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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17. 마법사와 수호자들
작성일 : 19-10-31 22:32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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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병이 어느새 탁자위에 쌓여갔다. 에노가 중간에 그녀를 말리려고 했지만, 케일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술이 들어가서 인지 술술 얘기를 계속해 나가고 있었다.

 

 “참...... 정말이지. 그 제도를 보는 것 같은 풍경....... 거의 한 5 ~ 60은 더 된 것 같........ 핫, 이건 잊어버리렴. 잊어.”

 

 “아... 네.... 네!”

 

 어.. 엄청난 것을 들어버린 것 같은데....... 살벌한 눈빛으로 아멜을 쳐다보는 케일의 모습에 아멜은 순간 맹수 앞에 놓인 아기 사슴처럼 파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괴물들과 상대했을 때도 이런 느낌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에노, 너도... 알지?”

 

 “히.. 히익! 알았다고! 알았어!”

 

 에노는 순간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준비하다가, 그녀의 엄청난 살기에 눌려 다시 한 번 쭈그러들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특정 숫자 얘기는 금기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뭐, 그건 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 든! 이야기를 계속해서! 할 거니까! 잘 들어!”

 

 그대로 술병을 잡고 다시 마시기 시작한 그녀는, 곧 술병의 술 비우고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니까... 그 건물들을 보면서, 확실히 내 기억속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지.........”

 

 

 ★ ★ ★ ★ ★

 

 

 낡은 성은 마치 제도의 황성을 보는 듯 했다. 심지어 알고 있는 비밀통로가 그대로 있는 반면, 자신이 모르는 곳은 그저 벽만 있는 것을 봐서는 진짜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기억을 반영하는 것 같았다.

 

 “흐음, 근데 왜 저기에 문이 있는 거지?”

 

 누구보다 황궁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케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게. 저런 곳은 내가 본 적이 없는데.”

 

 “아델,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한데?”

 

 “하하하, 그렇다고 저 녀석이 거짓말 한 거는 아니잖아.”

 

 죽이 척척 맞는 아델과 크레이를 보며 케일은 혀를 찼다. 그리고 케일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크레이는 그 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와! 여기 진짜 신기해! 신기하다고!”

 

 “야! 또 저번처럼 화살받이 되고 싶냐!”

 

 케일이 화를 내며 그의 뒤통수를 때리려고 했다. 매번 저 호기심 때문에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긴 그들이었다. 그러기에 케일은 한층 더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야, 근데 누가 꾸민 건지는 몰라도 굉장히 화려하게 만들어놨네.”

 

 “카르모시안, 내 말 맞지? 여기 신기하다고!”

 

 “야! 이 화상들아! 막 만지지 말라고!”

 

 아델과 크레이는 케일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수가 아름답게 놓인 화려한 커튼과 수없이 많은 장서들이 꽂힌 책꽂이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화려한 장식에 비해 수세기를 넘긴 듯, 녹슬어 있는 검 두 자루가 꽂힌 탁자가 있었다.

 

 “우오오! 이거 굉장한 데?”

 

 이 조의 유일한 검사이자 검에 대한 것이라면 빠삭한 그가 흥분한 채로 검에게 다가갔다. 곧이어 크레이 역시 무엇인가에 이끌리는 듯 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우으! 야, 이 자식들아!”

 

 언제나 말을 안 듣는 두 명 덕분에, 그녀는 마법으로 보호막을 만들며 그들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검을 중심으로 거대한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으아아!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이중방호. 거북이의 태세! 덴펠레의 방패!”

 

 거대한 빛은 그들을 지나쳐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크레이는 빛의 흐름을 보며 말을 했다.

 

 “케일? 이 빛은 공격 마법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고는 무어라 웅얼거리고는 앞에 있는 검을 잡았다. 그러자 사방으로 퍼졌던 빛들이 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빛줄기가 마치 선율을 이루듯 아름답게 흐르고 있었다. 검은 그런 빛줄기들을 마치 조율하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여기 오길 잘했잖아! 거기다........”

 

 크레이는 손을 뻗어 검을 잡아 뽑았다. 그러자 검이 꽂혀있던 곳으로 빛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흑백으로 가득 찬 세계에 빛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아마, 우리가 이 공간을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여기에 있을 테지.”

 

 크레이는 들고 있는 검을 이리 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아델 역시 검을 뽑아들어 그 검에 적힌 무엇인가를 읽고 있었다.

 

 “흐음....... 케일, 이거 읽어볼 수 있겠어?”

 

 케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아무 일도 없었기에 아델에게 다가갔다. 아델은 그녀에게 검을 넘겨주고 손가락으로 한 부분을 짚었다.

 

 “케일, 이 부분이거든? 고대 룬어랑 라바르타(엘프)어가 섞여있어.”

 

 “으음...... 그러게? 룬어가 적혀있다는 거는 신구라는 얘기인데?”

 

 “신구? 그럼 내가 찾고 있던 게, 여기에 있었던 건가? 근데, 내용이 뭐라고 적혀 있었어?”

 

 아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케일이 돌려주는 검을 받았다. 케일은 조심스레 바닥에다가 글자들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흐음. 그러니까 ‘대력 311년 광풍의 신을 여기에 잠들게 하다’라고 적혀져 있어.”

 

 “대력 311년? 이거 1000년도 더 전에 만들어 진 거라고?”

 

 아델은 깜짝 놀란 얼굴로 검을 바라보았다. 그런 아델에게 크레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말을 했다.

 

 “대력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월력 아니야?”

 

 “사라졌다니? 아 참 너희들과 내 세계가 다른 세계였지. 우리 세계에서는 아직 대력을 쓰고 있거든. 지금 내 세계의 시대는 대력 1521년이라고.”

 

 “음.... 우리는 대력에서 바뀐 지 300년 더 넘게 흐르지 않았나? 우리는 이제 상홍력 213년이라고.”

 

 “상홍력? 그건 또 뭔데?”

 

 “그냥 새로운 월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음... 그렇게 되면 300년이 아닐 수도 있겠다....... 뭐 이건 재껴두고, 이 검이 신화 시대적 물건이라는 건 확실하네. 너도 그렇고.”

 

 “뭐야. 갑자기 내가 왜 신화시대 인물이 되는 거지?”

 

 “이름도 ‘영광’(글로리)이니까. 옛날에는 그렇게 이름을 많이 지었대. 비슷한 예들 알려줄까?”

 

 “됐어. 그런 것까지 듣고 싶지는 않아.”

 

 아델은 툴툴거리면서 검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에 검을 고쳐 잡고 뒤로 휘둘렀다.

 

 “그러니까 우리 좀 그만 지켜보라고! 고대인씨?”

 

 아델의 검은 정확히 크레이의 등 뒤를 노리는 검을 쳐냈다. 크레이는 깜짝 놀라 앞으로 튀어 나갔고, 케일은 곧장 마법 두 개를 시전 했다.

 

 “후후........ 녀석들의 후손이라서 눈치가 빠른 건가? 그래도 너희들 덕분에 이 거지같은 세계에서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데?”

 

 검을 들고 있는 검은 그림자. 섬뜩한 느낌이 마구 풍기고 있었기에, 케일은 긴장을 놓지 않고 마법을 중첩시키기 시작했다.

 

 “흐음, 이 힘은 레이어 녀석의 힘인 건가? 왜 놈은 종자들에게 자신의 힘을 나눠 준 거지? 뭐, 그래도 상관없지만.”

 

 검은 그림자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면서 다시 검을 휘둘렀다. 가볍게 휘두르는 느낌이었지만, 강력한 충격이 느껴졌었다.

 

 “우와왁! 너무 아픈 데? 이 자식 힘이 너무 세잖아!”

 

 “카르모시안, 전위에 있는 검사의 숙명이다. 받아드려.”

 

 “검사의 숙명은 무슨! 것보다 후위의 분들은 조금 도와주시면 안 됩니까?!”

 

 “걱정 마. 지금부터 시작할거니까. 케일! 항상 했던 거 준비 좀 해줘!”

 

 “말 안 해도 할거 거든! 마하빌라의 소나기!”

 

 케일의 왼손에서 수십 개의 마력탄들이 쏟아져 나갔다. 검은 그림자는 탄을 보더니 뒤로 물러서며 검으로 마력탄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자신에게 오는 것만을 자르는 그림자의 모습에 크레이는 감탄하며 말을 했다.

 

 “오, 나도 노력하면 저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

 

 “글쎄다? 너는 검에 재능이 없어서 말이지.”

 

 “치잇, 빈 말도 못 해주냐? 뭐, 일단 강화주문이나 받을 준비해. 거북이의 태세. 매의 발톱. 사자의 포효!”

 

 크레이는 아델에게 3개의 마법을 동시에 펼쳤다. 아델은 그의 지원에 놀라면서, 주체할 수 없는 힘에 깜짝 놀랐다.

 

 “히... 힘이 넘쳐난다!”

 

 “그럼 그 힘을 빨리 쓰라고!”

 

 케일의 외침에 그는 검을 들어, 검은 그림자에게 다가갔다. 그의 빠르고 완벽한 동작이 녀석의 신형을 갈랐고, 그와 동시에 미리 준비해둔 케일의 마법이 폭풍처럼 날아갔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버려!”

 

 천장을 뒤덮을 정도 거대한 바위가 검은 그림자 위에서 정확하게 떨어졌다. 검은 그림자의 표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모습에서 당황한 것이 느껴졌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자는 급하게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벨베고스의 힘이여, 저들을 집어 삼켜라!”

 

 녀석의 검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거대한 고래가 입을 벌리며 바위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이렇게 큰 기술을 쓰면 빈틈이 있기 마련, 숙련된 검사인 아델은 그 틈을 정확하게 파고 들어, 검은 그림자의 가슴을 두 번 찔렀다.

 

 “어이 어이. 너 참 대단한데? 내 7연격을 5회나 막은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

 

 아델은 검을 거두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분명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검은 그림자는 그의 모습에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했다.

 

 “하아 하하하. 이런 애송이들한테 상처가 날줄이야. 그래도 오랜만에 살아있는 육체로 싸우는 게 정말 즐거운 걸?”

 

 검은 그림자의 가슴에 났던 상처가 사라져 갔다. 너무나도 빠른 재생력, 그것은 모두의 표정을 일그러뜨릴 정도로 굉장한 능력이었다. 정확하게 심장을 터뜨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단 1초도 안 돼서 되돌려 놓은 것이니까. 동시에 녀석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더니, 검은색 기분 나쁜 구체를 마구 뿌려댔다.

 

 “저... 저거.. 설마!”

 

 구체는 지나가는 구역 구역을 모두 부식시키며, 순식간에 모두를 향해 날아왔다. 케일은 놀란 눈으로, 그 구체를 바라보았다. 이건 분명 중급 마법위의 상위 단계 마법인 소멸 마법의 일종일 텐데.......

 

 눈앞에서 본 것은 정말 마법사로서 흥미로웠지만, 그것 때문에 모두의 목숨이 위험해졌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였다.

 

 “우... 우린 끝이야! 끝이라고!”

 

 “젠장 디스펠을 걸고 베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아! 다 못 벤다고!”

 

 “그래? 그럼 반사!”

 

 거대한 장벽이 갑자기 모두의 앞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날아오던 구체가 정말 간단하게 툭 튕겨져 녀석에게로 되돌아갔다.

 

 

 

 “마... 말도 안 돼! 하찮은 것이 감히 내 공격을 뺏었다고?”

 

 검은 그림자는 자신의 공격이 고스란히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에, 큰 충격을 먹은 듯했다. 너무나도 손쉽게 마법을 돌려준 크레이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녀석 앞에서 팔짱을 끼고 당당히 서있었다. 그 모습에 아델은 인상을 찌푸리며 크레이에게 소리쳤다.

 

 “이 치사한 자식! 공격을 반사 할 줄 알면 진즉에 하라고!”

 

 그는 화가 단단히 났는지, 눈썹이 꿈틀거리다 못해 폭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손에서 흉측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려는 듯 몸부림을 쳐대고 있었다.

 

 “오호, 그 많은 마탄 반사를 막았는데, 거기다 마법까지 쓴다고? 대단한데?”

 

 “크레이, 감탄할 때가 아니잖아!”/ “방... 방법이 있다면, 어... 어떻게 좀 해봐.”

 

 “알았어, 알았다고. 최고의 마법사의, 최고의 마법을 보여줘야겠군.”

 

 아델과 케일의 다급한 목소리에, 크레이는 잠시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처음 보는 동그란 구슬. 그 물체는 빛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그 빛은 굉장히 불길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케일은 순간 그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크레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그 구슬에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자, 간다! 에트라엘 로부르트!”

 

 마지막으로 한말이 주문이었는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끝으로 물체가 터지면서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케일의 시야에서 모두가 사라지고 말았다.

 

 

 

 ★ ★ ★ ★ ★

 

 

 

 “그때 쓴 마법은 아마 최초로 인간이 쓴, 인간 최대의 마법, 세계 급 마법이었을 거야. 그날 일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물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말이야.”

 

 마법에는 항상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마법이 크면 클수록 그에 대한 반동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식 금기에 손을 대는 바람에........ 늙어서 죽지 않는 몸이 되어버렸다고. 참나....... 그 수많은 연금술사들도 찾지 못한 불로불사 마법을 지손으로 만들었으니. 하하하.....”

 

 케일은 거의 반 죽어가는 듯 식탁에 기대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술기운이 돌아서 거의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우이씨...... 그 마법을...... 진즉에...... 썼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망할 자식......”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곯아떨어진 케일을 보던 아멜과 에노는 그녀를 서로를 보고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노는 매번 해왔다는 듯이 능숙하게 케일을 업었고, 아멜은 천천히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케일을 방에다 곤히 눕혀두고 온 에노는 다시 거실로 나왔다. 아멜은 식탁을 다 정리해 놓고 다시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에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에노씨랑..... 케일씨는 엄청난 사람이었군요......”

 

 케일이 너무 쉽게 얘기를 해서 그렇지, 얘기를 듣고 있다 보니, 그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노는 그런 그녀를 보며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뭐, 솔직히 저도 갑자기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놀라기는 했었어요. 가족 하나 없는 아픈 고아인줄 알았는데 말이죠.”

 

 한 나라의 왕자였지만, 어느 한번 왕자였던 적이 없었다. 가끔 찾아오던 여자가 자신의 누나였다는 사실도. 후에 왕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나라는 없어진지 오래였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죠. 아쉽다고 한다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누나를 보면 또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정치니 뭐니 그런 거 싫으니까요. 그저 평범하게 스승님의 제자로 있고 싶었죠.”

 

 하지만 세계가 고통 받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작은 소년은 스승의 말을 무시한 채 밖으로 뛰어나갔었다. 생명부지였던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크나큰 업을 지게 했었다. 세계를 구하긴 했지만, 스승의 말을 무시한 대가는 엄청나게 큰 것이었다. 철없는 소년의 혈기는 결국.........

 

 “그건 그렇고 그 분은 아직 잘 지내시죠?”

 

 가끔 스승의 집에 놀러왔던 그의 얼굴이 떠오른 에노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아멜에게 말을 했다. 아멜은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지내고 있다기보다는, 자꾸 무리를 해서 걱정이에요. 솔직히 괜히 여기로 넘어 왔나 싶기도 해요. 제가 없으니 지금쯤 사고를 치고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스승님이랑 같네요. 스승님도 자꾸 남 걱정 시키게 하는 사람이었는데. 친구는 친구인가 봐요. 하하.”

 

 평소에 사건 사고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으니까, 에노는 그와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잘 있으시면 되요. 스승님도 친구 분이 잘 있으시다는 걸 안다면 좋겠지만요.”

 

 생각해보면 이제는 거의 잊고 살았던 것 같았다. 그녀/ 그랑 얘기를 하면서 좋았던 순간들이 마구 떠올랐다. 그리고 곁에, 옆에 있던 잊혀져버린 빈자리가, 이제는 그가 없다는 사실도 다시 떠올랐다. 덕분에 두 사람 모두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기만 했다. 다행이 그 침묵을 깬 것은,

 

 댕! 댕! 댕!

 

 슬슬 밤이 깊었다는 것을 강조하듯, 크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러게요........”

 

 낮에 일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싶었다. 하필 정확하게, 어쩌다보니 둘이 동시에 하품을 해버려서, 서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어떻게 동시에 하품을 한 거죠?”

 

 “그러게요. 참 신기하네요.”

 

 “.......”

 

 “.......”

 

 “잘 자요. 아멜씨.”

 

 “잘 자요. 에노씨.”

 

 서로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한 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그와 그녀는 잠시 침대 위에 걸쳐 앉았다. 환한 보름달이 떠있어서 그런지, 어두운 방과는 달리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날 기억할 때, 웃을 수 있다면 난 분명 좋은 인생을 보낸 거겠지?’

 

 두 사람은 무릎을 끌어 앉고 그대로 고개를 푹 묻었다.

 

 “그러게요. 스승님.” / “그러게요 아저씨.”

 

 따뜻한 달빛이 환하게 그들을 비춰주었다. 마치 슬픈 두 사람의 얼굴을 가려주듯 환하게 말이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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