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16강 마무리
<슈륵>
찬 타크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타르탄 2세가 뱀처럼 길고 흐느적대는 손을 뻗어 윌리엄을 공격한다.
"하압!"
<촥>
간발의 차이로 타르탄의 손길을 피하고, 반격하여 보랏빛 오물 팔을 잘라내 버리는 윌리엄.
그러나 팔은 순식간에 다시 합쳐져 버리고, 타르탄 2세가 다시 공격을 시도한다.
"크윽."
유독성 오물 팔이 윌리엄의 허리 쪽을 스치고 지나간다.
보랏빛 점액에 싸여 녹아버리는 금발 전사의 교복 셔츠.
"어마앗!?"
관중석의 여학생들이 그 아슬아슬한 모습에 비명을 지른다.
멋진 윌리엄이 공격당할 뻔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바로 교복이 녹는 바람에 조각 복근이 살짝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스피드 면에서 엄청나게 발전했군. 위력도 대단하고..."
윌리엄이 녹아 버린 교복셔츠를 힐끔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첫 번째 공격에서 희망을 본 찬 타크가 의기양양 외친다.
"그걸로 끝이 아니지, 타르탄! 완전히 깔아 뭉개버려!"
"구워어어어~!"
이번에는 타르탄 2세가 온몸을 던져 윌리엄을 덮치려 한다.
만약 저 더러운 무더기에 덮쳐진다면, 윌리엄의 고귀한 왕자님 이미지는 저기 높은 하늘 위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이야아아아..."
다행히도 윌리엄은 이미 저 괴물을 쓰러뜨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가 흑철대검의 손잡이를 꽉 붙잡으며 각오를 단단히 다진다.
<구물구물>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오물 괴수. 윌리엄이 그것을 향해 힘껏 수평으로 검을 휘두른다.
"이얍!"
<스걱>
검이 적의 몸을 베는 순간, 손잡이에 느낌이 온다.
이번에도 타르탄의 핵심을 베었다.
예상대로 타르탄 2세는 일격에 취객의 토사물처럼 곤죽이 되어 바닥에 와르르 허물어져 버린다.
타르탄을 쓰러뜨린 윌리엄이 바닥에 흩어진 오물들을 단숨에 '펄쩍' 뛰어넘어 찬 타크의 앞에 선다.
"으으으... 이, 이건 말도 안 돼. 어째서 내 역작 타르탄 2세가..."
오류난 컴퓨터 마냥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찬 타크.
그의 창백한 목에 윌리엄의 흑철대검이 겨눠진다.
"항복하고 순순히 체포될 테냐? 아님 이대로 싸움을 계속할 테냐?"
"크윽... 하, 항복... 하겠다."
찬 타크가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경기 종료.
찬 타크는 이후 달려온 유니온 단원들에게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가 버린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승자 윌리엄을 향해 관중들과 춘회파 소년들 모두 아낌없이 박수 쳐준다.
"휴우... 이겼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윌리엄.
걱정했던 실전 감각의 저하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전보다 더욱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드디어 16강의 마지막 차례가 다가온다.
1학년 최강의 전기 소녀 '윗키 로셀리나'와 충선정이란 말을 유행시켰을 정도로 신인에게 유독 강한 곤충소환사 '사마 충'의 대결.
<처억>
시합 전 두 사람이 마주 선다.
초록색 바가지 머리의 사마충이 동그란 안경 뒤 눈알을 굴리며 윗키를 도발한다.
"낄낄낄. 넌 1학기 초에 나한테 졌었지?"
"응? 뭐라고?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려~"
"너! 나한테! 졌었다고!"
사마충이 답답해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윗키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도리어 까치발을 들고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야, 너 어딨니? 안 보여, 안 보인다니까."
"이, 이 년이이-!"
윗키의 키 도발에 사마 충은 제대로 빡쳐버린다.
그는 씩씩거리며 경기장 맨 끝으로 걸어가 최대한 윗키에게서 떨어진 곳에 자리 잡는다.
반대로 전격 마법사(+깡패) 클래스인 윗키는 최대한 앞에 시작점을 잡는다.
두 사람이 스타팅 포인트를 잡은 걸 확인한 진행요원이 경기 시작을 알린다.
"스타트!"
"풍뎅이 수호병 소환!"
시작과 동시에 소환 마법을 시전하는 사마충.
그러자 흰빛이 번쩍이며 튼튼한 갑주를 가진 풍뎅이 한 마리가 앞에 나타난다.
사마충이 풍뎅이 등 뒤로 쪼르르 달려가 숨어 버리자, 전기 소녀가 욕설을 내뱉는다.
"아오, 저 새끼 또 수비질 시작이네. 쯧! 녀석이 소환 에너지를 모으기 전에 승부를 보는 게 낫겠지? 라이트닝 샷!"
<파직>
"썬더 엑스!"
<콰지직>
윗키가 닥치는 대로 전격을 퍼붓는다.
그러나 풍뎅이 수호병의 견고한 등딱지가 마법 공격들을 모조리 튕겨내 버린다.
그 사이 사마충의 손에 흰색 소환 에너지가 많이 모였다.
사마충이 풍뎅이 뒤에서 기어 나오며 낄낄댄다.
"이히히히히히힛! 네가 풍뎅이 수호병이랑 노는 사이 벌써 이만큼이나 소환 에너지가 모였네~"
사마충이 안경알 뒤로 사악한 눈깔을 굴리며 이죽거린다.
"자아, 오늘의 곤충은 투구 풍뎅이 왕이 좋겠군. 나와라! '킹 카프카스'여!"
<파앗>
사마충이 커다랗게 부푼 소환 에너지를 바닥에 꽂는다.
그러자 아프리카 코끼리 같은 무지막지한 덩치를 가진 검은색 세뿔 장수풍뎅이가 소환되어 나온다.
이 번쩍번쩍한 갑주의 곤충은 '킹 카프카스'.
사마충이 소환할 수 있는 벌레들 중에서 가장 강한 축에 속했다.
"가라, 카프카스! 나보다 키가 큰 저 거인 여자를 짓밟아 주어라!"
(윗키의 키는 평균 정도지만, 140cm 조금 넘는 사마충이 보기엔 거인일 수도 있습니다.)
<쿵쾅 쿵쾅>
명령을 받은 카프카스는 잔뜩 흥분해서 6개의 다리를 쿵쿵거리며 전투심을 고조시킨다.
그 과정에서 불쌍하게도 앞서 소환했던 풍뎅이 수호병은 짓밟혀 짜부라져 버린다.
"쿠오오오오-!"
마침내 윗키를 향해 덤벼드는 카프카스.
그 모습은 마치 제동 장치가 고장 난 덤프트럭을 떠올리게 한다.
"흥!"
옛날의 윗키였다면 상급 소환수가 등장한 지금 단계에서 벌써 패배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윗키는 춘회파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무수한 싸움으로 인해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강해졌다.
"블리츠..."
<파지지지지지지지>
윗키가 양손을 뻗어 전기 에너지를 모으며 카프카스의 가운데 뿔을 겨냥한다.
그리고는 무지막지하게 돌진해 오는 장수풍뎅이 왕을 향해 필살의 전격을 뿜어낸다.
"캐논!"
<콰과과광>
발사되는 블리츠 캐논.
킹 카프카스의 뿔을 맞춘 전격포는 엄청난 전기 폭풍이 되어 카프카스의 전신을 휘감는다.
"쿠오오오...?!"
잠시 블리츠 캐논과 힘 싸움을 벌이는가 싶던 카프카스의 크고 튼튼한 키틴질 뿔이 '뚝' 두 동강이 나버린다.
"허걱! 킹 카프카스으-!? 이게 대체 뭐야?"
"뭐긴 뭐야, 죽는 순간이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사마충의 질문에 윗키가 적절한 대답을 해준다.
승기를 잡은 그녀가 여세를 몰아 한 번 더 블리츠 캐논을 발사한다.
<콰아아아아아>
전기 소녀의 필살기는 뿔을 잃은 거대 투구 풍뎅이와 안경꼬마를 동시에 경기장 밖으로 쓸어내 버린다.
<쿵>
빙빙도는 눈으로 바닥에 처박힌 바가지 머리 꼬마 사마충.
진행요원이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윗키의 손을 번쩍 올린다.
"승자, 윗키 로셀리나!"
승자는 주황머리 전기 소녀 윗키.
충선정 따위는 허용하지 않은 블루고 최강의 1학년이었다.
이리하여 청합제 토너먼트의 본선 진출자들이 모두 가려졌다.
춘회 세이비어, 제로 롱기누스, 윌리엄 진, 엘런 케니언, 하츠 스윔피, 메이린 카트리나, 그라쿠스 모피어스 그리고 윗키 로셀리나...
8인의 강자들이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청합제 우승을 향한 혈투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