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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24화. 입선.
작성일 : 20-09-29 14:35     조회 : 40     추천 : 2     분량 : 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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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입선.

 

  오늘은 오전 11시에 국전 수상작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입상을 한 사람은 며칠 뒤, 시상식과 전시에 참석을 해야 하고 낙선한 사람은 그날로 그림을 바로 찾으러 가야 한다. 그래서 발표에 집중을 해야 한다.

  얼마 전에 화실 선생님께서는 중고로 컴퓨터를 장만 하셨다. 그런 이유로 입상 여부를 컴퓨터로 확인 하실 수 있게 되었다. 그전만 하더라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여부를 확인해야 했으니 이 얼마나 편해진 것인가?

  일찌감치 화실에 나와서 평소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가슴은 많이 떨렸다. 선생님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공지사항이 뜨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 하고 계셨다. 커피를 한 잔 타서 베란다 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유 박사. 공지 떴어!”

  상기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네? 벌써요.”

  11시에 공개되기로 예정 중이었던 입상 내역이 10시 정도에 공개된 것이었다.

  “ 자 들어가서 봐볼까?”

  서양화보다 출품수가 적었고 접수도 빨리 한터라 선생님의 접수 번호는 굉장히 앞쪽이었다.

  “ 어! 선생님 번호 있네요! 축하드려요. 선생님.”

  내가 외쳤다. 이로써 선생님은 비구상, 구상 부문에 당당히 입상한 화가가 되신 것이다. 오랜 무명작가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 이제 서양화도 볼까?”

  나 역시 선생님과 같이 접수했기 때문에 접수번호가 앞쪽에 있었다. 아줌마들과 텀을 두고 접수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 야. 주민아. 너도 있다!”

  선생님이 나를 돌아보며 말씀하시는데 슬로모션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내 이름이 보였다. 작품 제목과 함께. 만감이 교차했다.

  ‘ 이제 나도 대한민국의 화가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희열 같은 감정이 샘솟았다. 마음을 다잡고 입상자를 더 확인하는데 아주머니들의 명단은 없었다.

  “ 선생님. 절 받으세요. 다 선생님 덕입니다.”

  나는 선생님께 절을 올렸다. 선생님도 맞절로 받아 주셨다. 힘들어서 포기 하고 싶을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 주신 게 선생님이셨다. 좌절하지 않게 뒤돌아 도망가지 않게 뒤에서 늘 힘을 실어 주셨다.

  “ 이 기쁜 날을 그냥 보낼 수 없죠. 화실 식구들한테 제가 삼겹살 한 번 쏘겠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 그냥 시간만 낭비 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나마 성과를 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머니 상황을 보니 돈이 한 푼도 없었다.

  ‘ 빨리 집에 가서 엄마한테 이 기쁜 소식을 전해야겠다. 그리고 돈 좀 받아 나와야지.’

  화실을 나와 날듯이 뛰어 가는데 저 멀리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작년에 입시를 지도했던 학생이 보였다.

  “ 어? 유미야. 오랜만이다. 어디 가니?”

  “ 샘. 안녕하세요. 저야 학교 가죠.”

  유미가 대답했다. 나는 벅찬 마음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 그렇구나. 유미야. 선생님이 훌륭한 화가로 성장할 테니까 잘 지켜봐다오.”

  닭 살스러운 멘트인지 알았지만 그냥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아니 진심이었다. 나는 그런 화가가 꼭 되고 말 것이다.

  유미하고 정신없이 인사를 하고 버스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한다. 평소 같으면 걸어 다녔을 테지만 오늘은 좀 빠르게 움직이고 싶었다.

 

  “ 엄마! 나 미술대전에 입선했어!”

  미용실에 뛰어 들어가며 내가 말했다.

  “ 정말? 정말이야?”

  엄마는 어리둥절해 하셨다.

  “ 어. 경쟁률이 7대 1정도더라고.”

  “ 아이고. 우리 아들 장하네. 장해.”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환한 웃음이다. 요즘 장사가 잘 안되는지 엄마는 늘 우울해 보였다.

  “ 엄마. 오늘 같은 날은 화실 사람들한테 한 턱을 내야 돼.”

  우리 화실에서 누군가가 상을 받으면 한 턱을 크게 쏘는데 오늘은 아무리 봐도 주인공이 나인 거 같았다. 엄마는 거금 10 만원을 내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시장을 통하면 사람들의 배를 불려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을 나선다. 그 동안 화실에서 무더운 날씨에 그림을 그린다고 고생한 전우애를 나눈 동지들과 회포를 풀어보리라.

 

  며칠이 지났다.

  오늘은 공모전 시상식과 전시 오픈일이다. 그간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큰 변화는 긴 머리를 자른 것이었다. 여름이라 더워서도 자른 이유가 있었지만 머리카락을 백발까지 탈색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긴 머리는 약도 많이 들고 힘들다고 해서 머리를 자른 것이다. 장작 5시간에 걸쳐 5차례 탈색을 했는데 흰 머리까지는 색이 안 나왔다. 결국 내가 얻은 색은 아주 밝은 레몬옐로우 색이었다. 5차례 이상의 탈색은 두피에 엄청난 부담이었다. 두피가 너무 아파 더 이상은 못 하겠어서 거기서 멈췄다.

  시상대 단상에 내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하는 입상인지라 나는 잊지 못할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무리하게 탈색을 한 것도 기억에 남을 만한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제대로 된 정장이라곤 없던 나이였다. 상덕에 정장도 한 벌 맞추고 선물 받은 상품권으로 신사화도 칠성제화에 가서 최고급 신사화도 장만 했다. 이제 이것들을 차려 입고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기만하면 된다.

  그림을 시작 하면서 첫 번째 목표가 생겼었는데 그것은 바로 국립미술관에 그림을 거는 것 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목표가 이루어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 이쪽으로 와서 같이 찍어요. 우식아 사진 좀 찍어줘.”

  입선을 받은 선생님 작품 앞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는다. 기쁨을 함께 나눈다고 화실 식구들하고 우리 가족들도 다 같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올 줄은 몰랐다. 30 명 정도 되는 거 같았다. 그새 학원을 졸업한 제자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화실을 동시에 다니던 녀석들이 늘어나면서 화실 식구는 30명에 육박해 있었다.

 이제 내 작품을 찾아보자. 작품의 위치 같은 것은 작가에게 따로 알리진 않았다. 고로 내가 직접 찾아야 했다. 선생님 작품에서 한참 화실 사람들하고 포토타임에 한참이었다. 전시해야 할 작품이 많아서인지 작품 간의 간격은 좁았다. 한참을 구불구불한 전시장을 돌아 다니다가 내 작품을 찾았다. 작품 앞에 서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데 선생님 일행들도 내 작품 쪽으로 와서 다시 포토타임을 시작했다.

  한참을 같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장내가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 무리가 등장했는데 한 백 명 정도 됐던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엄청난 수의 취재진과 고위급 인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내 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갑자기 아득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 혹시 앞에 있는 작품이 작가님 작품이십니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뉴스에서나 보던 국무총리님이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 아. 네. 제 작품입니다.”

  머릿 속이 멍 해졌다. 갑자기 닥친 상황이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 작품이 서민적이고 좋네요. 계속 좋은 작품으로 우리나라 문화발전을 위해 기여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라며 악수를 건넸다. 빠르게 터지는 수십 대의 카메라이서 후레쉬 세례가 쏟아 졌다. 너무 밝아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참 낯 설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의 대상 작가는 9시뉴스에 꼭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 관행이 있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밀레니엄이라고 해서 행사가 예년에 비해 더 큰 모양이었다.

  총리님이 건네신 손을 잡자마자 아까보다 더 많은 후레쉬가 터졌다.

  풍채가 좋으셨는데 손에선 세월이 느껴졌다. 나도 손 크기로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데 솥 뚜껑 같은 총리님의 손은 정치인이라고 믿겨지지 않게 크고 거칠었다. 악력도 내가 잡아본 사람 중에 최고였던 거 같다.

  “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의식에서 나온 대답 이었다. 그렇게 총리님이 악수를 하고나니 뒤따르던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무슨 문화광광부에서 미리 예정해 놓은 의전 같이 악수를 해나갔다.

  “ 작품이 참 좋습니다. 축해드려요.”

  신원을 알 수 없는 분이었는데 문화관광부 장관이었을 듯 싶었다.

  “ 네. 고맙습니다.”

  그 다음 사람도 내게 악수를 청했다.

  “ 젊은 사람이 대단하네요. 축하드립니다.”

  역시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님이었을까? 다음 사람도 내게 악수를 청했다.

  “ 자네하고 그림하고 똑같 구만 그래.”

  말하는 투를 보니 이 사람은 화가 같았다.

  “ 네. 고맙습니다.”

  이 악수를 마지막으로 후레쉬 세례는 끝이 났다. 나중에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는데 마지막에 악수한 사람은 대한민국미술협회 회장님이라고 했다. 폭풍같이 몰아친 시간이 지나갔다. 어지러웠다. 사람들 사이에 휩싸여 있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버지와 어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분과 대화를 하고 계셨다. 무슨 말을 하나 궁금해져서 가까이 가보니 사진을 가지고 흥정을 하고 있었다.

  “ 3만원이면 거져에요. 거져.”

  “ 안 산다니까 그러네.”

  내가 총리님과 기자단에 휩싸여있어 우리 가족이나 화실 식구들은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다. 사진기사는 총리님과 내가 악수하는 사진을 3만원에 사가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인생 일대의 사진 일수도 있는 거예요.”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아버지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리 필요한 사진은 아니었다.

  “ 안 산다잖아요. 저도 필요 없어요.”

  아버지도 완강하게 사는 것을 거부하고 계셨는데 당사자인 내가 나서서 거부를 하니 거래는 성립될수가 없었다.

  “ 알았어요. 괜히 찍었잖아. 쳇.”

  그 카메라 기사님은 혀를 차며 다시 그 무리로 바쁘게 들어가셨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은 일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번이 처음인거 같았다. 부모님에게도 조금은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 거 같아 그것도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며칠 전에 입선 소식을 들었을 때는 화실 식구들과 즐거움을 나눴다면 오늘은 우리 가족들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야겠다.

  다음날 9시 뉴스에서 나를 봤다는 많은 사람들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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