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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4. 에테레아
작성일 : 18-10-30 23:31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7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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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미테리아 선착장 에테레아 행 비공정 -

 

 리안과 소녀들은 간단히 역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한바탕 움직인 것 때문에 다들 늦잠을 자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도시 구경도 못하고 그저 선실 밖의 풍경으로 도시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저씨 깼을 때, 따라갈 걸.”

 

 스피넬이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카드를 한 장, 더미에 올려놓았다. 심심한 그녀들은 마침 리엔의 짐 속에서 발견한 카드를 이용하여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게....... 여기에 있는 공예품들 정말 예쁘다던데.”

 

 아쉬움을 토로하는 리엔이 한 장의 카드를 내려놓았다. 그녀들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지만,

 

 “앗! 또 이겼네요.”

 

 아멜은 순식간에 또 다시 카드를 손에서 다 털어냈다. 남은 둘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남은 카드를 내려두었다.

 

 “어떻게 한판도 지지 않는 거니?”

 

 리엔은 그녀가 8 판이나 연속으로 이기는 것이 매우 놀라웠었다. 아멜은 그런 그녀의 질문에 웃으며 말을 했다.

 

 “카드를 순서대로 외우면 될 거에요.”

 

 반쯤 어이가 없는 두 사람은 카드를 정리했다. 50장이 넘는 카드를 순서대로 외운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 똑같은 게임에 똑같은 방식으로 승자만 나오고 있어서, 하던 게임도 질려버리고 만 것이었다.

 

 “으...... 심심해 죽겠어!”

 

 리엔이 바닥을 뒹굴며 한껏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물론 정도가 심해서 아멜과 스피넬이 그녀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와 동시에 거칠게 문을 열어 재끼는 소리와 함께, 아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다고!”

 

 “아냐, 잔다고 하지 않았어?”

 

 리엔은 바닥에 대자로 누운 채로 아냐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한발 내밀고 툴툴거리는 리엔에게 아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했다.

 

 “너 때문에 잠이 다 깨버린다니까! 왜, 이리 한 숨도 쉬지 않고 시끄러운 거야!”

 

 “실은 그냥 혼자 있기 싫은 거지? 그렇지?”

 

 리엔은 마치 재미있는 것을 찾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리엔. 내가 이래 보여도 그 정도 까지는 아니거든.”

 

 “히힛! 거짓말 하지 마. 네 얼굴에 다 써져 있는 걸?”

 

 리엔은 재미있다는 듯이, 아냐를 놀려먹었다. 리엔 특유의 말투에 열이 받은 아냐는 씩씩거리며 리엔에게 다가 왔다.

 

 “히잇! 그런 굼벵이 같은 걸음으로 나한테 올 수 있겠어?”

 

 리엔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툭 치며 밖으로 나갔다.

 

 “뭐... 뭐 이 년이!”

 

 결국 폭발한 아냐가 그녀를 잡기위해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 항상 둘이 만나면 저러는 걸까?”

 

 리엔은 아냐를 놀리며 선실 밖을 종횡무진 했다. 아냐 역시 그녀를 쫓아 뛰어다니며 그에 못지 않은 속도를 보여주었다. 레프레아의 민첩함에 뒤지지 않는 선조의 능력이 감탄스러워 보였지만, 아슬아슬하게 잡히지 않는 선을 유지하는 리엔의 모습이 참 경이로워 보였다.

 

 “그러고 보니, 리엔 언니는 왜 부관을 한 걸까?”

 

 스피넬의 말에 아멜도 그녀가 왜 부관을 하고 있는 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단순한 숙소 관리원이었던 그녀가 마음을 바꿔 먹은 것이 신기하긴 했었다. 그녀가 아는 리엔은 ‘잠깐만 일하고, 매일 놀고먹으며 안전한 직장에서 뒹구는 것!’을 목표로 사는 꽤나 즉흥적인 레프레아였으니까.

 

 ‘근데, 왜 지금은 힘든 일을 하면서도 그만 두지 않는 걸까.’

 

 가끔 다른 일을 하겠다고 뛰쳐나가도, 3일이 지나면 돌아왔었는데, 지금은 2년이 지나도 계속하고 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다면.

 

 “아저씨가 들어온 뒤로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 빼고는 변함없는 것 같지만.”

 

 아멜은 아델이 들어오고 난 뒤로, 사람들이 변해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자신 역시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굉장히 낙천적이고 대책 없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를 만나고 난 뒤부터 무엇인가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알 포트의 인원들이 거의 소모품 취급 받거나, 무시당하는 게 일상이었다.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무덤지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임무에서 1명 이상은 꼭 죽는다. 너무 죽음에 무뎌져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나타난 뒤로, 모두가 잃어 버렸던 웃음과 활력들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그의 노력과, 주변의 시선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그의 진심된 마음이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도 많은 이들을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리엔으로서는 지금의 평화를 지켜준 그에게 여러 의미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요정의 불을 지필만한 것도 있지 않았을까?”

 

 두 소녀는 우연히 리엔의 서재에서 보았던 그에 대한 관찰 일지를 떠올렸었다. 거의 일거수일투족을 적어놓은 꼼꼼한 글들을 보면서도, 그녀가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곁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잘 알고 있는 그는, 유능한 리엔을 써먹기 위해 계속해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아저씨도 참 약은 것 같단 말이야.”

 

 소녀는 그런 그의 생각을 알 수가 있었다. 아니,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으으, 아저씨를 닮아가는 것 같은데.’

 

 일전에 예네프가 자신을 보며 그와 닮았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자꾸만 그 말이 떠올라서 미칠 지경이었다. 필사적으로 그 생각을 날려 버리려고 했지만, 쉽게 떨어지질 않아서 답답한 그녀였다.

 

 

 “리엔! 아냐! 둘이 뭔 짓을 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그만 두렴.”

 

 마침 아델이 배에 오르다, 공중에서 격렬히 격투를 하고 있는 아냐와 리엔을 발견했었다. 언제부터 추격전에서 격투 전으로 변했는지 몰랐지만, 둘은 한 합, 한 합 멋지게 맞추면서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어! 관리관님?! 언제 오셨어……. 우왓! 갑자기 공격이야?!”

 

 리엔은 해맑게 웃으며 아냐의 발차기를 피했다. 아냐는 열이 끝까지 받았었기에 자신의 팔목의 팔찌를 들어 보이며 말을 했다.

 

 “이 망할 애송이가........ 봐주니까 자꾸만 기어오르려고 하네?”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냐. 모두들 그런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델은 그 모습에 급하게 소리치며 말리려고 했다.

 

 “하지 마! 그거 풀면 안 돼! 정말! 풀지 마!”

 

 하지만 그의 외침에도 그녀는 듣지 않고 리엔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 그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리엔은 오히려 그녀를 더 자극하기만 했다.

 

 “뭐? 그게 뭔지는 몰라도 한번 해볼 테면 해봐!”

 

 “헤에? 날 놀리는 녀석들은 다 가만히 안 둘 거라고!”

 

 아델은 그 팔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그 팔찌를 만들어준 장본인 이었으니까.

 

 아냐의 팔찌는 무엇인가를 봉인해둔 장치였었다. 수세기 전, 그는 시도 때도 없이 폭주하는 아냐의 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었다. 아냐 역시 그로 인해 많이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팔찌 형태의 봉인장치를 만들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 봉인장치를 풀게 된다면, 통제 되지 못하는 그녀의 내면에 있는 진짜 모습이 나타나 이 지역이 통제로 날려 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델은 그것을 말리기 위해 행동에 나설 준비를 했다.

 

 “정말이지. 경고했다. 당장 그만하고 내려오라고.”

 

 아델은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팔찌를 리엔 쪽으로 겨누며 돌리려고 했다.

 

 “리엔. 오늘 네놈의 목숨을 가져가주.....”

 

 딸각 소리가 울려 퍼지려는 그 순간, 그는 하늘 위로 뛰어올랐다. 갑자기 앞에 튀어나온 그의 모습에 놀란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는 인상을 쓴 채 그녀의 팔목을 세게 붙잡았다.

 

 “하아. 그만하라고!”

 

 

 

 선실에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굉장히 어색해 보였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사는 선조에게 있어서 어린 아이들에게나 주는 체벌의 모습은 굉장히 웃긴 모양새가 아닐 수 없었다.

 

 “리엔, 아냐. 둘 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여기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아니, 본인들이 더 잘 알지 않나?”

 

 리엔과 아냐는 그의 말에 푹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아냐는 툴툴대며 말을 했다.

 

 “리엔이 먼저 시작 했는데......”

 

 “쓰읍, 반성을 안 하는 것 같은 데? 오랜만에 그걸 꺼낼까?”

 

 “히이익!”

 

 아냐의 표정이 사색이 되어있었다. 그와 아냐의 나이로 보면 그 둘이 예전에 만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처음 둘이 부대에서 마주 쳤을 때, 그 대단한 아냐가 벌벌 떠는 모습을 보면 분명 그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의 만성피로에 축 처진 모습과 달리, 마치 사냥 당하기 직전의 작은 토끼 마냥 움츠러드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아델은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흠, 그럼 다시는 안 그럴 거지?”

 

 “응! 정말 다시는 안 그럴게!”

 

 완전히 줄어들어있던 아냐는 덫에 풀린 사슴처럼 기쁨에 고개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했다.

 

 “그래, 알았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거 믿도록 할게.”

 

 아델의 말에 모두들 아쉬운 듯 탄식(?)했다. 반면, 그는 그것에 만족했다는 표정을 짓고는,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리엔을 노려보았다.

 

 “하아……. 그럼 이번엔 리엔. 너는 특별히 벌을 받아야겠지?”

 

 리엔은 그의 말에 순간 경직 되었다. 아냐는 넘어갔으면서 왜 자신한테는 그러냐는 눈빛을 그에게 보내고 있었다.

 

 “자... 잠시만....”

 

 “마침....... 리즌이 보낸 서류가 300장. 그 중에 100장은 다 했지만 말이지.”

 

 리엔은 무슨 서류가 200장이나 남아있는데, 이 태평한 관리관이 일을 안 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거냐! 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아델은 그런 그녀를 보며 사악한 미소와 함께 작은 봉투와 서류 뭉치들을 꺼내들었다.

 

 “이 서류들, 다 처리하지 못하면 배에서 못 내리게 될지도 모를걸? 아마 휴가 기간만큼 이 봉투의 만두들만 먹어야 할 거야.”

 

 봉투 안에는 종류별로, 형형색색의 만두가 들어있었다. 그것도 리엔이 가장 좋아하는 맛들로만 말이다. 리엔은 질겁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을 했다.

 

 “200장?! 그걸 언제 다해요!”

 

 “그러니까~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게 좋을 거야. 참, 참고로.”

 

 그는 갑자기 작은 팔찌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녀의 손목에 채우며 말을 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 아델에게 뭐라고 하려는 순간, 그는 웃으며 말을 했다.

 

 “특정거리 이상 멀어지면 자동으로 이곳으로 끌려오게 하는 팔찌지. 이거 구하는 데 꽤 애먹었지만. 뭐, 도망가려고 해도 소용없을 거라고.”

 

 리엔은 그의 말에 급히 전속력으로 문고리를 잡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어떤 모를 힘이 그녀의 등을 꽉 붙잡아 당기는 것 같았다.

 

 “이.... 이이익!”

 

 리엔은 필사적으로 달려 보았지만, 결국 그 힘에 이끌려 강제로 서류 앞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러니까 도망갈 생각하지 말고. 그 서류 다 처리하도록?”

 

 “후에에엥!”

 

 리엔은 책상에 강제로 앉혀진 채로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처량한 뒷모습을 보고 아냐가 웃으려고 했지만, 그의 따가운 시선에 웃지 못하고 도망을 쳐버렸다.

 

 

 “아저씨는 어디서 저런 물건들을 주워오는 걸까?”

 

 “흐음. 아저씨는 특별하잖아.”

 

 두 소녀는 울면서 나가는 아냐와 눈물을 머금은 채, 서류를 작성하는 리엔,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태연히 의자에 앉아 놀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뭐, 한 가지 확실히 해야 하는 건, 아저씨한테 약점 잡히면 끝이라는 거야.”

 

 “맞아. 약점 잡히면 안 되겠어.”

 

 스피넬은 일단 아냐가 걱정 되어서 조용히 밖으로 나갔고, 남은 셋은 조용히 선실에 남아있었다. 그렇게 아미테리아의 일정이 일단락 되어가고 있었다.

 

 

 

  - 칠흑 같은 밤, 비공정 선실 -

 

 조용한 선실, 모두가 잠을 자고 있을 무렵, 한 켠에서는 누군가가 괴로운 신음을 내고 있었다.

 

 “음냐....... 더 이상은……. 못해요.......”

 

 리엔은 풀썩 책상에 코를 박고 엎드려 있었다. 그녀 옆에는 완벽하게 작성된 수 십장의 서류가 놓여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서류가 잔뜩 있었지만, 단 시간에 그만한 양을 처리한 것이 너무 놀라울 따름이었다.

 

 “흐음, 나머지는 내가 하지 뭐.”

 

 아델은 완벽히 작성된 서류들을 가방에 넣고, 천천히 리엔을 업었다. 아이들이 자고 있으니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선실 밖으로 나가, 그녀의 개인 실 침대에 눕혀놓았다. 근데, 이렇게 업어가고 있는데도 깨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곯아떨어지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겠네. 주의라도 줘야 하나?”

 

 그는 팔찌를 들고, 곤히 자고 있는 리엔의 모습을 보다가, 괜히 옛날 기억이 떠올랐었다. 그 녀석도 잠이 들면 완전히 곯아떨어졌었지........ 그는 얼른 고개를 돌리며,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선실로 돌아와 천천히 서류 작성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30~40장을 제외하면 모두 이미 작성된 서류를 가지고 그녀를 골탕 먹인 것이었다. 이제 5장 정도만 더 하면 일은 끝나기 때문에 그는 천천히, 작은 등불에 의지하며 서류를 작성해 가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톡톡. 쾅. 마지막 서류에 도장이 찍히면서 서류 작업을 끝마치게 되었다. 어느새 달이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황무지가 아닌 거대한 고원 위를 날고 있는, 유일하게 세계에서 파괴 되지 않은 곳 중에 하나인 도엘라 고원. 신비로운 산맥들의 모습과 별빛들이 춤추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창문 너머로 보여 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까지 일만 하던 그에게는 피로가 몰려오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서류 작업은 끔찍하니까.

 

 “흐으……. 잠깐 자둬야겠군.”

 

 서류를 가방 속에 넣고, 불편하지만 자신의 침낭에 천천히 몸을 넣어두었다. 날이 밝으면 에테레아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있을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며, 오만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고단수인 그 영감탱이가 어떻게 나올지 미지수이기에 그의 머리는 생각 하면 생각 할수록 털실 뭉치가 마구 엉키는 것처럼 복잡해져 갔다.

 

 ‘하아..... 그냥 자자. 그냥 닥쳐 보고 결정해야지.’

 

 그는 눈을 감고 서서히 생각을 비워갔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은 가장 고요하고 조용한 모습이 되어갔다.

 

 

 * * * * *

 

 어두운 공간, 푸른 머리칼의 소녀는 천천히 동굴 같은 곳에 떨어져 있었다. 아니, 동굴이라고 말하기에는 뭐한 공간이었다.

 

 “흐으... 여긴 어디지?”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확히는 온통 검은 색만이 가득한 공간이어서 어둡다고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주변이 검은색이니까 말이다.

 

 “분명 아까 전까지 비공정 안 이었는.......”

 

 갑자기 그녀의 눈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그녀는 천천히 발을 옮겨, 아니 점점 발을 빠르게 옮겨 그것의 앞을 향해 뛰어갔다.

 

 “하아... 하아.....”

 

 잠시 숨을 고르는 푸른 머리칼의 소녀 앞에는 푸른 머리의 사내가 서 있었다. 소녀는 지친 고개를 천천히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희미했지만, 소녀에게는 낯설지가 않은 모습이었다.

 

 “누... 누구시죠? 그리고 여긴 어디인가요?”

 

 소녀는 천천히 입을 열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가 말을 걸자, 남자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무어라 중얼 거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뭘 하고 싶은 건가요?”

 

 소녀는 답답한 마음에 그에게로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벽 같은 무엇인가가 둘 사이를 가로 막고 있었다. 부딪힌 머리가 아파서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이... 이게 뭐지? 이봐요? 괜찮아요?”

 

 다른 곳에 손을 뻗었을 때는 이런 벽이 없었다. 오직 남자를 둘러 싼 곳만 투명한 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벽은 단단하다 못해 견고했다. 소녀는 그 벽을 두드리며 그에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남자의 손이 빛이 나기 시작했다.

 

 “어? 저기 뭐 하시려는 거죠?”

 

 분명 아저씨랑 같은 힘. 그는 마력을 집중해서 공중에 글자 몇 개를 적었다. 하지만 너무 흐릿하게 보여서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단 3글자뿐이었다.

 

 ‘.......... 고마워.’

 

 “뭐가 고맙다는 건가요? 대답 좀 해봐요!”

 

 그는 웃으며 뒤돌아섰다. 소녀는 계속해서 그에게 외쳤지만, 그는 천천히 마치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와 소녀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 갔다. 점점 환해지는 빛이 그녀의 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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