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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3. 용사 이야기(2)
작성일 : 18-10-16 23:16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9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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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포트 메인 선착장 -

 

 파견을 갔다 온 뒤,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일의 공로로 아델에게는 약간의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었다. 그는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하기 위해 일찍이 선착장에 도착했었다.

 

 언제나 그렇듯 시골 마을의 작은 항만은 언제나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그가 이곳에 첫발을 내딛은 지도 벌서 2년이 지났지만, 이곳은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한결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해가 뜬지 얼마 안 되었지만, 작은 항만의 아침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벽지에서 다른 곳을 가기 위해서는 배가 빨리 뜨는 편이 좋으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도 직원이 하나뿐인 이곳에서, 성실한 그녀가 없으면 선착장은 아마 열리지 않았을 것이었다.

 

 “메리씨, 그러고 보니 그렇게 해서 장사가 되겠어요?”

 

 아델은 오늘도 화분에 물 만 주는 매표소 직원인 ‘메리’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녀는 아델이 이곳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이었다. 상당히 보수적인 알 포트 메인의 모습과 달리, 그녀는 스스럼없이 그와 대화를 나누는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가끔 선착장 앞을 지나게 될 때면, 가볍게 인사나 이야기 정도는 나누곤 했었는데, 요즘은 통 꽃만 바라보고 있었다.

 

 “심심해서 꽃을 키워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누구누구 씨는 자꾸 들쭉날쭉해서 만나기 어려운데, 얘들은 가만히 내 얘기를 들어주니까요.”

 

 메리는 미소를 지으며 아델을 보지 않고, 화분에다가 물을 계속해서 뿌렸다. 아델은 뿌려지는 물줄기들을 보며 말을 했다.

 

 “그렇죠. 꽃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아델의 말에, 그녀는 화분에다 물 뿌리는 것을 멈췄다. 천천히 돌아가는 그녀의 고개. 아델은 그녀에게 빙그레 웃기만 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보였다.

 

 “그래요. 꽃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서 좋아요.

 

 아델은 그녀가 왜 그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녀가 이 선착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몇 년 전에 있었던 토벌 전에 가족이 나갔었던 그녀는, 언젠가 다시 만날 가족을 위해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오던 가족의 소식은 갑자기 어느 순간 뚝 끊긴 채 몇 달째 없었다. 많이 길어봐야 2달은 안 걸리던 소식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그녀의 가슴 속에는 불안감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아직도 원망스럽나요? 그가 토벌전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메리는 말없이 매표소에서 표를 꺼내 도장을 찍었다. 곧 배가 들어 올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델은 울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실실 웃으며 조용히 작은 반지 하나를 꺼내들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가 말하더군요. 이번 원정이 너무 오래 걸려서 너무 늦게 돌아가게 된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요. 분명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릴 수 있냐고 그러더라고요.”

 

 표를 넘기다 말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반지를 본 그녀는 놀란 눈을 크게 떴다. 가만히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차가운 그의 손이 덮었다. 그의 손에 있던 따뜻한 반지는 그녀의 손바닥에 살포시 놓여졌다.

 

 “치, 결국 늦는다는 거네요. 망할 녀석.......”

 

 그녀의 눈가에 물방울들이 잔뜩 맺혀 있었다. 아델은 웃으며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2주 전 토벌 전 당시, 메리와 닮은 한 사람이 눈에 신경 쓰여서, 대화를 나눴었다. 그리고 그가 메리의 가족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델에게 작은 봉투와 반지를 내밀면서 그에게 부탁을 하나 했었다.

 

 ‘그녀에게 걱정 끼쳐서 미안했어요. 최근에는 편지는커녕 연락하기도 힘든 변경지대를 돌고 있었거든요. 아마 3년만의 첫 소식이 될까 싶네요. 그래도 이 반지와 함께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기쁘네요. 하하.’

 

 “그깟 결혼반지 필요 없다고 했는데.........”

 

 그녀는 반지를 들고 투덜댔다. 그녀의 뺨에서는 점점 굵은 물줄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델은 도착한 비공정을 타기 위해, 그녀를 뒤에 나두고 천천히 배에 올라섰다. 그녀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맙다는 말을 되 뇌이며 편지를 또 보고, 또 보며 울었다.

 

 

 아델은 혼자 비공정 선실에 앉아 있었다. 물론 자신을 제외하고 5명이나 더 탔지만 2명은 선장실로, 남은 3명은 장거리 여행을 위한 개인 실에 들어가 있었다.

 

 ‘하아 나도 이럴 줄 알았으면 개인 실이나 빌릴걸 그랬나?’

 

 에테레아까지 직통으로 갈 줄 알았던 그는, 알 포트 메인에서 꼬박 3일씩이나 날아가야 된다는 것을 하필 출발 당일 날에 알아버렸었다. 개인 실이라는 것은 이미 7일전에 예매를 해야 하는 것이었고, 돈을 아끼려고 일부러 선실을 이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작은 의자가 정부인 선실은 3일을 지내기에는 너무 불편한 곳이었으니까.

 

 “근데 왜 다들 따라온 거지?”

 

 열혈 사내 예네프와 마지막 선조인 아냐는 임무 때문에 탄 것으로 알고 있지만, 까칠 부관 리엔과 한 번에 눈에 띈 아멜과 스피넬은 왜 쫓아온 것일까. 선착장에서부터 힐끔힐끔 뒤를 밟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왜인지 다가가려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사라져 버리거나 숨어버리니, 하는 수없이 선실에 앉아서 첫 번째 경유지나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하는 걸까.”

 

 하염없이 모래 먼지와 황야만이 보이는 비공정 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아델. 파티에 초청이 되어서 가는 길에, 심심하다고 서류작업을 하면 그것이야 말로 정말 끔찍할 것 같았기에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고 있던 그였다.

 

 “그래 일단 그 녀석부터 만나야겠군.”

 

 경유지에 도착하면 비공정은 잠시 정비창에 들어간다. 그도 그럴게 황무지를 달리는 사막용 비공정인 이 배는, 에테레아로 가는 길은 고산지대를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공기 저항용 특수 패널과 보조동력을 추가로 넣어야 한다고 했었다. 그 정비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경유지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일단 떠오른 것이 경유지에 있는, 최대 상회인 ‘아마라’상회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그 곳에 가면 식사도 해결 할 수도 있고, 필요한 물건들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선장입니다! 여러분! 곧 있으면 상업도시 도엘라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잠시 바람의 흐름이 바뀌어서 흔들릴 수 있으니 주의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마침 경유지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아델은 자신이 입고 있는 정복의 소매를 다듬고, 머리를 살짝 정리했다.

 

 “자, 이제 가볼까.”

 

 

 

  - 상업 도시 도엘라 -

 

 

 알 포트 메인과는 다르게,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서 온갖 물건들을 사고팔고 있었다. 물론 그의 기억 속 과거 자유도시보다는 못했지만, 이만큼 사람이 북적이는 것은 수도에 있을 때를 빼고는 오랜만인지라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한쪽에서 소켓이 달린 작은 목걸이를 파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자신도 저런 목걸이를 차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 희미하게 기억 너머로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었지만, 지금은 왜인지 모르게 목걸이를 두고 다니고 있었다.

 

 “흐음........ 나중에 사갈까......”

 

 그는 일단 ‘아마라’상회를 찾기 위해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델을 쫓고 있는 세 명의 그림자. 어쩌다보니 셋이 합류하게 되었지만, 그들이 왜 그를 쫓고 있는 것이냐고 한다면, 이틀 전 그가 편지 한통을 받고는 하루 종일 한숨을 내쉬며 전에 하지 않던 청소나 옷을 다리고, 편지 한 통을 곱게 가방 속에 넣어두었기 때문이었다.

 

 “음? 왜 멈춰 섰지?”

 

 리엔은 인파 속에서 몸을 급히 숨겼다. 다른 사람들 역시 몸을 숨긴 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매번 이상한 얘기만 하는 아저씬 줄 알았는데, 왜 이리 감상적이래?”

 

 스피넬이 아멜에게 말을 했었다. 아멜도 그를 유심히 지켜보며 말을 했다.

 

 “글쎄......... 다만 아저씨한테 무슨 일이 있다는 거야.”

 

 리엔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의 말에 동의했었다.

 

 “맞아 맞아. 분명 무언가가 있는 걸 거야. 근데 것보다 너희들은 왜 여기 있니?”

 

 “리엔 언니야 말로 왜 여기 있나요? 저희들은 엄연히 휴가를 쓰고 온건 데.”

 

 “쳇, 나는 휴가 못 쓸 줄 아니? 난 내 상관 상태가 이상하니 따라온 거고....... 너희들은 뭐 때문에 쫓아온 건 데?”

 

 “저희도 같은 이유에서죠 뭐.”

 

 하필 선착장에서 있던 일을 보고, 놀란 세 그림자는 머릿속에 있던 오해가 점차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편지와 한숨, 반지와 눈물. 누가 봐도 오해 할 소지가 있다지만, 사실 확인 없이 그를 멋대로 쫓고 있다는 것은 생각 하지도 않고 있던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가 다시 천천히 움직이자, 그녀들은 조용히 발소리마저 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쫓기 시작했다. 가끔 그가 두리번거리면 그의 눈에 띄지 않게 숨고, 다시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며 그가 발을 멈춘 최종 목적지 앞에 닿고 말았다.

 

 

 

  - 아마라 상회 입구 -

 

 

 작은 건물임에도 불고하고 끊임없이 서 있는 줄은 얼마나 상품이 잘 팔리는지, 그러면서 다른 상회의 방해가 없다는 점은 그 상회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긴 줄을 무시하면서 한 젊은 남성이 당당하게 입구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저 사람 뭐지?”

 

 “야! 거기 안서? 이 줄 안보이냐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 수군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남자에게 욕을 하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개의치 않고 오히려 큰 소리로 외쳤다.

 

 “아마라 하트게인! 가게 안에 있나?”

 

 순간 모두가 그 이름에 멈칫 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이 망할 자식아! ‘허트게인’이라고! ‘허트’게인!”

 

 그의 외침에 짜증을 내며 견족 수인 한명이 당당하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걸어 나오는 견족을 보고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저 사람은 누군가요?”

 

 소녀들은 갑자기 나온 견인의 모습에 고갤 갸웃거렸다. 반면 리엔은 두 눈을 의심하며 눈을 비비고 잠시 다른 곳을 쳐다봤다가 앞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허트 게인’이랑 아는 사이라고?”

 

 “ ‘허트 게인’이 누군데요?”

 

 “‘허트게인’을 모른다고? ‘아마라’상회의 주인을?”

 

 맴 몸으로 시작해 3년 만에 지역 시작을 장악하고, 10년 만에 거대 상회를 만든 거물로, 그의 권력은 도엘라의 도시 영주보다도 더 높을 정도였다. 수도의 여러 거대 상회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니 함부로 이름을 부를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델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그를 부르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들 옆으로 사람 둘이 다가왔다.

 

 “같이 가주시죠. 아가씨들?”

 

 

 잠시 넋을 넣고 식탁에 앉아있는 리엔과 아멜, 스피넬을 즐겁게 떠들던 견족 수인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하하하. 그러니까 자네 부대 애들이라고? 저쪽이 리엔? 붉은 귀무족은 스피넬....... 다들 뭐, 듣던 대로 생겼잖아!”

 

 식탁 앞에는 많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것들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언니? 이 상황은 뭘까요?”

 

 “그..... 글쎄다? 왜 우리가 여기에 앉아 있는 거지?”

 

 테이블을 마주보며 앉아 즐겁게 얘기하는 두 사람과 반대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세 사람. 그중 리엔은 너무나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는 둘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 너무 자신을 낮추고 있는 거 아니야?”

 

 “뭐가? 검은 날개 기사단장이라고 잘 소개 하고 있다고.”

 

 “뭐? 그런 거랑은 차원이 다른 이름이 있잖아!”

 

 그의 말에 아델은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그 이름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고. 변경으로 간 이유 중에 그것도 있단 말이야.”

 

 리엔과 소녀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 다들 알 포트 메인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 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쯧쯧쯧. 그러니 인기가 있어도 쓰질 못하지. ‘홍염으.....’”

 

 “쉿! 쉿! 말하지 말라고!”

 

 그가 급히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허트게인은 그의 손을 피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 ‘홍염의 기사’가 말일세! 하하하!”

 

 “으아아아! 제발 부르지 말라고 그 이름!”

 

 “히익! 관리관님이 ‘홍염의 기사’라고요?”

 

 리엔은 저 바보 같은 항상 놀기 좋아하는 그가, 그 ‘홍염’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볼을 꼬집고 있었다. 물론 순수한 시골 소녀들인 스피넬과 아멜은 잘 몰랐지만.

 

 “홍염? 그게 뭔가요?”

 

 소녀들의 질문에 허트게인은 신이 난 듯 웃으며 말을 했다.

 

 “홍염을 모른다고? 그 8년 전 유명한 사건을?”

 

 아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푹 고개를 숙여버렸다. 반면 허트게인은 사진 하나를 꺼내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8년 전에 난 일개 상인으로 탐사대 쪽에 투자를 한 상황이었지. 내 전 재산을 건거나 마찬가지라서 엄청난 도박이었지만, 이 양반을 만나면서 대박을 치게 됐었어.”

 

 유적 탐사대의 일원으로서 ‘제국’의 유적을 발굴하던 차에, 그의 일행은 아델이 담긴 관을 발견 했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장치와 미지의 힘이 담겨 있었기에, 그들은 고위관료들과 리즌이 올 때까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도착하고 이틀 후, 그가 관에서 깨어나면서 탐사대는 그를 찾은 대가로 엄청난 부를 약속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괴수들이랑 마주쳤지 뭐람. 재수 없게 시리 말이야. 처음에 우리들은 유력인사들의 호위도 있고, 군단장도 있어서 다들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막상 괴수 무리 안에 이상한 놈 하나가 섞여 있더라고. 그 이름이 뭐더라..... 그....”

 

 “재앙 ‘데스파르도’”

 

 아델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 말에 허트게인은 몸을 파르르 떨면서 말을 이었다.

 

 “맞아! ‘데스파르도’! 12마리 괴물 중 3번째. 놈의 몸에서 수백의 촉수와 알들이 쏟아져 내려왔었지. 그건 진짜 재앙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더라고.”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라며 그는 식탁을 탕 치며 말을 했다.

 

 “모두가 죽은 목숨이다. 라고 생각하며 벌벌 떨고 있을 때, 몸도 성치 않은 양반이 병사들 사이로 뚜벅뚜벅 걸어가더군. 나는 처음에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병사들의 검을 빌려 괴수들을 마구 베어 넘기기 시작했지. 마치 검희가 검무를 추는 것 같은 모습에 너도 나도 넋을 넣고 볼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는 하늘에다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더니, 하늘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거대한 소리가 들리면서 붉은 검 한 자루가 지상으로 내려와 꽂혔단다.”

 

 사람 키보다 더 큰 검은 정확하게 괴물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반 토막을 냈었다. 그리고 꽂히는 충격으로 주변의 괴수들까지 날려버렸었다. 그는 당당하게 붉은 검을 뽑아들고, 괴수들을 남김없이 베기 시작했고, 붉은 검에 베여진 괴수들은 흔적도 없이 불꽃에 휩싸여 타들어갔다.

 

 “검을 만든 것도 모 잘라서 괴수들을 태웠다고요? 말도 안돼요!”

 

 “언니. 저 아저씨, 저래 보여도 마력이라는 걸 쓸 줄 안대요.”

 

 아멜의 말에 리엔은 이게 또 무슨 소리냐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자신을 빼고 모두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리엔은 툴툴 거리며 말을 했다.

 

 “진짜? 나만 몰랐던 거라고? 것보다 마력이라는 건 또 뭔데?”

 

 “험험험. 뭐 어쨌든 그 자리에 있던 괴수들은 그가 들고 있던 붉은 검으로 불태워져 버렸지. 그때 그 모습은 아주 장관이었어. 하늘마저 뒤덮을 정도로 시뻘건 불길. 그리고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당당히 걸어 나오는 그의 모습이, 괴수들이 100여 마리가 그냥 몰살당하는 장면을 보고 우리는 외쳤었지. ‘용사’의 재림이라고. 우리를 구원했던 1대 용사 다시 왔다고 말이야.”

 

 허트게인의 자랑스럽다는 말에 아델은 어느새 식탁 밑바닥까지 쪼그라들어있었다. 부끄러운 과거사를 들킨 것 마냥. 그 모습에 허트게인은 웃으면서 술 한 모금을 들이켰다.

 

 “하하하하. 그러니까 이 친구야! 자기소개를 하고 다니라니까!”

 

 “그런 소개를 하고 다니면 둘 중 하나라고! 미친 놈 취급 받거나, 자네나 영감님한테 시달리거나!”

 

 “오, 그렇게 된다면 실례인데? 하긴 그 영감탱이한테 시달리는 건 나도 싫으니까.”

 

 그는 마치 그 사람과는 다르다는 듯이 말을 했다. 하지만 아델의 눈에는 그나 그 영감이나 같아보였었다.

 

 “그래서 저한테 관리관님에 대해 묻지 말라고 했던 거였어요? 어? 관리관님?”

 

 “나,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속이 안 좋은 것인지 아델은 비틀거리며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허트게인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 정말이지 저 친구는....... 남의 칭찬에 약한 것 같단 말이야.”

 

 그와의 식사가 끝나고, 그의 도움으로 그들은 편안한 숙소에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허트게인과 아델은 따로 할 얘기가 있다면서 밖으로 나갔고, 남은 세 사람은 커다랗고 푹신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떠들고 있었다.

 

 “참, 그럼 진짜 ‘용사’라는 말이야?”

 

 “저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리즌 씨도 그렇고, 허트게인 씨도 그렇고. 그리고 아저씨의 힘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더라고요.”

 

 스피넬의 말에 리엔은 작은 수첩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어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몇 달 전부터 계속해서 적고 있는 것 같은데, 뭘 적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아저씨는 그때 다쳤던 걸까?”

 

 아멜은 순간 그의 몸 상태에 대해 떠올랐었다. 특히 관에서 막 나온 참이라면 몸 상태는 이미 최악이었음에 틀림이 없었겠지.

 

 ‘그 상태에서 그런 거대한 힘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가 가끔 그녀에게 훈수(?)를 둘 때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마력은 생명력을 기반으로 한다.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그녀였었는데, 지금은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아저씨에게 남은 시간이.........’

 

 아멜은 고개를 푹 베게에 밀어 넣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 더 알 수 없는 복잡함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었다.

 

 스피넬과 리엔이 주절주절 떠드는 동안, 그녀는 푹신한 침대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잠에 들었다.

 

 

 한편 밖으로 나간 허트게인과 아델은 조용한 술집에서 그들만의 2차를 즐기고 있었다.

 

 “참, 허트. 부탁 할게 하나 있는데.”

 

 아델은 다 마신 술잔을 내려두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자네 부탁이라면 돈만 아니면 들어줄 수 있지. 그래서 부탁하려는 게 뭔가?”

 

 허트 게인은 그의 빈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을 했다. 그는 그가 따라주는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킨 후 말을 이었다.

 

 “다음 경유지에 맛있는 빵집이 어디 있는지 아나?”

 

 “응? 빵집은 왜?”

 

 “내가 아는 지인이 그곳에 있는데, 케이크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말이야.”

 허트 게인은 그의 말에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자네도 참. 나름 기대하며 들었는데 말이야. 뭐, 3-4구역으로 가면 있긴 하지. 내 소개로 왔다고 하면 싸게 해줄지도 모르고.”

 

 “고맙다.”

 

 “고맙기는. 날 이렇게 만들어 준 게 누군데.”

 

 허트게인은 주머니에서 작은 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아델은 봉투에 찍힌 문장에 대해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금방 봉투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난 장사꾼이라서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 못하겠지만, 적어도 사람을 보는 눈은 있거든. 난 자네와 자네 친구들이 내 빚을 떼어갈 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비틀 거리는 게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듯 했다. 그래서 아델은 그를 부축하기 위해 그의 곁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했다.

 

 “괜찮네. 이 정도는. 그것보다 자네나 조심하라고. 놈들이 슬슬 눈치 챈 것 같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델이야 숙소로 돌아간 것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그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술을 많이 마셔서 인지 잠이 솔솔 왔다. 그렇게 도엘라의 하루가 점점 져가고 있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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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7. 쌍둥이(5) 2019 / 1 / 16 78 0 8332   
37 #7. 쌍둥이(4) 2019 / 1 / 15 67 0 8200   
36 #7. 쌍둥이(3) 2019 / 1 / 9 69 0 8296   
35 #7. 쌍둥이(2) 2019 / 1 / 8 70 0 7102   
34 #7. 쌍둥이 2019 / 1 / 2 67 0 6758   
33 #6. 전조(6) 2019 / 1 / 1 80 0 8356   
32 #6. 전조(5) 2018 / 12 / 26 81 0 7509   
31 #6. 전조(4) 2018 / 12 / 25 81 0 7585   
30 #6. 전조(3) 2018 / 12 / 20 75 0 8158   
29 #6. 전조(2) 2018 / 12 / 14 77 0 8116   
28 #6. 전조 2018 / 12 / 5 72 0 7807   
27 #5. 분기점(6) 2018 / 12 / 4 78 0 7991   
26 #5. 분기점(5) 2018 / 11 / 28 69 0 8167   
25 #5. 분기점(4) 2018 / 11 / 27 80 0 8256   
24 #5. 분기점(3) 2018 / 11 / 21 78 0 8332   
23 #5. 분기점(2) 2018 / 11 / 20 91 0 7466   
22 #5. 분기점 2018 / 11 / 14 86 0 7685   
21 #4. 에테레아(5) 2018 / 11 / 13 78 0 7179   
20 #4. 에테레아(4) 2018 / 11 / 7 89 0 8655   
19 #4. 에테레아(3) 2018 / 11 / 6 83 0 9093   
18 #4. 에테레아(2) 2018 / 11 / 1 74 0 7655   
17 #4. 에테레아 2018 / 10 / 30 65 0 7953   
16 #3. 용사 이야기(5) 2018 / 10 / 24 71 0 8056   
15 #3. 용사이야기(4) 2018 / 10 / 23 69 0 8785   
14 #3. 용사 이야기(3) 2018 / 10 / 17 56 0 8009   
13 #3. 용사 이야기(2) 2018 / 10 / 16 61 0 9532   
12 #3. 용사 이야기 2018 / 10 / 10 70 0 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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