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버스 정류장 벽에 붙이고 돌아서서 다시 버스에 오르는 슬비. 그때 다른 버스에서 내리는 건우. 환승을 하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에 내리는데 그 종이를 보지 못하고 다른 버스에 오른다.
시간이 지나 그 종이는 사람들 낙서가 그려지고 찢어져 바닥에 버려진다. 슬비는 그 종이만 믿고 그 뒤로 버스 정류장에 찾아가지만 결국 건우를 만나지도 못하고 가방 속에 들어있는 파란우산.
슬비의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진 적이 없다. 언제 건우에 대한 연락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듣지만 들어오지 않고 쉬는 시간 친구들이 슬비를 찾아와서 물어본다.
"연락왔어"
"아니..."
"휴... 뭐야!"
"뭘까? 왜 연락이 안오지"
"종이를 못 봤나?"
"그런가?"
그때 교실 뒷문에서 쿵쾅거리며 슬비와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에 달려와서 긴 호흡을 한번 쭉 내뱉으며
"야! 야! 야! 도건우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아냈어"
"어딘데?"
"청운고등학교 1학년 3반 도건우"
"정말? 확실해?"
"그렇다니깐 내 남자친구가 그 학교 짱이잖아!"
"그럼 연락처도 알겠다."
"연락처는 안 가르쳐 준데"
"왜?"
"내가 그 아이랑 눈 맞을까 봐"
"헐~~~"
"근데 그 건우라는 아이 장난 아니래 완전 엘리트 집안 엄친아!"
"그럼 더 못 만나겠네 연우오빠는 더 엄친아니깐 슬비야 이제 어떡해"
"그래도 꼭 한번은 만나고 싶어."
"초딩 6년 동안 비오는 날마다 우산을 씌워주던 정이 있었는데 매몰차게 널 모른 척하겠어"
"건우를 공략하자! 오늘부터 청운 고등학교 앞으로 출동!"
"청운고 도건우가 제발 그 건우이길..."
수업이 끝나자마자 청운고등학교 교문 앞으로 달려가는 슬비.
하교시간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는데 건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무작정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고 건우의 이름을 말하면 다들 이름은 알지만 본적이 없거나 알아도 연락처는 모른다는 대답만 들을 뿐이었다.
학생들이 다 나올때까지 교문 앞에서 건우를 기다리지만 만나지 못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긴다. 어깨가 축 늘어진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슬비 그때 누군가가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건넨다. 고개를 들어보면 조금 무섭게 생긴 여학생들이 서 있다.
"너 우리 학교 학생도 아니지? 그런데 왜 우리 건우를 찾지?"
"건우를 알아!"
"그럼 우리 건우를 모르면 간첩이지 이 주변 학교에서..."
"만나고 싶어 아니 연락처라도 알고 싶어"
"그래 네가 아직 우리에 대해서 잘 모르나 본데"
간단하게 스트레칭 동작을 선보이며 몸을 풀기 시작하는 여학생들
"만나고 싶어... 그럼 몇 대 맞고 정신 차릴건데"
"그게 무슨 말이야 난"
그때 슬비의 뺨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가 그 여학생 손을 잡는다.
"뭐야!"
하면서 짜증나고 신경질나는 듯 가로막은 손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하트 눈으로 바뀌며 사랑스러운 말투로 바뀐다.
"건... 건우야!"
"뭐? 건우."
슬비가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 우산의 주인공 도건우였다. 너무 놀라 아무말 못하고 앉아있는 슬비.
"왜 때리는 거야!"
"때리려는게 아니라 뭐가 묻어서 떼주려고 하는데"
"그래? 어디?
"여기 아니 저기"
"그래... 이야기 들었지 볼에 뭐 묻었데 떼"
"으으으응"
볼을 닦는 척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건내주며
"우산 빌려 준 보답을 갚고 싶은데"
"필요없는데 난 정말 그냥 귀찮아서 너한테 우산 준 거였는데 콜록! 콜록~"
"감기 걸린거야 그때 비 맞고?"
"아~ 아니야 그런 것 원래 비염이 좀 있어서"
"지금 시간 있어"
"없는데"
"그럼 연락처라도 좀 주면 안 될까?"
"지금 나한테 작업거는 거야?"
"그게 사실은..."
"나 쉬운 남자 아니야"
"궁금한게 있어 너한테 몇 가지 물어 보고 싶은게 있는데"
"그래서 나 만나려고 버스 정류장에 종이 붙이고 오늘은 학교 앞까지 와서 나를 찾은 거야"
"그걸 어떻게... 알면서 연락도 하지 않은 거야"
"종이는 보지 못하고 학생들한테 이야기만 들었어"
"그래 그래서 연락처 준다고 안 준다고"
"하는 것 봐서"
"뭐라고"
"너의 전화번호를 나에게 줘 내가 언제든지 마음이 바뀌면 연락 할 테니까"
"알았어 내 번호는..."
그렇게 번호를 주고 눈 앞에서 건우를 보내 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