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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3-1. 가리워진 길 (1)
작성일 : 17-11-06 17:11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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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가나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가듯 떠나는 이는 제 갈 길을 찾았나. –‘가리워진 길(유재하)’ 中]

 

 효은의 마티즈가 부산의 고층빌딩들과 언덕들을 등지고, 거대한 대문 같은 부산 IC를 나와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전명의 예상이 맞았다. 효은은 진명에게, 안 지 얼마 안 된 건 사실이지만 아주 좋은 동행자였다. 진명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갈 방법을 구하지 못했다는 말에 선뜻 자신의 ‘나쁘지 않은 취향을 반영한 백마’에 동행해 준 사람이 효은이었다. 효은은 또, 준비성이 철저하고 지루하지 않았으며 어떤 일에서든 열정과 끈기, 그리고 잔머리를 이용했다. 게다가……

 

 “오늘따라 차가 억수로 막히네. 노래나 틀어야제.”

 

 ……꼭 그렇게 완벽하지만은 않았다.

 

 설마, 화신 아파트 302호에 갔을 때 틀었던 그 노래는 아니겠지? 그 때의 그 ‘노래 고문’을 떠올리던 진명은 광대뼈를 타고 흐르는 미미한 식은땀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이 난 표정으로, 엄청나게 빠른 손놀림으로 핸드폰에서 벅스 뮤직 앱을 찾아 손가락을 놀리던 효은의 입에서 마치 친구에게 ‘몰래 카메라’를 위시한 속임수를 치고 친구의 진지한 반응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사악하면서도 총체적 즐거움으로 가득 찬 웃음이 보이더니, 그 웃음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핸드폰에서 트로트 반주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고 투박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 이름도~ 고왔던 순이~ 순이야~ 파도 치는~ 부둣가에~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하, 역시나. 진명은 저절로 진절머리 난다는 듯 얼굴 표정을 은근히 찌푸리면서, 한숨을 푹 쉬고는 오른쪽 차창에 기대어 눈을 붙이려 했다.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그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던 효은은, 옆자리의 진명을 발견하고 나서 왼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오른손으로는 진명의 어깨를 흔들어 보았다.

 

 “아이씨, 자는 척하지 마이소. 척 보믄 다 알아요.”

 

 역시나, 이 여자는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었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진명은 고개를 살살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효은은 1미터도 안 되는 그 거리에서 ‘부산 갈매기’의 나머지 부분도 한결같이 따라 불렀다. 어느덧 노래가 바뀌어, ‘돌아와요 부산항에’에서 ‘승리의 롯데’, ‘Dream of Ground’, ‘바다 새’와 여러 다른 노래들로 이어질 때도 효은은 그렇게 진명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똑같이 따라 불렀다. 진명도 조금은 어색하고 뜬금없긴 했지만, 그 모습을 보며 그냥 허허 웃기만 하거나 마음에 드는 부분을 간간히 따라 부르기는 했다. 어느 새 저만치 하늘에는 심연의 바다와 같은 어둠이 붉은 천막이 흘러간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 효은은 차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근처 휴게소에 있는 주유소에 차를 멈춰 세웠다. 진명은 속으로 안도감에 젖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치 육지의 등대라도 되는 양 반짝이는 휴게소라는 걸 알리는 간판에는 ‘경산’이라고 씌어 있었다.

 

 주유소는 모든 곳이 주황색이었다. 하얀 글씨로 ‘알뜰주유소’라고 씌어 있는 간판도, 미소를 지으며 기름을 채우는 관을 끼우고 그 대가로 효은과 진명이 합쳐서 낸 5만원을 가져 간, 가무잡잡한 구릿빛 피부의 직원이 입은 유니폼의 색도, 점점 올라가는 기름의 양을 적은 부스도, 심지어 직원이 사은품으로 준 휴지의 포장지 색도 주황색이었다. 소리라고는 기름이 채워지는 낮은 진동소리뿐인 이 작은 주황빛 공간에서, 효은과 진명은 마치 세상에 남아 있는 인간이 이 두 사람밖에 없는 듯 은근한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의외로 말 없이 뒤를 돌아 본 효은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열린 창 틈으로 들어 오는 바람의 기류를 타고 휘날리고 있었다. 그 가닥들의 효은의 가느다랗고 길다란 목 선과 은근히 어울렸다는 것을 진명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이 어색했던 건 사실이었다. 이 침묵과 자연스럽게 엄습해오는 ‘싱숭생숭함’을 깨며, 진명이 먼저 말을 걸었다.

 

 “혹시, 어머님께서 유재하 님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으셨는지요?”

 

 “글씨요, 어떤 노래에 옴마가 플루트를 불었다는 거 빼고는 벨거 읎는데.”

 

 쉼 없이 올라가는 기름의 양과 가격을 빤히 쳐다 보며, 효은이 그렇게 덤덤한 투로 대답하자 진명은 잠시 아무 말이 없더니, 최대한의 용기를 쥐어 짠 듯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거, 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무..뭘 가지고요?”

 

 “……플루트요. 당신 어머님이 20대에 유재하 님의 노래를 연주한 악기. ……그거 말입니다.”

 

 이에 효은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진명을 돌아보더니, 강아지 같은 그 눈망울로 그를 의아하게 쳐다 보며 대꾸했다.

 

 “그건 울 옴마가 억수로 애끼는 긴데...”

 

 “아, 어머님께서 취재에 필요하다고 주셨습니다.”

 

 진명이 그렇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꾸를 해 주고 나서야 효은은 궁금증이 해결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새 기름이 모두 채워지자, 기름 관을 빼 내는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난 뒤 효은은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차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창 밖에 점점 진격하는 어둠과, 하나씩 환하게 켜지는 자동차의 비상등 그리고 갓길의 가로등을 보고 진명은 내심 걱정스러웠다.

 

 “저……밤이 깊어지는데 숙소 같은 건 알아 보셨습니까?”

 

 “그런 건 걱정하지 마이소. 여서 쪼매만 가믄 김천인데 지가 잘 아는 민박집이 있어요.”

 

 그렇게 말을 끝내고서는 인터체인지의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 밑을 지나치면서도 태연하게 들려 오는 ‘미스터 자이언츠’의 반주에 맞춰, 은근슬쩍 몸을 들썩이며 운전만 하는 효은의 모습을 보고 기가 찬 나머지 진명이 이렇게 말하였다.

 

 “……전화 안 해요? 민박집에.”

 

 “전화는 무신 전홥니꺼? 거 민박집 주인이 지 언니에 친구에 사촌 언니 되는 사람인데.”

 

 진명의 질문이야말로 기가 막히다는 듯 효은이 그렇게 대꾸하고서는 갈림길에서 핸들을 우회전으로 꺾었다. 앞 차의 범퍼 뒷목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 라는 깔끔한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효은은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원스럽게 들려 왔던 효은의 대답을 되새기며, 정말 엄청난 인맥이라는 생각을 진명은 속으로 했다. 그래도 무언가 불안한 기색은 지울 수 없었는지, 진명은 조그만 목소리로 이렇게 다시 말을 이었다.

 

 “...민박집 이름은 뭐에요?”

 

 진명의 질문을 듣고, ‘미스터 자이언츠’의 가락을 어느 새 따라 부르고 있던 효은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진명을 돌아 본 채 이렇게 대답했다.

 

 “……운수 민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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