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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8화. 화실가는 길.
작성일 : 20-09-29 13:41     조회 : 60     추천 : 2     분량 : 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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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화실 가는 길.

 

 

 

  그간 학생들이 그렸던 잘 나온 그림들을 추려서 모아 본다. 바닥에 깔아놓은 그림들을 보니,

 

 ‘그간 열심히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들끼리 그림을 나눈다. 이젠 이것들을 정리해서 학생들이 본보기로 볼 수 있는 예시로 이곳저곳에 붙여야 한다.

 

  오래돼서 유행에 뒤처진 그림들은 떼어 낸다. 당시에는 소묘의 유행이 자주 바뀌던 시절이었다. 홍대 앞에 잘 나가는 학원에서 유명한 강사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렇게 석고 소묘를 간판에 내걸고 학생들을 유치했다. 진짜 그 돈을 받는 선생님이 계실 줄은 모를 일이었지만, 우리의 열정도 만만치는 않았다.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아졌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이젤을 다시 펴는 녀석들이 생겨났다. 밤을 새워서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것이다. 오늘 강평에서 지적받은 것을 고쳐보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원장 선생님에게 가서 말씀드린다.

 

  “ 원장 선생님. 오늘 재수생 애들이랑 밤 좀 샐게요.”

 

  “ 유 선생. 몸 상해 그제도 밤샜잖아.”

 

  “ 연구 작 할 것도 있고 요즘 들어 애들이 가만히 안 놔두네요.”

 

  “ 유 선생 그렇게 현역 때 밤을 그렇게 새우더니 강사 돼서도 마찬가지 구만.”

 

  그렇다. 나는 강평 때 지적을 많이 받는 날이면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배 샘을 붙들고 사정사정했다. 오늘 지적하신 부분 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보여 달라고 떼를 썼다. 그러면 배샘은 못 이기는 척 원장님한테 가서 허락을 받아 오곤 했다. 그러면 원장 선생님은 뭐 좀 먹으면서 하라고 몇 푼 쥐어 주는 모양이었다. 서너 시간 그림을 더 그리다 보면 어김없이 허기가 돈다. 그때쯤 밖으로 나가 안양 일 번가 쪽으로 가다 보면 포장마차가 개시를 한다. 낮에는 볼 수 없는 포장마차. 밤이 늦어지면 들어서는 포장마차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칼국수는 일품이었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도 좋았지만 이 뜨거운 국물이 냉해진 몸을 스르르 녹여 주었다.

 

  밤을 새우다 보면 똥이 마려운 것도 아닌데 방귀가 자주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우리는 이미 방귀를 튼 사이가 됐다. 빈 속에 담배를 계속 피운 탓인지 속은 매스꺼워지고 몸은 춥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 무렵, 먹는 칼국수는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려 주곤 했었다.

 

  오늘도 밤을 새우며 그림을 그리다가 출출해지면 그 칼국수를 먹으러 가야겠다.

 

 

 

  길었던 겨울 방학 특강도 이제 끝이 보인다.

 

  세 타임으로 돌아가는 겨울방학 특강 수업은 학생뿐만 아니라 강사에게도 고역이다. 오전 8시 반부터 시작하는 수업은 점심시간, 저녁시간 한 시간씩을 제외하고 12시간 동안 계속된다. 밥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외에는 계속 학원에서 그림만 그리는 것이다.

 

  도시락 두 개씩 싸들고 다니는 녀석들도 있고, 종종 사 먹는 녀석들도 있다. 선생님들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닐 형편도 시간도 없다 보니 모든 끼니를 사 먹는 것이 일상이다. 김밥이 물려 다른 것이 먹고 싶어질 무렵, 세종이가 말했던 그 화실이 가보고 싶어졌다.

 

  “ 철이. 점심시간 때 그 만안초등학교 앞에 있다던 그 화실 한 번 안 가볼래?”

 

  “ 세종이. 다닌다던 그 화실?”

 

  “ 어. 특강도 끝나가고. 애들 입시도 거의 다 끝나가잖아. 이제 작업 좀 해야지.”

 

  “ 그래. 한 번 가보자.”

 

  “ 밥은 가다가 마땅한 곳이 있으면 거기서 먹자.”

 

  “ 그래.”

 

  그렇게 우리는 길을 나섰다.

 

  학원을 나와 길을 걷는다. 고등학교를 인근에 있던 곳을 다녔던 나는 이 근처 길이 익숙하다. 하나로 마트를 지나 쭉 가다 보면 만안 초등학교가 나오는데 학원에서 한 500미터 정도 되는 거 같았다. 초등학교 앞이라면 분식집이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하며 가다가 보니 역시나 있었다.

 

  좌판 앞에 서서 메뉴를 보니 양념튀김이라는 메뉴가 있다.

 

  “ 사장님. 양념튀김이 뭐예요?”

 

  “ 네. 튀김에 떡꼬치 양념을 묻혀서 드리는 거 에요.”

 

  그 맛이 궁금해졌다. 흡사 양념통닭 같은 맛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철이. 양념튀김 한 번 먹어보자.”

 

  “ 그러면. 양념튀김이랑 뭐 먹지?”

 

  “ 처음 오는 분식집이라면 무조건 떡볶이지.”

 

  “ 그래? 그래 떡볶이랑 양념튀김 주세요.”

 

  “ 튀김은 다섯 개가 일 인분이에요. 골라 주세요.”

 

  다섯 개라. 오징어튀김과 새우튀김, 그리고 김말이와 야채튀김과 계란 튀김. 만두튀김과 고구만 튀김이 이미 한 번 튀겨져 수북하게 쌓여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택 장애가 없는 나는 계산이 빠르게 섰다.

 

  “ 내가 고를게. 철아.”

 

  “ 어. 난 고구마만 아니면 돼.”

 

  이유를 묻진 않았다.

 

  “ 김말이 두 개랑 오징어 두 개. 그리고 계란 튀김 하나요.”

 

  이렇게 시키면 잘 나누어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떡볶이 한 접시가 먼저 나왔다. 어묵 국물을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작은 방이 딸려 있는 분식집 내부는 사장님을 성격이 깔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낡아 보이는 집기들과 건물 외관과는 다르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저쪽 방을 보니 두 살 남 짓 되어 보이는 애기가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새댁이구나.’

 

  그러고 보니 사장님 얼굴을 제대로 못 봤네.

 

  “ 안 먹고 뭐하냐?”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떡볶이가 나와 있었다.

 

  “ 어? 어. 먹어 먹자.”

 

  “ 주민아. 나도 한국예술 종합학교를 목표로 한 번 해보려고.”

 

  “ 어? 너도?”

 

  “ 어. 도예과가 적성에 너무 안 맞아.”

 

  입시를 준비하는 시간이 짧았던 철이는 비교적 경쟁률이 낮은 학과로 도예과를 선택했었다.

 

  “ 너도. 조형학과로?”

 

  “ 어. 나도. 할수록 그림이 좋다.”

 

  “ 그래. 잘 됐네. 같이 한 번 열심히 해보자.”

 

  “ 양념튀김 나왔어요.”

 

  고개를 들어 사장님의 얼굴을 보니 우리 큰 누나 정도의 연배로 보였다. 큰 누나는 나와 여섯 살 차이다.

 

  ‘나이도 젊어 보이는데 분식집을 하는구나.’

 

  지금까지 살면서 분식집은 지긋하게 나이 드신 분들이 운영하는 것만 봐온 터라 좀 신기했다. 눈을 내려 양념튀김을 봤다. 물엿 때문인지 빨갛게 광택이 흐르는 자태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양념튀김을 한입 배 어 물어보니 처음 맛보는 맛이었다. 양념통닭 맛 같기도 했지만 뜨겁게 다시 튀겨진 튀김에 양념을 바로 버무려 주다 보니 아직 눅눅해지지 않은 튀김옷과 뜨거운 오징어 속살과 양념의 조화가 너무 좋았다. 김말이를 먹어보니 오징어만 못했다. 계란 튀김은 반으로 나눠서 먹었다. 양념의 간이 강하다 보니 속에 간이 덜 배는 튀김이 궁합이 좋았다.

 

  ‘계란도 맛있네.’

 

  그러고 보니 삶은 계란을 뜨거울 때 먹어본 일은 거의 없었던 거 같았다. 뜨거운 계란 괜찮네. 소스랑 궁합도 잘 맞고.

 

  “ 잘 먹었습니다. 또 올게요.”

 

  진심이었다. 미술학원에서 조금 멀지만 화실이랑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라면 메뉴도 싸고, 음식도 깔끔하게 하시니 올 수밖에 없는 집이었다.

 

  화실은 초등학교 옆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자 2층에 자리 잡은 화실 문 앞에 금방 당도했다.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딛는 기분이었다.

 

  “ 계세요?”

 

  노크를 했다.

 

  “ 들어오세요.”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걸걸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화실은 열 평 남짓한 크기였으며 화실 선생님은 문 바로 앞에 책상에 앉아 계셨다.

 

  “ 어서들 와요. 어떻게 왔어요?”

 

  “ 아. 네. 일전에 전화로 상담했던 사람인데요. 여기 세종이하고 효민이 다니지 않나요?”

 

  녀석들이 먼저 다니고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 아아. 그 미술학원 강사 한다는 친구.”

 

  “ 네. 맞습니다. 유주민이라고 합니다.”

 

  “ 같은 학원에서 강사하고 있는 전철입니다.”

 

  “ 잘 왔어요. 세종이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여기는 그냥 공동 작업실이다 생각하고 마음대로 써도 되는 공간이에요.”

 

  “ 아. 네. 그림 지도도 해주시나요?”

 

  “ 그럼요. 여기 아줌마들도 여럿 다니고 아가씨들도 다니고. 많이 배워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그림을 그리기에는 공간이 좁아 보였다.

 

  ‘뭐 시간을 잘 조절하면서 쓰면 되겠지.’

 

  둘러보니까 선생님 맞은편에 아저씨 한분이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 저분은 우리나라 카드업계의 황재예요. 안 실장님 새로 온 친구들하고 인사해요.”

 

  빠끔히 보니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작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몸이 조금 불편해 보이기도 했다.

 

  “ 반가워요. 젊은 친구들이 요즘 들어 많이 오네요. 화실이 많이 밝아지겠어.”

 

  몸을 돌려 말씀하시는데 너무 마르셨다. 고개를 뻣뻣하게 돌리며 쳐다보시는데 몸에 지방이라고는 1도 없어 보이는 깡 마른 몸이었지만 눈에서는 빛이 났다.

 

  “ 잘 부탁드립니다. 안 선생님.”

 

  아까 안 실장님이라고 하셨는데 왜 실장님인지는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 저희가 아직 특강이 안 끝나서 그러는데 특강 끝나고 3월부터 나오겠습니다.”

 

  “ 3월이라고 해봐야 다음 주면 3월이네요.”

 

  “ 네 다음 주부터 나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화실을 빠져나왔다.

 

  봄이 오늘 길목에서 화실은 나의 참여를 종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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