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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3-2. 가리워진 길 (2)
작성일 : 17-11-06 17:13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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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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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조금 더 깊어지고, 마치 누군가가 손톱깎이로 고이 다듬은 손톱이 그만 하늘 위에 박혀 버린 듯한 초승달이 하얗고 밝게 빛났다. 그 주위에 하얀 꽃 무리 같은 별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진 김천의 어스름한 산골 어귀의 밤하늘은 아름다웠다. 그 하늘 바로 밑 자갈이 가득 쌓여 있는 땅에 효은의 마티즈 바퀴가 살포시 닿았다. 효은이 말한 ‘운수 민박’은 산골에서 불빛이 가장 밝은, 상가와 민박 촌의 거의 끝 쪽에 있는 붉고 아담한 1층 건물이었다. 마당에는 야생화와 잡초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주차장은 그야말로 자갈밭이었지만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진명과 효은은 민박집 안으로 들어 가, 일단 대기 카운터에 앉아 있던, 민박집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자에게 돈을 내고 방을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는지 효은과 민박집 주인은 몇 분 동안 경상도 사투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체로 안부와, 부산 소식과, 이런저런 추억들과 진명은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이야기를 다 나누고 나서 민박집 주인은 중앙에 있는 방으로 둘을 안내했고, 두 사람이 모르게 슬쩍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라고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간단한 짐을 꺼내던 도중 진명의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진동이었다. 발신자를 보지도 않고 진명은 재빠르게 전화를 받아 역시 짐을 꺼내고 있는 효은을 뒤로 한 채 민박집 방 문을 열고, 복도를 지나 현관으로 나왔다. 현관으로 들이닥치자마자 진명을 맞아주듯이 노란 등불이 켜지고, 배경으로 운수민박의 밝은 백열등이 비치고 있었다.

 

 “여보세요?”

 

 “취재 잘 하고 있어?”

 

 조금은 낮지만 그래도 매력 있고, 어떻게 들으면 카리스마가 있는 여자 목소리였다. 혜연이었다. 약간 밝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걱정스러워 보이는 목소리였지만, 진명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 해도 다소 안도감이 들었다. 자신이 지금 누구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혜연이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는 애써 밝고 태연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잘 가고 있어. 근데 너 어떻게 미국에서 여기까지 전화했어?”

 

 “핸드폰 로밍하고 갔어. 여기 지금 시애틀이야.”

 

 혜연이 자신이 출장 가는 곳이 시애틀이라고 말을 했던가? 진명은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말을 이어 갔다.

 

 “그래? 시애틀이면 스타벅스 본점은 가 봤어?”

 

 “갔다는 왔지, 거기서 출장업무 하느라 제대로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게 문제야. 어쨌든 부산 갔다며. 같이 취재하는 사람 있어?”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라고 진명은 속으로 생각하며 슬쩍 뒤를 돌아 보았다. 다행히 밖에 있는 사람은 진명 혼자뿐이었다. 거기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은 진명은 겨우 이렇게 대답했다.

 

 “부산 갔다가 서울 오는 중이야. 이유는, 글쎄, 좀 길어. 그리고 같이 가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부산 출신이어서 도움이 많이 돼.”

 

 “남자지?”

 

 진명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끼어들 듯 터져 나오는 혜연의 이 대꾸가 끝나자, 진명은 자신의 뒷골이 약간 서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진명은 전날 부산역 주차장에서 효은이 지었던 미소, 자신을 따라 나서는 게 간절해 보였던, 조금 전 효은의 그 애걸복걸하면서도 왠지 귀여운 느낌이 났던 부탁하는 표정, 집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보며 롯데 자이언츠를 목청껏 응원하던 효은의 모습, 자신의 차에 선뜻 태워 주었던 그녀의 친절함, 그리고 차 안에서 롯데 응원가를 목청껏 따라 부르고 있던 효은의 모습들을 주마등처럼 떠올렸다.

 

 혜연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6년 동안 알아 왔고 효은은 전날과 합쳐서 겨우 이틀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진명은 이 두 여자가 그야말로 ‘극과 극’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서울에서만 25년을 살아온 ‘토박이’인,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들었던 시절 뭇 남자들의 마음을 괜히 설레게 했던 길고 검은 생머리를 가진 혜연이 ‘밤’이라면, 부산에서 같은 25년을 살아 온,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더해 주는 갈색 곱슬머리의 효은은 환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낮’이었다. 혜연은 키가 컸고 효은은 아담하며, 혜연의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것에 비해 진명이 본 효은의 가정환경은 끼니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혜연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반면에, 효은은 또 지나치게 낙관적인 면이 있었다. 진명이 보았을 때 두 여자의 몇 안 되는 공통점은, 성이 ‘이’ 씨이고 둘 다 회사원이며 야구 구경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응원하는 팀은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로 각각 달랐지만 말이다.

 

 “……응, 당연하지. 내가 취재한 사람의 아들이었어.”

 

 그렇게 빠져 나온 자신의 유연하고 순발력 있는 거짓말에 진명이 스스로 놀랄 새도 없이, 혜연의 목소리가 다시 밝아졌다.

 

 “응,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한 거니까 이만 끊을게. 잘 지낸다니까 다행이네. 오빠 기사 나오면 제일 먼저 챙겨 볼게. 사랑해.”

 

 “응, 나도.”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다. 안도와 긴장이 드러난 한숨을 쉬며 진명은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안정적이고 느린 걸음을 떼고 있었다.

 

 진명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눈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 저절로 눈이 번쩍 떠졌다. 방 한 가운데에 소주 몇 병이 놓여져 있었고, 안주는 꼼장어 구이(신선하고 김이 오른 걸 보니 민박집 주인이 해 준 게 틀림없었다.)였으며, 텔레비전 리모콘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고 효은이 한가운데에서 방에서 빼 온 스테인리스 컵으로 소주를 한 번에 들이키고 있었다.

 

 거실로 조심스럽게 걸어가며 오늘은 롯데 자이언츠가 지고 있나, 라고 추측하던 진명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효은은 자기 앞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 자리에 또 다른 스테인리스 컵은 빼서 갖다 댔다. 아직 많이 마시지는 않았는지 효은의 얼굴에서는 취기가 어려 있지 않았지만, 이미 눈가에 어려 있던 힘은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진명 씨 왔어요? 내 앞에 앉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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