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12화. 뼈 해장국.
작성일 : 20-09-29 13:55     조회 : 57     추천 : 2     분량 : 479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2화. 뼈 해장국.

 

  강사로서 경험한 두 번째 여름방학특강이 끝났다. 여름방학특강 때는 원장 선생님께서 월급을 두 배로 주신다. 수업을 2타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원비를 두 배로 받기 때문이다. 두 배로 일을 하는 만큼 두 배로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여름방학특강이 끝나면서 철이와 충재가 사이가 나빠지며 월, 화, 수 수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으로 내용을 접한 지라 녀석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해야 했다. 그래서 주말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같이 수업을 하는 강사들끼리는 같은 언어를 써야 한다. 강사들끼리 같은 언어를 쓰지 않는다면 받아들이는 학생들을 혼란을 겪게 되는데 그런 일을 사전에 막기 위해 가르칠 때 쓰는 말들에 입을 맞춰야 한다. 이를테면 양감이라는 표현보다는 공간감으로 말을 맞추고 그림자를 묶는다라는 표현보다는 어둠을 묶는다고 맞추는 등 주로 입시미술에서 쓰여지는 언어들을 맞추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맞추다 보면 강사들끼리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사들끼리 다 모여서 회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나랑 세종이는 그럭저럭 서로 잘 맞추고 수업을 진행해 오고 있었지만 철이와 충재는 저대로 두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나와 세종이가 먼저 만나 해장국집에 앉아 있었다. 간혹 가다 원장님이 밥을 사주시면 이곳에서 먹었던 터라 익숙한 곳이다. 주로 택시기사님들을 상대하는 이 집은 돌솥 밥이 일품이다.

 

  돌솥 밥은 주문과 동시에 짓기 시작하기 때문에 해장국보다 조금 늦게 나온다.

 

  나는 뼈 해장국 먹을 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선호하는 편이다. 뼈 해장국에 들어있는 등뼈 사이사이 붙어있는 살코기들을 꼼꼼하게 떼어 내어 국물 속을에 다시 고기를 넣는다. 나는 해장국을 먹을 때에 주로 밥을 한 번에 말아먹는 편이다. 푹 삶은 우거지와 부드러운 살코기를 술술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들어가기 때문에 국물에 작은 뼛조각이라도 있으면 먹다가 리듬이 끊겨서 파이다. 뼈를 발라내느라 손을 한 번 버리고 물 티슈로 깨끗이 닦았기 때문에 다시 손에 국물을 묻히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한 번 발라낼 때 꼼꼼하게 살을 발라내야 한다.

 

  뼈를 다 발라낼 즈음되면 돌솥 밥이 나온다. 돌솥 밥뚜껑을 열 때 밥이 지어지면서 생긴 스팀이 얼굴 앞에 피워 오른다. 구수한 냄새가 일품이다. 돌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제외한 밥을 해장국에 퍼서 넣고 돌솥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놓는다. 그렇게 미리 작업을 해놓으면 해장국을 다 먹고 나서 물에 잘 불은 숭늉이 곁들여진 누룽지를 먹을 수 있다.

 

  기다리던 철이가 식당에 도착을 해서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충재가 왔다.

 

  “ 와서 들 앉아.”

 

  철이가 노량진으로 출강을 나가면서부터 안양 학원에 소원해졌다는 말이 돌고 있던 터라, 안양 학원에서의 내 입지가 더 크게 굳어지고 있었다.

 

  “ 뭐가 문제야. 요즘 너희 말도 서로 안 한다며?”

 

  “ 주문하시겠어요?”

 

  주인아주머니다.

 

  “ 네. 뼈 해장국 네 개 주세요.”

 

  자리에 앉으며 철이가 말했다. 우리는 오늘 낮술을 할 것이다. 평소에 다들 말수가 없는 녀석들이라 술을 힘을 빌려야 한다.

 

  “ 사장님. 여기 소주도 주세요.”

 

  물티슈를 건네어 주며 녀석들의 얼굴을 보는데 표정이 영 좋지가 않다.

 

  “ 잔은 세 개만 주세요.”

 

  철이 녀석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내 술이 내왔다. 충재는 말이 없었다.

 

  “ 무슨 상황인지 차차 말해줄 수 있지?”

 

  빈 잔에 술을 따라 주며 내가 말했다.

 

  빈 속에 몇 잔을 연거푸 마시던 충재가 입을 뗀다.

 

  “ 철이가 지각이 너무 잦아서 한 소리 했더니 꽁해가지고 말을 안 하게 된 거야.”

 

  이야기들 듣다 보니 문제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됐다. 전문대를 자퇴한 충재는 원장님한테 삼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학원 강사를 하면서 재수, 삼수를 준비하는 충재를 원장님은 철이보다 신임하지 않게 된 것이다. 철이가 서울로 강의까지 나가는 사실을 원장님도 모를 리가 없었다. 같이 강사를 시작하게 된 우리들 사이에서야 뭐 철이가 노량진으로 강의를 나가는 것이 대단한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지만 학생들은 철이를 전임. 충재를 보조 강사로 보게 된 것이 문제였다. 1년 차 때는 별 다른 경험의 차이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는 간극은 눈에 띄는 것이었다. 그렇게 전임과 보조로 학생들 눈에 각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철이의 지각이 잦아지다 보니 전임이 학원에 늦는 것이 불만이 생긴 것이었고 지근거리에서 아이들을 자주 보던 충재는 진심 어린 조언을 한 것이었다. 눈, 코 뜰 세 없이 바쁘던 철이도 힘들었던 것이 철이가 들어오면서 노량진 학생 수가 두 배로 늘어 힘들어하고 있었다.

 

  “ 이 녀석들. 별 것도 아닌 일로 오해가 있었네.”

 

  사소한 문제로 시작을 해서 감정만 상해 있었다. 그리고 말을 서로 하지 않다 보니 서로 오해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던 것이었다.

 

  “ 잔에 소주들 있지. 건배하면서 오해는 싹 털어내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세종이가 잔을 들었다.

 

  “ 철이 너도 힘든 일이 있으면 말을 해야 알지?”

 

  누가 먼저 크게 잘못한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다소 오해가 있었는데 말을 서로 안 하다 보니 상황을 서로 어렵게 만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 그래서 내가 노량진 원장님한테 선생님 하나 더 뽑자고 얘기해 놨거든.”

 

  듣기만 하던 철이도 입을 뗐다. 우리 중에 누가 좋겠냐고 했다.

 

  “ 전임이 아니라 보조여야 할 거 아니야?”

 

  “ 그렇지. 보조 강사 뽑자고 제안했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철이가 노량진에서 수업을 잘하고 있고 원장님의 신임을 얻어가고 있다면 가볍게 여길 사안은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충재와 내가 수업을 같이 하고 철이와 세종이가 안양과 노량진의 오가며 수업을 하면 문제는 해결될 것 같았다.

 

  “ 충재와 내가 목, 금, 토 수업을 하고, 철 이가 세종이와 월, 화, 수 수업을 하면 세종이하고 노량진 수업까지 할 수 있겠는데.”

 

  세종이가 제일 늦게 강사를 시작해서 우리 중에서 월급이 가장 적었다. 낮은 월급 수준도 맞춰주면서 딱 이었다. 경험도 두 배로 쌓을 수 있는 묘수 중에 묘수였다.

 

  “ 나는 수능 공부를 병행해야 해서 어차피 하지도 못해.”

 

  내가 낸 의견이 맘에 들었는지 충재의 목소리도 상기되어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세종이가 하는 게 모양새가 좋았다.

 

  3병째 소주를 비우고 있었다. 수업 얘기에 화실에서 작업하는 얘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위기를 무르익어갔다. 그 숱 한 밤을 새우며 학원을 키워보자고 그림 열심히 하자고 매일 같이 다짐하며 지내온 친구들이다. 열정을 불사르며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었다.

 

 그 무렵, 원장님은 홍대 앞에 학원을 오픈한다며 바쁘셨다.

 

 

 

  학원 일에 매진하던 우리들은 열심히 준비한 포트폴리오가 무색하게 그 누구도 한국예술 종합학교에 시험을 보지 못했다. 학원 일에 치여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각자의 꿈이 달라지는 것도 이유가 됐다. 프로 강사의 꿈을 꾸는 철이, 한국 최고의 밴드를 꿈꾸는 세종이, 이번에 반드시 조소과를 가겠다는 충재까지.

 

 나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학원 걱정, 애들 걱정만 하고 있었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구체적으로 나의 꿈에 마주하지 않고 있는가? 숱한 고민들과 번민들이 나를 한 동안 괴롭혔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꿈을 꾸기고 했다. 나는 화가가 되고 싶어졌다. 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어 보자는 원대한 꿈을 꾸기로 마음을 다 잡았다.

 

  그해 가을 나는 복학을 했다. 입영 연기를 한 나는 복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도 일거리가 많아진 터라 집안 형편도 예전보다는 좋아졌던 것도 복학의 이유가 됐다. 작년 휴학할 때는 나의 휴학 소식에 아무 말도 안 하셨던 부모님들이 올해가 되자마자 이번에 복학하라고 난리였다. 그리하여 나는 일 년 만에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1년을 쉬고 돌아간 학교는 그대로였다. 같은 반 학생들이 후배인 것만 빼면.

 

  나하고 같이 복학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관호다. 이 녀석은 재밌는 괴짜 녀석이다. 왜 휴학을 했는지 물어보니 오토바이 사고로 10개월이나 병원 신세를 졌다고 했다. 관호 뒤에 탔던 친구는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큰 사고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98학번 동기들은 다들 아마도 군대에 갔을 것이다. 98학번 동기들 중에는 나보다 한두 살 많은 동기들이 많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갔을 때가 되어서야 서로의 나이를 알게 됐던 지라 한 살 많은 녀석들에게 형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 살 차이 나는 동기들하고는 친구로 지내고 그 이상인 동기들은 형이라고 부르기로 대충 술을 먹다가 룰을 정했었다.

 

  99학번 후배 녀석들 중에도 재수생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그 녀석들 하고도 친구같이 지내자고 했다. 그래도 나를 어색해하는 후배 녀석들은 많았다. 아마도 이런 것들로 조금씩 불편해지는 것이 복학생의 비애일 것이다.

 

  역시 학원 일과 학교 생활을 같이 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복학을 하고 한 학기 내내 과제와 리포트에 시달렸다. 작년에 1학기 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옮길 마음에 대충 다녔던 관계로 학사 경고를 맞았었는데 이번 학기는 졸업까지 생각을 하고 복학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과제들 대부분이 실기다 보니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학부제였던 우리 학교는 1학년 때 공통으로 모든 미술 실기 수업을 들어야 한다. 차후 2학년 때 전공을 정한다. 그래서 다양한 조형 수업을 배울 수 있었는데 모든 조형 수업을 들어야 하다 보니 재료비가 많이 드는 것은 함정이었다. 이럴 때 그래도 내가 벌어서 보탤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학과 수업과 학원을 병행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안녕하세요.독자님들. 2021 / 9 / 14 476 0 -
공지 감사합니다. 2020 / 10 / 29 636 1 -
36 36화. 작업실. 2020 / 9 / 29 79 2 7182   
35 35화. 설비. 2020 / 9 / 29 47 2 6476   
34 34화. 연인. 2020 / 9 / 29 52 2 6648   
33 33화. 전역. 2020 / 9 / 29 50 2 2859   
32 32화. 그녀. 내 마음에 들어오다. 2020 / 9 / 29 51 2 9186   
31 31화. 훈련과 휴가. 2020 / 9 / 29 46 2 6926   
30 30화. 그녀와 소고기. 2020 / 9 / 29 49 2 12471   
29 29화. 2002년 월드컵. 2020 / 9 / 29 49 2 6299   
28 28화. 재회. 2020 / 9 / 29 49 2 6026   
27 27화. 100일 휴가. 2020 / 9 / 29 53 2 10805   
26 26화. 신병. 2020 / 9 / 29 50 2 5681   
25 25화. 군대. 2020 / 9 / 29 44 2 3959   
24 24화. 입선. 2020 / 9 / 29 41 2 4934   
23 23화. 고기부페. 2020 / 9 / 29 46 2 10747   
22 22화. 국전. 2020 / 9 / 29 51 2 7129   
21 21화. 신철이 아저씨. 2020 / 9 / 29 50 2 7979   
20 20화. 시화집. 2020 / 9 / 29 49 2 3678   
19 19화. 세종이 군대 가다. 2020 / 9 / 29 52 2 4161   
18 18화. 인사동. 2020 / 9 / 29 51 2 3568   
17 17화. 하얀 캔버스 앞에 서다. 2020 / 9 / 29 56 2 6678   
16 16화. 액자공장. 2020 / 9 / 29 55 2 11885   
15 15화. 작품을 하라. 2020 / 9 / 29 56 2 5044   
14 14화. 화실 이사 가는 날. 2020 / 9 / 29 54 2 9588   
13 13화. 다시 만난 그녀. 2020 / 9 / 29 56 2 7258   
12 12화. 뼈 해장국. 2020 / 9 / 29 58 2 4799   
11 11화. 헤비메탈. 2020 / 9 / 29 57 2 7312   
10 10화. 화실생활. 2020 / 9 / 29 61 2 5332   
9 9화. 노량진 학원가. 2020 / 9 / 29 59 2 4840   
8 8화. 화실가는 길. 2020 / 9 / 29 62 2 4407   
7 7화. 해부학수업. 2020 / 9 / 29 68 2 5287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