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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6화
작성일 : 19-10-22 16:28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5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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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개인 방의 위치를 알려드릴게요.”

 

  넥타이를 자신의 목에 끼우고 있는 브리지트에게 유디스가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유디스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브리지트는 자꾸 넥타이를 매만졌다. 뭔가 목에 딱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 계속 넥타이만 만지다가 방 앞에 도착했다. 유디스가 돌아보기에 넥타이를 만지지 않는 것처럼 손을 내렸지만 이미 브리지트가 넥타이를 만지는 걸 봤을 것이다.

 

  “방입니다. 주인님의 방과 멀지 않으니 내일 7시에 늦지 않게 오세요. 오늘은 집사의 일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서류를 가져오겠습니다.”

 

  ‘그걸 하루만에 파악하는 거야?’

 

  브리지트는 예상치 못한 일에 놀랐다.

 

  “주인님은 당신과 일정을 같이 수행하려고 하는 것이니 저와 일이 비슷할 겁니다. 다른 집사와는 별로 만날 일이 없을 테니 궁금한 건 저에게 물어보세요.”

 

  “일정을 같이 수행한다는 건 뭐죠?”

 

  “따라 다닌다는 거죠.”

 

  “얼마나요?”

 

  “깨어나실 때부터 잠드시기까지요.”

 

  브리지트는 충격을 받았다. 입이 벌어지고 눈이 크게 떠졌다. 그 표정으로 한참 멈춰 있으니 유디스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집사는 그런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집사 자격 박탈이다. 하지만 이럴 거면 집사를 시키지 않으면 됐을 텐데 너무한 일이다. 그런데 약 값을 하려면 이 정도 일은 하라는 것 같아 혼자 납득을 하고 표정을 정리했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잘 하십시오.”

 

  “네.”

 

  어느 누가 무언가를 할 때 처음부터 잘할 수 있겠느냐만 브리지트는 긍정했다. 유디스는 자신이 하는 일에 너무 자신이 넘치고 코델리아를 돌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러쿵 저러쿵 했다가는 아주 등 돌릴 것 같다. 그런 분위기가 있다. 계속 볼 사이인데 싫음 받는 것보다는 아무 감정 없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브리지트는 우선 유디스가 가져다주는 서류부터 잘 읽어 보기로 했다. 서류에 기운을 쏟을 것이니 새 방을 구경하기보다는 창문만 열어 환기를 시켰다. 원래 방보다 좋다는 것만은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니 그것만으로 됐다.

 

  “하아…….”

 

  브리지트는 창문 앞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백작성은 정말 컸다. 벽 너머가 너무 멀다. 겨울이 지났는데 날씨는 아직 쌀쌀한 감이 있었다.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으로 향하며 브리지트가 말했다. 유디스가 문을 열었다. 두 뺨은 되어 보이는 서류를 들고 있는 모습에 브리지트가 잠시 주춤했지만 얼른 다가가 서류를 받아 들었다.

 

  “이걸 다 보면 되는 건가요?”

 

  “웬만한 건 외우고요.”

 

  “네.”

 

  유디스는 갔다. 브리지트는 이 많은 것을 다 읽을 수나 있긴 한지 모르겠다. 방 구경은 애초에 할 수 없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책상 위에 서류를 내려놓으며 브리지트는 다시 한숨을 한 번 쉬었다. 사람의 위치가 올라가면 그 위치에 맞는 일을 하게 된다고 했는데 애초에 브리지트는 이런 위치까지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생각 없이 청소를 하루 종일 하고 캐서린과 너무 힘들다며 수다를 떨고 자신을 도운 사람들에게 돈을 보내면 되는 것이었다.

 

  과거의 자신이 너무 착해서 현재가 좀 고생하는 것 같다. 약을 얻는데 왜 이런 생각을 하냐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카일이 그렇게 브리지트를 밀어버린 데에는 도망쳐서 살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살려면 카일을 만나서는 안 된다. 카일을 찾아서는 안 된다. 리지와 베아트리스는 이미 죽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경을 넘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그 둘은 자신보다도 병이 깊다.

 

  병. 이 병 때문에 빚을 져서 카일이 끌려간 거다. 리지, 베아트리스 때문에. 나 때문에.

 

  브리지트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을 버리고 서류에 집중해야 한다.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브리지트는 천재가 아니다. 7시까지 시간에 맞춰서 코델리아의 방 앞까지 가는 건 성공했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서류를 다 읽긴 읽었는데 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외우라는 것도 외워보긴 했지만 외워지지 않았다. 그 억울함을 유디스는 알긴 할까? 아마 모를 것이다. 브리지트가 보기에 유디스는 마치 집사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네. 브리지트도 왔어요.”

 

  아니면 코델리아를 보살피기 위해 태어났다던가. 브리지트는 유디스가 코델리아를 너무 애 다루듯 한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보이는 게 침대에서 눈 못 뜨는 코델리아와 그런 코델리아를 달래는 유디스다.

 

  그러고 보니 브리지트는 부모한테 한 번도 저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브리지트가 시간에 맞춰 잘 일어나기도 했고 자고 싶으면 자라는 부모의 교육 방침도 있기 때문이었다. 잠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서 생사와 성격을 가른다. 그러니 브리지트의 생각에는 코델리아가 조금 더 자도 괜찮을 것 같다. 일정에는 12시에 잔다고 나와 있다. 아마도.

 

  “좋은 아침.”

 

  코델리아가 침대에서 일어나 말했다. 목소리가 좋지 못했다. 나쁜 쪽이었다. 확 낮아져 있고 갈라진 목소리. 브리지트는 아침에 일어난다고 목소리가 잠기진 않는다.

 

  “브리지트. 너한테 하는 말이야.”

 

  유디스가 말하고서야 알아챈 브리지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코델리아는 인사를 받고 욕실로 향했다. 유디스는 눈치 없는 브리지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브리지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유대관계가 짙은 유디스에게 먼저 인사를 한 줄 알았다. 코델리아가 한 번도 기상 할 때 유디스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한 적이 없는 줄도 모르고.

 

  다행히 문 밖에서 식사가 도착했다는 목소리가 들려 무거운 침묵이 깨졌다. 시종이 스텐카트를 끌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때서야 브리지트는 자신이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7시에 오는 것만을 생각해서 얼른 씻고 옷 입고 온 것이다.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더 일찍 일어났다고 해도 식당에서는 아직 음식 준비 중인 시간이다. 식당을 이용해 본 적이 있어서 7시 30분에 식당이 열린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 유디스는 굶은 채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라 브리지트는 새삼 유디스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시종은 코델리아가 나오지 않았는데, 코델리아가 입도 대지 않았는데 음식 맛을 보고 있었다. 브리지트는 유디스를 봤다가 그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기에 가만히 있었다. 이것도 서류에 적혀있던 기본 사항인 것은 아닐까. 브리지트는 기억을 되새기려고 하다가 머리를 쓰면 배가 더 고플 것 같아서 생각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시종은 음식마다 한 입씩 먹었다. 먹지 않는 음식이 없었다. 코델리아가 나오고 시종은 코델리아에게 목례했다. 음식을 입에 넣은 채로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시종은 입을 꼭 다물고 음식을 씹는다. 음식 씹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시종은 차까지 따라 마신 후에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드셔도 됩니다, 주인님.”

 

  “응. 나가서 기다려.”

 

  “예. 편히 식사하세요.”

 

  시종은 조용히 씹던 것처럼 조용히 말하고 나갔다.

 

  “브리지트, 앉아.”

 

  서있기 좀 싫었던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의 말에 좀 빨리 의자에 앉았다.

 

  “유디스도 앉아도 돼.”

 

  “괜찮습니다.”

 

  ‘저렇게 거절해야 되는 거야?’

 

  브리지트는 자신이 코델리아의 호의를 너무 쉽게 받은 것 같아서 유디스의 눈치가 보였다.

 

  “먹어 볼래?”

 

  코델리아가 고기를 손수 내밀었다. 젓가락으로 집어 내미는 것이라 입으로 받아먹는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브리지트는 먹고 싶었다. 배가 고파서.

 

  “괜찮습니다.”

 

  하지만 유디스의 거절을 보고 브리지트도 한 번은 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고기를 거절해 버렸다. 때마침 그 순간에 꼬르르, 하고 소리치는 배는 이렇게도 눈치가 없다. 브리지트의 배는 배고픔을 참지 못했다. 브리지트는 고개를 숙였다. 분명 코델리아에게도 들릴 만큼의 소리였다.

 

  “밥 못 먹었어?”

 

  “네.”

 

  브리지트는 방금 자신의 배에서 난 소리보다도 작게 대답했다.

 

  “집사는 6시부터 밥 먹을 수 있어. 식당 구석에 집사만 따로 배급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더 맛있어. 내일부터는 거기 가.”

 

  “네.”

 

  “유디스는 브리지트한테 위치 알려주고.”

 

  “네.”

 

  “그리고 지금은 이거 먹어.”

 

  코델리아가 고기 올린 접시를 브리지트 앞에 뒀다. 젓가락도 건넨다. 얼떨결에 그걸 받아들고 브리지트는 “감사합니다.”하고 말했다.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어.”

 

  “감사합니다.”

 

  “별로 감사할 거 없어.”

 

  그 말을 남기고 코델리아는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단정한 젓가락질이나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이 너무 예뻤다. 유디스가 자꾸 코델리아를 싸고도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그런 외적인 것보다도 착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별 볼 일 없는 사람까지도 젓가락을 쥐어주며 챙기는 상냥함.

 

  ‘젓가락?’

 

  코델리아를 보던 브리지트는 퍼뜩 떠오른 단어에 자신이 쥐고 있는 젓가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린랜드는 젓가락, 숟가락, 포크, 나이프를 다 사용한다. 필라우는 젓가락은 사용하지 않는다. 브리지트는 오먼드 가에 있을 때 어려서 포크를 사용했고 필라우에 있을 때는 젓가락이 없으니 포크를 사용했고 다시 그린랜드에 왔을 때도 편한 포크를 사용했다. 브리지트는 젓가락을 쓸 줄 모른다. 그냥 솔직하게 쓸 줄 모른다고 말해야 하는 건지 그럼 너무 창피하지 않을지 브리지트가 고민하는데 코델리아가 브리지트를 살핀다.

 

  “왜? 입에 맞지 않아?”

 

  한 입도 못 먹었는데 입에 맞지 않을 리가.

 

  “젓가락 쓰는 법을 몰라요.”

 

  넥타이 매는 법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다. 밤에 옷을 갈아입을 때 넥타이를 풀지 않고 구멍을 넓혀 머리만 빼고 걸어 뒀다가 아침에 다시 머리만 넣어서 넥타이를 정리했다. 브리지트는 꽤 모르는 것이 많았다.

 

  브리지트는 창피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솔직함을 선택한 것이다.

 

  코델리아는 살짝 당황한 눈치더니 스텐카트에 있던 여분의 포크를 건넸다.

 

  “미안해. 몰랐어.”

 

  “몰랐으니까 그럴 수 있죠. 미안하다고 말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물었어야 했어.”

 

  “괜찮아요.”

 

  브리지트는 포크로 고기를 찍었다. 먹으니 맛있다. 입맛에 안 맞을 리가 없다. 필라우 또한 그린랜드의 것을 빌려 쓰는 나라라 비슷한 점이 많다. 음식도 비슷하다.

 

  “입에 맞아?”

 

  “맛있어요.”

 

  맛있어서 입이 늘어났다.

 

  “많이 먹어.”

 

  “백작님이 더 드셔야죠.”

 

  “나는 자주 먹어. 우리 계속 같이 밥 먹을래?”

 

  “…….”

 

  브리지트는 젓가락을 멈추고 코델리아와 눈을 마주쳤다.

 

  “너 좋아하면 나도 좋고 그리고 젓가락 쓰는 것도 알려줄게.”

 

  “굳이 젓가락을 배워야 해요?”

 

  “별로 생각 없으면 괜찮은데 식사는 같이 하는 게 좋겠다. 약 먹는 거 밥 먹고 바로 먹는 게 좋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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