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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3화
작성일 : 19-10-21 16:42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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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가 가려고 했는데.”

 

  끝도 맺지 못한 말을 웅얼거리며 카일이 백작성의 하인 앞에 섰다. 참을성 없는 백작이 하인을 시켜 빨리 데려오라고 한 모양이다.

 

  “당신이 카일 라르요?”

 

  “예, 그렇습니다.”

 

  “남작 작위는 반납한 것이죠?”

 

  “예.”

 

  “그럼 예의치례는 생략하고 어서 마차에 타시죠. 자식분도요.”

 

  하인이 턱짓으로 마차를 가리켰다. 마침 짐가방을 매고 나오던 브리지트도 그 행동을 보고 마차에 탔다. 하인은 대체로 예의 없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작위를 반납한 사람의 앞이라도 턱짓으로 가리키고 지금 마차에 마주보고 앉은 채 다리를 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부한테 출발하라는 말을 할 때 하인은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그것은 곧 카일과 브리지트를 일부러 깔보기 위해 이런 행동들을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브리지트는 자신도 하인을 따라 다리를 꼬았다. 건방진 꼴이 아니꼽기 때문이다.

 

  좀 더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면 맞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절대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겠지만 브리지트는 사람을 잘 대해보지 못해서 생각이 짧았다. 작은 나라의 작은 마을에서 항상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니 새로운 사람에게는 다른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

 

  카일은 조심히 브리지트의 다리를 풀어 바르게 앉게 했다. 브리지트는 카일을 보며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데 나는 하면 안 되냐는 표정이다.

 

  하지만 상냥한 표정을 짓지 않는 카일이 너무 어색해서 브리지트는 카일이 만들어준 바른 자세를 풀 수 없었다.

 

  바르지 않은 사람은 오직 하인뿐이다.

 

  마차는 국경을 넘어 그린랜드로 가고 있다. 필라우는 너무 작은 나라라서 어디를 가든 5시간이 넘지 않는다. 바로 옆 나라인 그린랜드로 가는 것도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백작성은 필라우 가까이, 그린랜드의 거의 끝에 위치해 있었다. 필라우의 왕성보다 넓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 많은 부를 축적한 곳은 눈이 부신 웅장함에 기세가 눌리는 느낌이었다. 국경 근처에 백작성이 있어 그린랜드의 국경으로 넘어오자 백작성이 멀리 보였다. 카일과 브리지트를 데려온 하인은 자신이 백작성에서 일을 한다는 것에 아주 자부심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필라우와는 다르게 그린랜드에는 마차가 많았다. 자신들만의 신호로 부딪치지 않는 마차들은 흙먼지 사이에서도 발이 얽히지 않았다. 그곳으로 카일은 브리지트를 밀었다. 브리지트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하인은 믿지 못하겠던지 입을 벌리고 있다가 급히 마부에게 멈추라고 소리쳤다. 카일은 표정 변화 없이 앉아있다. 하인은 마차에서 내려 지나다니는 마차들에 소리를 지르며 브리지트를 찾았다. 말발굽소리에 묻히는 목소리는 그 마차들을 세울 수 없었고 그곳으로 목숨 걸고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던 하인은 브리지트를 포기했다.

 

  “거, 애는 없던 걸로 합시다.”

 

  마차 안으로 돌아온 하인이 그렇게 말했다. 카일은 대답이 없다. 맞은편에 앉은 하인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래도 애가 죽을 지도 모르는데 어느 아버지가 그런 곳으로 애를 밀 수가 있나? 이해가 안 돼서.”

 

  혼자 중얼거리는 척했지만 누가 들어도 카일을 질책하는 말이었다. 카일은 모르는 척 입을 열지 않았다.

 

  리지와 베아트리스는 수레를 얻어 타고 백작성이 있는 곳과는 정 반대편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추운 밤기운에 두 사람은 곤욕을 치렀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은 그다지 추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항상 기침을 달고 살며 아파하던 사람이었기에 힘들게 걸었던 피로까지 합쳐져 춥게 느껴졌다.

 

  두 사람 중 누구도 춥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어머니는 어린 베아트리스가 힘들다는 호소를 하지 않아 걱정되었고 베아트리스는 자신이 보살펴야 하는 어머니한테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어머니는 베아트리스를 꼭 끌어안았다. 베아트리스는 차가운 어머니의 품에서 브리지트의 얼굴을 생각했다. 브리지트의 품은 이렇게 차갑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며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정작 속마음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리지를 걱정하는 말을 꺼냈다.

 

  “추우세요? 옷을 더 드릴까요?”

 

  너무 일찍 커버린 아이. 리지는 부정으로 고개만 저었다. 목이 칼칼해서 좋지 않은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베아트리스는 리지가 말을 할 기운도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우울해졌다.

 

  자신이 건강했더라면 리지를 더 기운이 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었을 것 같아 베아트리스는 미안해졌다. 그것은 리지를 대하던 브리지트의 마음과 비슷했다.

 

  물론 베아트리스는 브리지트가 리지를 좋아하는 것보다 리지를 더 많이 좋아했다. 리지와 떨어져 있던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는 리지 한 분뿐이었기 때문이다.

 

  베아트리스는 브리지트의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다. 브리지트가 알려주지도 않았고 자신이 기억을 하고 있는 옛날부터 브리지트는 자신의 옆에 있었다. 그래서 브리지트가 자신보다 더 아끼는 동생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새벽, 해가 뜰 때 목적지에 도착한 수레는 멈추고 리지와 베아트리스는 수레에서 내려 다시 걸어갔다. 너무 먼 길이었다.

 

  국경 근처 숲에 있다는 폐가에서 머무르다가 기회가 된다면 몰래 국경을 넘을 생각이다.

 

  정상적인 절차로 국경을 넘으려면 국경을 넘는다는 증서를 사야 되는데 그런 돈을 구할 수 없다.

 

  물론 몰래 넘다 걸리면 재판을 받아야 하지만 있는 것도 없는 사람이 그런 것까지 따질 여유는 없다.

 

  백작성으로 간 카일과 브리지트가 돌아올 가능성도 없고 여기서 살 돈도 없다. 그렇다면 있던 곳을 떠나 새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리지는 예전 라가도기아의 영토로 가기로 한다. 기침을 항상 달고 살던 라가도기아인은 자신들의 영토에 좋은 약초를 심어두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그렇게 좋은 약초라고 생각되지는 않을 약초였지만 기침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라가도기아인에게는 아주 좋은 약초였다.

 

  게다가 그것은 잡초와 비슷하게 생겨 비숏 군대가 뽑지 않고 갔을 수도 있다.

 

  그린랜드는 라가도기아의 영토를 가졌으면서도 그곳을 방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곳에 있는 약초도 재배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라우에서는 그 약초를 수입해 올 수 없었고 당연히 그 약초를 구할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잃고 나니 라가도기아로 떠날 용기가 생겼다. 자신은 병이 깊어져 쓰러질 수도 있지만 어쩌면 베아트리스만은 그 약초를 먹고 무사히 살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리지는 베아트리스의 미래를 위해 국경을 넘는다는 위험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베아트리스의 의견도 묻지 않고.

 

  그리고 드디어 다리가 끊어질 것처럼 걷고 난 후 국경을 둘러싼 숲 속에서 폐가를 찾아냈을 때 베아트리스는 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리지와 베아트리스는 그 날 간신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바로 잠에 들었고 깨어났을 때는 한낮이었다.

 

  밤에는 빛이 없어 잘 보이지 않던 폐가의 모습이 햇빛을 받아 남루하게 빛났다. 숲 속에 있기 아깝도록 크고 화려하게 지어진 2층 집은 너무 더럽고 낡아서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라는 것을 증명했고 그만큼 방치된 집은 불쾌한 냄새가 나 답답했다.

 

  살기 편하게 청소라도 하면 좋으련만 수레를 타기 전에 먹었던 죽이 음식의 끝이라 도저히 기운이 나지 않았다.

 

  베아트리스는 둘둘 감고 있던 천을 더 끌어안았다. 그러나 그 천에서도 쾌쾌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채자 미련 없이 천을 확 쳐냈다.

 

  몸을 대자로 뻗어 천을 물리친 베아트리스는 먼지가 일렁이는 것에 기침을 했다. 그것은 아직 잠을 물리치지 못한 리지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불찰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 베아트리스는 혼자 이 폐가를 조금 정리해보기로 한다. 2층까지는 무리겠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큰 창문이 난 방이라던가 거실 정도라면 혼자서 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베아트리스는 우선 창문을 활짝 열고 덮었던 천을 거실로 빼두었다. 이곳저곳 문이 부서지거나 낡은 서랍을 열어보며 걸레를 찾았다.

 

  이왕이면 빗자루를 찾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없었고 쓸 만한 걸레 하나를 가지고 화장실에 있는 수도꼭지를 돌렸다. 물이 졸졸거리며 나왔다. 단수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 왜 이 집을 버린 거지, 생각하면서 베아트리스는 걸레를 빨았다. 물이 너무 차가웠다. 여름인데도 물이 차갑다는 게 싫어질 정도였다. 몇 번이나 빨개진 손을 물 밖으로 빼며 입김으로 녹였던 베아트리스는 걸레를 꽤 깨끗이 빨아가지고 나왔다.

 

  거실에 있는 가구부터 닦아내려갔다. 가구는 의자 하나와 서랍장 하나밖에 없어 닦기가 쉬웠다. 바닥은 먼지가 많아 금방 걸레가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무릎을 꿇고 바닥을 기어 다닌다는 것부터가 베아트리스에게는 무리였다. 평생 해보지도 않았던 일을 하는 것은 시작부터가 고문이었기 때문에 베아트리스는 금방 바닥을 닦던 것을 포기하고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잠시 쉬고 있는데 잠에서 깬 리지가 거실로 나왔다. 바닥을 반이 조금 못 미치게 닦아놓은 것을 보며

 

  “밥 먼저 먹자.”

 

  라고 말했다. 베아트리스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 바로 앞으로 나가 베아트리스에게 풀의 생김새를 설명하며 먹을 수 있는 풀들을 뽑아 치마에 감쌌다.

 

  이럴 때는 집이 숲 속에 있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을 골랐다고 해서 길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이거 그냥 먹어요?”

 

  베아트리스의 물음에 리지는 풀을 뽑던 손을 멈췄다. 폐가에 부엌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먹을 음식은 없을 것이다. 풀 하나만 먹자니 배가 찰까 걱정이다. 게다가 불이 나올지도 모르고 풀을 씻기도 해야 했다.

 

  “화장실에서는 물이 나와요.”

 

  “그건 다행이구나.”

 

  리지는 옅게 웃었다. 누가 봐도 어린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웃음이었다.

 

  풀을 뽑으며 산을 조금 오르니 감자가 심어져 있는 곳이 나왔다. 아마 폐가에 살던 사람이 심어놨을 것이다.

 

  오늘 밥은 뽑은 풀과 감자를 먹는 것으로 마쳤다. 가스가 나오지 않아 손으로 힘들게 피운 불은 너무 약해 금방 흩어져 버렸다.

 

  베아트리스는 그것이 너무 아쉬워 한참을 재 속에 시선을 주다 일어났다.

 

  더 이상 약을 먹을 수 없어 숲 속에 나는 약초를 구분해 즙을 내서 먹었다. 그냥 몸에 좋다는 약초는 다 먹었다. 서로 맞지 않는 약초는 바로 구분해내고 계속 약초를 먹었다.

 

  매일을 그렇게 약초를 먹고 풀과 감자를 번갈아가며 먹고 또 며칠의 한 번은 마을로 내려가 밥을 구걸하고 불을 피우며 보냈다.

 

  그 사이 1층도 많이 정리해서 먼지가 날리던 처음보다는 많이 깔끔해졌다.

 

  산에 있는 약초는 매일 아침 마셨던 그 약초차보다는 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곳이 건강하다면 호흡기도 건강해질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리지의 병세는 악화되어 간다.

 

  그래서 국경을 넘겠다는 것도 하지 못하고 두 사람은 3개월을 폐가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베아트리스는 이 폐가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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