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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 풍류점
작성일 : 19-09-10 23:20     조회 : 64     추천 : 0     분량 : 10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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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하니아 서쪽지구(거주지) 알랑테르 거리 -

 

 

 “으아아아아!!! 가만 안둘 거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거리에서 절규하고 있는 남자를 보고 다들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흐... 이런 지옥에.... 배달을 시켜?! 누나도 알고 시킨 거지? 으... 으아아아!!”

 

 살짝(?) 경사가 진 서쪽지구의 악명 높은 계단 거리에 두 번째 배달지가 있다는 것을 케일은 그에게 알려주질 않았었다. 단지 잘 팔리는 관절약을 많이 주문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 말이다.

 

 일명 ‘천국의 계단’이라고 불리는 악명 높은 알랑테르의 거리는 진짜 이름대로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높은 계단이 언덕 하나를 뒤덮고 있는 거리였다. 물론 옆으로는 평탄한 길이 나있지만.

 

 서쪽지구 거주지는 옛날 드넓은 평지와 넓은 강뿐인 로하니아에서 유일하게 나무가 있던 숲이 있는 언덕이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나무를 쉽게 얻으면서, 동시에 도적 때의 침입을 막기에 수월한 언덕에 집을 짓기 시작해, 맨 위에서 아래로 점차 도시가 확장되면서 지금의 거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거리의 분위기는 다른 거주지와 달리 목조로 이루어진 오래된 건물이 대다수라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길이나 거리의 풍경을 영주가 대대적으로 사업을 펼쳐서 고친 터라 목조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깔끔한 벽돌 포장도로와 은은한 가로등의 모습은 서쪽 지구를 관광지구로 탈바꿈 하게 만들어 주었었다.

 

 그리고 그 관광 지구를 한껏 돋보이게 만들어 준 것은 지금 에노가 오르고 있는 높은 계단이 있는 이 망할 거리인데,

 

 “왜! 굳이! 이 계단 옆에! 살아야 하는 거냐고!”

 

 다른 평탄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덕위로 바로 올라갈 수 있게끔 언덕을 깎아 만든 이 거리 아마 세계에서 가장 높고 긴 계단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계단 거리’였다. 관광객들은 이 거리를 하나의 체험거리로 삼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정작 주민들은 이 거리를 꺼려했기 때문에 굉장히 조용한 동네이기도 한 곳이었다.

 

 아마 지금 그가 배달을 하러 가는 집의 집주인은 집값이 싸다는 이유로 여기에 사는 것 같아보였지만.

 

 “흐이... 하... 후.... 하.. 후..”

 

 에노는 거친 숨을 내쉬며, 겨우겨우 관절약이 잔뜩 든 가방을 매고 거리 맨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다. 다리가 후들거리다 못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지만, 어서 배달을 끝마치고 싶다는 생각에, 집에 걸려있는 초인종 앞으로 겨우 몸을 옮겨서 꾸욱 눌렀다.

 

 딸랑! 딸랑!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집안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에노는 지친 숨을 겨우 돌리고, 가방 속에 들어있는 관절약이 든 상자를 꺼내 전해줄 준비를 했다.

 

 딸깍. 문고리가 돌아가며 에노의 눈앞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이 걸어 나왔다. 노인은 자신 앞에 서있는 에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 누가 오셨나요? 이런 높은 곳까지 오실 줄이야......”

 

 “아...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주문하신 물건을 배달하러 왔습니다.”

 

 “아! 그 관절약! 맞아, 그 관절약이 언제 오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상자에는 대략 3달을 먹어도 충분할 만큼 많은 양의 약이 들어있었다. 노인은 그 약들을 보며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흐... 정정하던 내가, 요즘 관절이 많이 아파서 산 거였는데. 어이쿠, 이 처자가 몇 개 더 넣어 주었구만. 고맙다고 전해줬으면 하네만.....”

 

 “아하하하;;;; 전해드리고 말고요.”

 

 분명 관절이 아픈 건 이 거리에 살아서 일 것이 분명했다. 이런 나이 지긋하신 분이 험악한 계단을 매번 오르락내리락 하니 당연히 골병이 들 수밖에. 물론 자신은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뭐라도 답례라도 해야지...... 이건 내가 줄 건 없고, 이 쿠폰이라도 사용하지 않겠는가?”

 

 노인이 주는 쿠폰을 받아든 에노는 곧장 눈이 휘둥그레 졌다. 쿠폰에 적혀있는 내용은, 이 거리의 명물이자 대륙 내에서 소문이 난 어느 통닭집의 무료식사권이었다. 무료식사권이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에서 밥을 먹으려면 적어도 2주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자리를 잡기 힘든 가게였고,

 

 ‘히익! 그럼 그걸 한번 먹어볼 수도 있을지도 모르잖아!’

 

 가게의 명물이자 1달에 10번만 나온다는 주방장의 특별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어떤 귀족이 와도 먹을 수 없는 특별하면서도,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그 요리.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에노는 곧장 노인에게 엎드려 절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노인은 적잖이 당황하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아.. 아닐세. 여기까지 짊어지고 올라와준 것이, 나야말로 고마운걸. 내가 못하는 일을 자네가 해줬으니, 그 정도는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럼 이제 슬슬 가보게. 나도 젊은이도 할 일이 있지 않은가?”

 

 노인은 에노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은 뒤, 발걸음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이 살포시 닫히자, 쿠폰을 들고 있는 에노는 곧장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계단 밑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얏호!!! 오늘 점심은 풍류점 통닭이다! 풍류점!”

 

 아까 전까지 떨리던 다리는 어느새 피로가 풀린 것같이 미친 듯이 가벼웠다. 덕분에 계단에서 뛰어내린 미친 사람으로 오해 받기는 했지만, 그는 그런 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너무 기쁘고 기쁜 일 있으니까.

 

 

 한편, 녹초가 된 케일은 가게 계산대에 몸을 기대어 잠시 엎드려 있었다. 8년을 넘게 장사를 하긴 했지만, 축제만큼은 언제나 힘들었다. 특히 오늘은 작년 보다 손님이 두 배로 늘어버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괜히 에노에게 배달을 맡겼는지도 몰랐었다.

 

 “하아..... 그래도 매장의 물건이 거의 다 빈 건 기분 좋은 일이지.”

 

 거의 자주 안 팔리는 붕대나 간단한 상처연고, 그리고 씁쓸한 사탕을 제외하고는 그녀 가게의 물건은 거의 다 팔렸었다. 심지어 창고에다가 여분으로 남겨두려던 약들도 다 팔려서 한동안 가게 문을 닫아놔도 될 정도였다.

 

 잠시 숨을 돌리면서 밖을 바라보던 그녀는, 축제로 즐거운 사람들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축제의 열기가 식지 않은 거리. 앞으로 닷새간 더 이어질 예정이지만, 현재로도 거리가 인신인해를 이룰 정도로 북적이고 있다. 노점들도 열리고, 사람들의 즐거운 거리 공연들도 펼쳐지고 있다. 모두가 활기차고 행복해 보였다. 그때와 다른 지금.......

 

 ‘하아... 안 좋은 생각은 그만 둬야지......’

 

 옛날 생각이 나서, 그녀의 눈가에 작은 방울 맺혔다. 손님들이 보기 전에 몰래 방울을 훔치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자, 나도 이제 슬슬 점심이나 먹어야지......”

 

 에노가 오길 기다렸지만, 녀석이 오질 않았다. 모처럼 지인한테서 얻은 풍류점 쿠폰이나 이용하려고 했는데. 것보다 오늘 기한이 끝나니 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에휴... 일단 메모나 남겨놔야지.”

 

 마지막 손님이 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천천히 가게를 정리했다. 어차피 팔 물건도 없어서 오늘 장사는 이쯤 해도 될 것 같았다. 가게 열쇠를 챙기고, 빠진 물건이 없는지 확인 한 다음 그녀는 가게 문밖으로 나가 ‘마감’이라는 팻말로 가게 앞에 적힌 팻말을 뒤집어 두었다.

 

 그리고는 작게 문 앞에 무어라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탁 튕겼다. 순간 그녀의 앞에 작은 불꽃이 튀어나왔다 사라졌는데, 그 불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열쇠를 꽂아 문을 잠그고 난 후, 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돌아서서 곧장 서부지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로하니아 서부지구, 관문 출입국 관리소 -

 

 

 축제기간에도 어김없이 검문은 철저해야 한다. 로하니아의 치안이 좋은 것은 바로 관문에서 부터의, 출입국 관리소에서 부터의 철저한 검문이 로하니아의 치안을 지켜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출입국이 지연되는 일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제국이 발행하는 신분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분증에는 소지자에 대한 일련의 기록들이 담겨있었기에, 신분증을 가지고 있다면 간단한 짐 검사를 통해 입국이 허가되는 구조였다. 누군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신분증은 제국 중앙부에서 마도구로 제작이 되기 때문에 함부로 위조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외국인 역시 제국 출입국 사무소에서 처음 입국 시 임시 신분증을 발급 받게 되어있었다. 임시라서 체제 기간이 지나면 신분증의 마력이 고갈되어 더 이상 못 쓰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체제가 끝나면 그냥 버리고 가도 되는 아주 편리한 도구였다. 반대로 일어버리게 된다면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으응? 신분증을 잃어버렸다고요?”

 

 난처한 얼굴로 병사는 앞의 소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반듯한 옷차림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해진 옷에, 푸른 머리칼은 정리되지 않아 난잡해보였지만, 얼굴을 봤을 때는 꽤나 높은 집안의 자식인 것 같았다. 소녀는 고개를 한없이 숙이며 그저 조용히 말을 했다.

 

 “네.......”

 

 “하아... 아가씨. 그게 무슨 의미인 줄 아시나요? 신분증을 잃어버리면 법적으로 강제 체포 당하실 수 있다고요. 거기다 그 신분증 도용 사태라도 벌어지면 아가씨만 피해를 볼 수도 있고요.”

 

 “저어... 재발급은 안 되나요?”

 

 “중앙에서 다시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기다리실 건가요?”

 

 병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없이 맑은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조용조용 말을 이었다.

 

 “그....... 제가 급한데... 얼마나..... 걸리나요?”

 

 “한..... 3일에서 6일 이상 걸립니다만.......”

 

 3일에서 6일정도. 그럼 그동안 출입국 사무소에서나 아니면 밖에서 지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소녀는 그 소리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하필 3일이라니..... 지금 그녀에게는 하루가 아까운데 말이었다.

 

 “저.. 그럼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정말 급한데........”

 

 “급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아가씨만큼 말이죠. 참, 그러고 보니 무슨 이유에서 급한지 이유도 말 안 해주셨네. 참.......”

 

 그러고 보니 소녀는 급하다고만 했지, 다른 말을 하지 않았었다. 병사는 문득 특별한 제 3조항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신분증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특별 3조항. 그리고 그 의심은 그녀의 말을 듣고 확신이 서게 되었다.

 

 “그.. 그게.... 제 병을 고치는...... 마지막 기회거든요......”

 

 “아아... 병을 고치기 위해서....... 그 동안 다른 도시에 들리지 않으셨나요?”

 

 “아, 네.... 다들 병을 고칠 수 없다고 다른 곳으로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그럼 병명을 알 수 있을 까요?”

 

 “잠시 만요.”

 

 소녀는 천천히 가방 속에서 작은 서류 하나를 꺼냈다. 그 서류를 본 병사는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나 그대로 소녀에게 머리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바...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갑자기....”

 

 소녀는 순간 로하니아로 오기 전에 만났던 사람이 떠올랐었다. 뜬금없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던 검은 머리의 남자. 그는 자신을 보자마자 자신의 병을 꿰뚫어보며 말을 걸었었고, 그의 말에 반쯤 속아 그와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리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과정에서 케일이라는 이름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가 있었다.

 

 ‘케일? 아! 잘 알고 있지. 그럼 소개장을 줄 테니까... 참, 관문 통과할 때 이걸 내렴. 그럼 바로 통과 시켜 줄 테니까 편하게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너무나 과분할 정도로 그녀를 챙겨주는 남자의 태도가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어쨌든 찾고 있는 사람의 소재지를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었다. 거기다 돈까지 챙겨줘서, 아니 정확히는 서류에 ‘청구’라는 단어가 적혀있던 것 같기는 했지만, 한동안 굶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자자! 임시 신분증은 여기 있습니다! 빨리 들어가십쇼!”

 

 아까는 최소 3일 걸린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지, 귀족 대용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것일지도. 어쨌든 그녀는 병사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그것 때문에 병사는 더 놀랐었다.) 곧장 짐을 챙겨 천천히 로하니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 우와아!”

 

 서부 관문이 언덕위에 설치되어 있어서, 동쪽으로 가면서 펼쳐지는 광활한 평야와 강,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도시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엄청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세계에서 봤던 어떤 도시들보다도 거대한 도시의 모습에 순간 어떤 모를 감정이 마구 복받쳐왔다.

 

 ‘그럼.... 제도라는 곳도 엄청나게 크겠구나...... 아니 이거보다 더 크겠..... 앗!’

 

 꼬르르륵. 한참 감상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배에서 배고픈 신호가 마구 내뱉어졌다.

 

 “흐.. 이게 뭐람..... 갑자기 배가 고프다니...... 흠!”

 

 마침 서류에 끼워져 있는 쿠폰들을 본 그녀는 결심했다는 듯, 한 쿠폰을 집어 들고 곧장 걷기 시작했다.

 

 “그래 기왕 만나기 전에, 밥부터 먹자! 우선 여기가 맛있다고 했었지?”

 

 그녀는 쿠폰에 적힌, 상세한 지도를 보며 천천히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물론 그 앞에 거대한 계단 지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녀는 오직 먹을 생각으로 가득 찬 채로 앞으로 나아갔다.

 

 

 

 - 로하니아 서부지구, 알랑테르 거리 풍류점 -

 

 

 오늘도 언제나 그렇듯, 손님으로 북적거리는 풍류점. 축제기간이라서 그런지 더 많은 종족들이 모여들어 가게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물량에 맞서서 한 작은 소년 급사 에이렘은 주눅 들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어! 에이렘! 아버님은 괜찮니?”

 

 “어서오세... 아! 에노 형! 안녕하세요!”

 

 갈색머리의, 안경을 쓴 남자가 들어오자 이리 저리 바쁘게 움직이던 에이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에노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접시 10개를 동시에 나르고 있는 소년의 모습에 감탄을 했다.

 

 “후아.... 오늘 축제라서 더 그런가? 손님이 많이 있네.”

 

 “맞아요 맞아! 아주 그냥 죽을 맛이죠! 축제라서 놀 수 있을까 잔뜩 기대했는데, 이게 뭐에요 참! 여기 완전히 악덕 기업이라니까.”

 

 “헤. 그런 말하다 주방장님께 혼나지나마. 그건 그렇고, 자리는 있니?”

 

 “앗! 쿠폰 손님인거죠? 그럼 바로 목 좋은 2층 대합실로 잡아드릴게요!”

 

 소년은 순식간에 접시들을 나르고 난 다음, 그대로 그를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에 다른 급사 역시 어떤 한 낯설지 않은 인물을 데리고 2층 대합실 쪽으로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정 반대의 문에 있었기에 알아차리질 못했다.

 

 벌컥!

 

 “자, 그럼 여기로 모실게요!”/ “여기로 모실게요!”

 

 두 급사가 손님들을 안내하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 재끼며 말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서로 마주치며 놀람에 금치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에이렘! 여긴 내가 먼저 찜해둔 자리라고!”

 

 “흥! 샤프릴, 웃기지 마! 내가 먼저 찜해둔 자리거든!”

 

 두 사람이 서로를 보고 충격을 먹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급사들은 자기들끼리 말다툼을 벌이다,

 

 “에노형! 제가 꼭 이 자리... 엥? 에노형? 무슨 일 있나... 히익! 케일 누나?!”

 

 “응? 이분이랑 그쪽 손님이랑 아는 사이야?”

 

 에이람이 놀라면서 급하게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샤프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남매 사이에서 흐르는 이상한 기류. 에이람은 곧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짐작하고 곧장 조리실로 급하게 뛰어갔다. 샤프릴은 그런 그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두 사람을 연신 쳐다보았다.

 

 

 “누... 누나!” / “에... 에노!”

 

 아니, 늦게 온다면 얘기라도 할 것이지, 곧장 여기로 와서 밥을 먹을 생각을 하다니. 기다리던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말이다. 덕분에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깔리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어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흐.... 나를 두고.... 먼저 오다니.....”

 

 “먼저오기는..... 누나야 말로 먼저 왔잖아..... 난 이제 막 도착했다고!”

 

 케일라 약국의 남매는 서로를 보며, 여차하면 마법까지 사용하면서 싸우려고 했다. 원래 마법사끼리의 싸움은 마법으로 시작해서 마법으로 끝나니까 말이다. 다만, 둘이 싸운다면 조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크흠. 그럼 손님들은 무엇을 주문하실 겁니까?”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껏 멋진 근육을 자랑하며 웃고 있는 남자를 보며 순간 흠칫 놀랐다.

 

 ‘젠.... 장.....’/ ‘이... 이런....’

 

 그들을 중재(정확히는 제재하기 위해) 에이람이 직접 주방장을 대동 한 것이었다. 다만 에이람 자신도 무엇인가 꾸중을 들을 것 같아서 멀찌감치 서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주방장은 마치, ‘싸울 거면 그대로 쫓겨날 줄 알아!’라는 표정으로 버티고 서 있었다. 그 거대한 압력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칫, 알았어. 알았다고. 밥값은 내가 낸다.”

 

 생각보다 먼저 꼬리를 내린 것은 케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일단 자연스럽게, 원래 만나기로 했던 것처럼 테이블에 앉기로 한 것이었다.

 

  에노는 그녀가 그렇게 빨리 선수를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지만, 에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의자에 앉는 것으로 그들의 상황은 종료 되었다. 정확히 등 뒤에서 오는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한 거지만 말이다.

 

 두 사람이 조용히 앉는 것을 본 주방장은 씨익 웃으며, 이번에는 에이람과 샤프릴을 붙여놓고, 같이 주문을 받으라고 한 뒤, 그대로 주방으로 돌아갔다. 샤프릴은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그래도 일단 주문을 받으라고 했으니 군말 없이 그들에게 메뉴판을 내밀려고 했다.

 

 그러자 에이람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했다.

 

 “잠깐, 그럴 필요 없어.”

 

 “응? 왜 그래?”

 

 에이람의 제지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에이람은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더니, 에노와 케일을 보며 말을 했다.

 

 “손님, 주문 하실 준비 되셨나요?”

 

 “응!” / “맞아. 역시 눈치 한 번 빠르네.”

 

 둘은 한 번 숨을 고른 뒤, 동시에, 마치 입을 맞춘 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럼. 에이트 허브와 꿀을 바른 통닭에, 레몬과 라임으로 만든 에이드랑, 에시드 페퍼 소스, 그리고 곁들여 먹는 피클과 함께 감자튀김, 그리고 플레드 샐러드 2인분을 부탁해!”

 

 정확하게 주문을 마치고, 둘은 똑같은 타이밍에 다리를 꼬며 그대로 물에 물컵을 따라 마셨다. 샤프릴은 그들이 남매라는 사실을 그제야 받아드릴 수 있었다.

 

 주문하려는 것부터 물 마시는 버릇, 앉아 있는 자세랑 똑같이 다리를 꼬고 있는 점. 흡사 거의 손만 반대로 된 거울 수준이었다.

 

  “잠깐, 왜 이리 오늘 따라 죽이 잘 맞는 거니?”

 

  “그러게 누나. 평소 약 만들 때나 그랬으면 좋겠는 데 말이지?”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둘은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면서, 어느새 에이람이 가져다 준 감자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만약 먹을 것이 오지 않았다면, 다시 한바탕 싸울 기세였지만,

 

 “음식이 왔으니 참는다.”

 

 “맞아. 음식은 죄가 없으니까.”

 

 둘은 곧이어 들어온, 눈앞의 따끈한 통닭구이로 대동단결! 모든 분노와 화를 내려두고, 오직 통닭에 집중하며 눈길을 돌렸다. 더 이상 그들이 싸우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 에이람은 샤프릴을 데리고 곧장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갔다.

 

 “그럼! 맛있는 식사 하세요!”

 

 이제 둘 밖에 남지 않은 공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윤기를 좌르륵 뽐내며 맛깔나게 자태를 뽐내는 통닭을 보던 그들은 얼굴에 미소가 만개한 채, 서로를 쳐다보았다.

 

 “흐으....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남은 둘은 곧장 손을 뻗어, 흡사 전투와도 같은 식사를 시작했다.

 

 정말이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사르르 녹는 것 같은 통닭의 식감. 단맛 사이에서 너무 달면 느끼해 질수 있는데, 그것을 잡아주는 톡톡거리는 짠맛. 그리고 동시에 찍어 먹는 양념은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아서 밍밍하다거나 너무 불탈 것 같은 매운 맛이 조화를 이뤄주었다. 거기에 감자튀김과 에이드는 덤!

 

 밖에서도, 가게 안에서도, 그리고 입안에서도 축제가 벌어졌다. 행복감에 절어, 둘의 얼굴에는 연신 행복감이 감돌았다. 너무 입안에서 살살 녹았는지, 통닭 두 마리가 나온지 10분도 되지 않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흐으... 오늘 저녁에도 먹을까?”

 

 오늘 힘을 많이 쓴 그를 배려하는 겸, 겸사겸사 케일은 저녁거리를 사가자는 제안을 했다. 평소의 에노라면 그냥 직접 밥을 차리려고 하겠지만, 통닭에 매료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 제안에 답하려고 했다.

 

 “그래! 포장하자고! 포장! 한 4마리쯤........”

 

 행복한 계획을 짜고 있던 에노는 순간, 낯익은 마력을 느끼고 고개를 급히 돌렸다. 분명 어디서 많이 느낀 마력인데? 어디서 느꼈었지? 분명.... 이 느낌은.....

 

 “음? 무슨 일 있어?”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1층을 바라보는 그를 보고, 케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노는 어느 한쪽에 시선을 꽂은 채,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

 

 ‘분명.... 이 느낌......’

 

 케일은 에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1층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1층에 앉아 있는 한 소녀. 이상한 거적 대기를 등에 매고 있는 소녀는 어떤 남자들에게 둘러 싸여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모양이었다.

 

 케일은 그녀를 쳐다보다,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곤 곧장 에노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흐음. 신경 쓰이니?”

 

 “응.”

 

 생각도 안하고 그 즉시 답을 하는 에노. 케일은 피식 웃으며 그의 등을 한 대 툭 쳤다.

 

 “아얏!”

 

 “그럼 갔다 와.”

 

 케일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에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그대로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 그를 보며 케일은 쓴 웃음을 지었다.

 

 ‘흠... 시작인건가? 드디어.’

 

 마치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그렇게 소년은 소녀를 만나기 위해 걸어내려갔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을 기다렸다는 듯 시계의 종탑이 크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흐... 깜빡하고 토요일 업뎃을 잊어버렸네요;;;;; 정신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하는데..;;;

 

 손목이 조금 괜찮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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