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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의 죄명은 휴재
작가 : 야쿠레투르
작품등록일 : 2018.12.12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자신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수명인 세계 - [포르테스]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목이 잘려도, 심장이 꿰뚫려도, 사지가 찢겨져도,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고통스러워 할 뿐.

그러나 '불사' 이되, '불멸'은 아니다.
이야기 속의 '나' 가 죽으면, 현실의 '나' 또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연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일정기간 이상의 휴재(休載)는 중죄(重罪)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그야...
[나의 죄명은 휴재]
니까.

 
그날 (3)
작성일 : 18-12-22 06:47     조회 : 42     추천 : 1     분량 : 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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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비와 함께 자고 있는, 공삼이의 몸을 마이라가 흔들고 있다.

 그녀의 손길에 뒤척이던 공삼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깨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자 마자 눈 앞에 보이는 [휴재] 라는 낙인에, 눈살을 찌푸린 공삼이가, 반쯤 열린 눈꺼풀 사이로 쏟아져 오는 은은한 빛에 집중한다.

 짧은 집중을 통해 낙인을 흐리게 만든 뒤, 낙인이 가리고 있던 광경을 눈에 담았다.

 

 "...무슨.. 일이죠?"

 "쉬잇!"

 

 갑자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에 움찔한 공삼이가, 이어지는 마이라의 인도에 말없이 따라갔다.

 눈을 비비적 거리며 피곤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공삼이는, 커다란 하품을 마지막으로, 어느정도 상황을 따라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하음... 무슨 일이죠?"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지?"

 "어,음... '그날'인거요?"

 "그래, 이제 곧 시작 될테니까, 준비 단단히 하고 있어."

 

 그녀의 말에 공삼이는 '준비? 준비 할만한게 있으려나? ...마음의 준비 말씀하시는 건가?' 라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이내,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직 덜 깬 몸을 깨우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 원래, 이렇게 좁았었나요?"

 

 슬슬 몸이 풀리니, 아까부터 느껴지던 묘한 이질감에 신경이 간다.

 잠이 덜깼나? 하는 얼굴로 내부를 둘러보는 공삼이.

 하지만 그의 감은 틀린게 아니었다.

 

 "응? 뭐지?"

 

 화장실 문이 반토막이 나있었다.

 원래는 두명이서도 너끈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는데, 지금은 한명이서 지나가기도 버거워 보였다.

 몸을 세로로 해서 간다면 좀 나을만한 수준.

 스트레칭을 멈춘 공삼이가, 이 묘한 상황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화장실 입구를 좁게 만든, 새로 생긴듯한 회색의 벽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날'에만 생기는 특수한 장치인건가?"

 "그르르..."

 

 자기가 잘못들었다 생각하는 것인지, 귀를 한번 후벼판 공삼이가 재차 벽을 만져갔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소리에, 공삼이는 행동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어라."

 

 짐승의 울음이 섞인듯한 목소리가 공삼이의 귓가를 파고들어왔다.

 그에, 앞의 거대한 벽이 나이라임을 깨달은 공삼이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네, 네에..."

 

 기가 죽은 한편으로, 공삼이는 대단함을 느꼈다.

 그는 나이라에게 한번 감탄했고, 신축성이 대단한 죄수복에 또 한번 감탄을 했다.

 자기 옷을 쭉쭉 당겨보며 그 놀라움을 재차 확인하고 있던 공삼이.

 그런 그의 곁으로 마이라가 다가왔다.

 

 "준비는 끝났니?"

 "네, 뭐... 아!"

 

 순간, 공삼이의 시선이 마이라를 넘어, 자신의 침대로 향한다.

 그곳엔 아직 꿈나라 여행을 하고 있는 비가 있었는데, 비를 본 순간, 공삼이는 자신의 준비가 아직 덜 끝났음을 깨달았다.

 

 "...이거 끝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개떡같이 물었지만, 찰떡같이 알아들은 마이라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아. 지금 가면... 대충 저녁 먹기 전엔 돌아올 수 있을거야."

 "그러면-"

 "무슨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지금은 네 자신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할 때야. 알겠니?"

 "그치만, 저 꼬맹이는 제가 없으면... 하아..."

 

 마이라가 눈빛으로 강렬한 의지를 전하자, 공삼이는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공삼이가 위험했으면 했지, 비가 위험할 일은 없을 거다.

 마이라의 말 대로, 지금은 공삼이 그 자신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공삼이는 비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는게 그렇다.

 그것이 악연으로 맺어진게 아니라면.

 내 상황이 어떻든, 남을 먼저 생각하고 챙기게 된다.

 더군다나 요 며칠간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던 비였으니, 공삼이의 시선이 계속 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최선을 다해서 잘 보살피고 있을테니까, 알겠지?"

 "네...."

 "이제 곧 시간이네."

 

 마이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크린에 빛이 들어왔다.

 

 [시간이다.]

 "...직접 오지 않는거냐?"

 [...그렇다.]

 "이 끔찍한 날이 못해도 이틀은 갈거라니... 칫."

 [....크흠. 끔찍하다니, 그런말은 삼가해줬으면 좋겠군.]

 "애들이 막 사라지는데, 그게 끔찍하지 않으면 뭐가 끔찍한건데?"

 [설령 그렇다 해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게 좋겠군. 이건 충고다.]

 

 익숙한 간수의 목소리가, 다른 날과는 다르게 묘하게 긴장된 느낌이다.

 그것을 감지한 나이라가 그르렁 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흠...네 상관이라도 오는 거냐?"

 [...그것은 대외 기밀이다.]

 "...몇째놈이지?"

 [....대외 기밀이라 하지 않았나.]

 "그렇군. 보나마나 뻔 하겠어. 막내놈이지?"

 [으음...]

 "됐어. 막내놈이 오는거면 더 좋은 상황이네."

 

 그 둘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공삼이가, 계속해서 추가되는 정보에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리고는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나이라를 쳐다보았다.

 직접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스크린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 뿐인데, 간수의 속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노련함에 공삼이는 존경의 눈빛을 쏘아보냈다.

 하지만 존경과는 별개로, 그들의 대화는 알아먹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때문에 공삼이는 궁금증 때문에라도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저... '그날'은 하루만 해당되는거 아니었나요?"

 

 적당히 우회적인 느낌으로 포장된 날카로운 질문이, 그들의 대화를 비집고 들어갔다.

 나이라는 몰라도 간수의 심기를 건드린다는게 마음이 걸린 공삼이가, 연신 장내의 분위기를 살핀다.

 다행히, 공삼이가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루인 날도 있지."

 "...네?"

 "얘네가 직접 오면, '그날'은 하루로 끝난다고 보면 돼."

 

 '얘네'라는 말은 필시 간수들을 뜻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오늘은...."

 "그래, 적어도 이틀은 간다는 얘기지. 근데 뭐. 이번엔 사실상 일주일은 간다고 보면 편해."

 

 일주일이라니?

 그 말에 깜짝 놀란 공삼이가, 나이라를 올려다본다.

 

 "그게 무슨...?"

 "아아, 걱정 말라고. 이쪽이 훨씬 좋은 편이니까. ...적어도 너한텐."

 "???"

 "니가 딴 마음만 먹지 않으면, 별 탈 없이 지나갈테니까."

 

 나이라는 어째서 '그날'이 일주일은 간다고 확신하는 걸까?

 

 '그게 간수의 상관... 아마도 노블인, 그 사람이 오는 것과 관련이 있는건가? 이번엔 몇째냐? 라는 뉘앙스가 담긴 질문으로 보아, 간수의 상관으로 짐작되는 노블들은 감옥에 자주 들리는 사람일 것이다.

 형제들이 감옥에 자주 들리고, 또 간수의 상관이란다. 그렇다면 그 노블들은 아마도 [칼리앙드] 가문의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칼리앙드 가문의 막내라고 하면... 자기 형들과 누나들과는 다르게, 각성 전부터 망나니 기질을 보였다는... 그런 소문의 보유자다.

 근데, 그런 사람이 감옥에 온다는데, 오히려 좋다고?'

 

 공삼이가 멍하니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묵묵히 말을 삼가고 있던 간수가 입을 열었다.

 

 [음, 시간이 지체됐군.]

 "천천히 해. 오랜만에 몸좀 제대로 풀게."

 

 하지만 이미 나이라의 신체는, 이 방에서 움직이기엔 너무나도 커져버렸다.

 새삼스레 그 사실을 깨달은 나이라가 혀를 짧게 찼다.

 

 "빨리 빨리 열어."

 [개문을 허락한다.]

 

 스크린에서 그 말이 나옴과 동시에, 나이라의 정면에 있던 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에 마이라가 사용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움직임.

 사람의 크기에 따라 자동 조절되는 것인지, 거의 벽이 통째로 열리다 시피 하고 있다.

 

 스그응-

 

 거대화한 나이라가 그 앞을 막고 있었음에도, 그 사이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빛은, 내부의 빛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렬했다.

 마치, 절대적인 백색(白色)이 자신을 제외한 색을 인정하지 않아, 다른 색들을 지워오는 것 같았다.

 

 "아."

 

 밝아져 오는 시야에, 상념에서 깨어난 공삼이가 주변을 둘러본다.

 눈 앞의 벽, 나이라가 빛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뒤에는 어느새 비의 곁으로 간 마이라가, 이쪽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나이라가 앞으로 전진함에 따라, 뒤쪽의 방엔 빛이 들어찼고.

 주춤거리며 나이라를 따라가던 공삼이는,

 

 "잘 다녀오렴."

 

 아릿하게 들려오는 마이라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빛에 의해 삼켜진 방과 마주하게 되었다.

 

 -

 

 [이번에도 가지 않을 생각인가?]

 "응..."

 [오늘로 벌써 3번째다. 아무리 너라도 3번이나 휴재를 하면-]

 "걱정은 고맙지만, 이젠 괜찮아."

 [...무슨 말이지?]

 "아니, 그냥. 다음번엔 가겠다고. 후훗."

 [...그렇군.]

 

 나이라와 공삼이가 빛의 세계로 나간 뒤, 굳게 닫힌 문.

 그런 문을 묘한 눈으로 바라보던 마이라가, 시선을 돌려 비를 내려다 보았다.

 

 "그나저나 큰일이네. 결투 대회면... 그 기간 동안은 돌아오기 힘들텐데... 요 사랑스런 꼬맹이가 마음 고생이 심하겠어."

 [...앞으로의 기간 동안은 2인분만 보내도록 하지.]

 "내용물은 전의 것으로 부탁해. 우리 아기가 아직 적응을 못한 것 같아서 말이야."

 [알겠다.]

 

 그 말을 끝으로 스크린의 빛이 사라지고, 방 안엔 은은한 조명빛만이 남았다.

 잠깐의 정적.

 평소와는 다르게, 고요함이 감돌고 있는 장내를, 마이라는 묘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마이라의 시선이 구석구석을 찬찬히 뜯어본다.

 그러던 중, 한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푸흡!"

 

 겹겹이 쌓인 기저귀를 보니, 요 며칠간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던 마이라.

 그런 그녀가 돌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이번엔 운좋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지만, 다음에 또 그러리라고 확신할 순 없다.

 아니, 이번에도 그렇다.

 암묵적인 룰을 지키지 않을 노블도 분명히 있을테고, 재수 없게 거기에 걸리면 그냥 사라지는 거다.

 때문에 마냥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비 또한 문제라면 문제다.

 비는 아직 운명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비각성자이기 때문에, 지금 공삼이가 겪고 있는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라도 각성의 날이 찾아올 수 있고, 그 때가 온다면 비는 공삼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소멸과 실종, 그리고 생존 사이에 놓이게 된다는 문제에 말이다.

 

 "...."

 

 때문에 마이라의 미소, 그 끝엔 슬픔이 맺혀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 말
 

 다음 챕터는 결투 대회가 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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