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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7화
작성일 : 19-10-23 14:15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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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착한 사람이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를 아주 착한 사람이라고 결정지었다. 본인을 살려줘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브리지트가 보는 코델리아는 유디스에게도 아주 다정해서 그냥 천성이 다정한 사람 같았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챙겨주려고 하는 것도 어지간히 착한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이렇게 착하니까 살아남은 거 아닐까? 그럼 결국 본인 힘인데.’

 

  브리지트는 모든 작은 일에 감사하며 사는 사람은 못 된다. 오히려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에 가깝다. 굳이 착해질 생각은 없지만 착한 사람은 좋다. 남을 속이고 배신하려는 것이 없어서 좋아한다. 그리고 착한 척 하는 사람은 꽤나 안쓰러워하는 편이다. 착한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아서 예의를 차리려고 착한 척을 하지만 결국 착한 척 가식을 떠는 것 밖에는 안 되는 사람. 그냥 자신처럼 노력하지 않으면 편한데 유디스는 너무 귀찮은 짓을 하고 있다고 브리지트는 생각한다. 그것도 코델리아의 옆에 있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유디스를 이해하려고 해도 본인이 아니라서 잘 이해는 되지 않는다.

 

  오늘도 목까지 가리고 장갑을 낀 코델리아가 회의에 들어가 있는 동안 유디스는 브리지트를 연무장으로 데려왔다. 연무장은 마치 준비되어 있던 것처럼 텅 비어 있었다. 브리지트는 아주 크게 다칠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초조하게 발을 구르는 브리지트에게 유디스는 물었다.

 

  “검을 쓸 줄 아나요?”

 

  못 쓸 것을 뻔히 알면서, 검을 잡는 몸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유디스는 그렇게 물었다. 브리지트는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불안한 눈을 한 채 대답했다.

 

  “검을 잡아본 적도 없습니다.”

 

  “검을 가르치겠습니다.”

 

  ‘왜?’

 

  브리지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디스가 자신을 구타할 것을 마치 무술이라는 정당함으로 포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디스는 브리지트를 향해 연무장에 배치되어 있던 검을 던졌다.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휘적거리던 브리지트의 노력이 무심하게 검은 팔을 때리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검을 주은 브리지트를 향해 유디스는 검을 빼들었다.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겠습니다.”

 

  ‘아니, 정도가 없이 할 줄 아는 게 없다니까.’

 

  “시작하겠습니다.”

 

  검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은 브리지트는 긴장함과 동시에 세게 부딪치는 검에 온 몸이 떨렸다.

 

  “검을 뽑았어야죠.”

 

  유디스는 브리지트가 아직까지도 검을 뽑지 않고 검집 채로 자신의 검을 받은 것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막지 않았다면 유디스의 검이 자신의 몸 어딘가를 잘라냈을 거라고 확신하는 브리지트는 유디스가 잠시 물러나 기다려주자 얼른 검을 버렸다. 검이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혔다. 유디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상대가 뭐라 말하기 전에 브리지트가 먼저 말한다.

 

  “말로 해요.”

 

  유디스는 표정을 풀고 말한다.

 

  “주인님을 지키는 것 또한 집사의 몫입니다.”

 

  “그럼 호위기사는 왜 있나요?”

 

  “그들은 방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 봤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우리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저를 가르치려는 게 맞나요? 제가 뭔가 실수를 했나요?”

 

  “브리지트. 저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다니요. 우리는 주인님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니요. 당신이 지켜야죠. 백작님이 말했기 때문에 저는 베푼 은혜를 거두러 온 사람, 이 되었습니다. 백작님이 이번 일을 아시면 싫어할 거예요.”

 

  유디스는 헛웃음을 쳤다.

 

  “그건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죠?”

 

  “자신감이 아니고 그냥 알 수 있는 거예요. 당신이 저를 싫어하고 검으로 겨루는 것.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백작님이라면 상처 받을 일이에요.”

 

  “가르치는 거라니까요? 그리고 주인님을 그렇게 잘 아는 것처럼 굴지 마세요.”

 

  “질투하나요?”

 

  “걱정하는 겁니다. 이제 주인님은 저 대신 당신을 곁에 두실 것 같으니까요.”

 

  브리지트가 고개를 엄청 저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언제 제가 놓아질지 모르니까 하나라도 더 가르쳐서 주인님을 보좌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습니다. 아무 것도 가르치지 못하고 갈까봐 초조해요.”

 

  “저는 실력이 형편없으니까 절대 그런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주인님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옆에 두세요. 지금 당신을 제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으니까 저는 밀려날 거라는 거예요. 그럼 일 못하는 당신 때문에 걱정이랍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엄청난 걱정의 얼굴을 한 유디스를 보며 브리지트는 조금 뭐라 위로해야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니 당신이 열심히 배우는 수밖에 없어요.”

 

  “아니요. 절대 밀려나지 않을 거라니까요? 제가 무릎 꿇고 부탁이라도 드려볼게요.”

 

  “그래도 기본적인 건 배우도록 해요.”

 

  “나중에요. 저는 백작님께 배우고 싶어요.”

 

  “주인님은 바쁘세요.”

 

  ‘그러니까 가르칠 시간이 없을 거 아니야.’

 

  브리지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으로는 생각보다 착하게 말했다.

 

  “논쟁이 길어질 것 같으니 회의실로 가면서 생각해봐요. 백작님이 기다리시겠어요.”

 

  “회의는 2시간이에요.”

 

  그것도 모르냐는 얼굴로 유디스가 묻는다.

 

  “……일찍 끝났을 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정말 회의가 일찍 끝났다. 브리지트와 유디스가 회의실로 걸어가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다른 집사들이 나왔다.

 

  “이것 봐요.”

 

  브리지트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유디스가 보기에는 이상했다. 항상 2시간 회의를 꽉 채우던 코델리아라서 오늘의 일정이 틀어지는 게 이상했다.

 

  “회의는 잘 끝나셨나요?”

 

  회의실에서 나오는 코델리아에게 브리지트가 물었다.

 

  “아니. 짜증나서 일찍 끝냈어.”

 

  “아. 그러시군요.”

 

  “내 집사들은 다 사고방식이 꽉 막혀있다니까? 부모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나?”

 

  “왜요? 그 사람들 부모님도 다 성격이 꽉 막혔어요?”

 

  “응. 지금 집사들이 전 집사의 자식들인데 전 집사들도 똑같았어.”

 

  “그럼 왜 다른 사람을 뽑지 않았어요?”

 

  “레브 가는 너무 알아야 할 분량이 방대해서 아주 어릴 적부터 학습하지 않으면 머리에 넣기 힘들어. 그래서 대부분 원래 집사의 자식들이 집사를 이어서 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적어. 내 대에는 다 있던 사람들이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배신하지 않을 거니까 믿을 수가 있어서 편해.”

 

  코델리아 옆에서 나란히 걸으면 안 된다고 해야 되는데 말에 틈이 없어서 유디스는 말하지 못했다.

 

 *

 

  점심 식사부터 브리지트의 젓가락 연습이 시작됐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스트레스 받을 것을 알았는지 몇 번 잡는 법을 알려주더니 포크로 먹게 했다. 브리지트는 그래도 오늘 뭘 열심히 하긴 한 것 같아서 좋았다.

 

  유디스는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았다. 원래부터 점심 때는 코델리아와 식사를 같이 했다. 브리지트 한 명만 추가되었을 뿐인데 소란스러워진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델리아와 유디스는 식기가 부딪히지 않도록 먹는데 브리지트는 그런 거 상관없이 먹는다.

 

  주로 백작성 경영에 대한 애기 외에는 하지 않았던 둘이기에 브리지트가 말을 하지 않으면 조용했다. 브리지트는 이 조용한 시간이 좋아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

 

  식사 후에는 정원을 걸었다. 너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항상 같은 곳에 있는 꽃을 구경하고 항상 같은 모양의 구불구불한 길을 걷는다. 브리지트는 처음 보는 정원이기에 이것저것 구경할 것이 있지만 매일 이걸 보면 좀 지겨울 것 같다. 그런데 브리지트가 보는 코델리아는 편안해 보였다. 꽃이나 풀을 보면 편안한가 싶었는데 코델리아는 거의 고개를 들고 있었다.

 

  키우지 않았던 식물이나 그림으로만 봐왔던 식물이 있어서 그것을 구경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브리지트는 자꾸 코델리아에게 눈이 간다. 그래서 코델리아가 하늘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브리지트도 코델리아를 따라 하늘을 본다.

 

  하마터면 브리지트는 탄성을 지를 뻔했다. 하늘이 너무 예쁘다.

 

  구름 하나 없고 단 하나의 색으로만 가득 칠해진 하늘이 너무 맑고 예뻤다. 브리지트는 입을 벌리고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늘이 예뻐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날씨도 좋았다. 무언가 하나가 좋아지면 그것과 연계되는 것들이 연쇄적으로 좋아지는 거구나, 브리지트는 생각하며 고개를 내렸다. 우선은 해야 할 일이 있어 단정해야 하니 넋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취할 여유를 두면 안 된다. 하나에 너무 깊게 빠져버리면 실수할까봐 그것이 걱정이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이번에 집무실로 걸어가는 코델리아의 뒤를 따랐다. 한 걸음 뒤. 유디스는 갑자기 나란히 걷지 않기 시작하는 브리지트가 낯설었다. 코델리아는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본 코델리아의 머리카락은 햇빛 아래에서 봤던 것만큼 파랗지는 않았다. 적당히 어두운 파란색이라서 깊은 심해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코델리아의 머리카락이 기둥 그림자에 가려 더 어두운 색으로 변했을 때 브리지트는 분명히 봤던 코델리아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델리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 햇살 아래에 있던 코델리아의 표정을 잊어버렸다. 너무 짧은 시간에 본 탓도 있을 테지만 기억나지 않는 그 표정이 아쉬웠다. 너무 하늘에 집중한 탓을 것이다.

 

  이렇게 쉽게 잊히는 얼굴이라니 코델리아가 부러웠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브리지트는 자신의 머리를 보며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그렇다고 이 머리카락 색이 미운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 머리카락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일들이 아주 밉고 싫을 뿐이었다.

 

  집무실에 도착한 코델리아와 유디스는 브리지트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로 업무 내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서류를 봤다. 하도 열심히 서류를 보고 있어서 브리지트는 최대한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다. 3시부터 쉬는 시간 겸 다과 시간이 시작되니 그때까지만 얌전히 기다리면 될 것이다. 코델리아의 성격을 봐서는 집사도 같이 다과 시간에 어울릴 것 같다. 브리지트는 그 시간에 뭘 먹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려다가 누군가의 노트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유디스는 타인의 방문을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나서서 일할 때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누구십니까?”

 

  브리지트가 문을 열며 말했다. 시종은 자신이 처음 보는 얼굴이 집무실에서 나오자 움찔하며 놀랐다. 그래서 답지 않게 “이, 이, 이걸…….”이라며 말을 더듬었다. 브리지트는 시종이 내미는 것을 받아들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힐 때까지 시종의 눈이 브리지트의 머리카락에 머물러 있던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그냥 관심 없어 하는 것 같았는데 저 사람만 유독 저런다.

 

  책상으로 돌아오자 유디스가 손을 내민다. 브리지트는 그 손 위에 시종이 가져온 종이를 건네고 앉았던 의자에 다시 앉았다. 할 일이 없어서 유디스의 손에 들린 종이에 관심이 갔다. 목을 쭉 빼들고 슬쩍 보니 그린랜드어로 쓰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디스와는 맞은편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거꾸로 되어 있는 것을 읽기에는 힘들어서 내용을 읽지는 못했다. 대신 그 옆에 놓여있는 봉투에 ‘루시 니슐리우’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편지인 모양이다. 남의 편지를 막 읽을 수는 없으니 브리지트는 내용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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