녀의 손등을 찌르는 무언가 때문에, 그녀는 깜짝 놀라며 책을 들어 올려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물체를 보며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응? 웬 종이학이.... 것보다 이거 움직이지 않았어?”

 

 콕콕!

 

 “우... 우와악!”

 

 그녀의 말 그대로 종이접기로 만든 학이,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청소를 하는 빗자루나 걸레들과는 달리 녀석은 마치 의사가 있는 듯 짧은 다리를 이용해 책상을 빙글빙글 돌며 그녀의 시선을 끌어댔다. 그녀는 그런 녀석의 행동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 마법사들의 머릿속은 도통 알 수가 없어.”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느꼈는지, 종이학은 순식간에 한 장의 종이로 펼쳐졌다. 그리고 하얀 백지의 종이에서 검은색으로 빠르게 글자들이 적히기 시작했다. 아직 글자는 잘 읽지 못하는데, 이게 무슨......

 

 “아멜! 들리니?”

 

 “우... 우와악!”

 

 갑자기 들려온 케일의 목소리에 순간 등에 소름이 퍼지는 것 같았다. 아멜은 놀라 자빠질 뻔한 것을 간신히 버티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케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놀라는 것 보니 녀석이 제대로 보내진 것 같네. 두리번두리번 거리지마. 어차피 이거 여기서 나오는 목소리니까.”

 

 “그... 그래요?”

 

 아멜은 고개를 돌리며 종이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그러자 마치 듣고 있는 것처럼, 종이에서 케일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그러니 진정하렴. 아델 녀석도 이런 거 할 줄 아는데, 너한테 안 가르쳐줬나보네. 뭐, 그건 됐고. 혹시 지금 많이 바쁘니?”

 

 케일이 이렇게 말해도 아멜에게는 엄청나게, 아니 그냥 시간이 남아돌다 못해 넘쳐났다. 당장 녀석들의 소굴을 찾기에는 지리도 제대로 모르는 데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녀석들이 활동하기에는 이 세계는 워낙 평화롭고 건재했다. 사실 그녀가 없어도 녀석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 책 읽고 있었어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나요?”

 

 “아....... 그게, 그만 약 재고가 다 떨어져서 말이야. 그 종이에 적힌 약들을 가져와줄 수 있나 해서 말이야.”

 

 너무 할 일이 없다는 것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아멜에게 있어서, 그 말은 단비와도 같은 말이었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네! 당연하죠! 금방 갈게요!”

 

 “음..... 의욕이 꽤 넘치네....... 그럼 부탁할게. 뭐, 너무 무겁거나 큰 거는 종이가 알아서 ‘수납’할거니까, 걱정 말고. 그리고 길은.........”

 

 열심히 설명하는 케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빠르게 그녀는 방을 나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의 밝은 표정과 기분이 다 들어나는 듯, 그녀의 발걸음 역시 가벼워보였다. 콧노래를 절로 흥얼거릴 정도로, 그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아멜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곧장 아래층의 창고를 향해 열심히 걸어 내려갔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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