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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7화. 해부학수업.
작성일 : 20-09-29 13:32     조회 : 67     추천 : 2     분량 : 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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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해부학 수업.

 

  쉬는 일요일에 안양 중앙도서관에 왔다. 의학 서적부터 미술 서적까지 여러 권을 쌓아 놓고,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의학 해부학은 근육의 설명이 너무 디테일하다. 학생들이 이런 정도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술 서적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필요한 부분은 복사도 하고 노트에 필기도 했다. 내가 아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여러 번의 반복된 학습이 필요하다. 지식을 늘어놓으려 하기보단, 친절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녀석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료를 찾고 복사하고 정리하다 보니 8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입시 현역일 때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 서울대 갔겠다 싶다. 뭔가 머릿속에 해야 할 수업의 뱡향이 정리가 되는 순간 갑자기 허기가 밀려왔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먹을 것을 먹지 않았다. 배가 등짝에 달라붙은 것 같았다. 매점에나 가 볼까?

 

  ‘역시 만만 한 건 컵라면이지.’

 

  컵라면을 고를 때는 언제나 고민하는 척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대체로 나의 선택은 둘 중에 하나다. 라볶이 아니면 짜장 라면이다. 나는 컵라면을 먹을 때 국물이 없는 것을 선호한다.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 때는 그렇지 않지만, 유난히 나와서 먹는 컵라면은 국물이 없는 것을 선호한다. 후루룩 먹을 때 국물이 튀는 것도 싫지만 절반 정도 먹다 보면 국물이 식어가면서 라면이 그렇게 짜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라볶이와 짜장라면을 먹을 때도 수프를 절반 정도만 넣는다.

 

  500원짜리 볶음김치와 먹는 라볶이는 그 궁합도 좋다. 하지만 여기 매점에는 볶음김치가 없다. 하는 수 없지. 오늘은 짜장라면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까 결연했던 의지가 희미해지며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졌다.

 

  ‘벌써 집을 나선 지가 10시간이 다 되어가는구나.’

 

  복사한 자료랑 노트를 들고 도서관을 나선다. 세종에게서 전화가 왔다,

 

  “ 주민아. 나 오디션 합격했다!”

 

  “ 와. 축하해. 멋진 걸.”

 

  “ 이번 주만 지나면 월급 받으니까 장비 사러 갈라고.”

 

  “ 그렇게 산다던 장비도 사고 좋겠다.”

 

  “ 특강이라 바쁘냐? 통 연락도 없고 섭섭해지려고 그래.”

 

  “ 어. 지금 도서관에서 나서는 중이야. 애들 해부학 수업해주려고.”

 

  “ 어라. 배샘이 없으니까 네가 하는 거야?”

 

  “ 그럼. 이가 없으면 잇몸이 라도 하는 거지.”

 

  “ 고생하네. 내일 월요일이잖아. 수업 끝나면 락신으로 와.”

 

  “ 요즘 피곤해서 술도 못 마신다.”

 

  “ 그래도 와서 맥주 한 잔 하고 가. 지난번에 말한 형도 소개해줄게.”

 

  전에 가면 있다는 형은 그날 없었다.

 

  “ 그래. 그럼 수업 끝나고 갈게.”

 

  해부학 수업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사람 두개골과 큰 근육, 작은 근육들을 직접 그려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석고 소묘를 하다 보면 연필로 면을 치며 묘사를 해야 하는데 얼굴 근육의 방향과 꺾임, 그리고 교차하는 지점에서의 결의 방향. 석고상마다 성별과 나이 또한 다르기 때문에 연령에 맞게 근육이 쳐지고 표정에 따라 차이를 인식하는 그 모든 것들이 중요하다. 보이는 만큼 느끼는 만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소묘이기 때문이다.

 

  “ 유샘. 흉쇄유돌근은 귀 밑에서 나오는 건가요?”

 

 한 학생이 물었다.

 

  “ 그렇지. 귀밑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위치가 조금만 틀려도 그렇게 어색하고 이상한 거야.”

 

  “ 샘. 그러면 근육의 생긴 모양대로 면을 치면 되는 건가요?”

 

  “ 물론, 근육의 방향도 중요하지만 그 위에 피부도 생각을 해야지. 너무 근육 모양만 생각하다 보면 똑같은 그림들만 나오겠지?”

 

  “ 그럼.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 나름이겠네요?”

 

  뒤에서 듣던 철이가 물었다.

 

  “ 소묘를 통해 구현되는 모든 그림의 시작은 빛이야. 빛이 어느 방향에서 와서 어떤 각도로 비추느냐에 따라 인상은 달라지는 법이니까.”

 

  “ 해부학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인간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함이라면 전적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빛을 이해함으로써, 입체를 만들어가며 정확한 형태를 찾아야 하는 것이지.”

 

  ‘누구지? 정답을 말하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세종이가 와 있었다.

 

  “ 갑자기 웬일이야?”

 

  “ 네가 해부학 수업한다고 하는데. 궁금해서 와 봤지?”

 

  “ 주유소는 어쩌고 온 거야?”

 

  “ 밖에 비 오잖아. 사장님이 들어가라고 하셨거든.”

 

  역시 멋진 사장님이셨다. 그러면서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자 한다. 나가서 대화하는데 갑자기 봉투를 하나 건넨다. 보름치 일 한 거 봉급이 라고. 실은 갑자기 나온 터라 월급은 됐다고 손사래를 치고 나왔었다. 후임을 구한 것도 아니고 면목 또한 없었으니까. 그런데 사장님은 시급에 맞게 봉급을 다 챙겨 주셨다. 응원에 메시지도 덤으로 있었다.

 

  ‘주민 씨 이루고자 하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세요. 응원합니다.’

 

  미술학원으로 와서 다시 아이들의 가르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나 보다. 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나름 보람이 있는 일이지만 미술학원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진짜 그림이 그리고 싶어 지긴 했다.

 

  “ 주민아. 나 화실도 하나 뚫었어. 효민이 강도 같이 다녀 보려고. 선생님이 장애가 조금 있으신대 사람은 엄청 좋은 거 같아.”

 

  “ 그래. 거기가 어딘데?”

 

  “ 저기. 너희 집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만안 초등학교 있잖아. 거기 근처야.”

 

  “ 화실이라고 하면 그림도 가르쳐 주는 곳인가?”

 

  “ 한 번 가봤는데 그때는 남자만 세 분 계셨었어. 작업하시는 것들에 골몰하고 있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는데.”

 

  “ 특강 끝나면 한 번 가봐야겠다.”

 

  학원에 메여 있어 지금은 통 시간이 나질 않았다.

 

  “ 한 달에 5만 원 내라고 하시더라. 그냥 공동 작업실이라고 생각하고 쓰라고.”

 

  궁금해졌다. 공동 작업실이라. 그곳이라면 학원이랑도 가깝고 한국예술 종합학교 입시를 준비하며 이런저런 조형적인 실험이 가능할 것 같았다. 수채화도 좀 해보고, 유화도 해봐야겠다. 생각지도 못한 돈도 생겼고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오랜만에 세종이와 효민이도 보고 술도 한 잔 해야겠다.

 

 

 

  특강의 효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첫째 주는 형태 잡기 위주의 수업을 하며 빠르게 구도와 1단계까지는 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아주 구체적인 형태는 나중에 묘사하면 되니까 일단, 큰 형태 잡기에 집중했다. 빛 방향을 인지하면서 어둠의 형태만 관찰하고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주는 2단계까지 1시간이 걸쳐 다양한 석고를 여러 방향으로 그려 보았다. 강평을 할 때 서로 비교할 수 있게 같은 석고를 그리게 했다. 단계가 잘된 것과 잘 안된 그림들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수업이었다. 2단계가 잘 나오려면 그림자의 형태를 잡으면서 연필을 많이 눕힌 상태에서 계속해서 깔아야 한다. 종이에 연필선이 잘 쌓으려면 여러 방향으로 연필 선을 쌓아야 한다.

 

  셋째 주는 두 번째 주에 그렸던 그림들을 세 시간 내에 완성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입시에서 완성까지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반에서 4시간이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무조건 완성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기본적인 구도 형태, 밑 색을 까는 수업을 해왔다면 이제는 완성까지 해보는 것이다.

 

  입시 소묘에는 기본 석고라는 것이 있다. 아 그립 빠, 줄리앙, 그리고 비너스다. 이 세 가지 석고가 기본 석고다. 기본적인 동세와 문안한 인상, 그리고 종이에 그려 넣기 편한 구도이기에 아마 기본 석고로 분류해 놓은 것 같았다. 아무튼 2주 차 까지는 이 기본 석고로만 수업을 했다. 한 시간씩 그려진 그림이니까 나머지 3시간 동안 완성을 하면 되는 수업이다. 3시간 그리기가 끝나고 나면 강사들이 채점을 한다. 채점을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학생이 어느 정도 성장을 했는지, 어떻게 보완을 해야 하는지 어떤 선생님과 합이 잘 맞는지 등등.

 

  채점이 끝나면 강평이 이어진다. 그림을 쭉 늘어놓고 순서대로 강평을 해준다. 강사로써는 지금까지 수업을 진행해 오면서 꾸준한 방향을 잡아가면서 수업을 진행해오는 터라 늘 다른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이번 주는 기본 석고 완성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그 목표에 맞게 평가를 해준다. 학생 입장에서는 본인 그림만 열중하며 보다가 다른 학생들과 비교가 되면서 본인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나은 점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어서 좋다.

 

  넷째 주 마지막 주는 심화 작업이다. 학생들이 그리고 싶어 하는 석고상, 그리고 싶은 자리까지 본인이 정하고 일주일 동안 그려보는 것이다. 특강 동안 혹독하게 연습한 그림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볼 수 있다.

 

  같은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다 보면 연필선이 뭉개지면서 떡 질 수 있다. 그러면 강사들이 그림을 봐주면서 지우개로 다 털어준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아무리 묘사 능력이 떨어지는 녀석이라고 해도 나중에는 묘사를 하게 된다.

 

  연필 소묘의 목적은 계속해서 석고상을 관찰해 나가면서 형태들을 찾아 입체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결국 집요하게 관찰한 자만이 좋은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주 심화 수업이 끝나고 나면 강사들이 전지에 시범 소묘를 보여준다. 강사들 에게는 가장 힘든 순간이다. 학생들이 그리는 2절 보다 두 배가 큰 종이에 2시간 반 동안 거의 완성 톤으로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철이는 아리아스를 한다고 했고 나는 아 그립 빠를 그리기로 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에게 말로 설명한 것을 직접 손으로 그것도 훨씬 짧은 시간에 그려야 하기에 연필을 여러 자루 미리 깎아 놔야 한다. 연필을 깎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손도 쉴 시간도 없다. 빠르게 종이의 중간과 석고상의 중간을 잰다. 중간의 잰 수치에서 가로의 길이를 가늠해 본다. 소묘는 빛의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빛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석고상의 인상이 달라지고 그림자의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당히 재서 종이의 중앙에 위치시키면 인상의 위치를 잡으며 연필 선을 쌓아 나간다. 인상부터 머리통에서 생기는 그림자의 모양을 잘 관찰해 보면 그림자만의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손을 빠르게 옮겨 턱에서 목 가슴으로 마무리되는 단까지 어둠으로 톤을 채워 나간다. 톤을 채워 나가면서 골격과 근육을 표현해 나간다.

 

  아그립빠는 로마 시대 때 의 장군이었다고 한다. 전장에 나가 패전한 장군으로 침통한 표정이 그가 패전한 장군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중년의 장군. 침통한 표정은 미간과 입매 무세 등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간 톤을 정리해 나가며 어둠 속의 톤을 묶어 준다. 석고소묘에서 입체감을 잘 나타내려면 어둠과 밝음에서 톤 차이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반사광 처리도 중요하다.

 

  시선에서 가장 가까운 단을 가장 진하게 묘사하고 턱과 코끝과 미간에서 안구로 떨어지는 곳을 강조해주고 머리통이 둥글게 돌아가는 것을 표현해 준다. 중간 톤을 정리하며 밝은 톤 역시 깨끗하게 정리해준다. 이제 주요 부위만 한 번 더 강조해 주며 정리하면 끝이다.

 

  그림을 정리하면 길었던 특강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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