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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4. 요화병풍전 4.흑암지옥(머리)
작성일 : 17-12-17 08:03     조회 : 46     추천 : 0     분량 : 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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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흑암지옥

 

 해명이 수빈이 화한 작은 새를 보고 그것이 뭔지 알아봤다.

 

 “지옥에 있을 수 없는 물건이네요.”

 

 해명은 바로 두 자루의 사술극을 고리로 걸어 공중에 그었다.

 작은 빛의 새는 항현의 걱정 때문인지 동작이 둔했다.

 손쉽게 사술극의 먹이가 되어 빛의 가루로 흩어졌다.

 

 “파아-앜!”

 

 “아-핫!”

 

 병풍 앞, 수빈이 비명을 지르며 무상삼매에서 깨어났다.

 철호, 연흠이 수빈을 부축했다.

 

 “아가야!”

 “이보시게!”

 

 수빈은 화신이 당하면 깨어날 뿐이라고 했지만 아픔까지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철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일어나며 수빈은 준모에게 말을 했다.

 

 “그들이 와요! 준모씨!”

 “그들요?”

 “해명! 그 사람들이 있었어요!”

 

  준모는 자기의 손에서 슬슬 당겨져 가는 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했다.

 이 줄의 끝에 적이 있다!

 준모는 다급하게 사진도를 뽑아 병풍의 정면으로 섰다.

 철호, 연흠, 수빈과 동파는 뒤로 한 발 물러났다.

  이윽고 병풍의 가운데에서 철극(戟:찌르는 창 모(矛)와 끌어 내리는 창 과(戈)를 합친 창)이 튀어나오더니 창에 달려 나오듯 사람이 하나,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해명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은 했죠. 이건 너무 빠르게 만난 거지만......”

 “해명!”

 

  해명의 뒤를 따라 두 사람, 건암과 비합도 걸어 나왔다.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해명이 조금 겸연쩍은 얼굴로 대면한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 항현님이었던가요? 통성명을 안 해서....... 서로 부르시는 걸 듣고 알게 되었는데...... 성함이 맞나요? 그게......”

 “......”

 

 수빈과 준모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대꾸를 안했다.

 해명은 하는 수 없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선언하듯, 말했다.

 

 “지금 저 안으로 들어가신 항현님은 죽었습니다.”

 “거짓말-! 허튼 소리 말아요-!”

 “거짓말은 아녜요~.”

 

  해명의 선언에 수빈이 소리를 질러 반박했다. 그러나 해명은 부드럽게 되받아쳤다.

 자기 말에 틀림이 없음을 확신하기 때문에 소리를 지를 필요가 없었다.

 거꾸로 말하자면 항현이 정말 목숨이 위험한 곳에 놓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빈은 그렇게 강하게 부정한 것이다.

 

 “그곳은 흑암지옥이에요. 뭐~, 체공술로 절벽을 뛰어 내려가셔서 지금 당장은 살아 있을 지도 모르죠. 무예에 뛰어 나신 분이니까요. 그러나 저 곳은 유황 연기로 가득하고 물 한 방울 없는 곳이에요. 말 그대로 빛조차 없는 어둠의 지옥이니 산 사람 몸으로는 얼마 못 가죠.”

 “우리가 가서 데려오면 되지. 비키게나. 내가 가서 아들을 데려오겠네.”

 “......그러니까요......”

 

  말을 지~익 끌면서 해명은 사술상우극(四戌上吽戟) 둘을 양 손으로 고쳐 잡았다.

 

 “우리는 막겠다는 얘깁니다......”

 “......!”

 

  준모가 해명의 말에 사진도를 고쳐 잡았다.

 수빈도 철호의 부축한 손을 물리고 오른 손을 올리고 주문을 조용히 읊조렸다.

 

 “새는 불붙은 땅위로 비구름을 데려 온단다.

  불붙은 새는 악인의 땅위를 남기지 않고 태워버린단다.

  밝은 눈의 새는 한울님의 심판에 공정한 증인이 된 단다.

  구름 속에 밝은 눈의 불붙은 불새야. 지금 이리 오너라.......”

 

 건암도 조용히 양손을 단전에 모으며 자신의 주문을 읊조렸다.

 

 “계절 잃은 고목에 화살처럼 꽂히누나

 맑게 개인 하늘에 산들바람 지나간다

 피를 뿌린 흙바닥엔 젖은 차돌 채이느니

 내닫는 걸음마다 망설임이 없나니.”

 

 준모도 비합도 자신들의 주문을 외우며 서로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피에 젖어 한에 젖어

  산마다 골마다 짐승뿐이네

  맑은 하늘이 먹장구름불러

  자신의 눈을 가리니

  구름속 뇌룡의 번갯불이

  더러운 악을 태워멸하노라......”

 

 “정북방 북극성의 신수여

  세상이 너를 중심으로 돈단다.

  정북방 모든 것의 죽음이여, 물이여

  네가 끝날 때 모든 하루가 끝난다.

  나와 너의 적에게 모든 끝을 지우라.......”

 

  건암이 상황을 크게 조감한다.

 큰 월도를 든 저 사람은 이미 겨루어 날려 버린 적이 있는 사람이다.

 한 방이면 가능하다. 이 쪽의 여인도 여러 재주가 있는 듯 하지만 공격 만큼은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다.

 즉 저 월도의 남자 하나만이 적의 전투력의 모두다.

 계산이 확실하게 떨어졌다.

 수빈은 건암을 주목하고 있었다.

 뒤에 있는 비합이나 해명은 어쩐지 한 걸음 물러나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수빈도 상황을 조감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사미쌍수돌-!”

 “은조화격진-!”

 

  건암의 허리에 대고 있던 두 주먹을 동시에 앞으로 내지르자 돌진하는 양의 형상이 맹렬하게 준모를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내지른 수빈의 손끝에서 불의 새가 건암을 향해 날았다.

 건암이 자신을 향한 불의 새를 막기 위해 오른 주먹을 들어 측면을 방어했다.

 건암의 공격으로부터 뒤의 연흠들을 보호 해야 하는 준모로서는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받아쳐야만 했다. 따라서 수빈이 건암의 공격력의 집중을 흩어 반감 시킨 것은 준모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손쉽게 건암의 공격을 쳐낸 준모는 바로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외워둔 주문의 힘을 시전했다.

 

 “악멸뇌룡참-!”

 “대해호강기-!”

 

  준모의 사직멸악도의 날에서 붉은 불과 푸른 번개가 섞여 해명과 다른 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해명도 이미 주문을 끝내놓고 스스로를 방어할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준모가 뛰어 내려와 다시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들의 앞에 섰을 때, 건암도 제 이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때 해명이 소리쳤다.

 

 “잠깐-!”

 

  건암이 뒤를 돌아보며 해명을 보자 해명이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했다.

 자신의 뒤로 나오라는 지시였다.

 건암이 뒤로 나오자 해명이 앞으로 쫙 핀 손을 내밀어 준모와 수빈에게도 정전 신호를 보냈다.

 

 “저는 저희들, 난힘자들의 상잔(서로 죽임)을 원치 않습니다.”

 

  수빈이 해명을 쳐다보며 피끝마을에서의 대화를 다시 상기했다.

 

 “다만 이 소병이 여러분에게 있는 것을 바라지 않을 뿐이니......”

 “우린 항현님을 구해야 해요! 그 병풍은 가만히 놔둬요-!”

 

  해명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앞으로 내민 손을 살짝 반 회전시켜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했다.

 고개를 돌려 뒤에 두 사람과 눈을 맞추자 건암과 비합은 병풍으로 걸어갔다.

 

 “미안합니다. 그럴 수는 없어요.”

 

  하늘을 바라보는 손바닥에서 불꽃이 확 올라왔다.

 그대로 해명과 건암, 비합이 병풍 속으로 들어가며 오로지 해명의 손위에 있던 불꽃만이 병풍의 벽에 부딪혔다.

 이 내 불이 병풍의 중앙에서 밖으로 퍼져나갔다.

 

 “아들! 사진도 좀 빌리자!”

 

  연흠이 준모의 손에서 사진도를 거두어 그대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철호도 수빈이 쥐고 있던, 병풍 중앙 안으로 들어가 걸쳐져 있던 밧줄을 낚아채서 당긴 후, 팔을 펴 가장 우측 폭으로 던져 밀어 붙였다.

  연흠이 사진도를 아래로 그어 내리자 연폭소병의 가장 우측 한 폭이 잘려 나왔다. 그리곤 연흠을 불붙은 나머지 병풍을 발로 탁, 차버리며 말했다.

 

 “이 불붙은 부분은 치우거라!”

 

  연흠의 말에 하인들이 달라 붙다가 모두 뒷걸음질 쳤다.

 소병 안에는 지옥도의 귀신들이 불길을 피해 우는 얼굴로 움직이고 있었다.

 

 “히이이이익-!”

 

 하인들이 놀라 감히 불붙은 부분에 접근을 못하자 연흠은 더는 독촉하지 않았다.

 

 “다 타서 재가 되면 그 때 쓸어 버리거라!”

 “예~ 마님~”

 

 따닥거리며 불티를 날리는 병풍에 여전히 하인들은 다가가질 못했다.

 연흠이 뒤로 돌아보자 철호가 한 손에는 줄을 쥐고 다른 한 손은 소병 한 폭에 뻗어 주문을 외우며 주력을 불어 넣고 있었다.

 

 “문이 닫힌 바람이 벽을 열어 부순다.

  문이 열린 길손은 지붕 들어 얹는 구나.

  부숴진 봉창에 열린 햇님 들어서니

  닫힌 구름 흩어져 하늘 새가 노니라......”

 “철호 형-!”

 

  철호와 연흠의 노장들의 재빠른 조처로 한 폭의 소병에 이계로의 연결을 겨우 살렸다.

 준모가 안심하여 겨우 한 숨을 크게 내쉬었고 수빈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

 

  핏빛 하늘이 떨어지듯 펼쳐져 있는 절벽 아래 항현은 사인검을 지팡이삼아 겨우 일어섰다.

 

 ‘으음~...... 조금 아픈가~?’

 

  항현은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어딘가 아픈 것 같은데 어디가 아픈 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위쪽을 쳐다보자 제법 높은 절벽이 보였다.

 선공을 허용한 나머지 불리해진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단 절벽을 뛰어 내리긴 했지만 이리 깊을 줄은 몰랐다.

 검은 땅이 보이길래 뛰어 내렸는데 검은 것은 땅이 아닌, 그냥 어둠이었다.

 땅은 그보다 한참 아래였다.

 절벽을 딛고 내리는 체공술을 몇 번 써서 속도를 어지간히 줄였는데도 바닥이 나타나질 않았다.

 결국은 늘어나는 속도를 감당 못하고 바닥에 닿았을 때는 낙법으로 충격을 온몸에 분산시켰지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건가?’

 

 소병을 통해 지옥에 왔을 때는 수빈이 화한 작은 빛의 새 덕분에 약간이나마 앞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만한 빛도 바랄 수가 없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항현은 수빈의 안위가 퍼뜩 생각이 미쳤다.

 

 “수빈아가씨는 괜찮을까?”

 

  자기 밖에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크게 소리를 내어 놀랐다.

 그 어디에서도 대답은 들리질 않았다. 그러나 그 소리에 대답이 아닌 다른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어~ 어~ ”

 “우으으으으으.......”

 

 항현은 이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바로 전 사건의 피끝마을에서 질리도록 들어봤다.

 

 ‘귀갱시인가?’

 

  별로 강한 적은 아니었지만 지금 몸이 몸 같지 않은 상태에선 가능하면 적이라 부를 만한 존재들과 부딪치고 싶질 않았다.

 문제는 빛이 하나도 없이 간간히 갈라져 있는 바닥에서 솟구치는 푸른 유황불만으로는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

 방향도 모르고 함부로 이동했다가는 무얼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데다가 나중에 자신을 찾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밖에서 도움이 있을 경우, 절벽에서 떨어진 좌표에서 멀리 이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이 근처에 있어야 해! 그래야 준모나 수빈 아가씨가......’

 

  피끝마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귀갱시라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단 항현은 불편한 몸이니 주저앉아 한발, 한 무릎 걸음으로 조금씩 움직여 자신이 온 방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얼마간 정신을 잃고 있었음에도 귀갱시의 습격을 받은 적이 없는 걸로 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곳은 안전지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슬금슬금 땅에 무릎을 대고 움직이는 항현은 오감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일단 앞이 보이질 않는 어둠이 항현을 무섭게 짓눌렀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면 완전히 어둠만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밤이라고는 해도 달도 있고 별도 있어, 언제나 작으나마 빛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곳 지옥의 어둠은 그런 현세의 어둠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하늘은 붉은 색을 띠었으나 전혀 그 빛이 땅에 닿지 않는 기묘한 붉음이었다.

 손을 뻗으면 손이 보이질 않고, 오래 뻗고 있으면 손의 존재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검은 어둠이었다.

 

  차분히 후진하던 항현은 약 20여장 멀리에 갈라진 땅에서 계속 푸르게 불타며 연기를 내뿜고 있던 유황불을 보았다.

 갑자기 땅이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연기가 더 세차게 솟아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거~ 불길한데......’

 “쿠~쿵~!”

 

 원래 나쁜 예감은 틀리는 법이 드물다.

 항현이 불길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땅의 진동과 함께 갈라진 땅의 구멍에서 큰 불덩어리가 지상으로 뿜어 올려졌다.

 아주 짧은 한 순간, 어두운 땅에 빛의 세례가 내린 그 짧은 한 순간, 항현은 칼을 쥐고 무릎 앉아 있는, 주변 모든 이와는 다른 자신을 지옥의 주민들에게 노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으어어어~”

 “크.......”

 

 주변의 모든 울부짖는 소리가 일정한 방향성을 띠기 시작했다. 목표는 항현이었다.

 항현은 생각했다.

 

 ‘지옥이라면 내 힘이, 귀인(귀신 호랑이)의 힘이 내림이 될까? 이계에서 이 힘은 통할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직접 해보는 것.

 

 “동북방 귀문을 지키는 영수여.

  검에 깃들어 맑은 칼날의 예리함을 지키라.

  검을 달구어 뜨거운 칼날의 선명함을 지키라.

  피 주린 검이 울지 않도록 네가 포효하라.”

 “크어어어어~”

 

  어떤 울부짖음은 이제는 아주 가깝게 들렸다.

 

 “검강합인령-!”

 

  항현의 주문 영창이 끝나며 항현의 사인검은 붉게 달아오르다 하얀 빛으로 화했다.

 주변의 상황이 조금이나마 눈에 들어왔다.

 백? 이백? 귀갱시들이 전혀 겁내지도 전혀 흥분하지도 않은 채 항현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후우~ 한 참 베어야 되겠군.”

 

  혼잣말처럼 얘기했지만 실은, 듣고 어지간하면 가주길 바라는 마음에 조금 크게 입 밖으로 말했다. 그러나 전혀 미동도 없이 주변의 지옥인들은 항현을 향해 점점 더 많이 몰려들고 있었다.

  항현은 사인검을 고쳐 잡고 한바탕 긴 싸움을 준비했다.

 아직 작게 떨리는 몸이 얼마나 긴 싸움을 견딜지 모르지만 적에게 당한다면 최대한 댓가는 치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호흡을 조정했다.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고 생각되는 지옥인에게 빛을 뿜도록 뜨거운 사인검을 한방 갈기려 하는 찰나, 갑자기 희한한 외침이 들려왔다.

 

 “기다려~!”

 “?”

 

 항현과 그 주변에 모인 지옥인들이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다리시게~!”

 

  나타난 인물도 주변의 다 헤지고 썩어가는 옷이 아닌, 하얗고 정갈한 두루마기에 삿갓, 긴 목장(木杖: 나무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지팡이의 제일 위에는 표주박 호리병이 하나 달려있었다.

 항현을 보곤 나무라는 소리로 싸움을 말렸다.

 

 “그저 따뜻함을 보고 모여든 것 뿐일세. 검을 거두시게나.”

 

  항현은 어이없는 눈으로 삿갓을 쓴 인물을 쳐다보았다.

 칼의 빛으로 상대의 얼굴을 슬쩍 보자 하얀 수염이 얼굴의 반 나마 가린 노인이었다.

 항현은 말을 깍듯이 올려 그 정체를 물었다.

 

 “노인께서는 누구시옵니까? 어찌 노인 같은 분이 이런 지옥에 계시오니까?”

 “자네는 어찌 다짜고짜 칼을 꺼내고 그러는가? 여기에 말도 못하고 빛도 없이 사는 사람들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노인이야말로 묻는 질문에는 답도 없이 다짜고짜 타박이다. 항현은 멋쩍게 웃으며 노인에게 사죄했다.

 

 “저는 이들이 저를 해치는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노인.”

 “나한테 죄송할 게 뭐있어? 이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해야지!”

 

  노인네가 꼬장꼬장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항현은 방향을 바꿔 다시 정중히 사과를 하는데......

 

 “미안합니다. 저는 절 해치려는 적인줄 알고......!”

 

  항현은 말을 맺지 못하고 깜짝 놀랐다.

 멀리 있을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들은 모두 얼굴에 면박갑(面縛鉀:얼굴을 묶는 구속구)을 차고 있었다.

 얼굴을 세로로 묶어 턱이 열리지 않도록 잡혀있었고 그 앞으로도 철살로 둘러쳐져 있었다.

 입을 열지 못하니 말을 못하고 그저 웅얼거리는 소리만 겨우 낼 뿐이었다.

 아주 크게 숨을 내뿜어 소리를 크게 지를 수도 있었지만 그 또한 짐승의 울부짖음 이상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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