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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2화
작성일 : 19-10-20 20:29     조회 : 38     추천 : 0     분량 : 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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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뿐이야? 내가 브리지트를 싫어할 이유가?”

 

  브리지트는 눈을 들어 카일의 눈을 마주했다. 카일은 상냥하다.

 

  “다른 집 애들처럼 애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쌀쌀맞잖아요. 그리고 부모님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고요.”

 

  “애교부리는 거 보면 정신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싶다며. 그리고 브리지트 별로 쌀쌀맞은 것도 아니야. 아리스 대할 때 엄청 다정하던데? 아리스 애칭도 브리지트가 정한 거잖아. 그리고 부모님 말을 잘 안 듣는 것도 아니고.”

 

  카일은 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브리지트는 내 딸이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딸이야. 리지랑 나의 딸이야. 난 브리지트를 좋아해. 브리지트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 아빠랑 결혼할래요.”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카일이 좋아서 브리지트는 말했다. 당연히 결혼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7살짜리 아이 같은 말을 했다. 결혼이 브리지트가 알고 있는 좋아한다는 제일 큰 의미의 말이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지? 아빠는 리지와 사랑해서 결혼했잖아.”

 

  카일은 브리지트의 어머니를 리지라고 불렀다. 줄이지 않은 리지의 이름은 브리지트. 딸 브리지트와 같은 이름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이름은 리지로 부르기로 약속했었다.

 

  “알아요. 나보다 아리스보다도 어머니를 제일 사랑하는 거잖아요. 고마워요. 사랑해줘서.”

 

  “사랑해주는 게 아니라 사랑스러워. 누가 리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브리지트도 마찬가지고.”

 

  “내가 어머니의 딸이기 때문에요?”

 

  카일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야. 넌 너 자체로 사랑스러워, 브리지트. 리지의 딸이 아니라도.”

 

  브리지트는 미소 지었다. 왼쪽 입가가 오른쪽 입가보다 위로 올라가는, 자칫 보면 비웃음처럼 보일 법한 브리지트 특유의 미소였다. 그 미소는 귀여웠다. 그래서 카일은 브리지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브리지트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야. 아빠가 엄마를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브리지트를 좋아할 사람을 만날 거야.”

 

  “언제요?”

 

  “음. 조만간?”

 

  “거짓말.”

 

  “그럼 10년쯤 후에.”

 

  하지만 그런 건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긍정의 대답을 하는 대신 웃어보였다.

 

  대체로 이런 식의 화목한 집이었다. 카일을 중심으로 따뜻함이 번져나가는.

 

  그러나 베아트리스가 기침을 하던 한밤중으로부터 한 달 후 가문이 몰락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 명의 약값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넉넉하게 살던 저택에서 돈 많은 평민이 살 집으로 옮겨오고 그 후로도 나가는 돈이 많았다. 기침을 하지 않게 하는 약은 있지만 기침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약은 없어서 병을 치료할 수 없었다.

 

  치료제가 없는 세 명의 약값을 감당하는 것에 10년이면 작은 남작가에서 많이 버틴 것이었다.

 

  문제는 가문이 몰락한 것뿐만이 아니었다. 돈을 빌려줬던 백작성에서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인지하자 카일 본인과 첫 아이를 소환한 것이다.

 

  그때 브리지트는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카일은 직감적으로 노예처럼 부려질 것을 느낀다. 리지는 다 같이 도망가자고 말한다. 이 좁은 나라에서 돈 없이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없다. 국경을 넘으려면 돈이 필요했다.

 

  결국 카일은 자신만 백작성으로 향하고 다른 가족들은 도망칭 것을 말한다. 리지는 싫다고 한다. 다 함께 도망치자고 한다. 카일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베아트리스는 다시 기침한다. 브리지트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베아트리스의 입을 막는다. 그런 행동을 저지할 사람이 없다. 정신없는 와중에 아이들에게 신경 쓸 사람이 없다.

 

  베아트리스는 기침을 멈추지 않는다. 목이 아픈 듯 손으로 목을 누른다. 웅크리고 기침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브리지트는 입을 막았던 손을 떼고 베아트리스를 끌어안았다. 연한 연두색의 머리카락이 볼 옆에 바짝 다가와 있다.

 

  “너는 아마 어머니보다는 아빠를 닮았을 거야. 그러니까 건강할 수 있어.”

 

  그 말은 베아트리스에게 그다지 좋은 위로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만히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팔의 힘이, 온기가 베아트리스의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여름이 시작되는 날, 리지와 베아트리스는 집을 떠났다. 집에 있는 집사와 하녀 두 명도 밀린 돈을 들려 내보냈다. 집을 판 돈은 외상으로 했던 약값을 받기 위해 의사가 가져갔다.

 

  리지를 따라가라는 카일의 말을 극구 사양하고 브리지트는 카일을 따르기로 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브리지트도 알 수 없었다.

 

  결국 카일은 브리지트를 보내는 것을 포기하고 브리지트의 머리카락을 자른다.

 

  어차피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릴 방법은 없으니 여자라는 이유로 심한 짓을 당하지 않게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버리는 것이다.

 

  순식간에 짧아져 귀가 보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거울을 통해 보면서도 브리지트는 속상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없던 앞머리가 생기고 명치까지 내려왔던 머리카락은 사라져 등이 시원해졌다. 거울로 자신의 목이 들어난 것을 흥미롭게 쳐다보던 브리지트는 너무 길들여져 다시 6대4로 갈라지는 앞머리를 흩으려 정리했다. 곧 앞머리는 다시 갈라질 것이다.

 

  “난 네가 걱정이야.”

 

  잠시 옷을 가지러 나갔던 카일이 소년의 옷가지를 가지고 브리지트의 방으로 들어오며 중얼거렸다. 거울에서 눈을 돌려 카일을 본 브리지트는 어쩐지 그가 초췌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엄마한테 가는 게 어떠니? 늦지 않았을 거야.”

 

  “나는 가면 아빠는요?”

 

  “아빠는 백작성으로 가서 일을 해야지.”

 

  “내가 없어도 돼요? 같이 오라고 했잖아요.”

 

  “그런 건 어떻게든 빌면 돼. 너무 어려 일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자식의 몫까지 열심히 하겠다던가, 자식은 병에 걸려있어 일할 수 없다던가.”

 

  “하지만 그럼 아빠는 우리한테 돌아올 수 없잖아요.”

 

  처음부터 브리지트는 아빠가 힘든 일을 하러 간다는 것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떠날 것을 걱정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다른 땅으로 보냈던 것처럼 아빠가 자신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것이 싫었다.

 

  리지보다도 베아트리스보다도 브리지트는 카일이 더 의지되었다.

 

  아. 그래서 브리지트는 카일을 따르기로 했었던 것이다. 카일과 헤어지기 싫어서.

 

  어쨌든 자신이 있으면, 자신이 카일과 리지의 연결다리라면 우리는 계속 가족이라고. 브리지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돌아올 수 없다는 말을 확신에 차 말하는 브리지트를 빤히 바라보다 카일은 근처에 있는 의자에 들고 온 옷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갈아입고 나오렴.”

 

  작게 말하는 목소리에는 슬픔이 섞여있다.

 

  브리지트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백작성으로 간다면 가족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큰 아이와 함께 오라는 명령을 어겼다고 목이 잘릴 수도 있고 일을 하다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카일은 돌아올 수 없다는 말에 반박할 수 없던 것이다.

 

  문을 닫고 나온 카일이 작게 한숨 쉬었다.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다.

 

  카일이 말하는 목소리처럼 작은 소리를 내며 닫힌 문을 보던 브리지트는 의자 위에 놓인 옷 앞에 섰다. 흰 셔츠와 검은 바지. 무난하지만 여태껏 입던 옷보다는 잡힌 각이 날카로웠다.

 

  소년의 옷이 그다지 남자 티가 나는 옷은 아니었지만 항상 치마를 입어오던 브리지트는 바지가 낯설어 ‘완전 남자 옷’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이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옷감으로 만든 바지는 다 낯설었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우선 셔츠를 들어 몸에 대고 거울을 쳐다봤다. 영 안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카일의 서툰 실력으로 자른 머리카락과 어울려 활발한 소년으로 보였다.

 

  왜. 옷을 자주 망가트리는 개구쟁이는 일부러 조금 질이 떨어지는 옷을 입히지 않는가. 그것도 10살 전쯤까지지만.

 

  어쨌든 브리지트는 그 옷을 입기로 결정했다. 백작성으로 가는 시간을 늦추고 싶다고 해도 마음대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백작은 참을성이 없어서 심술을 많이 부린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도 오라는 편지를 보낸 지가 언젠데 아직도 오지 않느냐며 짜증을 부리고 있을 수도 있다.

 

  브리지트는 간편하게 입었던 원피스를 벗었다. 그리고 원피스 안에 입었던 반팔도 벗었다. 여자임을 알 수 있는 가슴은 긴 천으로 눌러 가렸다. 그다지 크지도 않아 불편함은 없었다.

 

  셔츠에 팔을 끼우고 브리지트는 기침을 한다. 그래, 이 기침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였지, 생각하며 브리지트는 단추를 잠갔다.

 

  어깨가 좁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밋밋한 가슴에 셔츠를 입은 브리지트는 소년과 아주 흡사해보였다.

 

  애당초 예쁘장한 얼굴도 아니었기 때문에 여자로 의심받지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처음으로 리지를 많이 닮은 것이 괜찮게 여겨졌다.

 

  바지는 허리가 좀 컸지만 벨트를 하니 괜찮았다. 무엇보다 편하고 조신하게 있어야 한다는 잔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잔소리는 학교에 있을 때만 들었던 것이라 그 잔소리에 맞췄던 적은 없었다.

 

  의외로 편한 바지에 기분이 좋아진 브리지트는 조끼를 입고 자켓을 걸쳤다. 하지만 자켓 팔꿈치부분이 너무 좁은 것 같았다.

 

  물론 딱 일자로 떨어져 팔을 내리고 있을 때는 아주 깔끔해 보이지만 팔꿈치를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면 너무 불편하고 심지어 낑겨서 아팠다.

 

  자켓을 어깨에 걸치고 거실로 나가자 정원을 보며 서있는 카일이 보였다. 짐가방은 달랑 하나뿐이었다. 저건 어젯밤에 브리지트가 싸놓은 것이다. 카일의 짐이 없다.

 

  “아빠.”

 

  카일의 뒤에서 브리지트가 조심스럽게 부른다. 카일은 뒤를 돌아봤다. 뛰어난 남장에 성공한 브리지트를 보며 카일은

 

  “양말 신어야지.”

 

  라고 말한다. 브리지트는 맨발에 슬리퍼만 신은 자신의 발을 등을 굽혀 봤다가 말한다.

 

  “양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짐가방에서 찾아봐.”

 

  브리지트는 카일의 발 옆에 있는 짐가방을 뒤적거린다.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양말을 찾는 브리지트와 눈높이를 맞춰 무릎을 꿇은 카일이 말한다.

 

  “너는 남자아이다.”

 

  “네.”

 

  “브리지트, 너는 남자아이야. 절대 네가 여자임을 들키지 마.”

 

  브리지트는 손을 멈추고 카일을 쳐다본다. 카일의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불안으로 침체되어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브리지트는 물어본다.

 

  “그런데 남자인 척하기 너무 힘들어서 만약에 들키게 되면 어떻게 해요?”

 

  자신은 도저히 끝까지 속일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힘들면 그만 두겠다는 의미의 말을 듣고 카일은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브리지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어깨를 잡는다.

 

  “절대 들키지 마.”

 

  힘주어 말한 그 목소리보다도 브리지트는 잡힌 어깨가 더 아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저택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밖에는 백작성에서 보낸 사람들이 온 것이다. 카일은 일어나 저택의 문을 열고 브리지트는 얼른 양말을 꺼내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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