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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2. 저주받은 자들
작성일 : 19-11-15 22:57     조회 : 72     추천 : 0     분량 : 8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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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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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노을이 져가고 풍등을 날리며, 이곳저곳에서 소규모 공연소리가 들려왔다. 야시장은 어제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었고, 사람들은 등불을 밝히고, 거리에는 활기찬 목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런 즐거운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고 있는 한 사람도 있었다.

 

 “으아아아. 제발, 제발!”

 

 케일은 온 신경을 집중하여 약을 만들고 있었다. 다만, 자꾸 손이 미끄러져서 무엇인가를 제대로 집기 힘든 게 문제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조심히 시험관에서 추출물을 옮겨, 기본약물에 천천히 떨어뜨리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수명이 하루씩 줄어드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만들고 있는 약물은 한 점의 오차가 발생하면 평범한 맹물이 되 버리는 약이라 조심해야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 병을 만드는 재료의 가격이 1000카운티를 넘는 것도 그렇고, 그 재료들도 비싼 만큼 한 달에 한번 들어올까 말까 하는 것들이라서, 실수를 하게 된다면 그냥 끝이니까 말이다.

 

 “휴, 겨우 다 됐네. 그나저나 그 자식은 훅훅 막 들이 붓는 것 같은데, 이런 걸 어떻게 잘 만드는 건지......”

 

 대부분의 물건은 혼자 만들었지만, 정밀한 거나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들은 대개 에노가 도와줬었다. 무엇인가 양을 맞추는 것에 한에서는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기계처럼 맞추니까 말이다.

 

 “휴.... 겨우 다 끝났네. 이제 오늘 할 일은 끝난 건가?”

 

 마지막 물약을 만들고, 케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잔뜩 쌓인 약들을 보았다. 왠지 모를 실패작이 더 많은 것 같지만, 2주정도 장사를 해도 되는 분량의 약을 만들어 두었기에 상관은 없었다. 대신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약을 만드니, 어깨가 좀 쑤셔야지 원.

 

 “흐아아암. 잠시 좀 쉬어야겠다.”

 

 그녀는 어깨를 만지며 천천히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이 다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 배 속에서도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제 슬슬 에노가 방문을 열어........

 

 “참, 밖에 나갔다 오라고 했었지.”

 

 거실에 놓인 소파 위에 털썩 앉아서 등을 뒤로 기대었다. 푹신푹신하고 편안한 느낌이 그녀의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푹신푹신함에 온 몸이 녹을 것만 같았다. 스르르 감기는 눈을 떠보려고 해도, 편안함을 주체하지 못하는 몸은 결국 그녀를 깊은 잠에 빠지게 했다.

 

 “으....... 한숨 자야겠다. 찜찜하긴 하지만.”

 

 그녀는 소파에서 다소곳하게 앉아 잠을 자기 시작했다. 점점 몸이 변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지금의 편안함이 더 중요하니까. 그렇게 집안에서는 고롱고롱 거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 일....나....”

 

 “우웅........ 냐아앙.”

 

 부드럽고 따스한 손길. 케일은 그 편안한 손길에 몸을 맡기며 나른해지는 몸을 기댔다. 거기다 빗질까지 해주고 있어서 기분이 더 좋은 것이.........

 

 “아...?!”

 

 케일은 눈을 뜨고 자신을 보고 있는 아멜을 보고 있었다. 아멜은 작은 남색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에노씨! 고양이 기르고 있었나요?”

 

 “네? 고양이........ 아........”

 

 에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멜과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소곳하게 그녀의 품에 앉아 있는 낯익은 고양이를 바라보던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웃으며 말했다.

 

 “고양이가 한 마리 있기는 해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그날 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지만요.”

 

 그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고양이는 그르렁 거리며 에노에게 화를 냈다. 바로 그 순간, 아멜이 고양이의 등을 살포시 누르며 말했다.

 

 “안 돼! 그럼 못 써!”

 

 “냐아! 냐아양!”

 

 왜인지 모르게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그녀의 손길에 고양이는 맥을 추지 못했다. 고양이는 계속해서 저항하려고 했지만, 다시 한 번 밀려오는 푸근한 손길에 다시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에노는 일부러 고양이 앞에서 웃으며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닝.. 니이..... 니이.....”

 

 그의 얼굴을 못 봐주겠다는 듯이, 고양이는 다리를 뻗어 그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아멜의 빠른 제재에 다시 한 번 막혀 버렸다.

 

 “그건 그렇고 이 고양이 굉장히 힘이 세네요. 마치 황소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 그 고양이가 보기보다 드세서 그래요. 그래도 귀여우니까 좋잖아요.”

 

 콧등을 콕콕 쓰다듬는 에노의 행동을 눈으로만 지켜봐야한다니, 케일은 열불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더욱 격렬하게 움직이려고 했지만, 아멜은 지지 않고 고양이를 붙들고 있었다. 점점 더 세지는 고양이의 힘에 아멜도 슬슬 힘이 들었다. 에노는 그런 그녀를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고양이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 데요?”

 

 “네? 고양이가요?”

 

 아멜은 그의 말에 대답을 하다가, 순간 방심을 하는 바람에 고양이를 놓쳐버렸다. 단단히 자신을 붙잡고 있던 족쇄가 풀리기 무섭게, 고양이는 순식간에 에노의 몸을 향해 돌진했다.

 

 “냐아야앙!”

 

 “어이쿠!”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할 그가 아니었다. 그는 소매에서 개다래 풀을 꺼내들고(왜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구 흔들었다. 그러자 고양이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급히 방향을 꺾어 풀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는 사이 그는 재빨리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안는 자세를 취해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냐... 냐아?”

 

 “누나, 말하게 해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

 

 그는 잠시 손에 마력을 집중 시켰다. 푸른 색 빛이 감돌면서 그의 손에서 어떠한 무엇인가가 감돌고 있었다. 푸른 색 물결은 잠시 공기 중에서 한 바퀴 돌더니, 고양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자, 이제 말해도 돼.”

 

 “냐아..... 아아아, 아아아. 됐다.”

 

 “서.. 설마? 케일씨?”

 

 아멜은 깜짝 놀란 눈으로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빛을 받으며, 자세를 바꾸다가 제재 당하는 고양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나 케일이다. 내 털이 그렇게도 복슬복슬 했니?”

 

 “저... 정말 최고였어요. 앗!”

 

 그만 속마음을 내뱉은 그녀를 보고 케일은 해맑게 웃었다. 실상은 고양이가 웃고 있는 거라 굉장히 이상한 모양새였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케일은 에노의 필살 고양이 케어 3단계에 잡혀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그래 내 털은 어디에 가서도 만질 수 없는 특별한... 아흣!”

 

 “맞아. 누나 털은 정말 복슬복슬하고 부드러워.”

 

 “거기. 등 쪽 좀 쓰다듬어줘.”

 

 “알았어.”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에노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지 않는 가.

 

 “근데, 왜 케일씨는 고양이가 됐나요?”

 

 “아, 그건 말이지.”

 

 그녀는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고양이가 자신의 목을 다리로 긁적이더니.) 에노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흐음. 에노야, 너와 나의 비밀을 얘한테도 알려줘야겠지?”

 

 에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다시 아멜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흐음, 너는 아델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니?”

 

 “네? 갑자기 아저씨 얘기는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그거랑 상관이 있거든. 우리들의 몸과 말이야.”

 

 아멜은 아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특별한 검을 다룰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스승이자 부모 같은 존재. 또, 나이를 거의 먹지 않은 몸.

 

 “아저씨가 저주에 걸려있었다고 했었어요. 관에 갇혀있을 때,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죽을 때까지 생명을 파먹는 저주를 말이에요.”

 

 “오호, 거참 술자가 멍청한 건가? 그 녀석한테 그런 저주를 걸다니. 한심한 놈이군.”

 

 케일은 혀를 끌끌 차며, 이번에는 자세를 바꿔 다소곳하게 앉았다. 에노도 그녀가 자세를 바꾸는 것을 나두었었다.

 

 “나와 크레이, 아델은 그날 그림자 세계로 들어가서, 신의 저주를 받았었단다. 금기를 건드린 대가로 말이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저주. 남들보다 더 오래 살 수밖에 없는, 그런 저주에 말이다.”

 

 “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우리는 우리의 모습으로 굳어져서, 영원히 이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야하지. 늙어서는 절대 죽지 않는다고.”

 

 “그... 그럼 불로불사? 인가요?”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 크레이는 죽었으니까.”

 

 그녀의 말에 한 번 더 충격을 받은 아멜은 순간 에노를 바라보았다. 그는 평온한 얼굴로 케일이 이야기하는 것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마치 별것 아닌 이야기라는 것처럼 말이다.

 

 “크레이는 에노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심장과 자신의 마력을 모두 에노에게 넘겨줬었지. 그 과정에서 두 번째 금기를 건드린 나는 에노와 함께 사람이 아니게 되는 저주를 받아버렸단다. 내 혈족의 저주를 말이지.”

 

 영원한 삶을 사는 저주와, 혈족의 저주.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저주라는 것 때문에 그녀의 모습이 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평소에는 인간으로 있는 건가요? 아니면 고양이로 있는 건가요?”

 

 “고양이로 있어야 하지만, 크레이 덕분에 인간으로 지낼 수 있게 되었지. 그 녀석 내가 이렇게 될 줄 알고 미리 저주를 억제하는 팔찌를 만들어 뒀더라고.”

 

 하지만 녹색 만월(왜 녹색이라고 불리는 지는 잘 모르지만)이 다가오는 날이 되면 그녀의 저주가 더 세지기 때문에 고양이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꼬리를 잠시 세웠다가 내렸다. 그러자 에노는 잠시 그녀를 내려두고 주방에 가서 육포를 가져왔다.

 

 “뭐, 지금은 팔찌에 대해 잘 알게 돼서, 내가 필요할 때 부분적으로 변신 할 수 있게 되었고. 고양이의 날렵함을 사용할 수도 있어서 좋고.”

 

 그녀의 비정상적인 동체시력과 움직임은 고양이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거기다 마법으로 몇 배 강화시키기에 일반적인 기술로는 그녀를 따라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가. 지금은 그저 앞에서 먹기 좋게 잘라주는 육포를 덥석 받아먹으며 귀여운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가 앞에 있는데 말이다.

 

 “저... 저도 줘... 아니, 드려도 될까요?”

 

 에노가 조각조각 뜯어서 케일에게 주는 것을 보던 아멜이 수줍게 말을 했다. 에노는 그녀의 모습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도 상관없어요.”

 

 “자... 잠깐만! 난 사람이야.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

 

 “자아.......”

 

 케일은 아멜의 손에 다시 붙잡혀 강제로 육포 형(?)에 당하고 있었다.

 

 뭔가 좋기는 한데, 이 찜찜한 기분은 뭐지? 아까 전부터 강하게 느껴지던데. 아.. 아니 상관없는 건가? 그.. 그런 거겠지?

 

 

 

 

 밤이 깊고, 케일은 둘의 손길에 지쳐서 소파 위에 몸을 둘둘 말고 누워있었다. 에노와 아멜은 2층 테라스에 나가, 만월이 뜬 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에 뜬 풍등들. 별빛을 시샘한 달빛에 은하수가 가려졌지만, 풍등이 그들을 대신하며 밝게 빛나고 있었다.

 

 둘은 각각 작은 종이를 풍등에 달아서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몇 번 해본 적이 있는 에노는 능숙하게 풍등을 꺼내 종이를 달아둔 상태였다. 반면, 아직 한창 준비를 하고 있는 아멜은 천천히 풍등에 소원 종이를 달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에노씨. 뭐라고 적었어요?”

 

 “네? 그걸 지금 말하면 안 되죠. 엄연히 소원인데요.”

 

 “그래도 궁금하잖아요. 전 대충 모두가 건강했으면 하고 적었어요. 에노씨는 요?”

 

 “음..... 그냥 작년이랑 비슷해요. 그저..... 평범하게 가게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두 사람은 소원을 단 풍등을 손에 들고, 안에 불을 붙여 하늘 위로 살포시 던졌다. 그러자 잔잔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의 흐름에 몸을 실으며 풍등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하늘 높게 잘 날아가는 풍등 한 쌍은, 하늘에 닿을 것 같이, 별에 닿을 것 같이 열심히 날아올랐다.

 

 그런 풍등을 바라보며, 아멜은 손을 모아, 소망이 담긴 풍등이 잘 날아가기를 빌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에노는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혼자 날리고 있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옆에 특별한 손님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손님은 밝은 미소를 가진 좋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풍등을 날린 뒤,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에노는 테라스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먼저 방으로 가라고 해서 먼저 움직였던 그녀였지만, 한참을 지나도 에노가 방에 안 들어가고 있기에, 아멜은 테라스로 발을 돌려 그에가 다가갔다.

 

 “에노씨, 춥지 않아요? 잠은 방에 가서 자야죠.”

 

 하지만 그녀가 다가갔을 때, 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노씨!”

 

 아멜의 말에 화들짝 깬 에노는 눈을 뜨고 그녀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말을 안 듣는 몸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슬슬 망가질 때가 된 것 같았다 싶었는데. 아멜씨,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아멜은 얼른 부축해서 일어서게 해주었다. 그도 그럴게 에노의 모습은 낮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이거, 부품인가요?”

 

 “아... 하하하. 네, 부품이에요.”

 

 인간이 아닌, 기계 부품으로 이루어진 팔과 다리, 몸통 일부도 이상한 기계들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머리와 일부 몸을 제외하면 거의 기계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었다.

 

 “에노씨도 만월의 저주 때문에.......”

 

 “아니에요. 전 만월의 저주 때문이 아니에요.”

 

 다행이 기능이 정지된 것은 다리였던 듯싶었다. 방에 도착하자, 그는 급히 서랍을 열어 보석처럼 빛나는 돌들을 몇 개 꺼내 들었다. 마정석이라고 불리는 돌. 이건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저와 누나는 같은 피를 공유하고 있지만, 혈족의 저주는 누나가 받았었죠. 사실 그것은 저주가 아닌 반은 축복에 가깝지만요.”

 

 그는 혈족의 피를 타고나지 못했었다. 그래서 모든 게 우수했던 누나와 달리 몸이 굉장히 약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실 몇 달을 못 살 거라는 얘기를 의사에게 들은 부모님이, 스승님께 부탁했었죠. 저를 살려달라고.”

 

 그가 살던 세계에서, 가장 최고의 마법과 지식을 가진 현자. 그의 스승은 죽은 사람도 일으킬 수 있다는 대마법사라고 불렸었다. 그런 그도 처음에 그를 만났을 때는 굉장히 당황했다고 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그였고, 그가 권한 가장 최적의 방법은.......

 

 “몸의 일부를 기계로 바꾸는 대 시술을 결정하셨죠.”

 

 “몸을 기계로 바꾼다고요?”

 

 “사실 제가 있던 곳에서는 인간을 닮은 ‘인형’이라는 존재가 있었거든요. 정말이지, 인간의 행동은 기본이고, 감정과 생각, 행동까지 닮은 인형들을 보면 과연 인형이라 불러야 맞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는 자연스럽게 다리에 나사를 빼서 상판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검은 물체를 꺼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마정석을 박았다. 그러자 마치 힘이 새로 생긴 듯 다리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금기된 마법이 있는데, 바로 정신을 옮기는 마법. 스승님은 금술을 사용해, 저를 이 인형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죠.”

 

 그의 스승이 만든 몸은 참으로 대단했다. 일반적인 인형들은 인간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만든 몸은 모든 게 인간과 같았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아픈 것도, 감정을 느끼는 것과 심지어 늙어가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 상태에 에노의 남은 모든 것을 인형의 몸으로 옮겼으니 말을 다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몸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하필 사도와의 최종전에서 제 몸이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죠.”

 

 마력이 공급되는 것을 본 그는 다시 조립한 다리를 이리저리 휘저어보며 제대로 작동 되는지 시험했다. 그리고 난 뒤, 허리 쪽에 망가진 곳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자주 망가지는 곳인 모양인지 너무나 능숙하게 그 부분을 뜯어 고치는 그의 모습에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스승님과 누나는 완전히 부서진 저를 고치기 위해, 금술을 이용했었죠. 하지만 제 몸은 어떻게든 복구 시킬 수 있어도, 제 영혼을 데리고 오는 것은 무리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에노씨는........”

 

 인형의 몸이기는 하지만, 원래는 평범한 수명을 누리며 살 수 있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덜 아프고 조금 튼튼한 몸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를 살리기 위해 크레이는 자신의 심장을 바쳤고, 그 대가로 에노는 살아날 수 있었지만 그의 저주를 이어받게 된 것이었다.

 

 덕분에 인간이면서도 인간이 아닌 자로 살아가야 하는, 저주 아닌 저주를 달고 살게 된 것이었다.

 

 “뭐, 마력이 짙은 달이 뜬 날에는 기계의 모습으로 거의 있지만, 평소 때에는 거의 사람의 모습으로 있죠. 거기다 스승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지, 그냥 기계부품으로 이루어진 사람일 뿐이라니까요. 아니, 그냥 사람을 만드셨죠.”

 

 그는 수리가 다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금씩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조금 들리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것에 딱히 무리는 없는 것 같았었다.

 

 반면 그런 그를 보면서 아멜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조용히 그의 등 뒤에서 그를 안아주었다.

 

 “아저씨가 그러더라고요. 울고 싶을 때, 울라고. 괜찮다고 하면서 슬픈 표정으로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안 좋다고요.”

 

 에노는 잠시 안경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갑자기 목에서 무엇인가가 차오르는 듯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 위로 따스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의 얼굴에는 두 개의 줄기가 뺨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그녀는 말없이 꼬옥 안아주었다.

 

 ‘아저씨........’

 

 그런 그를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니까. 항상 뭐든 혼자서 견뎌보려고 하려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그러니 울어도 되요. 가끔은.”

 

 그녀의 따뜻한 말에 에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같았던 그의 스승의 생각에. 그를 따뜻하게 배려해주는 그녀의 마음씨에. 그는 소리 내어 울지는 않지만, 그동안 많이 힘들었었던 모양인 듯싶었다.

 

 마치 그의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를 씻어내듯, 그는 한동안 계속해서 울었다. 점점 깊어지는 밤 동안 계속해서. 그리고......... 그의 곁에서 그녀는 가만히 그를 다독여줄 뿐이었다.

 
작가의 말
 

 으... 감기랑 손목 때문에 고생했다가 나았는데..... 이번에는 허리에 통증이 너무 심하네요.

 

 아직은 견딜만한데, 더 심해지면.... 병원이라도 한번 가봐야겠.....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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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2. 저주받은 자들 2019 / 11 / 15 73 0 8584   
23 21. 아멜과 에노 2019 / 11 / 14 75 0 8685   
22 20. 마법사와 마술사 2019 / 11 / 8 71 0 9378   
21 19. 스토커 2019 / 11 / 7 70 0 8057   
20 18. 세 사람의 휴일 2019 / 11 / 1 74 0 8012   
19 17. 마법사와 수호자들 2019 / 10 / 31 71 0 7784   
18 12.5(막간) - 만남, 그날 이후의 일들 2019 / 10 / 31 68 0 4312   
17 16. 오랜 친구 2019 / 10 / 25 77 0 8214   
16 15. 새 식구입니다. 잘 부탁해요. 2019 / 10 / 24 79 0 8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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