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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번외2. 세 인연의 만남
작성일 : 19-09-13 00:22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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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밤이 깊어질수록 도시는 밝아진다. 밤의 분위기가 제대로 나지도 않는 환한 거리. 그 거리 가운데 굉장히 섬뜩한 글씨로 써져있는 한 간판이 보인다. 신데렐라.

 

 네글자가 쓰여진 간판은 보였지만 어디에도 입구를 볼 수 없었다. 밖에서 도저히 안을 볼수 없게 짙게 선팅된 유리만이 사방에 전부인 가게. 아무나 들여보낼 수 없다는 건지 입구가 없는 이상한 가게였다.

 

 그 가게의 오른 편 끝에 선 훤칠한 남자가 주위를 둘러본다. 외진 곳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메인 거리와는 달리 개미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손으로 가볍게 한쪽 유리 끝을 눌렀다. 그러자 둥그렇게 돌아가는 회전문처럼 유리가 한쪽으로 열리며 가게 안을 안내해 주었다.

 

 바(bar)안은 굉장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야릇한 조명과 음악. 둥그런 테이블에 마주앉아 웃고 떠드는 건 다 뱀파이어였고, 이 바(bar)는 인간들과 섞여서 노는 곳이 아닌, 마음대로 눈을 빛내며 뱀파이어답게 행동할수 있는 곳이였다. 이 곳은 희선이 운영하고 있는 바(bar) '신데렐라' 였다.

 

 

 희선이 능숙한 손길로 쉐이커를 돌린 후 준비 된 칵테일 잔에 따라냈다. 방긋방긋 웃는 그녀의 기분은 상당히 좋아보였다. 그녀도 그럴것이 오늘 현경에게 자신의 연인을 소개시켜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 왔어? "

 

 이국적인 이목구비. 어쩌면 희선이 그를 보기전에 한국인이라고 귀뜸을 해주지 않았으면 혼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짙은 호선을 그린 눈썹과 쌍카풀 진 큰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콧대와 정갈하게 그려놓은 듯한 입술. 그의 얼굴을 보며 눈이 마주친 현경은 그만 그 눈에 매료되고 말았다.

 

 " 안녕하십니까. "

 

 어… ? ….

 

 

 순간적으로 3초간 시간이 멈추어 있던 것 같다. 겉도 안도 모두 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는 그 이외의 배경들이 다, 그 이외의 모든게 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만 보였다.

 

 시끄러운 소리도 모두다 없앤 것처럼 그 눈에 빠져들어갈 만큼 온몸의 감각이 다 정지해버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저 멀리에서 퍼지는 것처럼 일정한 박자가 들려온다. 느껴진다. 두근두근하고 크게 울리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심장박동소리였다. 그 소리가 얼마나큰지, 귓가에 크게 울린다. 이상해… 심장이… 고장나 버린 것 같아.

 

 " 여긴 내가 말했던… "

 " 최영원 입니다. 선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

 

 잠시 그만 보였던,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신비한 환상의 체험이 끝이났다. 주변의 소음도 들려오기 시작했고 지워버린 것 처럼 보이지 않았던 주변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원이 점잖게 한손으로 가슴을 짚으며 손을 내밀어 온다. 현경은 미처 그 손을 잡지 못하고 쳐다보기만 한다. 모든게 보이고 들려도 온몸은 곧 경련을 일으킬 것 처럼 딱딱하게 쥐가난다.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그가 머슥하게 손을 치워낸다. 희선이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보려 멋쩍게 웃는다. 손을 치워낸 영원이 현경을 뚫려 버릴 것처럼 쳐다본다.

 

 서서히 주위에 소음이 들리고 앞에 앉은 희선도 보이기 시작한다.

 

 " 그렇게 부르지 말랬잖아. "

 " 하하, 알았어요. 그냥 애교로 봐달라니까? "

 " 그게 어떻게 애교야. "

 

 희선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영원도 따라서 보조개가 들어나게 웃는다. 현경의 심장은 쿵- 하고 떨어져 내리더만 좀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대기 시작한다. 이상했다. 짜증이 나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분명 희선의 연인을 보면 자신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봤는데 그게 아니였다.

 

 누가봐도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풋풋한 커플이였다. 그 중간에 껴 앉아있는 자신이 불청객 같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아프다. 가슴이 아프고 엉덩이 밑에 가시방석이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눈에는 즐겁다는 듯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이 마치 무성영화속의 한장면처럼 느껴진다.

 

 앞에 놓인 칵테일을 쥐어들어 자신도 모르게 한번에 마신다. 아니, 마신것보다는 것보다 억지로 입안에 들이부었단 표현이 맞을 것이다.

 

 쾅- 잔을 소리나게 테이블에 내려놓으니 그제서야 그들이 놀라 자신을 쳐다본다. 그 놀란 표정마저 닮아보여 더 짜증이 났다. 아까부터 어딘가 불편해 보이던 현경이 그제서야 제대로 눈에 박히고, 희선의 얼굴은 순식간에 걱정의 빛을 띈다.

 

 " 왜 그래 현경아 어… "

 " 나 화장실 좀. "

 

 너무 진실하게도, 당연한 듯이 걱정스레 묻는 희선이 짜증났다. 그녀를 짜증나다고 생각하는 자신도 짜증이 났다. 욱씬. 심장이 아프다. 그녀는 양주먹을 꽉 쥐고 이를 꽉 깨문다. 자신의 감정을 알수가 없었다. 미쳤다는 생각밖에.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아무래도 요근래 제대로된 흡혈을 하지 못해 머리가 좀 돌아버린 것 같다. 한 발자국을 뗄때 마다 금방이라도 뒤돌아 영원을 껴안고 싶다는 생각에 더 확신이 든다.

 

 푸하- 유현경 너 진짜 돈거냐. 찬물을 얼굴에 끼얹고 거울을 본다. 친구의 애인이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희선의 애인이잖아. 자신의 마음속에 새긴다. 다시 수도꼭지를 들어 찬물을 끼얹는다.

 

 " 자책할 필요는 없는데. "

 

 물을 딱 끄기 무섭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어디서 이목소리를 들었더라. 세면대에 배수구를 보며 생각해내려 애쓴다. 생각해내려고 해도 찬물에 마비된 사고는 움직이질 않는다.

 

 힘있고 부드러운 저음에 의해 천천히 고개를 든다. 거울을 통해서 본 사람은 놀랍게도 영원이다. 지금 희선과 닭살을 떨며 행복해 웃고 있어야 할 그가 뒤에서 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여기… 여자 화장실… "

 

 화장실 칸막이 문에 기대어 자신을 비뚤게 바라보고 있다.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그는 아무래도 그런건 상관없는 모습이였다. 현경 뒷춤으로 세면대를 잡고 뒤를 돈다. 좁아 터진 바(bar)의 화장실에 숨막히는 긴장감이 돈다.

 

 " 왜 따라 온거죠? "

 

 애써 침착한 척 말을 내뱉는다. 일단 초면이니 성격을 눌러담고 존댓말을 쓴다. 표정관리는 잘 안된 것 같다. 영원의 눈동자가 온몸에 쏟아진다. 몸이 뚫려버릴 것만 같다. 서로 빤히 바라본다.

 

  " 그야… "

 

 말꼬리가 늘려지고 단숨에 다가온 영원이 현경의 허리에 팔을 두른다. 그리곤 그대로 한바퀴를 빙돌아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간다. 달칵. 화장실 문을 잠그고 그 좁은 공간에서 그대로 입술을 부딪힌다.

 

  " 으읍!! "

 

 나열하려면 이렇게나 긴 일들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서 현경은 자각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의 입술과 맞댄 그 감촉이 그의 입술이라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가 떨어져나간 후였다.

 

 " 하아… 지금 뭐하는거야! 너 미쳤어? "

 " 쉿, 누가 들어요. "

 " 너 진짜 이게… 으읍…! "

 

 현경이 그를 쏘아보며 입술을 벅벅 문지르는 데 그가 다시한번 돌진해 온다. 자신도 힘이 약한 편은 아니였지만 그가 굉장히 센것 같았다. 그의 어깨를 잡아 밀치려 하기 무섭게 그는 다시 떨어져 나갔다.

 

 " 당신이 먼저 키스하고 싶다고 쳐다봤잖아. "

 

 영원의 한쪽 팔이 현경의 머리 옆에 와닿는다. 정곡을 찔려버린 현경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어쩌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이 그와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해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는 걸 보면.

 

 한쪽은 칸막이 문으로 막혀있고 한쪽은 영원의 팔로 막혀있다. 그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굴리던 현경의 고개가 영원에게 잡힌다. 또 다시 눈을 마주한다.

 

 그 때 문득 누군가가 생각난다. 아주 잠시, 잠시 동안 잊고 있던 그녀.

 

 " 희선이는…? "

 

 그녀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가 피식 웃는다. 현경은 영문을 몰라 잠시 멍청하게 쳐다본다.

 

 " 친구가 걸리긴 걸리나 보네. "

 

 순간 뒷머리가 얼얼해지는 기분에 그녀는 잠시 숨쉬는 법조차 망각한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자신은 몇십년동안이나 지내온 친구의 애인을 탐냈던 거다. 그 사실이 머리에 확실히 각인되자 제 구실을 못하던 입이 살아난 것 같았다.

 

 " 그러는 넌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

 " 나야, 지극히 감정에 충실한거죠. "

 " 뭐? "

 " 잡아먹고 싶어 죽을 것 같아. "

 

 그의 눈은 지극히도 솔직해 보였다. 거짓이라곤 하나도 담겨 있지 않은, 생긴 것 만큼이나 올곧은 눈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현경은 찰나의 갖가지 생각을 다 했다. 온갖 복잡한 감정이 서로 엇갈려 교차되고 있다. 밖으로 튀어나올 것 처럼 거세게 뛰어대는 왼쪽 가슴을 지그시 울른다. 초조하고 불안 한 것 같기도 하다. 왜 막상 닥치면 기분이 홀가분 한데, 그 전에는 속이 터질 듯 갑갑한 거 있지 않은가. 지금 딱 그심정이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그런 기분 속에서 어디서 그 용기란게 생겨났는지, 폭탄발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발언을 내놓는다.

 

 " 그래, 나도 그래. "

 

 그가 활짝 웃는다. 현경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데. "

 

 필시 이건 사람들이 짓껄이는 운명이다 뭐다의 개시인 것 처럼 자신에게 굵고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주위 조건을 다 무시 할 만큼 갈망의 크기는 컸다.

 

 " 사랑하면 되죠. "

 

 사랑은 이타적인 것일까 아니면 이기적인 것일까. 어쩌면 사랑은 이타적이여야 한다고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랑은 이기적이다. 이타주의는 그저 고도의 이기주의에 불과한 것이다.

 

 당장에라도 그의 뺨을 한대 쳐야했다. 그게 옳았다. 하지만 현경은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인다. 인간도 본능을 이기기 힘든데 뱀파이어는 어쩔텐가.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이번엔 자신이 먼저 입술을 부딪힌다.

 

 " 오늘밤에 집으로 갈테니까 기다려요. "

 " 우리집, 알아? "

 " 알 수는 있죠. "

 

 능글 맞게 웃어보인 영원이 먼저 화장실을 빠져나간다. 잠시 멍을 때리던 현경은 뭐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을 무시하며 자신도 빠져나간다. 나가기전 잠시 거울을 봤을 때 자신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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