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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10화
작성일 : 19-10-24 10:21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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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아트리스는 평소 잠을 자던 방에 누워 이불을 덮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정신을 차리는 것이 힘들어 들리는 소리를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자 그것이 대화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리지의 목소리였고 하나는 알지 못하는 어린 목소리였다. 순간 리지와 자신의 대화를 듣고 있는가 싶어 서러워졌다.

 

  영혼은 빠져나갔는데 육체만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살려준다면서.’

 

  베아트리스는 누구였는지 모르겠는 소년을 생각하며 원망했다. 아마 그는 천사가 아니었나 보다.

 

  대화는 즐겁게 들렸다. 자신에게 리지가 저렇게 맑은 목소리로 말해준 적이 있었나 싶어서 슬퍼졌다.

 

  슬프다. 베아트리스는 손을 들어 눈을 덮었다.

 

  “베아트리스!”

 

  흐느끼는 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온 리지가 울고 있는 베아트리스를 보고 걱정스러운 눈을 했다.

 

  베아트리스는 리지한테 손을 뻗었다. 리지는 베아트리스의 상체를 일으켜 끌어안았다. 베아트리스의 울음이 더 심해졌다.

 

  “왜 울었어. 나쁜 꿈 꿨어?”

 

  “내가, 내가 여기 있는데…. 콜록. 딴 애랑 있는데에에에에!”

 

  다른 아이랑 있는 것에 질투가 난 모양이었다. 말하다가 짜증이 났는지 더 크게 울기 시작하는 베아트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리지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웃음은 꾹 참으면서.

 

  리지의 목을 꽉 끌어안고 우는 베아트리스의 팔을 잡은 소년은 말했다.

 

  “몸은 괜찮아? 아픈 곳은 없어?”

 

  베아트리스는 우선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떠서 상대를 봤다.

 

  “다행이다. 넘어져서 놀랐었단 말이야.”

 

  “그래. ……걱정해줘서 고마워.”

 

  베아트리스는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 소년이 누구인지 생각했다.

 

  리지는 배가 고플 테니 밥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고 베아트리스는 코를 훌쩍이며 리지의 손에 이끌려 방에서 나왔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베아트리스는 그 소년이 그 늑대와 닮았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얼른 화장실에서 나와 소년 옆에 있는 리지한테 달려갔다.

 

  그리고 등으로 리지를 밀며 소년의 앞에 섰다. 리지와 소년의 사이에 들어오느라 베아트리스와 소년의 사이는 지나치게 가까웠다.

 

  잔뜩 경계심을 가진 베아트리스의 눈과는 다르게 소년은 웃고 있었다.

 

  “뭐야, 네 친구랑 있다고 지금 질투하는 거야?”

 

  머리 위에서 리지가 말했다. 베아트리스는 턱을 치켜들고 리지를 봤다가 소년을 봤다.

 

  “어떻게 된 거야?”

 

  베아트리스가 속삭였다. 소년이 베아트리스를 따라 소곤거렸다.

 

  “살려주겠다고 했잖아.”

 

  “그럼 다치게 하지 않는 거야?”

 

  “물론이지.”

 

  리지는 둘의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벌써 베아트리스가 친구만 좋아한다면서 서운해 했다.

 

  그리고 그릇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베아트리스를 불렀다.

 

  “잘 먹겠습니다.”

 

  베아트리스는 인사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평소 점심시간보다 4시간이 지나있어서인지 더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소년은 베아트리스가 밥을 먹을 동안 옆에 앉아 기다렸다. 리지는 둘이 놀 시간을 주려고 밖으로 나가 약초를 캤다.

 

  베아트리스가 리지의 뒤로 닫히는 문을 확인하고 소년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정말 죽은 게 아니라는 거지?”

 

  “응.”

 

  정말 정확한 말을 듣길 원했던 베아트리스에게 소년이 믿으라고 말했다.

 

  베아트리스는 자신이 정말 계단에서 떨어졌던 건지 그런 꿈을 꿨던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어려운 문제는 푸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네 이름은 뭐야?”

 

  “아가사.”

 

  “아가사.”

 

  베아트리스는 이름을 따라 말해보았다.

 

  “응.”

 

  아가사가 대답했다.

 

  “나한테 일어났던 일이 꿈은 아니지?”

 

  대답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가사는 늑대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베아트리스는 굳이 밥 먹는 앞에서 변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사람이 보는 앞에서 변해본 적이 없던 아가사는 심히 부끄러웠지만 베아트리스가 계속 요구하자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늑대로 변했다.

 

  “우와!”

 

  베아트리스는 감탄했다. 의자에서 내려와 아가사의 털을 만져보기도 하고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자신이 처음 봤던 그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너 대단하다.”

 

  웃으며 베아트리스가 말하자 아가사는 부끄러우면서도 자부심 있게 말했다.

 

  “늑대인간이니까.”

 

  “어? 동물 모습인데도 말하네? 신기해.”

 

  “늑대인간은 할 수 있어.”

 

  베아트리스는 아가사의 털을 계속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 책에만 있는 줄 알았어. 진짜로 보는 거 처음이야.”

 

  “얼마 없어서 눈에 안 띄는 거뿐이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니까.”

 

  긍지를 말하는 어린이의 모습 같아 보였다. 자신도 정작 어린 주제에,

 

  “귀여워.”

 

  그렇게 말하면서 베아트리스는 아가사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가사는 기분이 좋아서 꼬리를 흔들다가 사람으로 변해 베아트리스의 등을 끌어안았다.

 

  귀여워하던 동물이 갑자기 사람으로 변하니까 베아트리스는 당황해서 아가사를 밀었다.

 

  “그러고 보니 너 부모님은?”

 

  마치 질문을 하기 위해서 밀었던 것처럼 베아트리스는 얼른 질문을 했다.

 

  아가사는 밀려나긴 했지만 베아트리스의 허리에서 손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만나러 갈래? 숲 중간 산에 있어.”

 

  베아트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처음 만난 늑대인간인데 늑대인간이 가득한 곳에 간다는 것이 어색했다.

 

  “괜찮아. 너 혼자 가도 돼. 집에는 언제 가?”

 

  “안 갈 거야.”

 

  태평하게 말하는 아가사에게 베아트리스는 눈을 크게 떠 보였다.

 

  “내가 가긴 어딜 가. 네가 여기 있는데.”

 

  그 말은 마치 베아트리스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려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엄마, 아빠도 안 만나러 가? 그럼 걱정할 텐데?”

 

  “괜찮아. 원래 결혼하면 따로 사는 거랬어.”

 

  “응?”

 

  영 알 수 없는 소리만 하는 아가사에게 설명을 바라는 눈으로 베아트리스가 보자 아가사는 그것이 조금 웃겼다. 아까부터 몇 번을 말했는데.

 

  정말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은 리지나 베아트리스나 똑같다.

 

  “우리 부부잖아.”

 

  베아트리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무 뜬금없고 당황스러운 말에 베아트리스의 몸이 뒤로 물러났다.

 

  “그게 무슨 말이야?”

 

  “부부 말이야. 부부. 너는 내 부인이고 나는 네 남편이라고.”

 

  “아니, 나는 그런 적이 없어.”

 

  너무 당당하고 뻔뻔하게 말하는 아가사의 앞에서 베아트리스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아가사는 고개를 저었다.

 

  “계단 밑에서 입 맞췄잖아. 그게 반달을 준 거야. 난 널 살리려고 내 안에 있던 보름달을 나눠 반을 줬어. 그래서 너 반달, 나 반달이야. 그러면 평생 같이 살아야 돼. 우리는 보름달을 나누는 게 결혼하는 거야.”

 

  “보름달이라는 게 아주 아주 중요한 거야?”

 

  “응. 여우구슬보다 더 중요한 거야.”

 

  아가사의 눈은 똘망똘망하고 맑아서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반짝이며 빛나는 황금색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모진 말을 할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결혼이라니, 그 말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베아트리스는 기분이 이상했다.

 

  결혼은 어른들만 하는 건 줄 알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는 것 줄 알았는데 얼떨결에 결혼을 했을 줄은 몰랐다.

 

  “너 나한테 살려주느냐 물었지 결혼 같은 거는 말하지 않았잖아.”

 

  “우리한테 당연한 게 너희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지. 우리는 다르잖아.”

 

  듣고 보니 그렇다. 결혼이라고는 해도 당장 뭐가 달라지는 아닌 것 같으니 베아트리스는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가사는 생각을 열심히 해보고 답도 내린 것인지 베아트리스에게 영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래도 너희 상식에는 맞지 않는 일을 해서 미안해. 미리 말하지 않아서.”

 

  아가사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 행동을 보며 복잡하게 생각하는 대신 자신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중요한 것을 건네준 아가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자고, 베아트리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반쪽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을 정도로 귀한 것이라면 양보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가사는 기꺼이 자신의 보름달의 반을 주었다.

 

  하는 행동을 봐서는 어린애인 것 같은데 그런 힘든 결정을 내린 것으로 봐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좋은 사람, 아니, 좋은 늑대인간인 것 같다.

 

  그래서 베아트리스는 말해야만 한다.

 

  “고마워.”

 

  아가사는 고개를 들었다. 상대가 호의를 베풀었을 때 하는 가장 당연한 말을 듣고 아가사는 감동한 듯 했다. 아가사는 얼굴을 이리저리 구기다가 손에 잡고 있는 베아트리스의 옷을 구기며 말한다.

 

  “계속 같이 있자. 난 너를 만났던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보름달은 귀한 거야. 아무한테나 없어. 보름달 있으면 건강하고…….”

 

  베아트리스는 아가사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말을 하며 계속 울먹거려서 더 말을 하다가는 아가사가 엉엉 울 것 같았다. 우는 사람을 달래는 방법을 모른다.

 

  그런데도 아가사가 손바닥 사이로 뭐라 말하자 베아트리스는 손을 떼고 아가사를 끌어안았다.

 

  아가사는 뭐라 말하지 않고 가만히 안겨 있다가 팔로 베아트리스를 꽉 안았다.

 

  약초와 감자를 들고 온 리지는 둘의 모습을 보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베아트리스가 다른 친구들과 끌어안고 있던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조용히 보고 있던 리지는 베아트리스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어보였다. 마치 친한 친구가 있다니 아주 좋은 일이구나, 하는 웃음이었다. 베아트리스는 부끄러워져 아가사를 떼어놓고 먹다 만 점심을 먹었다.

 

  리지는 웃긴 했지만 베아트리스가 자신보다 아가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조금 슬펐다. 그렇지만 또 다행이기도 했다. 아가사는 계속 베아트리스의 옆에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복잡한 마음에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 애꿎은 걸레만 세게 빨고 있는데 뒤에서 말이 들렸다.

 

  “리지. 도와드려요?”

 

  “아니야.”

 

  “하지만 제가 도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리지는 많이 아프잖아요.”

 

  “아…… 그렇지. 하지만 아이에게 이런 것을 맡길 정도로 아프지는 않아. 베아트리스랑 놀아.”

 

  “네.”

 

  밤이 되어도 돌아가지 않는 아가사에게 리지는 물었다.

 

  “집에 가지 않니?”

 

  “여기서 같이 살기로 했어요.”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괜찮아요. 이 산 안에만 있으면 돼요.”

 

  “그래. 자고 가.”

 

  “자고 일어나서도 가지 않을 거예요. 베아트리스랑 같이 간다고 했어요.”

 

  “우리는 라가도기아로 갈 거야. 힘들 텐데 갈 수 있겠니?”

 

  “저보다는 리지를 걱정해요. 전 건강하니까요. 그리고 베아트리스도 보름달을 가져서 이제 약은 필요 없어요. 리지의 건강만 신경 쓰면 돼요.”

 

  “아. 너 늑대인간이구나?”

 

  보름달이란 이야기가 나오자 리지는 그렇게 물었다. 묻는 말이었지만 확신에 찬 말이었다. 베아트리스는 잘 모르지만 리지는 책으로 읽었던 늑대인간을 알고 있었다.

 

  “멸종당한 줄 알았는데.”

 

  “하지만 산에 숨어 사는 무리가 몇 있어요. 저는 이 산에 터를 잡고 있었어요.”

 

  “보름달은 아무에게나 줘서는 안 되는 거잖아. 그걸 교육받지 못했니?”

 

  “교육 받았지만 다른 무리를 만들기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이었어요. 원래의 무리는 사냥꾼들에게 당해 죽고 도망친 늑대들은 흩어졌어요. 그런데도 자꾸 부모님께 가라고 하면 돌을 쌓은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죠.”

 

  리지는 잠시 말이 없다가 아주 좋은 생각을 한 것처럼 말했다.

 

  “그럼 아리스는 아가사랑 여기에 있어. 엄마 혼자 갔다 올게.”

 

  “거짓말. 가면 올지 아닐지 어떻게 알아.”

 

  베아트리스가 리지의 어깨에 이마를 찧으며 말했다. 절대 리지와 떨어지는 것을 찬성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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