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30화. 그녀와 소고기.
작성일 : 20-09-29 14:52     조회 : 47     추천 : 2     분량 : 1247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0화.

 

  다음 날이 되었다. 어제 형이랑 이야기 하며 늦게 까지 술을 마셨더니 숙취가 심하다. 나는 술을 마실 때 안주를 많이 먹지 않는 편인데 술이 조금 과하다 싶으면 토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제도 안주를 많이 먹지 않아서 인지 속이 아침부터 매스껍다.

  정오가 다 되어 가는데 술이 아직 깨지 않고 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화실에 먼저 도착해서 세종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종이와 해장국을 먹자고 약속을 했는데 이 녀석이 조금 늦고 있다. 나는 화실 소파에 널 부러 지듯이 누워있었다.

  “ 세종아. 올 때 폴라포 좀 사다 주라.”

  “ 폴라포? 속이 그렇게 안 좋아?”

  나는 속이 정말 안 좋은 경우에 나만의 해장법이 있었는데 그 방법이 폴라포를 먹는 것이었다.

  “ 어. 집에 와서 형이랑 좀 과음을 했더니 힘드네.”

  “ 알았어. 화실 다 왔는데 다시 돌아가야겠네. 끊어.”

  웬일로 심부름을 다해주는 녀석이다. 세종이가 올 때 까지 선잠이라도 조금 자야겠다. 해장엔 잠도 도움이 된다. 화실에서 가난한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예전부터 안주빨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술을 어느 정도 많이 마신 날이면 마신 술에 비해 뒤끝이 꼭 안 좋은 편이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세종이가 폴라포를 사가지고 오나보다. 나는 빨리 폴라포를 먹고 해장을 하고 싶었다.

  화실에서 이렇게 편하게 누워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하루와 대단할 것 없는 이 평화로운 일상이 그리웠었다. 그러다 번뜩 작품구상이 떠오르면 그림을 그려대던 그 시절 나. 그리고 친구들.

  “ 주민아.”

  세종이가 들어왔다.

  “ 안녕. 잘 지냈어.”

  주현이 누나가 세종이와 같이 들어오며 인사를 건넨다. 예전 100일 휴가 때 보고 1년 만에 다시 보는 것이었다. 그때 만나고 다시 만날 일이 없어서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반가웠다. 실은 부대 생활을 하면서 종종 생각은 났었지만 집 전화 번호 밖에 알지 못해서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몇 번 전화를 해 봤지만 그때 마다 집에 없었다.

  “ 얼마만이야? 반갑다. 정말.”

  “ 화실 앞에서 우연히 만났어.”

  세종이가 말하며 폴라포를 건넨다.

  “ 오늘부터 화실 다시 다니려고 나온 거야.”

  “ 그래? 선생님 전화 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선생님은 일요일이면 교회에 가셨다가 오후에나 나오신다.

  “ 오늘 일요일 아냐?”

  “ 잘하면 안 나오실 수도 있으니까 점심 먹고 연락해 보자.”

  급한 그림 그릴일이 없는 경우에는 안 나오실 수도 있었다.

  “ 근데 누나 아직도 핸드폰 없어?”

  “ 아니. 얼마 전에 생겼어. 아빠가 핸드폰 바꾸시면서 쓰던 거 주셨거든.”

  “ 그래? 잘 됐다. 매번 연락이 안 되서 애매했었는데.”

  폴라포를 뜯어서 먹는다. 뜨겁게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라오던 것들이 조금씩 식어 내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포도가 해장의 기능이 있는 것이지 아니면 차가운 얼음이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분이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폴라포의 해장 능력은 적어도 나에게는 탁월하다.

  “ 주민이 너 속 안 좋아서 밥 먹을 수 있겠어?”

  “ 음. 한 30분 정도만 기다려 보자.”

  그렇게 말하며 스르르 소파에 다시 몸을 맡겼다. 이렇게 조금만 더 휴식을 취해주면 금방 좋아질 것이다. 나는 폴라포를 믿는다.

  잠깐 잠들었었나보다. 몸이 이제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 아. 미안. 잠깐 잠이 들었었나보다.”

  “ 일어났냐? 어제 무슨 술을 그렇게 먹은 거야?”

  “ 그러게. 새벽까지 먹는데 안주가 부실해서 그런 거 같아.”

  “ 이재 좀 출출하네. 나가자 밥 먹으러 가자. 주현이 누나도 같이 가자.”

  “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이네.”

  “ 밥 먹고 나온 건 아니지?”

  어차피 선생님은 교회에서 식사를 하고 오시기 때문에 우리끼리 점심을 먹는 것이 맞다. 근데 뭘 먹지? 원래 해장국 먹으려고 했는데 누나가 좋아하려나?

  “ 뼈 해장국 먹으려고 했는데. 메뉴 괜찮아?”

  “ 나는 아무거나 괜찮아.”

  “ 안 먹어 본 건 아니지?”

  “ 어. 그거 감자탕이랑 비슷한 거 아니야?”

  “ 맞아. 비슷하지.”

  “ 감자탕 먹어 봤으면 거부감 같은 건 없겠네.”

  숙녀에게 권할 메뉴는 아니었지만 오늘 하루를 온전하게 보내려면 필요했다. 그리고 속이 안 좋아 아침식사를 걸렀더니 속이 더 쓰렸다. 해장국 집에 가서 진한 국물 맛 좀 봐야겠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해장국집에 왔다. 식사를 시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주현이 누나는 현재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일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알바로 갔다가 일을 잘해 직원이 됐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도 월차를 내서 온 거라고 했다. 미술관이 월요일에 쉬니까 오늘 와서 등록하고 내일부터 나와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이 역시 한국예술 종합학교 입시를 위한 준비과정 이라고 했다.

  “ 누나도 참 질기게 한다. 그 학교 입시.”

  “ 매번 준비가 부족했는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려고.”

  “ 그림 그냥 그리고 싶은 거 그리면 되지. 뭐 하러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는지 모르겠어. 난.”

  세종이가 혀를 찬다. 세종이는 학교 재학시절부터 학교에 대한 불신이 컸다. 비싼 등록금에 비하여 강의가 성에 안찼을 것이고 그 학교를 나온다고 가정을 해도 자신에게 붙을 대학교 졸업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 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낫지.”

  “ 너는 그래도 네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 좀 낫겠다.”

  “ 학교는 사회 생활하려면 필요해. 지금 미술관에서도 그것을 느끼는데 뭘.”

  “ 몰라. 난. 학교 같은 거 나올 맘 없어.”

  “ 나도 고민이다. 제대하기 전 까지 고민 좀 해봐야지.”

  “ 무슨 소리야. 주민이 너는 학교 다녀야지.”

  “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집이 가세가 많이 기운 거 같아서. 엄마는 말을 안 하는데. 느낌이 좀 그래.”

  집 앞에 있던 대단지 아파트가 공사가 들어 간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었다.

  식사가 나왔다. 허한 마음을 뜨끈한 국물로 달래줄 오늘 첫 끼였다.

  “ 뼈 해장국을 먹을 때는 뼈 안에 있는 고기를 먼저 다 발라내는 것이 중요해.”

  “ 사람마다 기호가 다를 수도 있어. 주민아. 알아서 먹게 내버려둬.”

  ' 하긴 국물에 안 말아 먹는 사람도 있더라.'

  많이 먹어보지 않은 것 같아서 요령을 가르쳐 주려 했는데 세종이 말을 들으니 주제 넘는 생각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 편하게 먹어. 뼈에서 결국 고기를 깨끗히 떼어 내려면 결국 손을 써야 돼.”

  머뭇거리는 누나를 보며 또 조언을 하고 있는 나 다. 결국 시범을 보여준다.

  “ 나도 주민이 방법처럼 고기를 다 떼어내고 국물에 말아 먹어 볼래.”

  빙긋 웃으며 나를 쳐다 본다. 하얀 치아가 참 맑고 치열이 참 고르다. 마치 그녀의 착한 심성과 닮아 있다.

  “ 그래. 이렇게 한 손으로 잡고 젓가락으로 잘 떼어내면 돼.”

  내 방식대로 먹고 싶다면 친절하게 다 가르쳐 줄 수 있다. 대체로 뼈 해장국 1인분인 경우에 큰 뼈가 2개 정도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이 좋은 경우 작은 살덩어리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일은 어쩌다가 한 번이다.

  시범을 보여주는데 곧잘 따라한다.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거 같다.

  “ 고기는 이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어.”

  겨자와 와사비가 가미된 간장 소스. 사실 돼지 등뼈에 붙어있는 살코기에서는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지만 기호에 맞게 소스에 찍어 먹으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것도 지극히 개인의 기호이다.

  가르쳐 주며 먹다보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한 뚝배기를 클리어 해 버렸다.

  “ 다 먹었으면 나갈까?”

  벌써 여러 번 같이 밥을 먹다가 보니 많이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 내가 계산 할게.”

  “ 아냐. 내가 먹자고 했으니까 내가 계산 해야지.”

  “ 그래. 누나는 오늘 재료 산다며. 재료값 해야지.”

  그렇게 계산은 내가 하게 됐다.

  속이 든든해지자 걸음이 가벼워졌다. 해장국집에서 화실까지의 거리라고 해봐야 약 200미터 정도이고 가는 길에 지하상가를 들러 재료를 사가지고 가면 된다. 가보자.

  “ 어떤 재료 사려고 하는 거야?”

  “ 캔버스랑 유화재료 좀 사려고.”

  “ 물감 같은 거는 우리가 쓰던 거 있긴 있을 텐데.”

  “ 무슨 소리야. 한 개도 없더라. 내가 쓰던 것들 다 없더라.”

  “ 그래? 나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

  “ 필요한 만큼 사야지 재료는 누구한테 빌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야.”

  하긴 소모품이 대분분인 그림재료에서 빌려 쓴다는 것은 애매한 방식이다.

  문구점에 당도 했다. 유화 물감, 붓, 기름과 세척통과 기름통. 작은 사이즈의 캔버스 몇 개를 사니 10만원을 훌쩍 넘어갔다.

  “ 재료 값이 많이 오른 거 같다. 비싸졌는데.”

  재료값이 많이 오른 것은 당장의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바로 제대를 하면 다시 그림에 매진해야하기에 피부에 와 닿는 문제였다.

  “ 이 정도면 되겠다.”

  이제 화실로 가보자. 선생님이 오실시간이 다 되었다.

  그렇게 주현이 누나는 다시 화실에 일원이 되었다. 시험 전까지 준비를 잘해서 이번에는 학교에 진학을 했으면 좋겠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윌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는 락신에서 보기로 정했었다. 우리가 군대에 간 사이 락신은 장사가 잘 되서 앞에 2층으로 장소를 넓혀 옮겼다. 세종이가 지난 휴가 때 벽화를 그려 주기도 했다. 락신의 인기는 점점 높아져 가고 있었다.

  예선 마지막 경기의 상대는 유럽의 강적 포르투갈이었다. 공수의 조화와 신구의 조화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었다. 무엇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였는데 포르투갈의 유망주 호날두라는 선수의 등장 때문이었다.

  오늘이 바로 그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이다. 주현이 누나랑도 같이 보고 싶어 물어 보니 이미 아는 동생이랑 시청광장에서 보기로 했다는 대답이 돌아 왔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대표 팀 덕에 시청광장에서의 행사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인파들이 몰리고 있었다.

  안양시내도 뜨거운 열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디에 있던지 누구든지 간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축구로 대동단결된 지금이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마음은 뜨겁다.

 

  락신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관전하고 있다. 이렇게 빔 프로젝트로 투사된 화면으로 축구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그저 집에서 봐왔었기에 이런 분위기의 관전 역시 처음이었다.

  현재의 대표팀은 사상 최대로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가 엄청난 실력의 강호라지만 지금의 상승세라면 상대 못할 팀은 없어 보였다.

  “ 오늘 경기 어떻게 될 것 같아?”

  “ 글쎄. 난 2대 1 로 대한민국이 이긴다고 예상한다.”

  “ 난 3대 1로 우리가 진다고 예상한다.”

  “ 난 1대 0으로 한국이 진다로 예상한다.”

  “ 난 승부는 관심 없어.”

  승부에 관심이 없는데 뭐 할라고 여기 않아서 볼까? 효민이는 아마도 술을 마시기 위해서 나온 것일 것이다.

  가다리던 경기가 시작 되었다. 생각보다 포르투갈 선수들이 초반부터 너무 거칠게 나왔다. 마치 개최국이라고 봐주진 않겠다는 듯이. 의욕이 과했던 포르투갈은 깊은 테클로 전반 중반에 한 명이 퇴장 당했다.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이났다. 한 명이 적은 포르투갈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 보다 지쳐 보였다.

  후반 중반에 포르투갈의 지쳐있었던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또 퇴장 당하자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멀리서 안양의 아들 이영표의 센터링을 극적인 트래핑으로 받은 박지성이 다시 한 번 자신의 키를 넘기는 그림 같은 트래핑해서 몸을 돌려 발리 슛으로 골 망을 가른 것이다. 벼락같이 들어가는 골에 장내는 떠나갈 듯 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 골로 대한민국은 16강에 안착을 했다. 경기 시작 전에 락신 사장님이 한국이 이기면 500한 잔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서 공짜 술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오늘은 효민이가 부탁한 일이 있어서 효민이가 일하는 교습소를 가기로 한 날이다. 부탁한 일은 교습소벽에 도색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군대에서도 미대를 다니다가 왔다는 이유로 도색작업을 많이도 했었다. 사회에 나와서 하려니 너무 하기 싫었지만 효민이 부탁이니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세종이와 별 생각 없이 답사도 안하고 2리터짜리 수성페인트와 붓, 롤러, 마대 그리고 치마 테이프까지 구비를 해서 산본의 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에 붙어있는 교습소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넓어서 놀랐다.

  “ 야. 했던 말과 다르잖아. 열 평 정도라며?”

  “ 네가 안 도와준다고 할까봐 살짝 줄여서 말했지.”

  “ 페인트 턱도 없겠는데.”

  “ 부부사기단한테 내가 또 당했구나.”

  “ 일 다 마치면 내가 소고기 사줄게.”

  “ 그나저나 슬슬 시작해 볼까?”

  일단 치마 테이프로 걸레받이에 잘 붙힌 다음에 바닥에 비닐을 잘 편다. 이 과정이 선행 되어야 바닥에 흐르거나 튄 페인트가 바닥을 더럽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내가 테이프 작업을 하며 나가자 세종이가 윗 부분을 효민이가 아랫 부분을 롤러 질을 하며 칠을 시작했다.

  한참을 칠을 하고 있는데 역시 예상대로 페인트가 부족했다. 면적을 속일 거면 나만 속이면 될 것을 세종이까지 속여서 이 사단을 만들다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선생님 화실에 칠을 하고 남은 흰색 페인트가 말통으로 하나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 화실에 은식이 와있을까?”

  은식이는 우식이의 동생으로 우리 학원 출신인데 화실을 다니고 있었다.

  “ 내가 전화 한 번 해 볼게.”

  화실로 전화를 건다. 이내 선생님이 받으신다.

  “ 선생님. 저 주민인데요. 화실에 은식이 왔나요?”

  “ 어. 주민아. 은식이도 있고 주현이도 있어.”

  “ 선생님. 일단 은식이 좀 바꿔주세요.”

  “ 그래. 알았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은식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형. 무슨 일 있어요?”

  “ 은식아. 화실 베란다 쪽에 보면 페인트 말 통이랑 칠 도구 있거든. 그것 좀 들고 이리로 좀 와줘. 시간 없으니까 택시타고 와. 택시비는 형이 줄게.”

  조금 무리한 부탁이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 지금 페인트 칠 하고 있는데 페인트를 너무 작은 걸 사는 바람에 그게 필요해. 다시 선생님 바꿔 봐.”

  “ 선생님. 그 페인트 이제 필요 없으시죠?”

  “ 그렇지. 처치 곤란이었는데 잘 됐어. 갔다가 써.”

  상황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뭔가 해결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은식이에게 우리가 있는 주소를 가르쳐 주고 전화를 끊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막막했는데 이제는 해가 떨어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나고 있었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은식이는 페인트와 칠 도구들을 들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와 주었다.

  “ 은식아. 진짜 고맙다. 고마워.”

  미리 사다놓은 음료수를 종이컵에 따라 주며 효민이가 반겼다.

  “ 어. 누나. 얼마만이에요? 반가워요.”

  “ 은식이. 고생했다. 이따가 맛있는 거 사줄게.”

  가구디자인과를 다니는 녀석은 우식이 친동생이다. 장난 끼가 많은 이 형제 녀석 중에 우식이는 우리한테 배워 아직도 우리에게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은식이 녀석은 철이에게만 배웠기에 철이는 샘. 우리는 형이라고 부른다.

  “ 근데. 주민이형. 주현이 누나라고 형 기다리는 거 같던데요.”

  “ 주현이 누나가 나를 기다린다고?”

  왜 나를 기다리고 있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생각이 났다. 주현이 누나가 드로잉 한 거랑 작품 미리 해 놓은 거 보여 준다고 오늘 온다고 했었다. 약속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 아.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미안해서 어쩌지?’

  다시 전화기를 꺼내 든다. 이번에는 주현이 누나에게 전화를 건다.

  “ 여보세요? 아. 누나. 내가 약속을 깜박 잊고 있었네. 갑자기 친구가 부탁을 하는 바람에 미안해서 어쩌지? 이거 빨리 칠하고 갈게. 조금만 기다려.”

  진심으로 미안했다.

  “ 난. 괜찮아. 선생님에게 지도 받았어. 기다릴게. 나 신경 쓰지 마.”

  괜찮다고 하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 칠 다 마치고 가서 맛있는 거 사줄게.”

  오늘 맛있는 거 사줄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 갑자기 효민이가 부탁을 하는 바람에 잊고 있던 것도 미안하지만 몇 시간이 될지 모르는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더 미안했다.

  “ 원래 은식이 가져다 주는 부탁만 하려 했는데 은식이도 칠 좀 도와줘야겠다.”

  “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같이 마무리 짓자.”

  “ 그래.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가서 한방에 끝내버리자.”

  수성페인트는 물에 희석을 시켜 적어도 3번 정도 바르고 말리고를 반복해야 깔끔하게 칠해진다. 마음이 급해진 나에게는 각성을 위해 카페인이 필요했다.

  “ 캔 커피 하나씩 하자.”

  “ 좋죠. 담배에 캔 커피.”

  은식이 녀석은 형 누나들이 좋은가 보다. 무리한 부탁에도 좋아서 헤벌쭉이다.

  내리쬐던 햇빛은 서산 너머로 해가 몸을 넘기며 하늘은 주황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 사이 칠 하는 속도가 붙어서 슬슬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바르는 일이 더 수월하다. 페인트를 한 번 바른 벽을 칠하는 일은 힘이 덜 든다. 일의 요령이 생길 무렵, 작업은 마무리 됐다.

  “ 끝났다.”

  은식이가 도와주면서 속도를 내가 시작했는데 역시 장정이 하나 더 늘어나니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 다들 너무 고생 많았어. 고마워.”

  “ 그래. 주민이도 은식이도 모두 수고 많았다.”

  “ 약속한 소고기는 잊지 않았겠지?”

  “ 소고기요? 앗싸. 맛있겠다.”

  우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택시를 타고 넷이서 화실로 이동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주현이 누나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넷이서 이렇게 택시에 끼어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역시 뒷 자리는 두 명만 타는 것이 맞다.

  택시 기사님이 속도를 내어 주어 비교적 빨리 왔다. 화실에 올라가 보니 주현이 누나만 있었다.

  “ 어? 선생님은 어디 가셨어?”

  “ 조씨 아저씨라는 분 전화 받고 나가셨는데.”

  “ 그래. 소주 한 잔 하시러 가셨나 보네.”

  “ 아마도. 그렇겠지?”

  조씨 아저씨는 일대에서 고물상을 하시는 분인데 화실에 그림을 배우러 오셨다가 지금은 화실을 다니시지는 않는데 가끔씩 들르셔서 선생님 밥도 사주시고 술도 같이 먹고 하며 세월을 같이 보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나는 말을 잘 섞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사람이 나쁘지는 않다.

  “ 나가자. 주현이 누나. 소고기 먹으러 가자.”

  “ 무슨 소고기?”

  “ 오늘 우리 수고 했다고 효민이가 쏘기로 했어. 효민이. 세종이 여자친구.”

  그러고 보니 효민이와 주현이 누나는 초면이었다.

  “ 이쪽은 우연히 주유소에서 만나서 화실까지 소개한 주현이 누나야.”

  “ 아. 안녕하세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처음 뵙겠습니다.”

  효민이가 인사를 건넨다.

  “ 저도 얘기 많이 들었어요. 반가워요.”

  처음은 늘 어색함을 동반하지만 밥 먹으며 술 한 잔 하면 그나마 있던 어색함도 알콜에 정신이 흐려지 듯 무력해 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소고기를 로스로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의 경험상 소고기는 미역국에 들어간다거나 명절 탕국, 그리고 제사 때 소적으로 먹은 경험이 전부였다.

  “ 근데. 소고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 아니야. 오늘 고생 많았잖아. 소고기 사주고 싶어. 그리고 이제 나 돈 잘 벌어.”

  “ 그래. 누나. 무리할 필요 없어요. 우리가 뭐 그런 사인가?”

  은식이가 내말을 거든다.

  “ 아니야. 충분히 고생했어. 먹자. 소고기. 사준다고 할 때.”

  “ 그래. 그만 빼고 가자.”

  고기 집에 가서까지 실랑이를 계속하다가 결국 소고기를 시켰다. 가격을 보아하니 갈비살이 가장 가격이 착했다. 다들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소고기를 로스로 먹어본 듯 했다. 외식을 극도로 꺼리시는 아버지를 둔 덕에 나는 소고기는커녕 고기집도 가족들과 가본 적이 없었다.

  기다리던 소고기가 나왔다. 돼지고기와 다르게 소고기는 붉은 빛이었다. 삼겹살 같이 넓적하지 않고 길쭉한 모양이 생소했다. 고기와 같이 나온 양송이 버섯은 숯불 위에 뒤집어 올려 놓으니 안에 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또한 신기했다. 능숙한 듯 빠르게 고기를 뒤집는 효민이는 많이 먹어본 것 같았다.

  “ 소고기는 너무 많이 익으면 질겨지니까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먹어야 돼.”

  효민이가 말을 하며 익은 고기라고 밥 그릇에 얹어주는데 고기의 핏물이 보였다.

  “ 무슨 소리야? 고기는 익어야 제 맛이지.”

  내가 말하며 고기를 다시 불판 위에 올렸다.

  “ 아니야. 정말이야. 내가 먹는 거 보여줄게.”

  하며 핏물이 보이는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더니 세상 맛있다는 표정으로 먹는 것이 아닌가? 다른 녀석들도 주현이 누나도 누가 먼저 랄 것 없이 젓가락을 가져간다. 진짜인가 보다. 나도 속는 셈 치고 먹어보자.

  핏 끼가 가시지 않은 고기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낫다. 입으로 가져가 씹어보니 육즙이 새어나와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풍미가 느껴졌다. 물론, 시장이 반찬이라 무슨 고기를 먹어도 맛있게 먹었겠지만 로스로 즐기는 소고기의 세계는 신세계 같았다.

  “ 야. 소주를 부르는 맛 이구만.”

  “ 안질기고 맛있지? 이 정도 익었을 때 먹어야 돼. 어서들 가져가.”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마음이 무거울 텐데. 오늘 하루 같이 보내보니 내가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다.

  소고기 2인분을 게눈 감 추 듯 먹은 우리는 불판을 갈고 다시 소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소주도 적당한 속도로 먹고 있었다.

  “ 일단 배가 차니까 기분이 좋네.”

  6월치고는 무더운 날씨였기에 페인트 칠 작업을 하면서 솔찬히 체력이 방전된 탓에 허기를 빨리 채우고 싶었다.

  “ 그러게. 급 기분이 좋아지네.”

  “ 은식이는 2학년 마치고 군대 간다고 그랬나?”

  “ 네. 형. 동기들이랑 비슷하게 같이 갔다 오려 구요.”

  “ 그래. 내가 휴학을 많이 해보니까 동기들과의 끈끈한 그 무엇인가를 못 느껴보니 그게 아쉽더라.”

  “ 은식이는 아버지가 공장장이라고 하셨지?”

  “ 네. 그래서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면 회사에서 장학금 나와요. 좋죠?”

  “ 좋겠다. 나는 그런 게 제일 부러워.”

  “ 나도. 나도. 우리 아버지 국가 유공자만 됐으면 나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 용사시다. 아버지는 월남전에서 포사격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한 쪽 귀 고막이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전쟁 통 이다보니 별 다른 치료를 받지 않으셨고 나중에 국가유공자를 신청을 하려고 하다 보니 병적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인우보증인을 찾아야 했다. 두 분을 수소문 끝에 찾을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한분이 보증을 안서 주겠다는 말에 아버지는 상처를 받으시고 이내 포기 하셨다.

  “ 효민이 아버지는 요즘 어떠셔?”

  “ 방사선 치료 받으시는데 힘드신가봐. 통 식사를 못하셔.”

  “ 그래도 의사말로는 암세포가 크는 것을 억제 할 수 있대.”

  “ 다행이네. 방사선치료하면 항암치료도 같이 하지 않나?”

  “ 어떻게 아네? 몸이 많이 회복 되어야지 가능 하다는데 우리 아빠는 많이 못하셨어.”

  그래도 회사에서 과로로 인정을 해줘서 병원비 걱정은 많이 안 한다고 했다. 녀석은 부쩍 작아져 보였다. 첫째 언니만 결혼을 한 상태였고 위로 언니 한명, 밑으로 여동생 한명, 막내는 남자로 중학생이었다. 딸부자 집 5남매였다. 5남매를 키우다 보니 엄마는 평범한 가정 주부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막막한 상황이었다.

  “ 여기선 다 먹은 거 같지? 입가심 하러 가자.”

  “ 형. 저는 여기까지 먹을게요. 내일 동아리 가봐야 해서요.”

  “ 그래? 그럼 들어가. 오늘 수고했다.”

  “ 어디? 락신으로 갈까?”

  “ 락신도 좋은데. 좀 시끄러 울 거 같아서 이야기 나누려면.”

  “ 오랜만에 솔뫼마을 가서 생 막걸리나 한 잔 어때?”

  세종이가 군대가기 전에 뚫은 술집인데 이 집에는 생 막걸리를 판다. 생 막걸리는 일반 멸균 막걸리에 비해 숙취도 없고 효소성분이 많이 배변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 그래. 다들 배부르니까 가벼운 안주에 생 탁이나 한 잔 하자.”

  자리를 옮겼다. 솔뫼마을은 여전했다. 생 막걸리를 시키면 찌그러진 주전자에 가득 막걸리를 주는데 날이 따뜻해 주전자 밖으로 이슬이 맺혀있는 것이 더욱 먹음직 스러워 보였다. 시킨 안주와 막걸리를 서로 나누어 마시며 보내는 청춘들의 밤은 짧기만 하다. 무슨 말들을 그리 나눴는지 시간이 막차 시간으로 내달려갈 때 즈음이었다.

  “ 주민아. 주현이 언니. 여기서 헤어지기 아쉬운데 안산에 우리언니 자취방 있는데 그리로 갈래요?”

  효민이가 술과 사람이 아쉬운가 보다.

  “ 나는 괜찮은데 누나는 어때요?”

  효민이 언니라고 하면 나는 이미 만나서 술을 마신 기억이 있다. 영화감독이 꿈인 효민이 둘째 언니는 당시에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예술적인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보낸 즐거웠던 그때가 기억이 났다.

  “ 나도 좋아. 오랜만에 친구들 만난 거 같아 기분이 좋네. 더 달려보자.”

  “ 그럼 빨리 가자. 지하철 시간이 어떤지 가서 봐야겠네.”

  “ 아직 괜찮을 거야. 4호선은 조금 더 늦게까지 다니더라고.”

  효민이가 가봤는지 여유를 부린다.

  “ 그래도 불안하니까 빨리 가 보자.”

  우리는 안산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효민이 언니가 자취하는 방이 있다니 왠지 조금 낯설었지만 오늘의 좋은 추억을 더 쌓을 수만 있다면 어디든 어떠랴? 나의 마음은 주현이 누나 방향으로 조금씩 끌리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안녕하세요.독자님들. 2021 / 9 / 14 475 0 -
공지 감사합니다. 2020 / 10 / 29 636 1 -
36 36화. 작업실. 2020 / 9 / 29 79 2 7182   
35 35화. 설비. 2020 / 9 / 29 47 2 6476   
34 34화. 연인. 2020 / 9 / 29 52 2 6648   
33 33화. 전역. 2020 / 9 / 29 50 2 2859   
32 32화. 그녀. 내 마음에 들어오다. 2020 / 9 / 29 51 2 9186   
31 31화. 훈련과 휴가. 2020 / 9 / 29 46 2 6926   
30 30화. 그녀와 소고기. 2020 / 9 / 29 48 2 12471   
29 29화. 2002년 월드컵. 2020 / 9 / 29 48 2 6299   
28 28화. 재회. 2020 / 9 / 29 49 2 6026   
27 27화. 100일 휴가. 2020 / 9 / 29 52 2 10805   
26 26화. 신병. 2020 / 9 / 29 50 2 5681   
25 25화. 군대. 2020 / 9 / 29 44 2 3959   
24 24화. 입선. 2020 / 9 / 29 41 2 4934   
23 23화. 고기부페. 2020 / 9 / 29 46 2 10747   
22 22화. 국전. 2020 / 9 / 29 51 2 7129   
21 21화. 신철이 아저씨. 2020 / 9 / 29 50 2 7979   
20 20화. 시화집. 2020 / 9 / 29 49 2 3678   
19 19화. 세종이 군대 가다. 2020 / 9 / 29 52 2 4161   
18 18화. 인사동. 2020 / 9 / 29 51 2 3568   
17 17화. 하얀 캔버스 앞에 서다. 2020 / 9 / 29 55 2 6678   
16 16화. 액자공장. 2020 / 9 / 29 54 2 11885   
15 15화. 작품을 하라. 2020 / 9 / 29 56 2 5044   
14 14화. 화실 이사 가는 날. 2020 / 9 / 29 53 2 9588   
13 13화. 다시 만난 그녀. 2020 / 9 / 29 55 2 7258   
12 12화. 뼈 해장국. 2020 / 9 / 29 56 2 4799   
11 11화. 헤비메탈. 2020 / 9 / 29 57 2 7312   
10 10화. 화실생활. 2020 / 9 / 29 61 2 5332   
9 9화. 노량진 학원가. 2020 / 9 / 29 58 2 4840   
8 8화. 화실가는 길. 2020 / 9 / 29 61 2 4407   
7 7화. 해부학수업. 2020 / 9 / 29 67 2 5287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