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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3. 용사이야기(4)
작성일 : 18-10-23 23:08     조회 : 69     추천 : 0     분량 : 8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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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관리관으로 처음 부임했던 날, 리엔은 마침 집무실을 정리하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오자마자 서류 뭉치를 책상에 올려두고 금방 나갔는데,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서류가 신경 쓰인 나머지, 몰래 서류뭉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감찰관 겸 관리관이라고? 그래서 예산 심의도, 처리도 같이하는 건가?”

 

 수많은 서류들 중에는 부대 일정, 예산, 인명부는 기본이고, 왜인지 모르게 타부대의 군수물품 목록이나 새로 임명되는 장교들의 무기 소지 면허 승인서등 다양한 것들도 있었다. 뭐, 자세한 내용을 보면 안 되기에 그녀는, 그저 빠르게 훑어서 종류별로 분류해놓기만 했다. 그 덕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책상의 서류들이 깔끔하게 5개의 분류대로 나뉘어졌다.

 

 “후와! 이렇게 해야 깔끔……. 어, 이건 뭐지?”

 

 그녀는 우연치 않게 서류 사이에 껴져있던 5통의 편지를 발견했었다. 그런데 그 편지의 송신인들을 보고 그녀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히익! 알마지오, 리즌, 다이에스터, 아바르? 한명은 이름이 안 적혀 있는데? 근데 왜 이 정도 사람들이 이 사람에게 편지를 보낸 거지?”

 

 에테레아의 영주이자 동부 동맹 최대의 맹주, 2군단장과 귀무족의 왕, 그리고 남부 황무지를 지키는 수호신. 모두 고위 인사들이거나 유력 세력의 집권자였다. 그런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온 관리관과 아는 사이라니........

 

 거기다 제복의 휘장으로 봤을 때 3서 서기관, 이들은 대체적으로 1위 무관급인 장군들 밑을 보좌하는 실무관들이었다. 2등 서관이 바로 위에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근데 왜 이런 외딴 곳으로 온 거지?’

 

 이런 고위관료가 이런 촌 동네에, 그것도 토벌부대 관리관으로 온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그녀였다.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퇴역한 사람이나, 좌천되어 밀려난 사람. 아니면 이 부대에 있는 소위 ‘죄인’들이던가.

 

 ‘하음. 근데 얼굴은 잘 생겼네.’

 

 왜인지 모를 호기심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 사람과 같이 있으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녀가 편지를 내려놓고 다시 바닥을 쓸려고 하는 순간, 집무실 문을 열고 그가 다시 들어왔었다.

 

 “어? 서류 정리 해준 거야? 이야, 잘했는데?”

 

 “헤헤. 안녕하세요. 오늘 새로 오셨다면서요?”

 

 리엔은 웃으며 맞이하는 그에게 웃으며 답을 했다. 목소리도 그렇고 생각보다 털털한 성격인 것 같은 그의 첫인상은 5점 중에 4점정도.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가 박수를 치며 말을 했다.

 

 “참, 그러고 보니 너는 여기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잘 아는 정도가 아니죠. 전 거의 여기 토박이인걸요. 아마, 관리관님이 생각도 못한 것까지 알고 있을 수 있다고요!”

 

 그녀의 당당한 대답에 아델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잘 됐네! 너 네 부관 좀 할 생각 없니?”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에 놀란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도 고민할 생각이 없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만이 들었었다.

 

 “네! 부관 하죠. 뭐!”

 

 아델은 그녀의 대답에 오히려 당황스러웠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에게 말을 했다.

 

 “에? 고민도 안하고?”

 

 “고민은 잠깐만 하면 되죠 뭐.”

 

 “정말? 너 부관이 무슨 일 하는지는 알고 있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관리관님은 왜 저한테 부관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신 건가요? 그럼 애초에 묻지 마셨어야죠.”

 

 세게 나오는 그녀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아델은, 잠시 고민한 뒤 손을 내밀어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흐음. 알았어. 부관을 모른다면 바로 거절했겠지. 어쨌든 알았어.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바로 부관이 되어버린 리엔은, 일을 하면서와 동시에 틈틈이 그에 대해 적기 시작했다. 일단 부관을 하긴 했지만, 그녀 나름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야 하니까 말이었다. 그런데 그것에 재미가 붙은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적어내려가기 시작 했다.

 

 ‘흐흐음... 이건 이렇고. 이건...... 적어둬야겠다.

 

 그렇게 작은 메모로 시작한 이야기들은 곧 한아름 쌓여, 책으로 엮어도 모자를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중에는 가장 많이, 특히 그에 관해 많이 중요하다고 적어놓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약을 먹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그리고 그 중요한 내용 옆에는 그것에 대한 대처법도 같이........

 

 

 

 “저번보다 더 상태가 악화됐네요! 분명 약 꾸준히 먹으라고 했죠?”

 

 리엔은 짜증을 내며 그의 입 안으로 알약과 물약을 쑤셔 넣었다.

 

 “으 읍읍부부부”

 

 아델은 약을 몰래 뱉으려고 시도 했지만, 리엔은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그래서 그는 약을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버렸다.

 

 입 안에서 감도는 고통의 쓴 맛이 그를 괴롭히다 못해 고문하고 있었다. 그는 손을 마구 휘저으며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리엔은 오히려 옆의 두 사람을 막으며 말을 했다.

 

 “의사가 분명 말했어요. 특히 4번 약! 그건 꼭 먹어야 한다고.”

 

 4번 약이라고 불리는 보라색 물결이 요동치는 이상한 약병을 든 그녀는 곧장 뚜껑을 열고, 그대로 그의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저항을 하려고 했지만, 그에 대한 것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리엔에게 당해내질 못했었다.

 

 “으으읍! 으읍! 읍!”

 

 그의 몸이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고통에 저항하고 있는 몸과 쓴맛의 극상을 달리는 약이 주는 고통을 적나라케 표현하고 있었다.

 

 ‘이..... 이렇게까지 꼼꼼 할 줄이야!’

 

 결국 그는 쓴맛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괜히 뽑았어. 괜히 뽑았다고. 서류정리를 깔끔하게 잘하고, 민첩한 그녀를 화끈하게 부관으로 뽑은 그였지만, 가면 갈수록 리엔의 밀착 마크를 견디기가 힘들었었다. 그이 뺨에 또르르 흘러내리는 두 눈물을 뒤로, 그는 녹초가 되어 축 늘어져 버렸다.

 

 아멜과 스피넬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쭉 지켜보다, 그가 기절하자 천천히 말을 했다.

 

 “아저씨가 불쌍해.”

 

 “근데 약을 안 먹은 거는 아저씨 잘못이니.........”

 

 소녀들은 그런 그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약 좀 잘 먹고 다니지. 리엔의 끈질김을 너무 과소평가하더니만.”

 

 갑자기 등 뒤쪽에서 난 소리에 놀란 소녀들 뒤에서, 창백한 백옥 피부에 자주 빛 머리칼의 여자가 서있었다. 그녀의 인형 같은 눈동자가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냐 언니!”

 

 “언제부터 타 있었어요?”

 

 “쭉 있었다. 쭈욱.”

 

 

 원래 아냐는 3일간 배에서 잠만 잘 계획으로 개인 실에 누웠었지만, 첫날부터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리엔과 아델 일행 때문에 짜증이 난 상태였다. 오랜만에 수면양말과 수면안대까지 챙겨 왔는데, 방해를 받는 것에 참다못한 그녀가 그들을 찾아갔지만.

 

 “이미 내렸는데요?”

 

 선장의 말과 함께 맥이 풀려버린 그녀는 체념을 한 채로 다시 개인 실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다만, 밤에는 잠이 잘 안 온다는 것이 함정.

 

 결국 그녀는 새벽을 거의 반쯤 눈을 뜬 채로 잠을 잤고, 이제 막 깊은 잠에 빠지려고 하던 찰나 괴수들의 난동에, 다시 들어온 일행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이 달아나버렸고, 다시 한 번 그들을 만나기 위해 움직였던 것이었다.

 

 “하아........ 잠 좀 자고 싶다! 잠 좀 자자고!!!”

 

 아냐는 한숨을 내쉬고 리엔을 바라보았다. 리엔은 그런 그녀에게 승리감을 포효하며 웃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말이다.

 

 “리엔. 그러니까 더 이상 시끄럽게 굴지 말아 줄래?”

 

 “어머, 아냐 언제부터 타고 있었던 거야?”

 

 “아까 얘기 했었는데.”

 

 “정말? 나는 몰랐었는데? 근데 왜 탄 거야?”

 

 “임무지 가려고 탔지. 것보다 나 이제 자러 갈 거니까 조용히 해달라고.”

 

 “그럼 그때 그건 뭐였는데?”

 

 순간 아냐는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치 ‘잘 걸렸다!’라는 표정으로 리엔이 실실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러니까 출발할 때 그곳에서 보인 행동 말이야. 정말이지 아주 가관이었는데.......”

 

 “으..... 어쨌든!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선실 문을 쾅 닫으며 급히 자기 개인 실로 뛰어가 버리는 아냐의 뒤에서 리엔은 한껏 크게 웃었다.

 

 “히히히 솔직하지 못하네!”

 

 리엔은 히죽 웃으며 자신의 개인 실로 돌아갔다. 덕에 멍하니 남은 소녀 둘과 남자만이 덩그러니 선실에 남겨져 버리게 되었다.

 

 

 

 

 “꼬맹이! 약 먹으라고!”

 

 갈색 머리 아이는 오늘도 식탁 밑에 숨어서 한 인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이그! 감기 걸렸다더니 몸은 왜 이리 잽싼 거야! 잡히면 죽는다!”

 

 붉은 머리칼이 꼬마의 눈앞에 들어왔다. 아이는 숨을 최대한 들이 마신 후, 입을 꼭 틀어막았다. 키는 별로 크지 않지만, 붉은 색 머리칼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백색 눈동자의 여자가 약봉지와 물 컵을 든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히히. 여기는 못 찾겠지?’

 

 아이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의자다리와 식탁을 이용해 교묘하게 자신의 몸을 숨기고 있었다. 거기다 위장 마법도 걸어 뒀으니까 찾기 더욱 힘들 것임이 분명 했었다.

 

 “후우...... 정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실력 행사를 해볼까? 의자 다리부터 분지르는 수밖에.”

 

 그녀는 의자 밑으로 고갤 숙여 정확히 그와 눈을 마주보았다.

 

 “으..... 으아악!”

 

 아이는 놀라 그만 의자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는 입안에 강제로 약을 쑤셔 넣으며 말을 했다.

 

 “착한 어린이는 꼬박 꼬박 약을 먹는 답니다.”

 

 “으이씨. 이 아줌마가! 아야!”

 

 “누나라고 했지? 누나라고.”

 

 여자는 아이를 의자에 앉혀놓았다. 아이는 한 대 맞은 것 때문인지, 아니면 쓴 약을 먹여서 인지 몰라도 뾰로통한 채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약 먹는 거는 더럽게 싫어했나보네....... 참, 요번에 일이 생겨서 멀리, 오랫동안 가봐야 하니까, 그때까지 스승님 속 썩이지 말고 있어. 동생이랑도 잘 지내고.”

 

 “응? 무슨 소리야? 사냥하러 가는데 오랫동안 못 온다고?”

 

 여자의 말에 아이는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채로 쳐다보았다.

 

 “흐음....... 그러니까 사냥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잠시 일이 있어서 아주 먼 곳까지 가봐야 하거든.”

 

 “그럼 얼마나 걸리는데?”

 

 “글쎄다? 돌아올 때쯤 편지 보낼게. 솔직히 보낼 수 있을지 나도 장담 못하지만.”

 

 말은 마친 그녀는 갑자기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는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놀랐지만,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그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스승님이랑 잘 지내야 한다. 알았지?”

 

 아이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이가 보기 전에 급히 뒤를 돌고는 현관에 싸둔 짐을 챙겨 들었다.

 

 “참, 약은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웃는 그녀의 모습에 아이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는 그 자리에 계속 서있었다.

 

 

 

 

 아델이 눈을 떴을 때, 소녀 둘이 옆에서 침낭을 깔고 자고 있었다. 그는 창밖을 쳐다보고는 눈을 비비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네......”

 

 아직 입에서 지옥 같은 쓴맛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그 쓴맛을 지우기 위해 물을 찾고 있다가 문득 자신의 무릎을 덮고 있는 것들을 보았다.

 

 “흐음....... 이렇게 많이 덮으면 더워 죽을 수도 있겠는 걸?”

 

 그의 무릎에는 그녀들이 덮어놓은 2~3겹의 이불이 있었다. 아델은 그 이불들을 살짝 들어, 그녀들에게 덮여준 뒤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불이 켜진 곳은 마을이나 도시, 그 외에는 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빠져 있었다. 그곳에서는 오직 모래먼지들만이 바람에 실려 돌아다니고 있었고, 가끔 푸른 숲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우거진 숲들은 보이지 않았다.

 

 ‘세계가 멸망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는데 말이야.’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옛 기억들을 떠올렸다. 거대한 숲과 빽빽이 나무가 들어차 있는 산. 가끔씩 내려오는 구름들과 안개가 얼면서 생기는 신기한 현상들. 폭포가 떨어지면서 눈에 비치는 무지개의 아름다운 모습들.

 

 하지만 그가 눈을 뜨면 그 아름다웠던 풍경은 온데간데없었다. 황무지의 모래바람만이 남은 횡 한 모습의 바위산만이 남아있었다. 죽은 자들의 먼지가 황야를 떠돌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계속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을 비행하고, 동남쪽에서 서서히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다만, 곧 두 번째 경유지로 들어서면서 그 해는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대신 다른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미테리아인가.”

 

 창밖으로 하얀 연기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것이 보였다. 도시 전체에서 솟구치는 하얀 기둥들은 마치 새하얀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 같아 보였다.

 

 “대규모 공방이 가동되고 있는 건가?”

 

 갑옷과 무기를 만들고, 각종 도구를 생산하는 대장장이들의, 장인들의 도시인 아미테리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수백 개의 공방이 일제히 가동되면서 거대한 증기막이 도시 위를 가득 매우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아미테리아의 이명이 ‘하얀 신전’이라고 했었지.......

 

 “어딜 가나 바보들이 있으니 걱정이긴 한데.........”

 

 상업도시 도엘라와 동부 동맹의 심장 에테레아 사이의 군사도시 아미테리아. 동부 동맹 최대의 군사기지였으나, 동부 동맹뿐만 아니라 3군단과 5군단, 그리고 군부 통합 기사단의 심장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기사단의 심장인 만큼, 그들은 그들의 검술과 실력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필 3군단과 5군단의 자존심을 건드려버린 2군단장 때문에, 2군단이라면 이를 갈며 싫어했다. 조용히 도시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좋겠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싶었다.

 

 ‘참, 오르골 재료나 받아야겠다.’

 

 그는 마침 아미테리아에 주문해둔 오르골 부품들이 떠올랐다. 스피넬에게 주기 위해서 열심히 만들었지만, 특정 부품들은 직접 따로 주문을 해두어야 했었다. 교통편이 안 좋은 시골이라서 물건이 도착하는 것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냥 직접 챙겨오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배가 도착하길 기다렸다. 배는 그의 노랫소리에 맞춰서 거대한 굉음을 내며 속력을 줄여나갔다.

 

 “이번 항은 마지막 경유지입니다. 정비가 끝나는 16시 30까지 승객 분들은 하선을 하셔도 좋습니다.”

 

 안내 방송이 나오고,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마침 아델은 나갈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아저씨? 나갔다 오시려고요?”

 

 “어디 좀 들려야 하거든. 리엔 깨면 밥 사달라고 하고.”

 

 아델은 제복코트에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이라 소녀들은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런 그녀들에게 빙글 미소를 짓고는 흐트러진 이불을 정리 해주고 밖으로 나갔다.

 

 도엘라와 달리 시끌벅적 하지는 않지만, 대장장이의 망치소리와 풀무질 소리가 온 도시를 뒤덮고 있는 신기한 소리와 거대한 용광로가 거리 곳곳에 있는 신기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리에는 제복을 입은 군인과 갑옷을 입은 위병, 기사들로 넘쳐났었다.

 

 ‘흐음..... 화약의 질이 좋아 보이네. 이따 돌아갈 때 좀 사둬야겠다.’

 

 그는 거리를 둘러보며 무기들과 철로 된 도구, 공예품들을 구경했다. 마침 옆의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보면서, 한 때 소원이었던 대장장이의 꿈도 떠올려 보았다.

 

 ‘아마, 이 길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대장장이가 되었었겠지.’

 

 만약 그때 선택을 잘 했었더라면 평범한 대장장이로 살다 죽었을 것이었다. 그 망할 재능을 알리지만 않았어도 용사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는 옛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공예품 상점들이 있는 작은 골목에 들어섰다.

 

 각종 보석이 세공된 목걸이나, 단정한 무늬의 찻잔, 복잡하고 정교한 손목시계 등의 다양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목걸이들은 아기자기한 것부터 고급스러운 세공 솜씨가 들어가 있었는데, 기사들과 군인의 도시라는 아미테리아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꽤 많은 것들이 있네.”

 

 그는 시계를 본 뒤, 천천히 가게들의 물건들을 구경했다. 많은 물건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이렇게 정교한 손목시계가?’

 

 시대가 시대다 보니 이 기술이 유실 된 줄 알았는데....... 덕분에 태엽과 작은 톱니들을 구할 수 있게 돼서, 오르골을 완성시킬 수 있게 되었었다.

 

 

 ‘어, 저건?’

 

 어느 골목을 돌고 있을 무렵, 아델의 눈에 띈 한 물건이 있었다. 한쪽 구석에 내 팽개쳐져있는, 작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 오색 빛이 섞여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보석과 달리 그것을 감싸고 있는 목걸이는 왜인지 모를 불길한 느낌만이 가득했다.

 

 “주인장! 이 목걸이 값이 얼마인가?”

 

 아델은 가게 주인을 불러 목걸이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가게주인이 사색이 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나?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 아닙니다! 것보다 그 목걸이에 대해 알고 오신 겁니까?”

 

 “음, 대충 알고 있지만.”

 

 “그럼 사지 마십쇼! 이딴 목걸이 잊어버리셔야 합니다!”

 

 주인의 외침에 아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 있는가?”

 

 “이 목걸이는 저주 받았습니다! 저주 받았다고요!”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목걸이를 산 사람들은 3주가 지나면 모두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마다 왜인지 모르게 목걸이가 이 가게로 돌아와 있었다고 했다.

 

 “덕분에 몇 번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고, 가게 평판도 떨어져서 먹고 살기 힘들어 졌습니다. 근데, 이제 당신마저 사갔다 죽으면 전 장사를 접어야 합니다!”

 

 아델은 그 말을 듣고서는 태평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렇다면야. 내가 더욱 더 사야겠어. 뭐, 이런 좋은 물건을 헐값으로 준다고 하니까.”

 

 “저..... 정말로 산다고요? 사지 말라고요! 전 분명 경고 했습니다!”

 

 “괜찮네. 벌써 두 번이나 죽었었는데, 3번 죽기야 하겠어?”

 

 아델은 흥얼거리며 5동화를 꺼내 가게 주인에게 건넸고, 주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아델은 목걸이를 가슴 왼편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종이 울리는 것을 보니 곧 12시가 되기 전인 듯싶었다. 참, 모처럼 친구를 만나기로 했었으니, 오른손에 든 작은 상자를 보며 말을 했다.

 

 “근데, 이거 입맛에 딱 맞겠지?”

 

 그는 가게에서부터 흥얼거리던 콧노래를 다시 이어가며, 가볍고 활기찬 걸음으로 골목을 나섰다.

 
작가의 말
 

 흐으.... 역시 시험은 정말이지 괴롭군요.... 시험이 없는 세계에서 살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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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5. 분기점(4) 2018 / 11 / 27 81 0 8256   
24 #5. 분기점(3) 2018 / 11 / 21 78 0 8332   
23 #5. 분기점(2) 2018 / 11 / 20 91 0 7466   
22 #5. 분기점 2018 / 11 / 14 86 0 7685   
21 #4. 에테레아(5) 2018 / 11 / 13 79 0 7179   
20 #4. 에테레아(4) 2018 / 11 / 7 89 0 8655   
19 #4. 에테레아(3) 2018 / 11 / 6 83 0 9093   
18 #4. 에테레아(2) 2018 / 11 / 1 74 0 7655   
17 #4. 에테레아 2018 / 10 / 30 65 0 7953   
16 #3. 용사 이야기(5) 2018 / 10 / 24 72 0 8056   
15 #3. 용사이야기(4) 2018 / 10 / 23 70 0 8785   
14 #3. 용사 이야기(3) 2018 / 10 / 17 57 0 8009   
13 #3. 용사 이야기(2) 2018 / 10 / 16 61 0 9532   
12 #3. 용사 이야기 2018 / 10 / 10 71 0 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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