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8화
작성일 : 19-10-23 14:15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48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릴 적, 그러니까 일리프세와 마리아, 에일린과 함께 살 때에는 그랜린드에서 자랐던 브리지트라 그린랜드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만남을 위해 그린랜드어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필라우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면서 그린랜드어를 계속 공부하는 것은 어려웠다.

 

  필라우는 이왕 남의 나라 언어를 가져다 쓸 거라면 가까운 그린랜드어를 가져다 쓰면 좋았으련만 굳이 멀리에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나라의 언어를 빌려와서 브리지트의 어린 시절을 힘들게 했다.

 

  브리지트는 학교에서 그 나라의 언어를 빌려와 필라우에서 사용한다는 것을 배웠을 때 그 나라를 줄기차게 욕했는데 왜 생각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물론 리지한테 개인적으로 배웠던 라가도기아어라도 포기했더라면 공부가 그토록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리지트는 단 한 번도 세 개의 언어를 머리에 넣은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었다.

 

  “아파?”

 

  인상을 쓰며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에 대해 한탄하고 있을 때 코델리아가 말했다. 브리지트의 표정이 좋지 않으니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궁금해서요.”

 

  그러면서 지나치는 말인 것처럼 유디스에게 물었다.

 

  “편지예요?”

 

  “네.”

 

  유디스는 짧게 대답했다.

 

  브리지트도 더는 묻지 않았다. 집무실을 눈으로 구경하며 시간을 버리기 위해 더 힘을 쏟았다. 예전에 시간을 버리려는 행위로 책을 읽는 것을 했지만 눈이 나빠져서 책도 잘 못 읽겠다. 브리지트의 마음 속 최고의 책은 002년에 그린랜드에서 출판된 식물도감인데 그걸 거의 외우다시피 읽었으니 책을 읽기 어려워도 속상하진 않다. 지금은 시간을 굳이 버려야 할 상황도 아니고.

 

  “아. 무도회에 가야 돼.”

 

  코델리아가 뜬금없이 말했다. 유디스와 눈을 맞추고 그는 다시 말한다.

 

  “황궁에서 하는 거래.”

 

  “예. 안 그래도 옷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네 옷도?”

 

  “저도 옷을 새로 할까요?”

 

  “이 김에 해.”

 

  “예. 감사합니다.”

 

  유디스가 고개를 숙였다. 코델리아는 대상을 바꿔 브리지트에게 물었다.

 

  “너도 갈래?”

 

  브리지트는 이 말이 좀 당황스러웠다.

 

  “아, 제가요?”

 

  “응. 일주일 후에 있어.”

 

  “집사니까 당연히 가야 되긴 하지만…….”

 

  “응?”

 

  브리지트가 코델리아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저 춤은 못 춰요.”

 

  오먼드 가에 있을 때 좀 배웠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데 어쨌든 지금 브리지트는 춤을 못 춘다. 다른 귀족이면 아주 어린 아이들도 출 수 있던데 왠지 좀 부끄러운 느낌이었다.

 

  “못 춰도 돼. 다른 사람들이랑 춤추지 마. 다 거절해. 그냥 얼굴 내밀러 가는 거야.”

 

  “그래도 황궁에서 열리는 건데 사교 모임 같은 개념으로 백작님은 춤 좀 춰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얼굴만 보여주면 돼요?”

 

  “어쨌든 황자였으니까 하기 싫다면 안 할 수 있어.”

 

  ‘황자라고 했던가?’

 

  브리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갈 거야?”

 

  “네.”

 

  확답을 듣고 코델리아가 미소 지었다. 그냥 계속 붙어있을 수 있어서 좋은 건데 브리지트는 아직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 날 밤, 캐서린이 브리지트의 방에 들렀다.

 

  “사이좋은 것 같네?”

 

  라고 말하며 시작한 대화는 무엇을 먹었어, 무슨 색의 문이었어, 라는 아주 사소한 대화까지 가서야 끝이 났다. 캐서린은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네가 거기에 있을 때보다는 좋아보여서 다행이야.”

 

  캐서린은 너무 착해서 어디에 있든지 브리지트를 신경 쓴다. 브리지트가 캐서린을 보지 않을 때도 신경 쓰고 있던 것 같아서 브리지트는 뭐라 알맞은 말을 고르기 힘들었다. 그 마음이 너무 무겁다. 그런 브리지트를 눈치 챈 건지 캐서린은 웃었다. 별 거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웃었다. 브리지트는 그래서 더 웃을 수 없었다.

 

  “쉬어.”

 

  그렇게 말하는 캐서린의 뒤에서 브리지트는 꽤나 급하게 말했다.

 

  “잘 자요.”

 

  캐서린이 뒤돌아 차분히 말한다.

 

  “너도 잘 자.”

 

  브리지트는 몰랐겠지만 본인이 뱉은 그 말에는 마법이 담겨있다. 상대가 진심으로 잠을 잘 자길 바라는 마법. 마법을 걸 줄 모르는 사람이니 자신이 마법을 걸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겠지만 브리지트는 마법을 걸었다. 라가도기아인들은 마력을 다루는 사람들.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해도 세상에 마력이 존재하는 한 마법을 쓰지 못할 리가 없다.

 

  라가도기아가 침략당한 것은 오로지 그들이 박애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마법을 쓴 브리지트는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었다. 몸 안에서 방출되지 못하고 갇혀있던 마력이 빠져나가니 몸 안으로 새로운 마력이 들어오고 순환하고 몸이 더 나아지게 된 것이다.

 

  별로 졸린 생각이 들지도 않았지만 새벽이라 잠은 자야겠으니 브리지트는 침대 위에 누웠다. 개운한 몸은 잠을 잘 불러오지 못했고 결국 자신의 첫 번째 기억을 꿈으로 꿨다. 깊게 자면 꿈을 꾸지 않을 수 있었는데 선명한 그 기억을 꿈에서 보게 되었다. 꿈 안에서 브리지트는 그 기억을 보며 슬펐다.

 

  자신의 첫 번째 기억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브리지트와는 다르게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첫 번째 기억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이것저것 얽고 설키며 과거로 갈수록 엉망이 되었다. 베아트리스는 그것이 어릴 적 앓았던 열병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베아트리스는 브리지트가 꿈을 꾸던 날에 꽤 과거의 일을 꿈으로 다시 겪었다.

 

  아주 먼 과거, 아주 어렸을 때의 과거라서 첫 번째 기억이라고 불러도 좋을 기억이었다.

 

  비가 왔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습하고 짜증이 나는 날씨였다.

 

  시끄럽게 쏟아지는 빗소리에 침대에 누워 밍기적거리던 베아트리스가 인상을 쓰며 창가를 봤다.

 

  창가에는 브리지트가 등 돌아 서있었다.

 

  “언니.”

 

  베아트리스는 그녀가 그냥 그곳에 있기에 브리지트를 불렀다. 잠이 떨쳐지지 않아 작고 갈라진 목소리였다.

 

  브리지트는 그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조금 돌렸다.

 

  서로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베아트리스의 시선에서 브리지트의 얼굴은 머리카락으로 덮여있었고 브리지트의 시선에서 베아트리스의 얼굴은 고개를 돌린 정도가 너무 미흡해 보이지 않는다.

 

  볼 생각도 없던 것처럼 브리지트는 고개를 많이 돌리지 않았다. 그저 부름을 들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행위인 듯 했다.

 

  베아트리스는 이불을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언니. 비 많이 와?”

 

  “응. 새벽부터 계속 내리고 있어. 꽤 많이 내리네. 장마가 시작되려나 봐.”

 

  브리지트는 서툰 필라우어로 그렇게 말했다.

 

  “꽃…… 심어주려고 했는데.”

 

  베아트리스가 중얼거리자 브리지트가 침대 가까이로 걸어왔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불도 키지 않은 채 밖도 어두워 다가오는 인영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베아트리스가 브리지트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이유는 그녀가 다가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브리지트는 침대 맡에 앉아 베아트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좋았다.

 

  “그런 건 내일 해도 괜찮아.”

 

  베아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에 있던 손은 이동해 어깨로 향한다. 일정하게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베아트리스는 다시 잠에 빠진다.

 

  특별할 것 없는 것이 첫 번째 기억이라는 것이 의심스럽다. 아주 기쁘거나 슬퍼서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것이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될 텐데 베아트리스가 기억하는 첫 번째 기억은 너무 사소한 것이었다.

 

  그 사소함이 사라진 지금이 너무 이질적이다.

 

  베아트리스는 눈을 떴다.

 

  잠에서 깬 베아트리스는 부슬비가 내린다는 것을 알았다.

 

  전부터 느꼈던 폐가의 이상함이 아침부터 기분을 이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리지에게서는 그런 말이 없었다.

 

  리지가 폐가를 돌아다니는 시간보다 베아트리스가 돌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기는 했어도 베아트리스는 리지가 듣지 못했다고 하면 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찜찜한 것은 있어도 무난히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폐가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았던 곳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베아트리스는 이번에도 역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2층을 정리하다 내려온 베아트리스는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리지한테 다가가 앉아 물었다.

 

  “우리가 여기에 폐가가 있다는 걸 알았던 게 언제쯤이야?”

 

  “3개월 전쯤?”

 

  그런 건 생각나지 않아 리지는 대충 대답했다.

 

  “그럼 폐가가 있다는 거를 안지 얼마 되지 않았던 거네?”

 

  “응. 그건 왜?”

 

  리지가 베아트리스를 봤다. 베아트리스는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시원찮은 대답에 리지는 감자 삶는 것에 집중했다. 그 옆에 조용히 앉아 머리카락을 베베 꼬고 있던 베아트리스가 다시 물었다.

 

  “엄마는 항상 좋은 집에서만 살았는데 이렇게 사는 거 힘들지 않아?”

 

  물음에 리지는 갑자기 웃었다.

 

  “왜?”

 

  부끄러운 행동을 한 것도 없는데 베아트리스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리지가 보기에 그것은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더 소리를 내어 웃다가 푸흐, 하는 마무리 웃음을 몇 번 뱉고 말했다.

 

  “나보다는 네가 더 힘들 것 같은데? 매일 안겨있기만 하던 어린 애가 걸레질하는 거 힘들지?”

 

  “엄마도 이런 거 한 적 없으면서.”

 

  베아트리스가 작게 투덜거렸다. 리지는 베아트리스의 뺨에 손을 가져다대고 말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 차분했다.

 

  “이보다 더한 것을 했지. 걱정하지 마. 엄마는 어릴 때부터 이런 식으로 자랐으니까.”

 

  그리고 산 풍경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고향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좋네.”

 

  ‘고향?’

 

  베아트리스는 목을 빼고 산을 둘러보았다. 푸르고 공기가 좋기는 했지만 편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투박한 땅은 걷기에 좋지 않고 벌레도 많고 독초와 약초가 뒤섞여있다.

 

  물론 아무리 독초와 약초가 나노 단위로 섞여있다고 해도 리지는 잘 구분해내겠지만 리지가 이런 곳에서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베아트리스가 봤던 리지는 귀품 있고 따뜻하고 우아할 뿐인 사람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14화 2019 / 10 / 26 41 0 5719   
13 13화 2019 / 10 / 26 38 0 5624   
12 12화 2019 / 10 / 25 31 0 5289   
11 11화 2019 / 10 / 25 32 0 5439   
10 10화 2019 / 10 / 24 22 0 5545   
9 9화 2019 / 10 / 24 20 0 5566   
8 8화 2019 / 10 / 23 19 0 4823   
7 7화 2019 / 10 / 23 14 0 5424   
6 6화 2019 / 10 / 22 15 0 5198   
5 5화 2019 / 10 / 22 14 0 5618   
4 4화 2019 / 10 / 21 33 0 4988   
3 3화 2019 / 10 / 21 29 0 5311   
2 2화 2019 / 10 / 20 38 0 5168   
1 1화 2019 / 10 / 20 241 0 5828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