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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4화
작성일 : 19-10-21 16:43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4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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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지트는 살았다. 그 마차들이 지나가는 거리에서, 그 흙먼지가 일어나는 곳에서 살았다. 혼자서 반쯤 일어나고 있는데 어느 마차에서 나온 손이 브리지트를 채갔다. 굳이 채가지 않아도 살 수는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다칠 확률도 있었다. 그렇기에 브리지트는 이 사람들이 자신을 끌어당긴 것을 원망하지 않았다. 카일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밀었던 이유를 알 것 같으니까. 어떤 곳에 있던지 어느 불안이 있던지 함께 하고 싶었던 브리지트의 마음과는 다르게 그저 자신이 더 안전한 삶을 살길 바랐던 카일을 모를 수가 없었다.

 

  “자수 놓고 있는 거야?”

 

  카일을 생각하며 라벤더를 천에 수놓고 있던 브리지트에게 캐서린이 다가와 묻는다. 캐서린도 부모를 놓치고 이곳에 온 경우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모아 키우는 곳. 그린랜드가 전쟁 중이기 때문에 이곳에는 다른 나라의 아이들도 많이 들어왔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족을 모두 잃은 늙은이라던가 버림받은 장애인,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까지. 쉽게 말해 그린랜드의 울타리에서 퇴출당한 사람들은 모두 이곳으로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치 가족인 것처럼 행동했다.

 

  “응. 그냥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브리지트가 천을 무릎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캐서린은 손을 뻗어 자수를 만졌다. 손끝으로 만지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꽃을 좋아했던가?”

 

  “식물에 관심이 많아.”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자수는 영 아니야. 이제 더는 못할 듯해.”

 

  “왜?”

 

  “너무 힘들어.”

 

  그렇게 말하며 브리지트는 웃었다. 캐서린도 웃었다.

 

  “그럼 나가자. 꽃밭이 예뻐.”

 

  캐서린이 끌고 나온 곳은 슬쩍 보기에도 정말 예뻤다. 해가 수그러들며 내는 빛이 꽃밭에 알맞게 퍼져있다. 하늘부터 꽃밭까지 너무 예쁜 풍경이었다.

 

  “해가 짧아지니까 아쉽네.”

 

  풍경을 보며, 겨울이 가까워 오는 것을 느끼며 캐서린이 중얼거렸다. 브리지트는 뭐라 말하지 않았다.

 

  “겨울에는 더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 와.”

 

  그 말에도 브리지트는 뭐라 말하지 않았다. 해는 맨눈으로 보면 안 된다. 하지만 그 사실이 이때는 잘 알려지지 않아 브리지트는 계속 해를 봤다.

 

  “브리지트. 이 겨울이 지나면 17살이지?”

 

  캐서린이 브리지트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원래는 회색인 캐서린의 머리카락이 노을빛을 받아 붉은 색으로 보였다. 브리지트는 저도 모르게 조금 놀랐다.

 

  “우리 그럼 어린 우리 아이들을 위해 돈을 벌자. 우리를 위해 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린랜드는 17살이면 어른이라 취직을 할 수 있는 나이였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쉬운 일이어야 할래.”

 

  16살에 들어와서 별로 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으니까 희생을 강요당하며 살 수는 없다. 그 어린 애들이 자신의 동생도 아니다. 자신의 동생은 오로지 에일린과 베아트리스뿐이다.

 

  “쉬울 거야. 여기서 하는 일들보다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캐서린은 그렇게 말했다. 브리지트가 어린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을 아주 어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모양이다. 누구에게라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 브리지트는 헛웃음을 지었다.

 

  캐서린과 브리지트, 그리고 그 외에 몇 명이 중개인을 통해 레브 백작가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레브 가라고 하면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위협이 된다며 황태자 외 황자들은 모두 죽이던 그린랜드의 전통을 깨고 살아남은 황자이니만큼 황제의 사랑을 듬뿍 받는 황자가 레브 가의 주인이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황제는 자신이 황자를 쫓아낸 것이 아닌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이 강한 레브 가를 준 것이고 황제의 보물까지 백작성에 숨겨두었다고 한다.

 

  그 얘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평민들은 잘 모르지만 ‘황제의 보물’이라는 말에 끌려 백작성에는 도둑이 꽤 든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도 백작성 밖으로 다시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진짜 보물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한다.

 

  캐서린도 브리지트도 그 얘기에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중개인이 해주는 얘기를 잘 듣지 않았다.

 

  브리지트는 이번에는 남장을 하지 않았다. 찬 공기에 손이 얼어붙는 한겨울의 일이었다.

 

  이리저리 둘러본 복도는 인위적이게 깨끗해서 브리지트는 조금 이곳이 부담스러웠다.

 

  “들어가면 백작님께 예를 갖추세요.”

 

  하인은 호위기사 2명이 서있는 문 앞에 서며 말했다. 그냥 일이나 던져주면 될 것이지 굳이 백작을 만나는 모양이었다. 한 사람씩 얼굴과 이름을 다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호위기사가 각각 한 쪽씩 문을 열었다. 사람들의 뒤를 따라 브리지트는 발소리를 죽이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장식품이 있었고 문이 또 하나 달려있었다. 방 안에 방 안에 방 안에 방. 브리지트는 책에서 읽었던 것을 상기하며 당황스러움을 감추려 했다. 그린랜드는 대륙에서 제일 큰 나라이니 왕이 아닌 백작이 이런 방 구조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다. 브리지트가 좀 낯설어서 그렇다.

 

  방 문을 열기 전 앞에 선 사람 몇은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저 사람들도 긴장한 모양이다.

 

  긴장을 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 안에서 문이 열렸다. 회색 머리에 정장을 입은 남자가 문을 연 것이었다.

 

  “들어오세요.”

 

  그 남자가 말하며 몸을 틀었다. 사람들이 들어갔다. 캐서린과 브리지트가 들어갔다. 등 뒤로 문이 닫혔다.

 

  백작은 몇 단 위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있었다. 위치에서 차지하는 위압감보다는 그 눈매가 너무 무서워서 브리지트는 얼굴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앉기에 브리지트는 그 모양을 따라했다. 말을 하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말을 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의자에서 일어난 백작이 단을 내려왔다. 그 조용한 울림이 심장소리랑 같은 박자로 울려 브리지트는 불편했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는데 사람들과 아주 가깝게 선 백작이 말했다.

 

  “내 이름은 코델리아 레브. 이곳의 가주이자 이제부터 그대들의 주인이다. 성심성의껏 나를 사랑하고 나의 소유인 그대들은 이곳에서 모든 생활을 한다. 자세한 것은 각 담당한 곳에서 듣고 부디 평안하길 바란다.”

 

  코델리아는 그렇게 말하고 나갔다. 문을 열어줬던 회색 머리의 남자가 일어나라하기에 일어났다. 사람들은 남자와 마주보며 서있게 되었다.

 

  “집사 유디스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안심되는 미소를 지은 유디스는 문 밖 사람들에게 들어오라 말했다. 유디스의 뒤편으로 줄맞춰 선 사람들은 각이 잡혀있는 느낌이었다.

 

  “이제 여러분들은 레브 가의 일원으로 주인이신 코델리아 레브 백작님의 허락 없이는 백작성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가족과의 편지왕래나 선물은 보낼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하루 빨리 적응하시길 바랍니다. 주인님을 모시는 사람을 뽑지는 않으니 너무 긴장마세요. 각 담당 분들을 모셨으니 이 분들께서 적당히 골라 일을 시키실 겁니다. 그럼.”

 

  유디스는 마지막까지 예의가 지나치게 바르도록 행동하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줄맞춰 섰던 사람들이 더 나은 인재를 고르기 위해 새로 온 사람들을 샅샅이 살폈다.

 

  브리지트와 캐서린은 청소 담당으로 분류되었다. 아이들의 밥을 챙기느라 칼질을 잘하게 된 캐서린은 처음에 주방 담당으로 분류되었지만 굳이 브리지트와 같은 담당을 해야 된다고 했다. 언니인 자신이 브리지트를 꼭 챙겨야 된다고. 브리지트의 노란 머리와 캐서린의 회색 머리, 닮지 않은 두 얼굴에 의아했지만 그래도 계속 일할 백작성이기 때문에 편의를 봐줬다. 브리지트가 짧은 머리카락으로 그 머리를 묶어 정리할 수 없고 칼질도 못했기 때문에 캐서린은 브리지트를 따라서 청소 담당이 되었다.

 

 *

 

  아주 어린 나이에 가주가 된 코델리아. 그의 옆에서 그가 아주 어릴 때부터 모시던 충직한 집사, 유디스. 아주 예전부터 이어져온 인연이라 유디스는 다른 집사가 모르는 일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많은 지원자들 중 하나 있는 브리지트의 노란 머리카락을 보고 망설임 없이 코델리아에게 가 보고한다.

 

  “주인님께서 찾으시던 그 노란 머리의 여자아이입니다. 이름도 브리지트라고 합니다. 오먼드 가의 아이가 아니라 고아라고는 하지만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침대에서 늘어지게 자다가 유디스가 보고하기 위해 깨운 코델리아는 그 말에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분명 너무 좋아하며 웃을 거라고 예상한 유디스와는 다르게 코델리아는 멍한 얼굴로 유디스의 얼굴을 빤히 봤다. 아마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하며 코델리아의 손에 들려줬던 서류를 다시 가져갔다.

 

  “……씻고.”

 

  “씻은 후 식사를 하시고 만나시지요.”

 

  “응.”

 

  조금 따분한 듯이 대답한 코델리아는 느릿느릿 일어났다. 유디스는 브리지트를 데려오기 위해 방을 나섰다. 좀 일찍 데려오려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브리지트는 겨우 먼지 닦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인지 꼬질꼬질해졌다. 그래도 브리지트는 자신이 부끄럽지 않은 척했다.

 

  “주인님께서 찾으시니까 빨리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십시오.”

 

  내심 자신의 꼴이 부끄러웠기 때문에 브리지트는 왜인지 질문도 하지 않고 그러겠다 대답했다.

 

  코델리아에게 가는 동안 브리지트는 유디스가 ‘주인님을 만날 때의 주의사항’이라던가 ‘주인님이 브리지트를 불러낸 이유’ 등을 알려줄 거라 생각했지만 유디스는 걷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브리지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제가 불린 건가요?”

 

  “자신이 누구인지 주인님께 말하면 됩니다.”

 

  “자기소개요?”

 

  “네.”

 

  그 말을 듣고 브리지트는 더 이해할 수 없었다. 하녀 한 명 주인님께 직접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다니. 하지만 유디스에게 더 질문하면 너무 귀찮아할 것 같아서 그저 눈치를 좀 보다가 생각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코델리아의 방 앞에는 호위기사가 2명 서있었다.

 

  “식사는 끝내셨나요?”

 

  유디스가 호위기사 한 명에게 물었다.

 

  “아직 식사 중이십니다.”

 

  “기다릴게요. 알리지 마세요.”

 

  그 말 때문에 브리지트는 문 앞에서 서서 기다려야 했다. 왜 아침도 점심도 아닌 애매한 10시에 식사를 하는지 궁금해서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호위기사들의 눈빛이 사나워 브리지트는 물을 수 없었다. 뒷짐을 지고 등을 꼿꼿이 피고 있는 유디스에게도 물을 수 없었다. 브리지트는 눈치를 봤다. 그러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시선을 내렸다. 눈치를 보는 건 질문을 할 사람을 골라내는 것인데 대답을 해줄 사람이 없으니 브리지트는 질문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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