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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13화
작성일 : 19-10-26 15:38     조회 : 39     추천 : 0     분량 : 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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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럼 절 끌고 들어오는 이유가 뭔가요?”

 

  “황태자라고 말했는데도 예를 갖추지 않는 건가? 그린랜드인이라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내가 황태자인 줄 알았을 터. 불순분자가 들어와 황궁을 어지럽히려는 구나.”

 

  “저는 필라우에서 와서 그래요.”

 

  “그 노란 머리카락은 라가도기아인의 것이잖아.”

 

  “태어난 건 그린랜드예요!”

 

  브리지트의 말이 못 믿겠는지 황태자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겨우 머리색으로 이런 취급을 받는 건 너무해요.”

 

  “너희 때문에 어머니는 정신병에 걸리셨어.”

 

  “그게 왜 ‘너희’로 묶여요? 그 한 사람의 잘못이잖아요.”

 

  “너희는 마법을 쓸 줄 안다며.”

 

  “저는 못 써요!”

 

  다투다가 황태자는 발을 멈췄다. 어느 문 앞이었다. 문 앞에는 코델리아의 방처럼 그 문을 지키고 있는 호위기사 2명이 있었다. 브리지트는 방에 들어가게 한 후 죄를 묻는다며 고문이라도 할까봐 걱정이었다.

 

  그 라가도기아인이 예전에 죄를 지었다고 해도 그게 한 사람의 죄지 어떻게 노란 머리카락을 가진 모든 사람의 죄가 될 수가 있단 말인가. 브리지트는 유디스를 남겨놓고 가라고 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도와주세요!”

 

  할 수 있는 건 해보자며 브리지트는 호위기사들에게 외쳤다. 2명 중 누구도 브리지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뵙겠다고 전해.”

 

  “황자님께서 계십니다.”

 

  치사하게 황태자의 말에만 대답한다.

 

  “진짜 왔어?”

 

  “황자님이면 코델리아 백작님이에요? 그 분 나오면 제가 집사인지 아닌지 물어보면 되잖아요.”

 

  브리지트는 포기하지 않고 외쳤다. 황제를 만나면 그가 복수를 하겠다고 휘두르는 칼에 한 번에 죽을까 걱정되어 뭐라도 말해봐야 했다. 붙잡힌 팔은 아무리 힘을 줘도 빠지지 않는다.

 

  상대가 대화하기 싫어 모든 단절을 원하니 아무리 외쳐도 소용이 없다. 말이라는 건 너무 형편없는 것이다.

 

  “형 뭐하는 거야.”

 

  지위. 권력. 신분. 브리지트에게는 없는 것.

 

  “내 집사를 데리고 왜 여기 와 있어.”

 

  방에서 나오며 코델리아가 묻는다. 황태자는 짜증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코델리아는 백작이 아닌 황태자의 동생으로, 황자로 묻고 있었다. 아주 불쾌하다는 걸 알리려는 의도였는데 그것이 잘 먹혔는지 황태자는 브리지트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라는 권력 옆에 붙었다.

 

  “내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대하지 마. 아버지는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는 걸 원하시잖아.”

 

  “그럼 다시는 쟤를 황궁에 데리고 오지 마. 얼마나 라가도기아인을 싫어하는지 알잖아. 한 달 전에는 그린랜드 신분으로 일하던 하녀를 죽였어. 머리카락이 노란색이라서.”

 

  “여전히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계시네?”

 

  “복수지.”

 

  “뭘 복수하는 거야? 복수의 대상은 있어?”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의 등에 손가락으로 그냥 가자고 쓰고 있다.

 

  “우리 가족을 불행하게 만든 모든 라가도기아인을 향한 복수지.”

 

  “과대망상 아니야? 혼혈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쩌라는 거야. 적당히 해.”

 

  “정말 성숙한 척 하는구나. 코델리아. 쟤도 언젠가 네 뒤통수를 칠거야. 시간문제라고.”

 

  “안 그래요!”

 

  브리지트가 코델리아의 뒤에서 외쳤다.

 

  “봐. 안 그런다잖아. 비켜.”

 

  “정말인지 잘 지켜보고 있을게.”

 

  끝까지 비아냥거리고 황태자는 몸을 틀어 걸어갈 자리를 만들어줬다. 브리지트는 지은 죄도 없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뒤따르는 유디스는 브리지트가 너무 가여워 보였다. 무섭기도 했을 거고 억울하기도 할 것 같아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위로해주려고 했는데 브리지트는 기둥을 발로 차며 화를 냈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를 말리지 않았다. 듣지도 못했던 욕을 하며 기둥을 차던 브리지트는 구두 굽을 망가트리고 기가 죽었다.

 

  “백작님.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괜찮다고 해도 브리지트는 속상해서 우울해졌다.

 

  “그것보다 팔 먼저 치료하자.”

 

  코델리아의 말에 브리지트는 이제야 팔이 아픈 것이 다시 느껴졌다. 너무 화가 나서 아픈 것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진짜 억울해요. 저는 죄를 짓지 않았어요. 오해예요.”

 

  브리지트는 붕대로 감싸지는 자신의 팔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알고 있어. 미안해.”

 

  “아니요. 이건 그 사람이 미안해 할 일이죠.”

 

  의사가 있어 황태자라고 말하지는 않고 그 사람이라 말했다.

 

  “그런데 미안해 할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내가 대신 사과할게.”

 

  브리지트는 코델리아를 올려다봤다. 진짜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기는 한데 그렇기 때문에 브리지트는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래 가족들끼리는 죄를 공유하나요?”

 

  “응?”

 

  “그의 잘못은 그의 잘못이고 백작님의 잘못은 백작님의 잘못이에요. 죄는 죄를 지은 본인의 것이에요.”

 

  사과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그 말이 고마워서 코델리아는 왠지 브리지트를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고마워.”

 

  중얼거리는 말을 브리지트도 들었지만 더는 그것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

 

  백작성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 코델리아의 어깨에 브리지트의 머리가 기대져 있다. 그도 그것이 싫지는 않은 듯 어두워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달이 눈에 띄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에 기대있는 브리지트를 봤다.

 

  오렌지 빛이 섞인 금발. 달빛을 받은 그녀의 머리카락은 옅은 색으로 보였다.

 

  문득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여자가 브리지트가 연인이냐 물었을 때가 생각났다. 자신은 브리지트가 연인이라고 했다. 연인이라는 말의 뜻을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왜 브리지트를.

 

  코델리아는 애써 고개를 돌려 다시 달을 올려다보았다. 달은 그런 그를 비웃는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더 이상 그 달을 마주할 수 없어 코델리아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코델리아의 머리카락을 흩으려 놓고 브리지트의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그는 머리를 정리하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졸음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졸음 때문인 듯 눈꺼풀이 무거웠다. 마주보고 앉은 유디스는 벌써 잠에 빠져 있었다. 그렇다면 브리지트도 자고 있겠지.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깨어있었다면 서열과시하지 말라고 싫어했겠지만 지금은 자고 있으니까.

 

  아. 문득 깨달아버렸다.

 

  자신이 왜 그 여자의 말에 동의하였는지.

 

  사랑하는 거다.

 

 *

 

  아프니 쉬라고 해서 방에 들어왔더니 의자에 캐서린이 앉아있었다. 놀라 소리를 지를 뻔한 브리지트는 간신히 소리를 삼키고 캐서린에게 물었다.

 

  “왜 여기 있어?”

 

  “그것보다 그 불편해 보이는 옷 먼저 벗어.”

 

  “벗는 거 도와줘야 돼.”

 

  “그래.”

 

  캐서린은 붕대가 감긴 브리지트의 팔을 슬쩍 보고 동의했다. 옷을 갈아입히며 다친 이유를 물어볼까도 싶었는데 그런 건 얼굴을 마주보고 얘기해야 될 것 같아서 캐서린은 브리지트가 편한 옷으로 다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렸다.

 

  “혹시 손도 씻어야 되려나?”

 

  “……그냥 다 씻고 나와.”

 

  브리지트는 화장실로 들어가며 귀찮아, 하고 중얼거렸다. 마치 들으라는 듯이 하는 목소리였지만 캐서린은 듣지 못한 것처럼 굴었다. 막상 씻으려고 들어가니 팔이 너무 불편해서 손 씻고 이 닦고 세수만 하고 나왔다. 발은 항상 더러워지는데 뭐.

 

  “다 씻었어.”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침대로 가는 브리지트에게 좀 잔소리를 하려던 캐서린은 다친 팔이 너무 눈에 띄어서 말을 삼켰다.

 

  “왜 왔어?”

 

  브리지트가 이불까지 덮고 누워 캐서린에게 물었다. 캐서린은 브리지트가 서류를 보던 책상 의자에 앉아있다.

 

  “그냥 내가 여러 가지 소문을 듣고 와서. 편지 온 것도 있고.”

 

  보나마나 편지는 예전 고아끼리 모여 살던 곳에서 온 편지일 것이다. 브리지트는 캐서린과 다르게 그쪽에 편지를 부치지 않았지만 캐서린이 부탁해서 브리지트의 이름으로 된 편지도 온 모양이었다.

 

  “편지 책상 위에 둬.”

 

  캐서린은 왠지 브리지트가 편지를 읽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예상은 맞았다. 브리지트는 편지를 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읽으라고 강요할 수 없으니 캐서린은 책상 정중앙에 편지를 올려뒀다.

 

  “얘기해줘.”

 

  브리지트는 눈을 감았다. 캐서린은 아픈 브리지트와 브리지트의 엄마, 여동생의 얘기를 하고 그것을 고칠 수 있는 황제의 보물에 대한 얘기를 한다. 아주 뛰어난 보물이라 어떤 병이든 고치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뭔 황제의 보물이 백작한테 가있다는 건데? 말이 안 되잖아.”

 

  브리지트가 하나도 관심이 없다는 말투로 물었다.

 

  “우리 주인님이 황제의 아들이잖아. 황태자는 아니지만 황자라고.”

 

  “하지만 아무리 황제가 혁신적인 거를 좋아하신다고 해도 둘째 아들한테 ‘황제’라는 이름이 붙는 보물을 맡긴 건 이해가 안 가.”

 

  유난히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이번 황제는 둘째 아들을 살려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아주 귀하고 귀한 보물을 둘째 아들, 즉 코델리아의 손에 맡겼다는 것이다.

 

  그 보물이 얼마나 귀하냐면 어떤 병이든 치료할 수 있는 황가의 보물이라 ‘황제의 보물’이라고 칭해진다고 한다.

 

  그런 말을 오늘 지금 이 시간 처음 들은 브리지트는 당연히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런 게 있기는 해? 딱딱한 광물을 품고 있으면 병이 저절로 낫는다니?”

 

  어떤 약초를 먹는다고 해도 어떤 병이라도 낫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브리지트가 왕강하게 말했다.

 

  치료는 제한적이다. 그런 보물은 정말 있을 수가 없다.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 마을 어른들도 여기에서 만난 사람들도 말했어. 보물을 갈아서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거겠지. 그런 보물 하나쯤 있어야 신기하잖아?”

 

  “…….”

 

  열심히 보물은 있다고 주장하던 캐서린이 일순간 말을 멈춘다. 브리지트는 슬쩍 캐서린의 눈치를 보고 묻는다.

 

  “삐쳤어?”

 

  “……이런 걸로 삐칠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걸.’

 

  브리지트는 눈치가 아주 없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캐서린이 삐친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삐친 사람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교육과 약초 위주의 공부를 했고 학교에서도 식사 예절이나 수학, 천문학 같은 공부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말을 믿지 않아 이렇게 된 것이니 말을 믿으면 삐친 것도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믿을게.”

 

  “뭐?”

 

  캐서린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황제의 보물이 있다는 거 말이야.”

 

  “갑자기 왜?”

 

  “그게 좀 생각해보니까 그럴 만도 하더라고. 황태자를 제외한 아들은 다 죽인다는 굴레를 벗어나기까지 하면서 사랑하는 둘째 아들에게 어떤 병이든 낫게 하는 보물을 준다는 거잖아. 그렇게 자신이 황자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겠지. 그리고 그렇게 해야 다른 귀족들이 황자님을 우습게보지 않을 거겠지?”

 

  갑자기 의문형으로 끝난 말에도 캐서린은 웃었다.

 

  “너 참 희한해.”

 

  “대단한 거겠지.”

 

  “아무튼 나는 네가 걱정되어 이런 말을 물고 오는 거지. 지금 먹는 약은 병을 늦추는 거지 완전히 낫게 하는 건 아니라며.”

 

  그 후로 캐서린은 뭐라고 더 말했고 중요한 말이 아니라고 판단한 브리지트는 정말 그런 보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어떤 병이든 나을 수 있다는 거면 라가도기아인의 병도 나을 수 있게 해줄 것 같았다. 그래야 어떤 병이든 나을 수 있는 것이다.

 

  브리지트는 잠깐 황제의 보물을 갈아 어머니와 베아트리스와 함께 나눠 먹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얼른 고개를 젓고 캐서린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질문이 뭐였는지도 모르면서.

 

  그러면서 생각했다. 카일은 어디에 있는지. 어미니와 베아트리스는 어디에 있는지.

 

  캐서린의 말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브리지트는 잠을 청했다.

 

  얕은 선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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