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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독바로 : 인생은 길고 가늘게 사는거야!
독고력 : 곧 죽어도 상관 없다. 그 일만 마치면...

독바로 : 동자공이라니... 왜 여자가 있어도 만지질 못하니(슬픔분노)
독고력 : 연애 따위에 관심 둘 시간 없다.(차갑싸늘)

독바로 : 내 꿈? 원래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유아독존(唯我獨尊)
독고력 : 전무후무(前無後無). 앞으로 없고 뒤에도 없을 그런 가장 강한 무인이 되겠다.

사부 잘 만나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된 독바로와 금수저 집안에서 나 홀로 흙수저처럼 살아가는 독고력의 무림기

 
독고력, 시간과 노력뿐이라 외공을 익히다
작성일 : 17-01-29 06:07     조회 : 36     추천 : 0     분량 : 1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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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고력이 11살이 되던 해. 독고력의 수련을 멀리서 묵묵히 지켜만 보던 문창이 새로운 수련법을 들고 왔다.

 

 ”기초수련은 어느 정도 접어들었으니, 외공을 수련할 것이다. 다만 부상당해 병신이 되거나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다 하겠느냐?“

 ”강해질 수 있다면.“

 

 독고력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그런데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왜 외공을 수련합니까?“

 ”좋은 질문이다. 외공을 수련하면 몸을 갑옷처럼 단단히 만들어 방어력을 강화하고, 근력이 강화되어 공격력도 상승하지만, 내가중수법(內迦重手法)처럼 내공을 실어 밖이 아닌 안을 타격하는 수법을 만나면 쉽게 뚫린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수련하기는 극히 어려운 데에 비해 조문이라는 약점이 있고 효과 또한 미비하다. 하지만 외공을 수련한 자들이 절정 이하의 같은 수준의 무인을 상대로 목숨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외공을 수련하지 않는 이유는 외공수련법이 고통을 인내해야 하며 내공을 수련하는 자들에 비해 성과가 미비하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를 내는 내공을 수련하는 자들은 대부분이 명문세가나 대문파의 자제나 수련생들이다. 너는 호천신가의 적자가 아니라서 호천신가의 독문무공인 백강마뢰(白强魔雷), 뇌극신공(雷極神功), 천강신보(踐强神步)를 익힐 수 없다. 따라서 너는 그들처럼 절세신공을 익힐 수도 없고 영약을 먹어 내력을 증진시킬 수도 없다. 그러니 너는 외공을 수련해서라도 따라잡아야 한다. 너에게 있는 것은 시간과 노력뿐이지 않느냐. “

 

 독고력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아픈 말이었지만 정확한 말이었다. 자신에게는 시간과 노력뿐이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외공에 대한 설명을 해주마. 외공의 기원은 달마(達磨)가 창안한 역근경(易筋經)이라 볼 수 있다. 역근경은 근골을 단련하는 외공심법(外功心法)이다. 역(易)은 바꾼다를 의미이며 근(筋)은 살과 뼈를 말함으로 인간의 천성적인 약한 힘살이나 뼈골을 태어날 때부터 아주 강한 가죽과 뼈를 가진 동물들처럼 단련시키는 강건법이라 할 수 있다. 네가 익혀야 할 것은 역근경에서 파생된 아류가 계승되고 발전한 것으로 철포삼(鐵布衫), 십삼태보횡련(十三太保橫練), 금종조(金鐘躁), 육신갑(肉身鉀), 금강불괴지신(金剛不壞之身)의 수련이 있다.“

 

 잠시 숨을 돌린 문창이 계속 설명을 하였다.

 

 ”철포삼이란 검으로 치자면 삼재검법과 같은 시중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수련법이기도 하다. 온 몸을 죽봉으로 내려쳐 살과 뼈를 강화시키는 수련법이다. 십삼태보횡련은 동적은 외공심법이다. 내기를 이용하여 몸을 자극해서 변화를 준다. 여기까지 이르면 도검이 불침하지만 조문이 존재한다. 금조공을 수련하면 수화불침에 이르고 검기이 아닌 이상 크게 다치게 하기 어려워진다. 육신갑은 묵령철골액이라는 약물을 이용해서 더욱 질기고 강한 피부와 몸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육신갑을 완성하면 피부가 갑옷처럼 단단히 변하게 되며 심장이나 머리를 파괴하지 않는 한 쉬이 죽음에 이르지 않을 생명력과 재생력을 얻게 된다. 금강불괴지신에 이르면 조문이 사라지며 어떠한 내가중수법이나 검강에도 해를 입지 않는다. 진정한 외공의 완성이라 볼 수 있다.“

 

 설명을 마친 문창은 무인들을 불렀는데 무인들의 손에는 저마다 검은 대나무 봉을 들고 있었다. 바로 철포삼 수련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독고력에게 마보를 취하게 하였다. 무인들은 독고력의 전후좌우 4방위에 섰다.

 

 ”팔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을 전방으로 향하고 온 몸의 힘을 빼고 있다가 타격 당하는 곳에 힘을 집중시킨다고 생각해라.“

 ”예“

 

 그리고 무인들이 묵봉을 거칠게 휘둘렀다. 아직 어리다고 봐주는 것이 없었다.

 

 짝. 퍽. 퍼퍽.

 

 독고력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사정없이 후려치는 묵봉에 독고력의 몸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강해지고 싶다면 버텨라. 집중해라.“

 

 1시진 같은 1각이 끝나고 묵봉의 움직임이 끝나자 독고력은 쓰러졌다. 그런 독고력을 들쳐 업고 문창은 욕실로 향했다. 욕실에는 몸을 담구는 통이 있었는데 그 통 안에는 고약한 냄새가 풍겨져왔다. 그 중에도 약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약초물인 듯 했다.

 

 ”철포삼의 수련이 끝나면 항상 이곳으로 와서 반 시진동안 몸을 담궈라. 몸을 담구는 동안 내공 수련을 하면 된다.“

 

 문창은 밖으로 나갔다가 정확히 반 시진 후 독고력을 데려다가 십삼태보횡련의 구결을 불러주며 수련을 시켰다.

 

 ”전신송개(全身送開) 응신정식(凝身定息) 함흉발배(含胸拔背) 온몸을 느긋이 풀고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가슴 앞으로 올려 정지한다. 이때 손가락 끝은 마주보고 가슴은 오물리며...“

 

 구결을 모두 외운 독고력은 1시진 동안 십삼태보횡련의 동공을 하며 수련을 했다. 구결을 외우며 느리고 정확하게 오랜 시간동안 움직이자 쇠공을 달고 뛸 때와는 다른 체력적인 소모가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심삼태보횡련의 동공이 끝이 나자 문창은 어김없이 쉬게 하지 않고 외공수련을 시켰다. 매우 힘이 들텐데도 독고력은 아무런 불평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따랐다. 앞서 한 철포삼과 십삼태보횡련과 다른 종류의 외공 수련을 하려는 것이었다.

 

 문창은 독고력에게 물과 약 봉지를 건네주었다. 그 약봉지는 먹는 것으로 천초오(川草烏) 3전(껍질벗긴 것), 창출 1전(錢), 천궁(川芎) 1전, 백지(白芷) 1전, 방풍(防風) 1전, 세신(細辛) 1전을 고운 가루로 빻은 것이었다.

 

 ”지금부터 수련 할 것들은 선인장, 쇄지공, 철비박, 철사장이다. 신체 중 손과 하박(下膊, 손목에서 팔꿈치 사이)쪽을 더욱 단련하는 방법이다. 이것들을 수련하게 되면 도검보다 더욱 단단한 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그것들을 수련 할 때 복용해야하는 약이다. 물이나 술에 타 매일 하루 3번씩 챙겨먹고 몸이 특히 아프면 더 먹으면 된다.“

 ”예“

 ”이제부터 주의사항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외공을 수련 시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라. 또 충격을 받는 관절을 완전히 뻗지 마라. 관절을 완전히 펴게 되면 충격을 바로 받아 연골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으면 수련시간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풀어줘라.“

 ”예“

 ”범방(犯房)을 해서는 아니 된다. 만약 수련 도중에 범방을 하게 되면 원양(元陽)이 빠져나가고 그동안 쌓인 축기가 배출되어 수련이 지연되며 충격에 대한 내력이 떨어진다 심하면 폐인이 되거나 목숨을 잃게 된다.“

 ”예“

 

 다음은 수하들이 가져온 대야에 담긴 검은 물이었다. 손에 바르는 약이었다.

 천오초, 천남성(天南星), 사상자(蛇床子), 반하(半夏), 백부(百部) 각 1전씩, 화초(花초), 낭독(狼毒), 투골초(透骨草), 지정(地丁), 지골피(地骨皮), 자화(紫花), 용골(龍骨), 해아(海牙), 유황(硫黃) 각 1냥씩, 청염(靑鹽) 4냥, 유기노(劉寄奴) - 2냥을 섞어 식초 5사발, 물 5사발로 끓여 7할 가량으로 줄어들어 미지근해지면 손을 담궈 손을 덥힌 다음 손을 꺼내 수련을 쌓을 때 쓰는 것이다.

 

 ”이것은 수련하기 전 반 시진에 한 번씩 반복해서 손과 팔을 담궈 잘 발라주어야 한다.“

 

 독고력은 가루약을 먹고 검은 약물을 팔 전체에 꼼꼼히 바른 후 본격적인 수련에 임하였다.

 

 선인장(仙人掌)은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펴서 딱딱한 나무 판 위를 뚫을 듯이 내지르는 수련법이었다.

 

 ”처음에는 손가락이 아프니 상하지 않을 정도로 내지른다. 몸의 힘이 빠질 때까지 계속한다.“

 

 독고력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을 발라 검어진 손을 나무판을 향해 세게 질렀다. 의욕이 과했는지 엄청난 고통이 손가락 마디마디에 지릿지릿 울렸다. 독고력은 반대 쪽 손으로 아픈 손가락들을 잡고 몸을 웅크렸다.

 

 ”갈! 지금 하는 수련법들은 남에게 가래침을 뱉으려면 내 입이 먼저 더러워진다는 논리와 같다. 남에게 충격을 주려면 내게도 충격이 온다. 손이나 주먹으로 딱딱한 물체를 칠 때 근골이 무리가 갈 정도로 치거나 힘차게 무리가 갈 정도로 반복해서 뻗게 되면 그 누적된 충격과 피로가 만년에 관절이상이나 신경통 혹은 연결된 주변 근육의 이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니 조급해 하지 말고 묵묵히 수련해야 한다.“

 ”...예“

 

 다음은 손가락을 마치 강철처럼 만들어주는 괴지력법(怪指力法)인 쇄지공(鎖指功)이었다. 수련법은 손가락을 동그라미를 만들 듯 둥글게 구부리고 그 사이에 쇠공을 짚어든다. 그리고 아주 맹렬한 힘으로 쇠공을 찍어 누르는 것이다. 쇄지공을 완성하게 되면 금나수를 펼쳤을 때 손가락을 자르지 않고서는 절대 풀 수 없을 만큼 괴랄한 악력과 지력을 가지게 된다.

 

 ”전신의 모든 힘을 손가락에 집중해서 맹렬하게 약 10분간 밀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계속 한다. 이때 손가락은 반듯한 원이 되게 해야 한다. 손가락 끝에 정신을 모으고 기(氣)를 집중해라.“

 ”예“

 ‘손가락이 끊어지는 듯 하다.’

 

 쇠공을 단순히 찌그러트리려고 세게 움켜쥐는 것뿐만 아니라 무거운 무게의 쇠공을 손가락 끝으로만 들고 있어야만 했기 때문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으으으“

 ”인내해라. 무공은 하루 이틀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오랜 세월 정성을 들여 닦아야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공법(功法)이라 한다. 같은 동작을 꾸준히 되풀이 연마하면 무서운 힘이 생기게 될 것이다.“

 

 손가락의 감각이 없어지고 온 몸에 힘이 풀렸지만 독고력은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다음은 철비박(鐵臂膊), 이 공법은 팔을 강철 같이 만들어 흉한(兇漢)의 도검도 능히 막아내게 하는 철완수련법(鐵腕修練法)이었다. 나무 기둥에 새끼줄을 촘촘히 칭칭 감은 다음 몸에 힘을 빼고 팔뚝으로 치면서 수련하였다.

 

 마지막으로 철사장(鐵沙掌)의 수련법은 약간 달랐다. 우선 두꺼운 백색 천을 구해서 부대를 만들고 그 안에 흑태, 녹두 반반 섞은 것을 채워 무릎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두었다. 그리고 문창이 주는 것을 손바닥과 손등에 발라 비벼 열이 나게 하는 약공(藥功)을 하였다.

 

 ”지골피(地骨皮)와 볶은 소금을 반반 섞어 물로 진하게 달인 것이다. 이것으로 손을 씻고 비벼 열이 나게 한다. 이것은 역근경(易筋經)의 탕방(湯方)이다. 철사장을 수련할 때 약공을 아울러 해야 손에 어혈이 안 쌓이고 또 손에 힘이 생긴다.“

 ”예“

 ”연공할 때 입을 다물고 해라. 절대로 어깨나 상완에 힘을 주어서는 안 된다. 오직 손과 팔뚝에만 힘을 주어야 한다.“

 ”예“

 

 라나장은 평상시와 다른 독고력의 수련 과장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세가 내에 외공을 수련하는 자들이 없었다. 명문세가에서 저런 삼류들이나 익히는 외공을 수련 할 리 없기 때문이다. 온 몸을 두들기고 고통을 참아야하는 수련을 견디는 독고력을 안쓰럽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멀찍이서 바라볼 뿐이었다.

 

 라나장은 그 날부터 독고력의 수련이 끝나면 금창약을 가지고 와 발라주었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독고력은 라나장의 집요함과 약점을 누설하겠다는 반 협박에 손을 가만히 내밀었다. 굉장히 어색하던 처음과는 달리 한 달, 두 달이 점차 지나자 그것이 점점 익숙했다. 어리긴 하지만 여인의 손길일까 상당히 보드랍고 촉촉했다. 독고력은 매일 같이 찾아와 자신의 손에 금창약을 꼼꼼히 발라주느라 정신이 없는 라나장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라나장의 손은 따뜻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또 한해가 지났다. 13살이 된 독고력은 여지없이 아침부터 철포삼 수련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1각의 시간에서 반 시진으로 늘었고 독고력에게 휘두르는 묵봉에는 은근한 내력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독고력은 휘둘러지는 묵봉에 자신의 팔과 다리를 마주 휘두르며 부딪쳤다. 그렇게 하루에 수십 개의 묵봉을 부시고 나면 철포삼의 수련이 끝났고 쌩쌩한 독고력과는 달리 묵봉을 휘두르던 무인들이 숨을 거칠게 몰 쉬었다.

 

 십삼태보횡련 역시 완성을 이루었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강하게 약하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이렇게 오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후에는 선인장부터 수련을 하였는데 나무판을 찌르던 손가락은 이제 쇠판을 찌르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찌르다 보니 홈이 파였고 계속됨에 따라 그 홈의 깊이가 깊어져 있었다. 쇄지공 역시 하루에 하나씩 쇠공을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찌르러 트려서야 끝이 났고 철비박 또한 나무기둥을 때리던 상박은 돌기둥을 때렸다. 철사장 역시 부대에 쇳가루가 담겨 있었다.

 

 십삼태보횡련과 철포삼이 효율을 높여준 것이다. 문창은 기본적인 외공 수련을 완성한 독고력을 보고 속으로 내심 혀를 내둘렀다.

 

 ‘고작 2년 만에 완성하다니 실로 놀라운 재능과 지독한 의지력이다.’

 

 보통 외공을 수련하는 무인들은 대게 짧아도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제 아무리 양극신무지체(陽極神武之)인 독고력이라 해도 과정이 너무나도 빨랐다. 문창은 이제 무공을 가르쳐야 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창은 독고력을 불러 무공을 배울 것이냐 물었다.

 

 ”이제부터 그러한 외공수련은 그만하여도 된다. 오늘부터는 한 가지 무공을 가르쳐줄 것이다 광투공(狂鬪功)이라 한다. 하지만 이 무공의 다른 이름은 견투공(犬鬪功)이라 불릴 정도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배울 것이냐?“

 ”...강합니까?“

 

 일반 무인들이 배우는 무공과는 달리 싸우는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고력에게는 그런 것따윈 안중에 없었다. 관심사는 그저 강하냐 아니냐 그뿐.

 

 ”강하다“

 ”익히겠습니다.“

 

 문창은 망설임없이 단번에 긍정을 표했고 강해질 수만 있다면 지옥불도 마다하지 않을 독고력은 익히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창은 가르칠 광투공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좋다. 광투공에 대한 설명 먼저 하도록 하겠다. 개싸움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실망할 것 없다. 고래로 명의(名醫) 화타(華陀)는 곰(熊), 원숭이(猴), 사슴(鹿), 새(鳥), 호랑이(虎)의 움직임을 본 따서 만든 일종의 건강체조인 오금희(五禽戱)를 창안했다. 또한 소림의 오권(五拳)은 용(龍), 호(虎), 표(豹), 사(蛇), 학(鶴)의 모양을 본 따 권법초식(拳法招式)을 창시하여 후세에 소림권법의 원전(原典)이 되었다. 그러한즉 한낱 짐승의 움직임과 같다하여 경시해서는 아니된다.“

 ”예“

 ”물론 화려하고 수려한 명문세가의 초식들보다는 많이 추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광투공에서는 상대를 쥐고 물고 엉켜서 뒹구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소한 무공은 상대에게 치명적인 공격 수단임이 확실하다.“

 ”깨물고 뒹군단 말씀입니까?“

 ”무림인들이란 때때로 목숨을 걸고 승부를 벌인다. 특히나 강자지존의 율법을 따르는 우리 신교는 더욱 심하다. 이러한 승부를 벌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야 더욱 강해질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나는 물고 낭심을 차서 이길 수만 있다면 욕을 먹더라도 그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투공은 화권수퇴(花拳繡腿)의 동작만 현란하고 힘이 실려 있지 않은 겉모습만 번드르한 권법과 퇴법보다 훨씬 강하다.“

 ”알겠습니다.“

 ”광투공은 두 가지 무공이 합해진 것이라 볼 수 있는 근거리 전투법이다. 첫 째 타격기술은 동이에서 파생된 전통무예인 수박이 그 모태가 되었다. 수박은 고대로 맨 손과 발로 치고받는 수박기(手搏技)와 제사를 올릴 때 추는 춤인 수박희(手搏戱)로 나뉘어져 있다. 수박은 손톱, 손가락, 손바닥, 주먹, 손등, 손목, 팔뚝, 팔꿈치, 어깨 등 전신의 몸을 활용하여 박격(搏擊)한다. 수박의 틀에는 제몸치기, 상대몸치기, 어깨치기 등이 있으며 수박에는 타 무예종목의 품새, 투로와 같은 형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몸짓거리, 장단치기, 일정부분 정형화 되어 있는 수박춤 등의 무용적, 유희적인 요소들이 위의 술기(術技)들과 맥을 함께하며 혼재되어 있다.“

 

 문창이 시범을 보였다. 몸을 흔들흔들 채찍처럼, 절구질을 하는 사람처럼 흔들다가 가격하는 순간 벼락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초근접한 상태에서도 가격이 가능하지만 마치 절구를 빻는 듯한 행동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 수박의 체(體)는 절구질이고 용(用)은 폭팔이다. 체는 본질적인 것을 말하며, 용은 쓰임새, 작용, 역할 등을 일컫는다“

 

 독고력이 수긍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문창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둘째로 상대를 잡아 넘어뜨리고 꺾고 졸라서 제압하는 방식의 유술방식이 있다. 합기유술(合氣柔術)의 맥(脈)인 대동류(大東流)가 뿌리로서 동영에서 발달된 사무라이들이 사용하던 유술(柔術)이 흘러들어와 누군가에 의해 계승되고 발전된 무공이다. 광투공에는 상대의 접근을 피하는 법, 역습법, 절관을 꺾는법, 회전낙법등 총 기법이 270가지가 수록되어 있다. 광투공은 금라수(禽拏手)와 그 수법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명백히 다르다. 아미18금나(峨嵋十八擒拿)나 소림금사완(少林擒絲腕)등이 그러하다. 광투공은 적에게 손목을 잡혔을 때 먼저 내 손을 비틀어 빼낸 후 다른 손으로 압박한 후 상대의 손목 관절을 위로 꺾어 제압하는 반면, 금라수는 잡힌 손을 그대로 둔 채 다른 손으로 손목의 합곡혈(合谷穴)이나 팔등의 완맥(宛脈)을 잡은 채 몸을 뒤틀어 팔을 뒤로 꺾은 다음 넘어지는 상대의 목덜미를 무릎으로 눌러 완전 제압하는 소귀탈혜(小鬼脫鞋)초식을 비교하면 쉬이 이해가 된다.

 

 문창은 광투공의 기수식을 몸소 보여 주었다. 한 쪽 다리를 뒤로 빼고 무릎과 허리, 등을 구부려 자세를 완전히 낮춘 다음 양 팔을 가볍게 벌려 마치 상대를 안을 듯 한 동작을 취하였다. 그리고 스윽스윽 바닥을 기어다니는 뱀처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시범을 마친 문창은 광투공의 구결을 말해주었다.

 

 “구결을 읊어줄 테니 외우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도록 하여라.”

 “예”

 “일중일절다중일, 일즉일절다즉일, 일미진중함십방, 일절진중역여시...(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하나에 모두가 다 있으며 모두에 하나가 있으니, 하나가 곧 모두이고 모두가 곧 하나이다. 한 티끌에 우주를 다 머금고, 낱낱의 티끌이 다 그러하다...”

 

 독고력이 한번에 구결을 다 외우자 모래가 가득 담겨있는 마대자루를 가져 왔는데 그 모양이 사람이랑 비슷한 大자와 같았다. 그 후 독고력은 그 모래푸대와 함께 바닥을 뒹구르며 수련을 하였다.

 

 문창은 광투공을 가르친 후 온 몸에 흙먼지가 된 독고력을 데리고 새로운 외공법을 익히기 위해 다른 장소로 향했다. 그 곳에는 사람이 충분히 누울 수 있는 큰 넓이의 돌판이 있었다. 밑에는 장작에 불을 지펴 돌판을 데우고 있었다. 문창은 독고력에 벌겋게 달아 오른 돌판 위에 올라가라고 지시하였다. 금종조 수련 방법이었다. 도검불침에 이어 수화불침과 더불어 더욱더 피부를 질기게 하는 수련법이었다.

 

 이미 고통에 익숙한 독고력이지만 타들어가는 새로운 고통에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만큼 꽉 쥐어야만 했다. 문창은 벌겋게 익어가는 독고력의 고통을 상관하지 않고 시간마다 뒤집으라 지시를 내렸다. 2각이 지난 후 독고력은 돌 판에서 내려와 옆에 놓인 얼음물에 몸을 담궜다.

 

 치이이익.

 

 얼음물은 수증기를 위로 내뿜었다. 독고력이 이번에는 바늘에 찔린 듯 한 한기를 느끼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판 위에 몸을 올렸다가 얼음물에 담궜다가 하는 방법을 반복하였다. 독고력의 피부는 물집이 잡히고 노랗게 익은 부분과 까맣게 피부가 죽은 부분이 혼재하였다. 문창은 욕실에 새로운 방법으로 만든 약초물에 독고력을 집어넣었다. 독고력은 그렇게 약초통 안에서 잠을 지새워야 했다.

 

 독고력은 다음 날 자신의 몸을 보고 신기해하였다. 상처가 꽤나 아물어 있었던 것이다. 독고력은 그날부터 새벽에 운기조식을 마친 후, 오전에는 광투공을, 오후에는 금종조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는 약초통에 몸을 담궜다.

 

 라나장은 금종조의 수련을 한 번 지켜본 뒤 학을 떼고 오후 시간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에는 수련법이 너무 잔인해 보였기 때문이다. 대신 광투공 수련을 마치고 나면 수건을 가지고와 흙먼지가 되어버린 얼굴을 닦아주었다. 이젠 여전히 말 수가 적지만 독고력은 라나장이 하는 말을 두 눈을 마주친 채 곧잘 듣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15살이 된 독고력은 뛰어난 오성을 지닌 덕에 광투공에 수록된 기술을 모조리 터득하였다. 또한 지난 일 년 동안 수십여 개의 질기기로 소문난 묵각혈망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포대자루를 터트린 결과였다. 씨름하였던 포대자루는 여기저기 할켜져 있고 뜯어져 있었다. 그 중에 물어뜯은 자국도 심심찮게 있었다.

 

 금종조의 수련 역시 지글지글 달아오른 돌 판위에서 서책을 읽고 얼음물 속에서 내공 수련을 할 만큼 여유로웠다. 독고력의 피부는 도검으로 내리쳐도 도검이 부러질 만큼 질긴 피부가 되었다.

 

 문창은 이에 더 이상 수련을 해도 성과가 없을 법하자 독고력을 불러 다른 수련을 지시하였다.

 

 “광투공의 수련법을 모두 마쳤으나 니가 상대한 것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모래주머니였다. 적은 절대로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상대로 숙련을 하겠다.”

 

 문창은 독고력와 곤륜산맥(昆仑山脉)으로 갔다. 높이는 하늘에 닿는다고 하며 귀한 보옥이 생산되고 불사의 강물이 흐르며, 불로불사약의 주인인 서왕모가 산다는 전설이 있는 곤륜산으로 향했다. 곤륜산은 사람이 닿지 않은 험한 곳이기 때문에 동물들과 영수, 영초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문창은 곤륜산의 어느 동굴에 독고력을 밀어 넣고 말했다.

 

 ”보름 뒤에 다시 오겠다.“

 

 그리고는 동굴의 입구를 거대한 바위로 막아버렸다.

 독고력은 내공을 끌어올려 어두컴컴한 동굴 내부를 자세히 보았다.

 

 쉬익쉬익 스스스스

 

 동굴 안에는 수천마리의 뱀들이 또아리 틀고 있었다.

 무기와 식량 등 일체 없이 맨 몸의 독고력은 이 안에서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저 뱀들이 필요했다.

 

 동굴 안에 있는 뱀들은 그저 단순한 뱀들이 아니었다. 중원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희귀종인 새빨갛고 크기는 두 치 정도밖에 안 되지만 가지고 있는 독은 치명적이어서 물리기만 하면 해약이 없다고 알려진 혈홍사(血紅蛇), 손바닥만한 크기의 움직이는 속도가 육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물어서 중독 시키는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를 이동해서 피부를 뚫고 들어가 그 속에서 독을 뿜어내어 상대를 중독 시키는 비천사(飛天蛇), 음양교룡사(陰陽蛟龍蛇), 혈목홍사(血目紅蛇), 쌍각사(雙角蛇), 백사(白蛇) 등의 수많은 뱀들이 있었다.

 

 그 때, 독고력의 발목에서 싸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머리가 두 개인 쌍각사가 독고력의 발목을 물은 것이다. 만일 독고력의 피부가 질기지 않아 쌍각사의 이빨이 발목에 박혔다면 독고력은 한 줌의 혈수를 남기고 녹아내렸을 것이다. 독고력은 쌍각사를 집어 들어 반으로 찢어버렸다. 피 냄새가 풍겼기 때문일까 동굴 안에 있던 뱀들이 머리를 치켜들고 독고력을 향해 주시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뱀들의 생존 싸움이 시작되었다.

 

 독고력은 온 몸을 덮쳐오는 뱀들을 단련된 손으로 갈가리 찢어발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들의 숫자는 여전히 많았다. 개 중에는 거대한 크기의 뱀이 독고력의 몸을 칭칭 감아 조여 왔다. 독고력은 그 뱀의 몸뚱이에 손톱을 박아 넣어 쭈욱 그었다. 고통스러운 뱀은 독고력을 감고 동굴 안을 뒹굴었다.

 

 *************

 

 며칠 동안 독고력은 수천 마리의 뱀을 찢어발겼다. 그리고 틈틈이 그 뱀들을 입속에 집어넣어 질겅질겅 씹어 삼켰다. 익히지 않은 뱀 고기의 맛은 비렸지만 그것을 탓할 여유는 없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정신없이 뱀들과의 사투를 벌이던 때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제일 심상치 않았던 느낌이 든 뱀이 소리를 토해냈다.

 

 "사아아아악~!!"

 

 뱀들이 독고력에 의해 찢겨질 때 가장 뒤에서 가만히 또아리고 있던 지극묵독사(地極爅毒蛇)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극묵독사는 묵각혈사(嘿咯血蛇)가 극음의 기운을 가진 대지에서 극양의 기운을 가진 영초를 먹고 탈피하고 나면 영성이 생기며 머리에 삼각형의 작은 세 개의 붉은 반점이 생기는데 수백 년의 세월동안 66자(20m)의 크기까지 자라고 뿜어내는 독은 바위를 녹여버릴 만큼 강했다.

 

 지극묵독사는 몇 백 년 동안 이곳 곤륜산 산에서 뱀들의 제왕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한 인간이 이곳에 들어와 자신의 동족들을 찢어죽이니 화가 단단히 난 듯했다. 수천 마리에 달하던 뱀들은 이제 겨우 수백 마리만 살아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인간에게 별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어차피 얼마 지나 죽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 인간은 가지고 있는 기운에 비해 흥미로운 몸을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뱀들이 물고 몸을 조였으나 인간은 아직 흉흉하게 살아있었다. 그래서 지극묵독사는 경시하던 마음을 버리고 저 인간이 지치기를 기다렸다. 지극묵독사는 아주 영악했다.

 

 근 한주 동안 쉬지 않고 달려드는 뱀들을 상대하느라 독고력의 피로도는 쌓여갔다. 몸이 피로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지쳐갔다. 어둡고 습한 동굴 속에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고 긴장하며 쉼 없이 뱀들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독고력의 엄청난 의지력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지극묵독사는 침입한 인간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했다. 거대한 크기와는 달리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독고력의 몸을 휘어감았다. 독고력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벗어나기 위해 늘 그래왔듯이 손톱을 세워 거대한 뱀의 몸뚱이에 박아 넣었다.

 

 팅.

 

 무쇠로 만든 철판마저 뚫어버리는 독고력의 손가락이 튕겨 나왔다. 하지만 영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닌 듯 했다. 크나큰 고통에 지극묵독사는 몸통을 배배 꼬았다. 독고력은 숨이 막혀 죽기 전에 빠져나오기 위해 정신없이 손을 휘둘렀다. 결국 지극묵독사는 고통 때문에 독고력을 놓아주었지만 독고력의 체력 또한 바닥이 나버렸다.

 

 지극묵독사는 멀찌감치 떨어져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독고력을 향해 독을 뿜었다.

 

 취익.

 

 힘이 빠진 독고력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독을 뒤집어쓰자 달궈진 돌판 위에서도 별 통증을 못 느끼던 피부에서 큰 고통이 느껴졌다. 독이 침투하였는지 눈앞이 가물가물해지고 어지러웠다. 지극묵독사는 승자가 자신이라는 듯 머리를 치켜들고 자신감 넘치게 소리를 질렀다.

 

 "싸아아악!!"

 

 그리고 독고력의 숨통을 확실히 끊기 위해 덥석 물어 삼켰다. 만약 이빨로 씹어 먹는 동물이었더라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하지만 뱀은 먹이 그 자체를 뱃속에 집어넣어 녹여서 흡수한다. 지극묵독사는 돌덩이도 삼키면 녹일 만큼 뱃속의 산성독은 지독했다. 독고력은 온 몸에서 밀려드는 고통에 정신을 차렸다. 마치 상처난 피부에 굵은 소금을 마구 비비는 느낌이었다. 독고력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 없었다. 독한 마음을 먹고 손톱을 세워 뱀의 뱃속을 긁어댔다. 다행히 뱀의 뱃속은 바깥의 가죽보다는 많이 물렀다. 독고력은 살기 위해서 악착같이 지극묵독사의 뱃속을 난도질했다.

 

 때문에 엄청난 고통에 지극묵독사는 독고력을 뱉어내려 했으나 독고력은 이대로 뱃속을 나가게 되면 자신이 위험함을 직감했다. 열 손가락을 벌려 살덩이에 푹 꽂았다. 뱃속이 출렁이며 독고력을 뱉어내려 했으나 단단히 박힌 독고력을 밀어내지 못했다. 독고력은 오히려 박은 열 손가락을 주먹을 쥐듯 오므렸다. 쇠공도 찌부러트리는 독고력의 악력은 지극묵독사의 뱃속의 살점을 단단히 쥐고 버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지극묵독사는 온 몸을 크게 꼬으며 발악했다. 동굴이 무너질 정도로 여기저기 부딪혔다. 하지만 고통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 안이 성하지 않은 지극묵독사는 죽고 말았고 지극묵독사가 죽어 잠잠해졌어도 온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도 독고력은 나가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체온이 떨어져 지극묵독사의 뱃속이 싸늘해지자 죽음을 확실하게 느끼고 기어서 나갔다.

 

 독고력은 지극묵독사의 자충수에 기사회생한 것이다. 물론 몸에 묻은 여러 독이 독고력의 몸을 갈아먹으려 했으나 수년 동안 약공을 한 독고력의 목숨을 앗아가진 못했다. 더불어 몇 일간 씹어삼킨 뱀들의 독들이 이이제독의 효과를 일으켰다.

 

 독고력이 움직일 힘도 없이 가만히 벽에 누워있었지만 남아 있는 뱀들은 감히 독고력을 해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빠르게 기운을 차린 독고력은 주변에 널브러져있는 지극묵독사의 살을 열심히 발라 씹어 먹었다. 쓰고 아릿한 맛이 느껴졌다. 거대한 크기의 지극묵독사는 독고력이 탈출하기 전까지 충분한 식량이 되어 줄 듯 싶었다.

 

 보름이 지나고 난 후 문창은 바위를 치우자 바위 뒤에서 역겨운 혈향이 지독하게 냄새를 풍겼다. 그 안에는 맨 몸의 독고력이 있었다. 독고력은 지극묵독사의 뱃속에서 옷과 온 몸의 털이 녹아내려 민둥민둥한 모습이었다.

 

 문창은 독고력을 데리고 호천신가로 복귀해 몸을 회복시킬 시간을 주었다. 아직 체내에 남아있는 독을 해독해주고 온 몸에 약을 꼼꼼히 발라 허물어진 피부를 치료했다. 온 몸에 칭칭 붕대를 감고 있는 독고력을 라나장이 병문안하러 찾아 왔다.

 

 ”풉.“

 ”왜?“

 ”꼴이 그게 머야. 난 다쳤다길래 되게 걱정했었어.“

 ”......“

 ”어디에서 멀 한거야? 왜 몸에 붕대를 그렇게 감고 있어? 말도 없이 사라져서 얼마나 놀란 지 알아? 나중에 문창 아저씨가 널 곤륜산맥에 데려갔단 소식을 들었어.“

 ”뱀 사냥. 피부가 쓰려서.“

 

 이제는 묻는 것에는 또박또박 대답하는 독고력이었다. 쉴 새 없이 쫑알거리며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찔러보고 붕대를 들춰보는 라나장을 바라보는 독고력의 눈은 야성의 기운이 사그러들고 있었다.

 

 라나장은 다친 독고력을 위해 몸에 좋은 보양식을 손수 만들려고 했다. 독고력을 주방으로 몰래 데려가 음식을 해주기 위해 장어를 손질 하려 했다. 자룡탈포(子龍脫脯)를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 상강(湘江)에서 잡히는 장어의 살만을 가지고 만든 요리로 남자의 정력에는 최고의 요리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해주려는 것이었다. 라나장을 돌봐주는 시녀 중 한 명은 자룡탈포 덕분에 아들이 다섯이라는 농까지 했을 정도였다.

 

 라나장은 살아있는 장어를 기절시키기 위해 칼등으로 툭툭 치고 손질 하려 했지만 매끈거리는 장어의 손질은 쉽지 않았다. 한참 버벅거리고 있자 독고력은 손수 칼을 들고 장어를 손질해주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해줘야하는 건데...“

 ”훗.“

 

 현 상황이 못 마땅해 안절부절 못하는 라나장이 귀여울 뿐이었다. 라나장은 손질하는 독고력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무심하고 고집스러운 남자가 왜 좋은 건지 자신도 모르겠다. 그냥 독고력의 열정에 반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주 어린데도 불구하고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응석도 부리지 않으면서 고통스러운 과정을 묵묵히 해내는 강인한 모습.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이제껏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물어보았다.

 

 ”너는 왜 그렇게 지독하게 무공수련 하는 거야? “

 ”...“

 ”말하기 싫어? 치.“

 ”...가주님에게...“

 ”아버지?“

 ”...인정받고 싶어서.“

 ”우리 아버지한테 인정받고 싶다고 멀? 무공?“

 ”강함. 가주님이 나에게 하신 말이 강해지라는 말이셨어.“

 

 그렇게까지 처절하게 무공수련하는 이유가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는 독고력의 말에 라나장은 되려 놀랐다.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듯 경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에엑? 고작 아버지가 그런 말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 목숨 걸고 하는 거야?“

 ”...그리고... 복수도 해야 해.“

 ”아...“

 

 라나장은 얼핏 들었다. 독고력의 가족들이 멸문지화를 당하고 독고력 혼자 살아남은 것을 아버지께서 데려오셨 다는 것을. 라나장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아양을 떨었다.

 

 ”저기 채소도 좀 썰어줘. 야~ 너 칼 되게 잘 쓴다. 숙수해도 되겠다 그치?“

 

 라나장은 독고력과 더 있고 더 이야기하고 싶어 일부러 이것저것 시키면서 시간을 끌었다. 결국 자룡탈포는 독고력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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