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얼음이 된 슬비는 꼼짝도 못하고 그냥 서 있다. 건우는 키스를 끝내고 수줍어 하는 슬비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내가 경고했잖아! 이름 부르지 말라고"
"............"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널..."
"..........."
"뭐라고 말 좀 해"
"안아줘..."
슬비의 말에 건우는 망설임도 없이 부드럽게 꼭 안아주었다. 건우의 품에 안긴 슬비는 조심스레 두 팔로 건우를 감싸 안으며 서 있는다.
몇 분 후
손을 잡고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나 사실... 첫 키스야!"
"거짓말 너 인기 많잖아! 그런데 어떻게... 나하고 한 게 처음이겠지"
"아니거든 정말 네가 처음이거든..."
"그만 쳐다봐 부끄럽단 말야"
"계속 보고 싶은데 어떡하지"
"그럼 나 간다."
"가지마 조그만 더 걷자"
"연우오빠"
"또 또 연우오빠 오늘은 하지 말자 형 얘기"
"알았어"
"나 미치겠다"
"왜?"
"또 하고 싶어"
"뭐어~ 이 짐승 이 늑대 이 바보 나 정말 간다"
건우의 손을 놓고 버스로 뛰어가는 슬비 버스 안에서 밖에 서 있는 건우를 쳐다본다. 건우도 버스 안에 서 있는 슬비를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수줍게 용기내어 손을 흔들어 보이는 슬비 그 모습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건우 그리고 야속하게 가버리는 버스.
슬비와 키스를 잊지 못한 듯 계속 입술을 만지는 건우 입가에 번지는 미소 다시 자신이 했던 모습을 생각하며 걸어간다. 조금 부끄럽지만 꽤 괜찮은 듯 자기 만족을 하면서...
버스에 오른 슬비 또한 창문에 비친 입술을 바라보며 아까 그 모습을 다시 생각한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건우의 진지한 모습이 자신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학교를 가기 위해서 버스에 오른 슬비 여느때와 다름없이 학생들로 가득찬 버스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기분을 느꼈다. 여학생들 사이에서 슬비를 보고 삼삼오오 귓속말로 속닥거리다 눈이 마주치면 도끼눈으로 째려보는 여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없는 슬비는 그냥 멍하니 서 있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다. 슬비 뒤로 많은 여학생이 줄줄이 따라 내리고 앞길을 막는다.
"너 어제 건우랑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이라니?"
"오리발 내밀지마 여기 증거가 다 있으니까"
"무슨 증거"
한 여학생이 폰을 앞으로 내밀면 화면엔 건우와 슬비가 뽀뽀를 하고 있는 사진 또 다른 화면엔 건우와 슬비가 사람들 사이에서 뽀뽀 하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여기 이 여학생 너 아니야"
"나 맞아"
"그래 맞아"
"근데 왜 그래"
"왜 라니 우리 건우 건드리면 내가 가만 안 둔다고 경고 했을 텐데"
"그래서 지금 날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우와 너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도 있나보다"
"그게 맞을 짓이라면 때려 하지만 난 맞을 짓 하지 않았어"
하며 학생들 사이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슬비 그때 시비를 걸었던 여학생이 슬비의 긴머리카락을 잡아 당기며 싸우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학생들도 그 틈새를 이용해 슬비를 때리기 시작했다. 같이 싸우기엔 너무 벅찬 상대들임을 알기에 그냥 맞고 있는 슬비. 그때 어떤 학생의 외침이 들린다.
"야 늦었어 지각이야!"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해주지"
"다음에 또 이런 장면이 우리 눈에 띄면 그땐 넌 각오해 둬야 할 거야"
"가자 애들아!"
아이들이 각자의 학교로 뛰어가는 모습. 그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슬비 터벅터벅 걸어간다. 이 모습으로 학교를 가기엔 좀 그런 것 같아 버스 정류장에 걸어가 의자에 앉는다.
몇 시간 뒤.
슬비는 아직 그대로 앉아있다. 많은 학생들이 버스 정류장으로 모여 드는 것을 보니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가거나 집에 가기 위해 오는 것같다. 아침의 그 현장을 목격했던 여학생들은 슬비의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속닥거리거나 손가락질을 하면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