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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8.31

문 여는 자는, 영계에서 넘어오지 않아야 할 영들이 넘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남녀 주인공이 선택되고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민호와 은지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한국에 돌아와 둘이 같이 해결해야 일을 떠맡게 됩니다.
건너편 세상에서 온 108개의 영혼을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소멸시키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씁니다. 그 여정 재미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16
작성일 : 20-09-21 08:45     조회 : 37     추천 : 0     분량 : 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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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수진아, 여기 길 찾기 왜 이렇게 힘드니?”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차 밖으로 나온 상미는 위로 튀어나와 툭 불거진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주변에 보이는 건 풀과 나무, 바위와 언덕이 전부이고 간간히 새들만 하늘 위를 날아다닌다. 땅 위에는 사람은커녕 동물 한 마리도 안 보인다.

  “길 안내판도 엉망이고 지도는 사람 더 헷갈리게 한다니까. 왜 휴대폰 지피에스는 됐다가 안 됐다가 한다니.”

  주변을 둘러보는 상미의 머리 위로 거의 정점에 달한 한낮의 해가 사정없이 뜨겁게 빛을 내리쬐고 있다.

  “물어물어 오는데 같은 통영이라도 시내에서 벗어나니깐 여긴 완전 시골이야. 사람이 안 보여. 개나 소라도 있어야 하는데 움직이는 건 하나도 안 보이네.”

  하소연을 이어가던 상미는 어두워지면 더욱 길 찾기 힘들 거라며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고 통화를 중단한다. 위에서 내려오는 태양빛은 그 짙음이 더해져 마치 형광색을 띄는 것 같고 경사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나무와 풀은 바람 없는 대기 속에 미세한 움직임조차 없다. 차가 올라가기에도 힘겨울 가파른 경사를 올려다보며 한숨짓다 언덕을 넘어 내려오는 사람을 발견하고 반색을 한다. 거의 뒤로 벗겨지다시피 머리에 얹은 모자 아래로 까맣게 익은 마르고 뾰족한 얼굴이 보인다. 단색의 재킷과 바지가 단조롭게 몸에 걸쳐져 있다. 상미는 다급하게 일어나 다가오는 상대방을 향해 다가간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 근처에 사는 임덕만이라는 분을 찾는데요.”

  아, 임씨요? 뭔가 싶어 상미를 쳐다보던 남자는 아는 이름에 반가워하며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고 무슨 관계냐는 질문과 함께 한꺼번에 많은 말을 쏟아낸다. 상미는 상대방이 그 이름을 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갑작스러운 질문과 수다에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그 분을 꼭 뵈어야 하거든요.”

  상미가 한 문장을 입에서 떼면 남자는 이미 한 단락을 얘기하고 있다. 예의를 차리기 위해 질문에 띄엄띄엄 답하며 급하다는 인상을 주려 애썼지만 상대방은 전혀 괘념치 않고 말을 줄줄이 이어간다. 결국 참을성이 거의 바닥난 상미가 시간이 없다고 말하려 할 때 남자는 이제 가봐야 한다며 저 언덕을 넘으면 바로 임씨의 집이 보일 거라 알려준다. 감사의 표시로 살짝 고개를 숙였던 상미는 빠르게 차로 다가가 시동을 건다. 신형으로 보이는 그녀의 차가 힘들어할 정도로 경사가 진 언덕을 넘어 내려가자 확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밑으로 향하는 경사 가운데쯤 부실하게 지어진 울타리를 배경으로 허름한 집 한 채가 세워져 있다.

  울타리 안에는 크고 작은 오리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고 그 사이로 바삐 움직이는 짙은 갈색의 개가 농을 걸거나 장난을 치며 오리들을 성가시게 하는 중이다.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내려선 상미는 안으로 들어서기 전 울타리 주변을 돌며 둘러본다.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오리들은 그녀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돌아다니던 개는 그녀를 발견하고 곁으로 다가온다. 경계심을 보이거나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게 아니라 꼬리까지 흔들며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거의 울타리를 타고 넘을 정도로 펄쩍거리며 뜀뛰기를 하더니 걸어가는 상미 옆에서 동행하듯 걸음을 맞춘다. 상미도 그런 개가 귀여워서 잠시 같이 걷다가 울타리 너머로 손을 뻗어 쓰다듬어주기도 한다.

  같이 장난을 치며 입구 근처에 다다르자 건너편에서 들어서는 사람과 마주친다. 오래된 얼룩과 닳아서 헤진 부분이 군데군데 엿보이는 남루한 복장의 한 남자가 오른손에는 대나무로 짜인 소쿠리와 왼손에는 볼록한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상미와 마주친 남자 또한 경계하는 것보다는 사람을 만나 반가운 안색이다.

  “누구요, 아가씨는? 여기 볼일 있어 왔는가?”

  급하게 개를 물리친 상미는 남자 쪽으로 다가서며 목례를 한다.

  “임덕만 씨 되세요?”

  그렇다는 덕만의 대답에 상미는 자신을 소개하며 호준의 이름을 언급하고 여기까지 자신이 오게 된 사연을 얘기한다. 덕만은 호준의 이름이 언급되자 놀란 얼굴을 하더니 손에 들었던 물건을 한쪽으로 내려놓고 얼른 상미를 안으로 들인다.

  “귀한 손님이 오셨네. 어여 이쪽으로 들어와요, 어여.”

  상미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한 후 차가 있는 곳으로 가 뒷좌석에 놓인 상자들을 끄집어낸다. 품에 넘치게 상자들을 가슴에 받친 채 어렵게 걸음을 옮기자 덕만이 다가와 받아준다.

  “아버님, 이거 별 거 아닌데 제가 아버님 드리려고 가져온 거예요.”

  아니 뭐 이런 걸 가지고 왔는가. 그냥 오면 되는데. 방으로 들어서는 내내 미안해하는 덕만의 태도에 상미는 신경 쓰지 마시라며 거듭 안심시킨다.

  “시장하지 않는가? 내 얼른 뭘 내오려네.”

  괜찮아요, 아버님. 사양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지 부리나케 밖으로 나서는 덕만의 뒷모습을 보다 상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짧은 순간 혼자 남게 된 상미의 눈에 한쪽 구석에 가지런지 쌓인 침구와 그 건너에 놓인 옷궤, 옆으로 자잘하게 높이를 맞춘 잡동사니와 작은 크기의 검은색 텔레비전이 들어온다. 벽에 박힌 몇 개의 못 위에는 옷가지가 걸려있다. 들려오는 발소리에 상미는 자리를 잡고 앉아 열리는 방문을 쳐다본다.

  “내 차린 건 별로 없어. 이거라도 어여 들어볼 텐가?”

  차린 거 없다는 말과 달리 들여오는 소반에 가득 담긴 여러 가지 음식을 본 상미는 미소를 지으며 반쯤 일어나 상을 받아 바닥에 내려놓는다. 놓인 음식 중 쌀이 꽤 많이 들어간 식혜가 담긴 그릇을 집어 들고 덕만에게 같이 들기를 권한다. 덕만은 자신은 개의치 말고 어서 들라며 재촉한다. 두 사람 사이의 말이 천천히 오고가기 시작하고 상미는 한 번씩 식혜를 입에 대고 목을 축인다.

  태양이 뜨거운 열기를 내리쬐고 있는 와중에도 흙으로 바른 벽은 꽤 훌륭한 냉방효과를 내고 있다.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금방 서늘해질 것 같은 공기 안에서 주로 얘기를 하는 사람은 상미이고 덕만은 얘기 중간 그런가, 어허라는 추임새만 넣어주며 열심히 듣는 중이다.

  “저, 아버님…….”

  말을 끊었다가 잇는 상미가 굳은 표정을 짓자 마주앉은 덕만도 긴장한다.

  “혹시 호준 씨한테 얘기 들은 거 없으세요?”

  “호준이한테?”

  “네. 제 얘기라던가 앞으로 어떻게 할 거라는 미래에 관련된 얘기요.”

  “내, 호준이랑 연락한지 꽤 되네만.”

  무슨 얘기를 할지 상미의 눈치를 살피는 덕만의 모습에 상미는 미안해하는 얼굴로 덕만의 눈을 마주한다.

  “저희 결혼날짜 잡았거든요.”

  덕만이 입을 벌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그 앞에서 상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소반에 놓인 음식을 내려다본다. 둥글게 말린 떡, 모난 절편, 색이 고르지 못해 얼룩져 보이는 약과도 있다. 덕만은 대답 없이 자신의 발을 주무르며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고 상미는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어 앞에 놓인 절편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떼며 주물러댄다.

  그 절편이 눌어붙어 거의 모양을 잃어갈 때쯤, 갑작스레 덕만이 내 잠시 나갔다 오겠네라며 밖으로 나선다. 상미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 덕만의 뒷모습만 보고 있다 급하게 덧붙인다.

  “아버님, 다녀오세요.”

  신발을 꿰어 신던 덕만은 엉거주춤 뒤돌아보고 상미는 생각 없이 튀어나온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덕만이 주춤거리며 앞뒤를 번갈아보다 잔걸음으로 뒷간이 있는 곳을 향하자 상미는 벌게진 얼굴로 모양을 잃어버린 채 눌어붙은 절편을 짓누르며 자책한다.

  “이런 바보. 다녀오세요가 뭐야, 다녀오세요가.”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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