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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의 죄명은 휴재
작가 : 야쿠레투르
작품등록일 : 2018.12.12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자신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수명인 세계 - [포르테스]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목이 잘려도, 심장이 꿰뚫려도, 사지가 찢겨져도,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고통스러워 할 뿐.

그러나 '불사' 이되, '불멸'은 아니다.
이야기 속의 '나' 가 죽으면, 현실의 '나' 또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연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일정기간 이상의 휴재(休載)는 중죄(重罪)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그야...
[나의 죄명은 휴재]
니까.

 
각자의 사정 (3)
작성일 : 18-12-19 05:48     조회 : 64     추천 : 1     분량 : 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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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역시 늙으면 주책이 심해진다더니..."

 

 딱딱하게 굳어있던 얼굴을 풀은 나이라가, 확 뒤바뀐 분위기를 풍기며 뭐라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다시 공삼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야."

 "...네?"

 "오늘 있었던 일은 그냥 잊어. 알겠어?"

 

 전과는 다른, 가벼움이 많이 묻어있는 말투였다.

 그에 가볍게 웃은 공삼이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니, 하... 애가 눈치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멍청하다니까?"

 

 나이라의 말에 머쓱하게 웃어보인 공삼이.

 하지만 겉과는 다르게, 공삼이의 머릿속은 나이라가 한 말의 요지를 찾기 위해, 빠르게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이라를 키워드로 한 생각의 가지들이 뻗어나가고, 다른 곳에선 현 상황을 키워드로 해 수 많은 가지들이 뻗어나간다.

 나이라의 표정 변화에 따라 뻗어나가는 가지들의 방향이 틀어지거나 했고, 현 상황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가 더해질 수록, 마찬가지로 가지들이 다양하게 꺾여갔다.

 

 "그냥, 방금 전에 내가 했던 말을 잊어버리라고!"

 

 어느샌가 잠들어버린 마이라를 깨우지 않는 선에서, 있는대로 목소리를 키우는 나이라.

 그런 그녀의 말을 토대로 마지막 정보 갱신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나이라에서 뻗어나온 가지와, 현 상황에서 뻗어나온 가지가, 그동안 공삼이가 쌓아온 '경험'이라는 나무의 한 가지와 만났을 때.

 공삼이의 입이 열렸다.

 

 "걱정 마세요. 오늘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할게요. 그럼 되는거죠?"

 

 쉽게 말하자면, '눈치껏 때려 맞춘' 공삼이의 대답에, 당황한 나이라가 이내 인상을 팍! 찌푸렸다.

 투닥거리는 도중, 어제오늘 있었던 일로 누적된 피로가 마이라를 잠들게끔 했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아마 공삼이에게 많은 것을 얘기해 줄 때의 심력 소모가 컸었나보다.

 품 안에서 동생이 잠에 든 것을 확인한 나이라는, 동생에게서부터 전염된 것 같은 심란함에 저도 모르게 말을 뱉었다.

 말을 하고나니, 늙은 나이에 너무 애같은 말을 한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공삼이에게 잊으라고 말한 건데...

 

 "이래서 눈치 빠른 것들은..."

 "아하하하..."

 

 멋쩍게 웃는 공삼이를 한번 흘겨본 나이라.

 나이라가 시선을 내려 동생을 한번 쳐다본 후, 다시 시선을 공삼이에게로 향했다.

 

 "그럼, 이것도 맞출 수 있냐?"

 

 뜬금없는 나이라의 말에 공삼이의 눈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그에 피식 웃은 나이라가 고개를 까딱였다.

 

 "저쪽으로 가라고."

 "네?"

 "내 동생 자야 되니까, 저쪽으로 가라고! 눈치는 밥말아 먹었냐?"

 "하지만, 여긴 제 침댄데..."

 "아앙? 니 침대애?"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기 침대에서 일어난 공삼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뭐?"

 

 씨알도 먹히지 않고, 되려 눈으로 욕을 먹기만 했다.

 그렇게 침울해진 공삼이가, 반대편의... 원래는 마이라와 나이라가 사용하던 침대를 우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널찍한 침대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낮에 벌어졌던 일 때문에, 아이를 보기가 껄끄러워진 공삼이가, 주춤주춤 걸음을 옮겨갔다.

 

 "야."

 

 혹시나 나이라가 말을 번복하기 위해서 부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환한 얼굴로 뒤를 돌아본 공삼이.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환했던 얼굴은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너 말이야, 양심은 있는거냐?"

 

 뜬금없이 양심을 물어오는 질문에, 공삼이는 무어라 대답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아이를 의식하고 난 뒤라 그런지, 나이라의 말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이라가 말을 먼저 꺼내주었다.

 

 "우리 비밀만 쏙 빼듣고 그냥 넘어가려는 거냐?"

 

 그 내용은 전혀 다행스럽지 않았지만 말이다.

 

 "...네?"

 "네 것도 털어놔야지. 너도 그런 것쯤 하나 있을거 아냐."

 "제 비밀요?"

 "왜 휴재라는 죄명을 가지게 되었는지, 같은... 아무튼! 너도 빨리 말해."

 

 나이라의 그 말에, 황당해 하던 공삼이의 얼굴에 짙은 수심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왜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새삼스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노블' 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평범한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곧 다가올 '그날'에 이적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공삼이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노블들이 이적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성지'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일반인들의 성지에 대한 인식은, '가문의 소유지', '운명의 대상을 찾을 수 있는 곳', '각종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곳', 그리고 '가끔씩 사람들이 사라지기도 하는 곳' 정도다.

 그 가끔씩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인식도, 가문의 사람이 되어 나오는 것을 몇번 봤기 때문에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삼이도 그러한 사실을 모르지만, 성지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무게감과 '그날' 이라 명명된 의미심장함을 유추해볼 때, 이적이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느낌적으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공삼이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공삼이는, 어쩌면 '그날'에 할 선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이라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흠흠!"

 

 공삼이가 나이라의 헛기침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냥 됐어. 지금은 늦었잖아? 니 얘기는 나중에 듣는걸로 하자."

 "....죄송해요."

 "됐어. 지금 나만 듣는게 좀 그래서 그런거니까. 들을거면 둘이서 듣는게 좋잖아?"

 

 침대에 누워있는 마이라를 가리킨 나이라가, 의도적으로 크게 하품을 해보이고는 손을 휘휘 저었다.

 

 "너도 나중에 피곤하다 하지말고, 지금 자두라고."

 

 그리곤 돌아누운 나이라.

 그런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공삼이가,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스윽-

 

 '얘는 왜 또 이런 표정으로 자는거야...'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시선이 간 아이의 얼굴에, 공삼이는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라서 그런지, 그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가뜩이나 머릿속이 복잡한데, 울음 터지기 일보 직전인 아이의 얼굴을 보니 기분까지 더 우울해졌다.

 

 '울거면 울던가.'

 

 그러면서 공삼이는 생각했다.

 낙인과 변비 때문에 울음을 참지 못했던 자신을.

 공삼이가 아이에게서 시선을 돌려, 멈춰있던 몸을 완전히 이불 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침대의 감촉을 느끼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공삼이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억울함에, 가슴을 움켜쥐었지만,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억울함이라는 감정은 신체 곳곳을 누비며 되려 억울함을 전파해갔다.

 결국, 억울함이 치미는 것을 막지 못한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왜...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답답함에 의문을 표하는 공삼이었지만, 실은 그도 알고 있다.

 그 질문이 부질없다는 것을.

 생각이 많다는 게 이렇게 저주스러운 것인지, 공삼이도 몰랐다.

 한번 억울하다 생각되니, 온갖 것들이 억울하게 다가왔다.

 

 '나는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 내가 노블이 되고 싶어서 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부터.

 심지어는 '이 침대와 내 침대에서 올려다 보는 광경이 다르네.' 라는, 정말 별것 아닌 것들에서도 억울함을 느꼈다.

 그냥 세상 만사가 자신에게만 부조리한 것 같았고, 그것은 결국 자기비하의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자기가 못나니, 세상도 그렇게 대해주는 것이라고.

 공삼이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

 

 공삼이는 알까?

 지금 그가 하고 있는 것이, 우울증의 전조라는 것을.

 

 '그냥, 이대로...'

 

 나이라와 약속한 것이 불과 몇분 전이건만, 공삼이는 그녀와의 약속을 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낙인'이라는 영속적인 고통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한번으로 끝난다고 누가 단정할 수 있는가?

 앞으로 펼쳐질 미래엔,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 것이고, 공삼이는 그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공삼이는 그것이 두려웠다.

 자신이 선택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심지어 이번엔 거의 반강제식 선택지가 주어진다.

 그날에 연재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이번에 연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음번엔? 그 다음번은?

 언제까지고 연재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연재를 하긴 해야할 것이다.

 근데, 그러다 잘못되면?

 

 '....'

 

 애초에 자신이 없었다면, 마이라들이 똥을 치우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자신의 운명이 이적을 일으켜 남들을 곤란하게 할 거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공삼이는, '소멸' 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우우웅..."

 

 공삼이의 귓가로 미약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우우으으..."

 

 울음기가 잔뜩 섞인 소리는, 검게 죽어가던 공삼이의 눈동자에 색을 불어넣었으며, 어딘가로 빠져들어가던 의식 또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우이... 우이... 우으아앙!"

 

 어느새 커다래진 그 존재감에, 고개를 돌린 공삼이.

 그리고 공삼이는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자신에게 다가와 그 몸을 끌어안고 있는 아이를.

 조그마한 그 주먹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공삼이의 소매를 움켜쥐고 있었다.

 

 "앙앙앙!"

 

 서럽게 우는 아이를 보며, 공삼이는 왠지.

 아이가 대신 울어주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자기가 대신 울어줄테니, 슬퍼하지 마라고...

 위로 아닌 위로에,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녀석."

 

 우느라 흘러내려간 이불을 제대로 덮어준 공삼이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디의 누군가는 말했다.

 아이의 미소는 만병통치약 이라고.

 하지만, 아이의 진심 어린 공감 또한.

 누군가에겐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

 

 "새액- 새액-"

 

 누구는 속으로 울고, 누구는 겉으로 울었던 해프닝이 끝나고.

 어느새 잠에 든 공삼이와 아이.

 자신의 배 위에 올라와 있는 아이의 따뜻한 손을 느끼며, 공삼이는 정말 오랜만에 마음편히 잘 수 있었다.

 

 
작가의 말
 

 슬슬 다음 챕터부터는 진행이 빨라질 것 같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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